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한 리뉴얼’이 1등 비결
‘은근한 리뉴얼’이 1등 비결
◆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78년 당시 친척이 오너로 있는 ‘동남합성’이라는 화학회사를 경영하던 이윤재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시장에 일찍 뛰어든 결과 동남합성이 계면활성제 분야에서는 자리를 잡았는데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데는 ‘아직’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 “계면활성제요? 쉽게 말해 비누를 연상하면 됩니다. 비누가 물의 표면에 모이면 그 접촉면을 되도록 넓게 하려는 성질이 있어요, 이래서 빨래가 잘되는 거지요. 이런 성질을 응용한 것이 계면활성제 제품들입니다.” 피죤은 계면활성제에서 힌트를 얻은 제품이다. “이거다”라고 탄성은 질렀는데 비누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시장 개척은 까마득했다. “우리가 경쟁회사에 비해 뛰어난 능력은 무엇인가 고민을 했어요. ‘계면활성제 시장에 조금 일찍 뛰어들었다’ ‘기술력이 앞선다’…. 이 정도가 고작이더군요. 똑 부러지게 잘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결론은 피죤에 회사의 ‘핵심역량’(corecompetence)을 집중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때가 그의 나이 마흔넷, 새로운 시작보다는 이제껏 하던 일에서 자리를 굳히는 게 더 어울리는 때였다. 그러나 피죤은 막 시작이었다. 서울 시내 슈퍼마켓을 다 누비고 다니며 피죤 샘플을 뿌렸다. 반상회부터 체육대회까지 아줌마들 모이는 곳이라면 피죤 직원들이 ‘출동’했다. 이회장 역시 중·고등학교 가정과 교사를 만나고 다니며 “피죤 선전이 아니라 의류 세탁의 기본”이라며 제품을 설명했다. “빨래할 때 넣으면 옷감이 보들보들해진다”며 이른바 샘플링 마케팅으로 잠재고객을 만든 것이다. “1t 트럭으로 1천2백대, 개수로는 50만개 샘플을 뿌렸습니다. 지금이야 ‘체험 마케팅’이라고 하지만 당시는 ‘마케팅’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이지요.” 80년에 삼성전자와의 제휴 마케팅한 것이 히트였다. 삼성전자와 혼수용 가전제품을 묶어서 파는데 여기에 피죤을 사은선물로 나눠준 것. “(피죤을) 받기는 받았는데 어떻게 쓰는 것이냐”는 전화가 폭주했다. “됐다.” 이회장은 쾌재를 불렀다. ◆‘되는 사업’에만 집중한다=시장조사 전문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피죤의 시장점유율은 50%대. LG생활건강의 ‘샤프란’이 31%, 옥시의 ‘쉐리’가 14%로 뒤를 따른다. 이회장은 피죤이 업계의 쟁쟁한 라이벌을 따돌리는 비결에 대해 ‘은근한 업그레이드’를 강조했다. “지난 78년 맨 처음 피죤이 개발됐을 때는 ‘비앙카 피죤’ 한 종류였습니다. 90년에는 노란색 ‘미모사 피죤’을 내놓으면서 땀 흡수 기능을 좋게 했습니다. 94년에는 그린, 97년에는 핑크, 지난해에는 화이트 피죤을 내놓았지요.” 까다롭다는 주부들이 채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피죤은 파란색부터 시작해 노란색→그린→핑크→화이트로 ‘진화’해 온 것이다. 처음에는 정전기 방지에서 출발했다면 세탁을 하면 할수록 색깔이 엷어지는 것을 완화시켜 주는 기능, 땀 흡수 기능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최근엔 환경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자 제품에 알로에를 적용하면서 ‘순한 옷, 피부 보호까지’라는 제품 컨셉트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피죤은 월 평균 6천t이 생산·판매된다. 이 분량이면 경부고속도로를 7번이나 왕복하고 남을 정도다. 올해 전망되는 ㈜피죤의 외형은 매출 1천억원대. 피죤에서 5백억원, 나머지 5백억원은 주방세정제 ‘무균무때’, 목욕용품 ‘마프러스’에서 올리고 있다. 무균무때나 마프러스 역시 피죤이 업계 최초로 선보인 제품이다. 이 브랜드에 대해 이회장은 “피죤에서 진화한 확장상품”이라고 소개했다. “김치냉장고 ‘딤채’가 가전시장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잖아요. 세정제도 락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죤이 그랬던 것처럼 무균무때·마프러스도 필수생활용품으로 자리매김시킬 자신 있습니다. 핵심에 집중하면서 외연을 넓히는 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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