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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부장이 말하는 조기유학법]부자들은 중학교 1학년 때 유학 보낸다

[김희철 부장이 말하는 조기유학법]부자들은 중학교 1학년 때 유학 보낸다

조기유학 열풍은 이제 중산층까지 달구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의 아이를 혼자 낯선 나라에 떨궈 놓는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볼 때 위험천만한 모험이다. 그냥 열풍을 따라 가기에는 너무나 큰 리스크다. 부자들은 이런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까? 강남에서는 3∼4명씩 팀을 짜서 함께 유학을 보내기도 한다. 그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3∼4달씩 현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좀더 ‘전문적’인 방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현지에 ‘개인 사감 선생’을 두는 것이다. 아이들의 유학생활을 지도하고 감독하는 부모의 대리자인 셈이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훈육+족집게 과외선생을 겸비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아이들의 상태를 파악해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줄 과외선생 섭외에서, 재산관리·사생활 감독까지 유학생활을 일괄 관리해 준다. 물론 한국에서 보내는 유학비도 이 ‘사감 선생’에게 직접 전달된다. 아이들의 과소비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사감 선생’은 한국에 있는 부모에게 사용내역과 아이들의 성적과 학교생활 등을 종합 보고하는 리포트를 작성해 정기적으로 보내준다. 대신 아이들의 통장에는 늘 잔고가 최소한 2만 달러 이상이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조건. 특히 미국 동부지역 유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보스톤 지역에서는 상담 한번 받기도 힘들 정도로 유명한 족집게 과외 선생도 등장했다. ‘아이비 리그 대학 입학’을 보장한다는 조건을 내건 덕에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려는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 주가가 폭등했다고 한다. 1시간 상담비만도 5백 달러에 달할 정도. 부자 자녀들의 유학 지역은 역시 미국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조기유학의 경우 영국을 택하는 부자들도 적지 않다. ‘이튼스쿨’ 등 엄격한 귀족교육 덕에 탈선의 위험이 적다는 점에서 선호한다. 하지만 그 정도의 엄격한 환경을 견디고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 스위스로 조기유학을 보내는 사례도 있다. 국제화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영어·불어·독어에는 능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아예 도우미 아줌마까지 ‘세트’로 딸려 보내기도 한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흐름은 중국 유학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중국의 외국인 학교에서는 영어와 중국어 동시 공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중국의 부상’을 염두에 둔 유학 패턴이다. 유학 시기는 ‘중학교 1학년’이 가장 적합하다는 게 강남지역 부자들의 공통 인식이다. 초등학교 때는 아직 한국말이나 정체성이 불안한 상황이고, 고등학교 때 가면 머리도, 혀도 굳어버린 뒤라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부자와 보통사람을 가르는 몇 가지 요인 중 하나가 ‘리스크 관리’다. 부자들은 필요할 때 과감히 모험한다. 하지만 남들이 성공했다고 무작정 베팅하지는 않는다. 그 어떤 경우도 리스크를 철저히 계산해 관리한다. 리스크 관리가 안 된다 싶으면 아예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다. 하물며 자녀의 인생에는 말할 나위가 없다. 조기유학의 리스크 관리에는 ‘돈’이 든다. 이런저런 계산 없이 ‘부자 따라 조기 유학 보내는’ 중산층을, 대박을 노리고 빚 내서 주식 투자하는 샐러리맨에 비유하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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