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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급팽창, 기술은 걸음마

시장은 급팽창, 기술은 걸음마

지난 1일 서울 을지로 광교 입구에서 열린 청계천 복원사업의 기공식이 끝난 뒤 인부들이 절단한 청계고가 첫 상판을 차량에 옮기고 있다.
텅빈 8차로. 하루 평균 16만대의 차량이 오가던 청계고가와 청계청로가 25년 만에 철거된다. 지난 1일 새벽 청계 고가도로 진출입 램프에는 바리케이드가 세워졌고 본격적인 철거작업에 시작됐다. 1970년대 근대화의 상징물이었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에 드는 총 공사비는 3천6백50억원. 그중 고가도로와 복개도로의 철거비용은 전체 공사비의 20% 정도인 7백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청계고가 철거는 누가 담당하고 있을까. 총 길이 5.8㎞인 청계천 복원공사는 3구간으로 나뉘어 동시에 진행된다. 제1공구 태평로∼청계4가(2㎞)는 대림산업이, 제2공구 청계4가∼청계7가(2.1㎞)는 LG건설이, 제3공구 청계7가∼신답철교(1.7㎞) 구간은 현대건설이 각각 공사를 맡게 된다. 그러나 실제 철거작업을 진행하는 곳은 3개 건설업체로부터 하청을 받은 철거 전문업체들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시작되면서 노후된 건축 구조물 철거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평균 30년 안팎인 국내 건물의 수명을 감안하면 건축 붐이 한창 일었던 70년대 지어진 건물의 철거·보수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청계고가 철거공사에는 국내 주요 전문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으며, 먼지 발생 등의 민원을 우려해 각종 첨단기술이 대거 선보이고 있다.

청계고가 철거는 어떻게? 청계고가 철거는 3개 구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체 구간에서 11개 작업팀이 동시에 공사를 진행해 공사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계획이다. 우선 교각과 상판의 철거를 9월 말까지는 끝낼 예정이다. 그 다음 11월 말까지 청계천을 덮고 있던 복개도로가 철거된다. 청계천 복원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건설안전본부의 김해중 과장은 “본격적인 해체작업의 경우 1공구는 ‘인연건설’과 ‘하이테크 한상’이, 2공구는 명한산업이, 3공구는 성도건설이 각각 수주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심에서 철거를 진행하는 만큼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기업들로만 선정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각 공구별로 교각과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데 총 공사비의 10%가, 청계천을 복개한 도로를 철거하는 데 10%가 들 것”으로 내다봤다. 철거 방법은 구조물의 상태, 위치별 특성에 따라 공구별로 조금씩 다르게 진행된다. 철거공사는 공사장 안전시설과 가림막(높이 9m)을 설치하고, 램프(9개)를 철거해 도로 양쪽으로 2∼3차선 확보한 뒤 청계고가 상판(폭 16m)→고가 교각(3백71개)→복개도로(기둥 6천7백개 포함) 순으로 진행된다. 1개조당 투입되는 장비는 크레인 3대, 다이아몬드 와이어 소(diamond wire saw) 3대, 바퀴톱(wheel saw) 3대 등이며, 조당 36명이 인력도 투입될 예정이다. 고가도로를 적당한 크기로 절단한 뒤 덤프트럭에 실어 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가도로 교각 철거에 적용되는 ‘다이아몬드 와이어 소’ 공법은 대당 7천만∼8천만원 하는 공업용 다이아몬드가 박힌 줄톱으로 구조물을 휘어감고, 이를 초당 30∼50m의 초고속으로 회전시키는 방법이다. 두께 30㎝ 이상의 구조물을 절단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1공구의 철거를 담당하게 된 김태연 인영건설 현장소장은 “다이아몬드 줄은 m당 10만원 정도의 고가 장비로 1m×1m 크기의 콘크리트를 자를 수 있다”며 “m당 2백7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잘린 폐기물은 대형 크레인으로 땅에 내려지고 분쇄돼 15t 덤프트럭에 실린다. 서울시는 청계고가도로 철거공사로 폐콘크리트 53만여t, 폐아스콘 6만7천여t, 철근 2만2천여t 등 모두 63만5천여t의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 정도는 수도권 폐기물 처리업체를 통해 도로포장 등에 재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3개 청계천 복원공사 시공업체, 10개 폐기물 수집 운반업체, 11개 폐기물 처리업체와 공동 도급계약을 맺어 폐기물을 위탁처리하기로 했다. 이 중 1공구에서 발생하는 물량의 60%를 처리할 업체로 선정된 인선ENC는 폐기물의 운반 비용만 16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인선ENC의 송인규 과장은 “재처리 비용까지 합치면 이번 공사로 18억9천만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코스닥시장에서 인선ENC의 주가는 탄력을 받아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1천6백여 업체 대부분 영세해 업계 관계자들은 청계고가의 철거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철거산업에는 문제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철거산업의 문제점은 청계고가와 같은 대형 구조물 철거에 있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도급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중견 철거업체인 한솔기업의 김정우 부장은 “그나마 철거하는 데 기술이 필요한 청계천 철거, 다리 철거에는 기술력이 앞선 기업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저층 아파트·단독주책과 같이 기술이 필요 없는 일반철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철거의 경우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몇몇 장비만 갖추면 사업이 가능해 군소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거에 필요한 기계 몇 개만 있으면 철거업을 신청할 수 있는 것도 업계가 부실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한 철거업체의 사장은 “철거는 무조건 부수는 작업으로 인식해 철거 도중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며 “장비와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거쳐 철거작업을 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가 낙찰이라는 주먹구구식 입찰 행태도 철거산업의 발전을 더디게 한다는 주장도 많다. 청계고가 3공구의 철거를 담당한 성도건설의 박용석 이사는 “대부분 철거 업체를 선정할 때 최저가를 써낸 업체가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설계 내역대로 입찰가를 내면 바로 탈락하기 때문에 실제로 드는 비용보다 작은 액수를 써내는 것이 관행화됐다”고 말했다. 그 “부실한 철거로 이어지며 또한 무리한 공사 진행으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박이사는 “최저가 낙찰이 관행화돼 있어 일반관리가 많이 들어가는 대형업체들이 유리하다”며 “기술력이나 능력이 열악한 소규모 업체들이 저가로 물량을 수주하려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리하게 공사대금을 내리면 필연적으로 공사의 부실화와 업체 재정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산하기구인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협의회 조재둔 회장은 “철거산업이 건설이라는 큰 산업의 부품 취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회장은 “건물 철거의 경우 단독으로 대규모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있다”면서 “여러 업체들이 난립한 가운데 공사가 진행돼 철거산업의 질적인 발전이 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철거산업의 규모가 6천억원(업계 추정치)에 이르렀지만 수주 규모가 10위권 안에 드는 회사도 매출액이 2백억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난 4월 현재 철거업 면허를 가지고 있는 업체는 전국에 1천6백여곳이 있다. 그중 한 해 2백억원 이상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는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는 것. 국내 건물의 평균수명을 생각하면 2000년 초반부터 철거·보수작업이 활발히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이 철거업계 관계자들이 이야기다. 철거업체 관계자들은 “지금이 철거산업에 가장 중요한 시점이지만 철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며 “철거가 단순히 건물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이용해 건물을 해체하는 작업이고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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