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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와 정치인들이 ‘내집처럼 드나드는 단골들’

재벌총수와 정치인들이 ‘내집처럼 드나드는 단골들’

‘내가 못 먹을 음식은 남에게 내놓지 말라.’ 이남장의 가훈이다. 자신의 가족은 물론 이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먹일 수 있는 설렁탕을 만든다. 그 때문에 이남장에는 신격호 롯데 회장·정대철 의원 등 내로라 하는 쟁쟁한 재벌총수와 정치인들이 내집처럼 단골로 드나든다. 창업주 신씨는 돈도 많이 벌었다. 하지만 그는 2001년이 돼서야 겨우 내집마련을 할 수 있었다. 장사를 시작한 지 근 30년 만에 내집을 장만했다면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여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하는 신씨의 성품 때문이다.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이남장 설렁탕을 무료로 제공했다. 2002년 6월 월드컵 열풍 때도 마찬가지로 16강 진출기념 무료 음식제공 서비스를 했다. 또 정기적으로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방문해 이남장 설렁탕을 맛보도록 하는 일도 30여년 동안 계속하고 있다. 신씨의 이런 선행이 알려지면서 삼성의 카드광고에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광고 멘트가 “착한 일을 많이 하는 신영주 할머니”였을 정도. 이런 그의 선행은 개인적인 지론을 추구하는 행위였는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이남장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 들어서야 국내에서도 기업의 선행이 브랜드 마케팅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기업의 이미지를 높여 잠재수요를 확보하는 건 이미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영주 창업주는 이같은 첨단 마케팅 전략을 30년 전부터 알게 모르게 실행에 옮긴 셈이다. 창업주 2세인 이중호씨도 비슷한 길을 답습하고 있다. 돈많은 집 아들은 편하기 마련이라는 인식을 깨고 가업을 이은 이중호씨 역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주방의 설거지에 홀서빙을 도맡아 하며, 말 그대로 밑바닥부터 기면서 충실히 기본을 쌓으며 ‘내공’을 다져왔다. 이같은 내공을 바탕삼아 그는 이제 이남장 브랜드를 세계화하려는 야심을 조금씩 조금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중호씨는 나이는 젊지만, 세살 연상의 부인 최혜선(34)씨와 25세에 결혼해 벌써 6세·2세, 이제 1개월이 채 못된 갓난아이 등 3남매를 두고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다. 이씨는 자신이 어머니의 대를 이었듯 삼남매 중 한 명에게 설렁탕 집을 물려줄 날을 벌써부터 꿈꾼다. 아마도 20∼30여년의 세월이 지나야겠지만. 이남장은 현재 홍콩과 미국 LA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남장 3세 경영체체가 들어서면 아마 미국과 유럽의 도시 곳곳에 이남장 설렁탕의 간판을 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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