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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 손 들어준 盧… ‘힘의 축’ 使에서 勞로 대이동

勞 손 들어준 盧… ‘힘의 축’ 使에서 勞로 대이동

지난 1월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금속노조, 두산 중공업 근로자 4천여명이 분신 자살한 고 배달호씨를 추모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노사간 권력관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경영계에서 노동계로의 급격한 권력 이동이 진행 중이다. ‘노동계의 편’‘약자의 편’을 슬로건으로 출범한 참여정부여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빨리, 또 강한 정책변화로 전문가들과 경영계가 당황해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력 이동기가 위험하다”며 자칫 올해 노사관계에 큰 혼란이 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노동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예 ‘노사간 힘의 균형’을 명시했다. 지난 3월19일 발표한 ‘주요 현안 업무 보고’에서 “노사간 힘의 균형을 토대로 대화와 타협을 기조로 하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핵심전략과제’라고 밝힌 것이다. 향후 정책 방향으로 제시된 산별교섭 유도·직권중재회부 자제·회사측의 손해배상·가압류 남용 방지 등은 그 동안 노동계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사안들이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제도는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같은 권력 이동의 단초는 이미 지난 3월12일 두산중공업 노사분규 타결 과정에서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노조원 분신을 기점으로 노사가 극한 대립까지 가자 노동부장관이 직접 현장에 내려가 노사타결을 이끌어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측을 압박해 노조측 요구를 수용하도록 함으로써 분규를 끝냈다고 분석하고 있다.

두산重, 노사관계 새 ‘불씨’ 두산중공업 문제 해결로 노사정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산중공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올 춘투는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노동계 편’이라는 새 정부가 들어선 데다 노조원 개인 재산 가압류 등 비록 합법적이기는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사측의 대응이 지나쳤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노총은 3월20일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올해 노사관계가 순탄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면 오산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기로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를 등에 업은 노동계는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만일 무리한 요구를 하고 극한 방법을 동원한다면 경영계도 순순히 물러날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자칫 큰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적잖은 전문가들은 이번 두산중공업 분규 해결 과정에서 정부는 향후 노사갈등의 불씨를 제공했다고 지적한다. 불씨는 꺼지지 않고 다시 한 번 노사갈등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부 중재다. 지난 수 년 동안 정부는 어떤 노사문제도 ‘노사자율’을 원칙으로 지켜 왔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처음 해결된 방식이 ‘정부 중재’이니 향후 노사문제의 향배가 문제시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개입이라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중립적이었느냐 하는 문제다. 많은 이들이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 명확하다는 것이 경영계 입장이다. 사측은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소송과 노조원 재산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취하했고, 파업 기간 동안 주지 않았던 원월차 수당과 상여금을 50% 주겠다고 합의함으로써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스스로 깨고 말았다. 또 정부가 사측을 압박했다는 사실에도 불만이 많다. 창원지방노동사무소는 박용성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부당노동행위로 소환장을 보냈고 검찰은 두산 계열사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적잖은 전문가들이 이번 문제 해결을 ‘정부가 손을 들어준 노동계의 판정승’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勞 “참여정부, 아직도 미흡” 하지만 노동계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당연한 결과”였다거나 “아직도 미흡하다”고 본다.“비록 타결은 됐지만 두산중공업의 경우처럼 전근대식 노조 감찰을 묵과할 수는 없다. 많은 회사들이 노조 사찰에 그치지 않고 불이익을 주고 있다. 노조에 가입할 경우 진급에서 누락시키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은 고압적인 경영자세를 누그러뜨리지 못한다면 노사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나아가 노동계는 두산중공업에서의 승리를 계기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두산중공업 분규 타결은 단지 발등의 불을 끈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손해배상 가압류 건만 전국적으로 1백50여개 사업장에 2천2백억원에 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고두고 싸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아예 없도록 법 개정 투쟁을 벌일 것이다.”(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그러나 경영계는 정반대 해석이다. “노동계의 지나친 요구가 우려된다. 두산중공업 사태 해결에서 이때까지의 원칙이 무너졌고 회사가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 특히 가압류 내지 손해배상 청구가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끌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다. 노조의 파업은 정당성이 있을 때에만 민형사상 책임을 면책받는다. 두산중공업 사용자가 노조원에 대한 손배와 가압류를 취하함으로써 사측은 향후 노조의 불법·폭력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못할 수도 있다.”(남용우 경총 노사관계팀장) “현 정부는 경영도 경제도 너무 모른다. 전체 경제를 고려하지 않고 노동계와 함께 경영계를 몰아붙이고 있다. 경기가 좋다면야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 북핵에 경기침체 등 내외 환경이 너무 나쁘다. 회사도 주주도 살아야 하지 않나. 그래야 근로자도 있고 분배도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경쟁력을 잃어버린 기업은 극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대기업체 A상무)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김정호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참여정부의 정책을 “비정상적인 노사관계를 바로 세우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기본적으로 옳다고 말하는 김 교수는 “나아가 정부는 하청업체나 중소기업 등 2차 부문 근로자들에게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준모 숭실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정부가 말하는 ‘힘의 균형’이란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며 “자칫 노사관계가 ‘부의 이전 문제’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勞는 공세, 使는 수세 노사간 권력 이동은 당장 ‘발등의 불’로 닥친 이번 춘투부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분규 타결로 사기가 높아진 노동계는 올 춘투를 호기로 삼아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철도·전력 등 공공 부문 노조의 춘투는 이미 시작됐다. 철도노조는 “철도청이 구조조정 저지나 노조활동 보장 등 현안이 걸린 단체교섭 요구안에 소극적”이라며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4월20일께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나섰다. 산자부가 추진 중인 배전(配電)분할 강행 방침에 맞서 3월 한 달 간 싸워 왔던 전력노조도 향후 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오는 3월30일 ‘1천만 노동자 총력투쟁 진군대회’를 열어 교섭력과 투쟁력을 높여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일찌감치 경영계의 기선을 제압해 임금 11.4% 인상·비정규직 차별 해소·노동시간 단축 등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4∼5월 사이 집중적으로 교섭을 진행하다 여의치 않을 경우 6월 초부터는 총파업을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경영계는 일단 수세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 밖에 안 된 상태에서 친노동계 성향이 분명해졌다”며 “현재로서는 별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경총 관계자는 “행여 두산중공업 분규타결 과정이 다른 기업에서도 재현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3월19일 경제5단체 부회장단이 회동한 자리에서도 경영계의 이같은 분위기를 살필 수 있다. 경제단체 부회장들은 노동계와의 갈등을 크게 우려하는 한편 노동계와 정면으로 대치하겠다던 이전의 자세를 바꿔 “노사정과 공익단체 등이 참여하는 산업평화선언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나 관계자들은 일단 노동계가 우위를 차지했다 해도 올해 노사분규가 노동계 중심으로 순조롭게 갈 것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노동계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경영계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노동계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무리하게 요구할 때 경영계는 이를 다 받아줄 수 없다”며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노사문제 전문가·관계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 이번 춘투에서 노동계가 임금과 단체협상을 주5일 근무제나 비정규직 보호 등 현안들을 연계시키고, 동시에 이를 산별교섭으로 풀고자 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전망한다. 경영계는 이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고 노동계는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며 극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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