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법통 잇는 현대家 3세 ‘3宣’
경영법통 잇는 현대家 3세 ‘3宣’
부품·원자재 분야서 경영수업 정명예회장의 장손인 그는 휘문고·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서 MBA과정을 마친 뒤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 잠시 근무하다 1999년 현대차에 자재본부 이사로 입사했다.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부품 조달과 자재 관리·협력업체 관리 등을 담당하는 자재부문은 자동차 회사의 가장 기초적인 분야다. 의선씨는 2001년 초에는 상무로 승진, 구매실장을 맡았다. 부품과 원자재 분야에서 경영수업을 하는 것은 현대 가문의 오랜 전통이다. 지난해 초에는 전무로 승진, 국내 영업본부 영업담당과 기획총괄본부 기획담당을 겸임하며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현대캐피탈 전무까지 겸임, 금융분야에도 발을 넓히고 있다. 그는 현대차 임원들로부터 ‘겸손하고 말을 아껴 신중한 스타일’이라는 후한 평을 듣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를 제대로 알려면 자그마한 볼트·너트까지 다루는 자재부문에서 먼저 일을 시작해야 한다”며 “정전무는 정몽구 회장이 선친인 정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던 코스를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의선씨는 벤처열풍 때 인터넷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오토에버닷컴과 이에이치디닷컴(e-HD.com)의 지분율이 각각 20%가 넘는 최대주주다.오토에버닷컴은 현대차 그룹의 전산 서비스를 총괄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다.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부품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직원수만 5백명이 넘고 매출도 1천억원 수준이다. 이에이치디닷컴은 직원 50여명 정도로 자동차 자동항법장치 등 전자장비와 위성정보 개발을 위해 만든 인터넷 벤처기업이다.정전무는 95년 강원산업 정도원 전 부회장의 딸과 결혼했다. 박태준 전 총리의 장남 박성빈씨와 동서간이기도 하다. ▶정일선=정명예회장의 회장의 4남 정몽우씨(鄭夢禹·90년 작고)의 장남인 일선씨는 지난해 정의선 전무와 나란히 BNG스틸의 전무로 승진했다. 올해 초 인사에서도 일선씨의 부사장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조카 몫 나눠주기’ 이미 지난해 대표이사를 맡기로 했다가 미뤘던 전례가 있어 올해는 이같은 승진 가능성이 높다. 그는 현재 BNG스틸의 영업본부장을 맡아 영업을 총괄하는 요직을 맡고 있다. 경복고·고려대를 나온 그는 96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를 마친 후 99년 큰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의 배려로 기아자동차 기획실 이사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일선씨는 의선씨와 동갑으로 어려서 정명예회장의 청운동 집에서 함께 자랐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고려대도 동기다. 이후 2000년 말 INI스틸(옛 인천제철)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BNG스틸으로 옮겼다. 그의 BNG스틸 경영 수업은 당초 4남 몽우씨 집안 몫이었던 고려산업개발이 부도난 데 따른 것이다. 현대그룹 장자인 정몽구 회장의 ‘조카 몫 나눠주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고려산업개발은 원래 정명예회장이 일찍부터 몽우씨 몫으로 남겨둬 일선씨의 모친인 이행자씨(57)가 이 회사 고문으로 있었고, 이씨의 오빠인 이진호 전 회장이 2000년까지 경영을 해 왔다.BNG스틸은 지난해 INI스틸(옛 인천제철)이 인수를 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 지난해 매출 4천억원대에 소폭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정지선=정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鄭夢根) 현대백화점 회장의 장남 지선씨는 지난달 이들 ‘3선’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을 총괄하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갈등’ 때문에 고속승진 지난해 초 현대백화점 부사장으로 승진, 가장 빠른 승진 가도를 달려온 정부회장은 재계 30위권의 현대백화점 그룹의 인사·투자·사업계획 등의 조정 기능을 총괄하게 됐다. 현대백화점 측은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이 독자적으로 경영하되, 정부회장은 계열사간 조정 역할을 중점적으로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업계에서는 지선씨가 1년 만에 부사장에서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을 두고 ‘3세 경영체제를 확고히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정회장이 지병 등의 이유로 경영에 참여하지 못해 20여년간 이병규(李丙圭) 전 사장 등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수수한 스타일로 직원들과 친근하게 지내 3세 같지 않다는 평을 받는 그는 97년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나 99년 경제학 석사를 받았고, 2000년 1월 이사급인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경영에 참가해 왔다. 이같은 고속 승진은 지난해 이병규 전 사장과 정부회장의 모친 우경숙(禹景淑·52) 고문간에 있었던 그룹 경영에 대한 갈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회장이 경영에 참가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우고문의 경영 입김이 커졌고, 경영 원칙을 고수하려는 이병규 전 사장과 갈등이 생겨났다는 것. 지난해 말까지 우고문의 남동생이 현대백화점 상무로 근무해 왔다. 특히 현대백화점 사장 역할만 주문했던 오너 일가의 주문을 이 전 사장이 홈쇼핑 등 그룹경영에 전반적인 조정 기능을 담당하면서 마찰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정부회장은 2001년 전직 법무장관을 지낸 황산덕씨의 손녀와 결혼했다. 한편 현대가 3선을 비롯해서 3세들이 이제 현대그룹 경영일선에 성큼성큼 나서고 있지만, 이들의 앞날에 꽃방석이 깔려있는 탄탄대로만 놓여 있는 건 아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본텍과 모비스 합병 ‘실패’ 현재 이른바 ‘왕회장의 손자들’은 최고경영자(CEO)로 경영 일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할아버지 세대의 영광 아래 자라나 아버지 세대의 풍요를 누렸고, ‘왕자의 난’이라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아픔까지 직접 지켜보면서 기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현대가의 3세들이 1세대의 도전과 2세대의 질곡을 교훈삼아 합리적인 리더십과 글로벌 경쟁시대에 경영 수완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의 경영능력 평가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시대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대기업의 경영관행은 오히려 ‘오너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앞으로 지주회사나 모 기업의 지분 늘리기를 통해 최종적인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의 경제 정책이 ‘대기업은 더 잘되게 육성하고 재벌의 문제점은 치유하겠다’고 비쳐짐에 따라 앞으로 이들의 경영권 승계는 기존 다른 재벌 기업의 관행과 다른 형태가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정의선 전무의 경우 아직까지 현대차의 지주 회사격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0.1%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한 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정전무는 자신이 대주주였던 자동차 부품회사인 본텍과 모비스를 합병, 모비스 지분율을 높이려 했지만 당시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결국 포기했었다. 따라서 실질적인 현대차 그룹 승계를 위해서 앞으로 정전무가 대주주인 현대차의 군소 계열사와 모비스와의 합병이 예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모비스의 지분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 재경담당 본부장에 이정대 전무를 선임했다. 이전무는 정회장의 가신그룹 출신으로 현대정공 때부터 재무통으로 꼽혀왔다. 앞으로 후계 승계를 위해 정전무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율 늘리기에 깊게 간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의 가신들은 지난 2000년 7월 이계안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현대카드 회장으로 전보시키면서 전면에 나서 세력을 확장해 왔다. 정회장이 현대정공 경영을 맡고 있을 때 20여년간 그를 보좌해 온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른바 MK라인이 그룹 경영을 주도하며 의선씨를 비롯한 차세대 경영진의 순조로운 대권 승계기반 구축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정부회장의 고속 승진도 여러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나날이 첨단 마케팅과 전문 경영능력이 요구되는 유통산업에서, 상장기업인 현대백화점이 아직 능력도 검증 안 된 오너 3세를 서둘러 경영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특히 기존 전문경영인과의 갈등 속에서 불과 서른살의 나이로 부회장에 오른 그가 앞으로 50대 후반의 계열사 사장들과의 조정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이같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월1일자로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 상무로 근무했던 정부회장의 외삼촌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일선씨의 경우도 철강회사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점이 약점이다. 이제 막 부실기업을 벗어난 BNG스틸을 정상 궤도로 올려 놓기 위해서는 탁월한 경영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앞으로 오너 경영인들도 앞으로 실적과 능력을 검증받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능력이 검증되고 노력하는 오너 경영인일 경우 단지 ‘오너’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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