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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비행’을 꿈꾸며

‘자유 비행’을 꿈꾸며

PS는 몇 개의 간단한 컴퓨터 부품을 조합해 조종사들이 다른 항공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모든 조종사들이 염원했던 일이다. 공항의 이착륙 적체도 곧 해결될 듯하다.
매일 밤 자정 무렵, 켄터키 주의 루이빌 국제공항 상공은 갈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UPS 제트 비행기들이 곡예 비행을 하느라 비좁다. 이들 비행기는 시간당 1,000갤런의 연료를 소모하면서 대기한다. 비행기는 지상의 관제사가 착륙을 위해 정렬해주는 순서에 따라 춤을 추듯 좌우로 선회하며 속도를 높이거나 떨어뜨린다.
착륙 순서는 조종사가 정할 수 없다.

자기 앞에 비행기가 있는 것을 봐도 그 비행기가 자기보다 먼저 착륙할 비행기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비행기에 레이더가 있지만 뇌우를 추적하기 위한 용도일 뿐 다른 비행기를 추적하지는 못한다. 747기의 베테랑 조종사인 카렌 리는 “비행기들은 완전히 장님이다. 말 그대로이든 비유든 간에 주변에 있는 비행기를 전혀 보질 못한다” 고 말했다.

지상 관제사의 처지도 이들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들 역시 레이더를 사용하긴 하지만 레이더는 12초 간격으로 상공을 휙 둘러본다. 12초 이내에 시속 450마일로 날고 있는 비행기들이 서로 충돌할 수도 있다.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관제사는 각각의 비행기를 중심으로 최소한 직경 3마일, 아래 위로 1,000피트의 공간을 확보한다. 하키의 퍽처럼 생긴 안전구역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공항 상공이 비행기들로 매우 혼잡할 경우 관제사는 비행기에 출발 공항에서부터 속도를 시속 450마일에서 250마일로 줄이라고 지시한다. 공항 도착 시각을 지연하게 만드는 것이다.
UPS와 페덱스를 비롯해 모든 민간 항공사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안전 조치는 비용 문제와 직결된다. UPS는 최대의 항공화물처리회사로 8,600명의 직원이 루이빌에 있는 분류 센터에서 시간당 30만4,000건의 소포를 처리하고 있다. 만일 UPS가 항공기의 운항 횟수를 늘릴 수 있다면 시간당 50만건의 소포를 취급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할 수 있다.

현재 UPS는 이런 간격을 줄이고 가능한 한 안전을 유지한 채 전체 항공제어 시스템의 효율을 높여 제공할 신기술을 시험 중에 있다. UPS는 전체 107대에 달하는 보잉 757기와 767기에 레이더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비행기를 파악할 수 있는 컴퓨터 항법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자동항행감시 방송(ADS-B)이라 불린다. 우수한 기술들이 그렇듯이 매우 단순한 구조다. 내장된 ADS-B 세트는 1개의 위성항법장치(GPS), 2개의 펜티엄 마이크로프로세서, 그리고 몇 개의 소프트웨어 및 무선 송·수신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신형 캐딜락의 계기판 내부의 장치들과 비교해봐도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 1대의 비행기에서 무선으로 비슷한 장비를 갖춘 다른 모든 비행기에 비행기의 속도 ·방향 · 고도 GPS 좌표 등을 송신한다. 각각의 비행기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주변의 항공 교통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ADS-B는 지상 관제사가 내리는 비행 명령에서 조종사를 해방시켜준다. 안전 수준은 과거와 동일하다. 조종사는 여전히 연방법상 규정된 비행기 사이 3마일 간격을 준수한다. 그러나 기상 조건이 나빠질 경우 지상의 관제사들이 비행기 간의 간격을 5마일 이상으로 넓히라고 명령하지는 못한다. 5마일은 기상 악화시 필요한 간격이라고 알려져 있다.

조종사의 입장에서 조종석에 ADS-B를 설치하는 것은 일종의 혁명이다. UPS의 조종사 로버트 힐브는 “사람들은 이런 장치가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항공기 파일럿 입장에서는 중요한 진전” 이라고 말했다.
ADS-B는 미 연방항공청(FAA)이 말하는 ‘자유 비행’에 한걸음 다가서게 했다. 민항기 조종사들이 자유 비행을 하면 항로를 자율 결정해서 시간과 연료 사용량을 최소화하게 될 것이다. FAA의 연구자문위원인 찰스 키건은 “우리가 건너야 할 많은 경계를 ADS-B 기술이 가능하게 해준다. 이는 앞으로 운송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반겼다.

UPS 경영진은 이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루이빌 공항의 순간 처리량이 6% 증가할 것이고, 수년 내에 운송 능력이 2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운송 회사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컨티넨털 항공은 대서양 횡단 비행에 이와 유사한 기술을 시험 중이고 페덱스와 에어본 프레이트, 그리고 다른 화물 운송 회사들은 초기의 ADS-B 테스트에 참가한 바 있다.

ADS-B는 악천후 상황이나 관제사가 비행기들 간의 간격을 더 넓혀야 하는 밤에 항공 교통 시스템이 마비될 위험을 막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후에 나올 버전은 조종사들이 공항 유도로를 찾아 기상 조건이 나쁠 때에도 지상에 있는 다른 비행기와 충돌하지 않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의 안개 속에서 정확한 유도로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데 걸리는 추가 시간과 같은 작은 지연의 경우도 누적되면 관제사가 뉴욕과 같이 멀리 떨어진 곳의 항공기 이륙 지연을 명령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커다란 지체를 초래할 수 있다.

UPS는 이미 항공 전자 사업에 간접적으로 뛰어들었다. 1985년 UPS는 주로 소포 추적 시스템을 개발하는 소규모 항공산업 기술 회사인 살렘을 사들였다. 이어 UPS는 항공 전자 시스템을 록웰 콜린스, 하니웰과 같은 메인 프레임 공급업체에서 구입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구입하더라도 사용이 까다롭다는 것을 알았다. 대신 자사 엔지니어들이 항공 전자 시스템의 전문가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곧 UPS 항공기술이란 회사를 만들어 98년 항공화물 컨소시엄으로부터 ADS-B를 화물 비행기의 표준 시스템으로 개발하는 계약을 따냈다.

UPS는 이 프로젝트에 현재까지 약 3,000만달러를 들였다. 가장 어려운 작업 중의 하나는 ADS-B를 정밀성이 떨어지는 기존의 충돌 방지 시스템과 통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기존 시스템은 대부분의 비행기들이 방출하는 트랜스폰더(레이더) 신호를 비행기들이 공중에서 충돌하기 수초 전에 모니터링해 한 대에는 상승을, 다른 한 대에는 하강을 명령함으로써 충돌을 방지한다.

ADS-B는 조종사에게 충돌 가능성을 훨씬 더 빨리 경고하지만, FAA는 여전히 기존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ADS-B의 화면표시장치를 조종석에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UPS의 엔지니어들은 어떤 신호가 가장 정확한 지를 컴퓨터가 결정하여 그 신호를 조종석 단말기에 표시하는 방법을 설계해야 했다. ADS-B의 가격은 제트 비행기 1대당 10만 달러이다. UPS는 자사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와 ADS-B 판매를 병행해서 투자 손실을 만회하려는 중이다. 판매는 아직 FAA의 승인을 받지 못한 록웰 등의 대규모 항공 전자업체 제품과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ADS-B를 사용한다 해도 제트 비행기는 복잡한 항공 교통 통제를 줄이기 위해 규정 항로 수를 줄여야 하는 제약이 뒤따른다. 비행 안전 규칙은 대양에서 비행기 1대당 100마일 간격과 상하 1,000피트의 공간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제한은 모든 항공기에 더 정확한 항법 시스템이 탑재될 때까지 변경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10년이 지나야 진정한 개선이 가능하다. 그때 쯤 수백 마일 떨어져 있는 두 대의 비행기는 컴퓨터로 서로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자동 조율하게 될 것이다.

신기술은 조종사와 관제사 간의 갈등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UPS 노동조합은 궁극적으로 관제사가 비행기 간의 간격을 유지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립조종사연합의 앤드리 드레슬러는 “우리는 이미 조종석에 대해 충분한 책임을 지고 있다” 고 말했다.
UPS의 카렌 리는 “같은 일이 과거 레이더가 도입됐을 때도 발생했다 ”고 말한다. 레이더는 1946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민간 비행기에 처음 도입됐다. 리는 “사람들이 레이더를 믿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곧 이를 신뢰했고 충분히 익숙해졌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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