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20% 상승, 지원은 全無”
| 인건비 비중이 높고, 생산직이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은 주5일 근무제 실시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한 중소 제조업체의 생산라인. | 주5일 근무제 시행이 가시화됐다. 관련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8월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개정안이 당초 예정대로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다.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주5일 근무(주당 40시간 노동)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각은 착잡하다. 주5일 근무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늘어나게 될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안 그래도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는 곳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기업의욕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은 얼마나 늘고 근로자들의 연봉은 어떻게 달라질까. 일단 근로자들에게는 상당한 득이 될 것 같다. 개정안에도 명시돼 있듯 ‘통상임금 수준의 하락 없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게 돼 있어 근로자들의 임금 하락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더라도 생산직의 경우 공장을 멈추지 않는 한 토요일 휴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에서는 토요 근무 임금이 평일 임금의 1.5배(최초 3년간은 1.25배)가 되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수입은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간외 근무를 위해 따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관리비용과 간접비용이 커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휴가일수 역시 기존의 연간 1백일 내외에서 연간 1백40일 내외로 대폭 늘어나는 등 ‘삶의 질’도 높아지게 된다. 이와 달리 기업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일단 대기업의 경우 그동안 부분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해 왔고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덕에 종업원들도 임금보다는 여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주5일 근무에 큰 무리가 없다. 또 중소기업에 비해 총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여력이 있다. 삼성그룹 측은 “주5일 근무제가 법으로 시행될 경우 12만명의 임직원 중 4만5천명이 새로운 법의 적용을 받아 임금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면서 “전체적으로 10∼20% 정도의 인건비 상승 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2만4천명의 직원 중 절반 정도가 새로 주5일 근무제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약 12%의 인건비 상승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른 대기업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LG전자 노경팀의 이희성 과장은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대책이 돈 말고는 뭐가 있느냐”면서 “대기업이야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대기업이 밝힌 연간 10% 수준의 인건비 상승은 한해 임금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장일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여기에 주5일 근무로 인해 업무 집중도와 생산성이 향상될 경우 이 정도 인건비 상승은 감내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노동집약적인 사업구조와 대기업에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하도급 형태 때문에 사실상 주5일 근무가 불가능하다.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한 전자부품 업체 사장은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주5일 근무를 법제화하는 바람에 중소 제조업체들은 일손을 놓아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이 회사 사장은 “대기업에 납기를 맞추고 수출 물량을 채우다 보면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도 일해야 할 판인데 토요일까지 초과 급여를 주고 어떻게 수지를 맞출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5일 근무제에 맞춰 근로자를 더 고용하거나 초과 수당을 줄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단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전기기기 제조업체 사장도 “안 그래도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턱없이 비싼데 주5일 근무까지 시행하면 공장을 하지 말라는 말”이라며 “이참에 회사를 그만두든지 중국으로 옮기든지 고려해 봐야겠다”고 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중소 제조업체 3천4백40개의 2001년도 재무제표 분석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평균 16.53%로 드러났다. 이는 LG전자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 7.5%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당연히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주5일 근무 시행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재학 중소기업중앙회 산업환경부 부장은 “최근 중소기업 1천8백여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안대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더라도 인건비·복리후생비 등 각종 비용 부담이 20%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시행시기를 가능한 뒤로 늦췄으며 좋겠지만 이미 통과된 것이라면 정부에서 지원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4대보험 비용의 경감이나 세제 지원·인건비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실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들은 이번 정부에 조치를 두고 “중소기업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근로자들조차도 주5일 근무보다는 더 많은 임금을 원하고 있는 판에 정부에서 허울 좋은 주5일 근무를 입법화함으로써 임금 인상 요인만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사출공장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우리 회사가 주5일 근무할 여건이 안 된다는 건 사장도 알고 종업원도 안다. 대기업 직원들이나 가능한 주5일 근무를 왜 이렇게 서둘러 법제화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많았던 주5일 근무를 재계에서 강력히 압박해 정치권이 정부안을 받아들인 셈이 됐지만 재계의 근간이 되는 중소업체들은 오히려 이번 정부안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밖으로는 중국이, 안으로는 임금 상승이 중소기업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말이 현재의 중소기업 상황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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