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교육 강화, 품질‘수직상승’
직원교육 강화, 품질‘수직상승’
사내로 들어오는 고객들의 불만은 모두 온라인으로 공개 · 처리된다.조양호 회장은 “고객에게서 같은 불만을 두 번 듣는 부서는 존재할 가치도 없다”고 말한다. 고객 불만을 잘못 다루다간 자리가 없어질 판이니 임직원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계 기업 간부인 이영옥 씨는 최근 대한항공 편으로 홍콩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찾은 가방이 이씨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항공 측에 이 사실을 알렸고, 이씨의 가방을 찾기 위해 3명의 직원이 달라붙었다. 우선 탑승객들의 연락처를 검색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한 후 가방을 잘못 가져간 승객을 찾아냈다. 담당 직원이 서울 무악동까지 달려가 바뀐 가방을 되찾은 후 이씨의 분당 집으로 전달해주고 나서야 상황은 종료됐다.
이씨의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과정은 사내 인트라넷에 모두 공개됐다. 이처럼 대한항공의 고객관계관리(CRM)는 매우 체계적이다. 고객의 불만 ·제언을 처리하기 위한 사내 공개처리시스템인 ‘서비스 포럼’은 24시간 온라인 상태다.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 ·기내서신 ·전화 ·팩스 등을 통해 접수된 고객의 목소리는 이 시스템에 모두 등재된다. 그러면 관련 부서가 불만 발생 경위를 조사하고, 즉각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운다. 이 시스템 운용 관계자는 “처리 과정은 모든 임직원에게 공개된다”며 “이를 통해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전사적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조양호 회장도 매일 1시간씩 포럼에 접속해 고객 불만을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놓고 담당자들과 토론한다. 조 회장은 임원회의에서 “항공사의 생명은 서비스인 만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최고 항공사로 인정받는다”며 “고객으로부터 같은 불만을 두 번 듣는 부서는 존재할 가치도 없다”고까지 말했다. 홍보실 권욱민 차장은 “지속적인 서비스 의식개혁 캠페인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고객 불만이 전년에 비해 26% 줄어들었다”고 밝힌다.
고객 서비스의 질을 더욱 높이기 위한 교육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올해를 ‘서비스 교육 혁신의 해’로 정하고 총 175개의 서비스 전문 과정을 개설해 직원들을 교육할 계획이다. 권 차장은 “직원들은 얼마나 많은 승객을 유치했느냐보다 얼마나 서비스의 질을 높였나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한다.
대한항공은 그 동안 규모와 실적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지난해 세계 항공수송 통계에서도 대한항공은 270개 회원사 가운데 화물부문 3위, 여객부문 15위를 기록했다. 한 관계자는 “34년 전 대한항공은 아시아 지역 항공사 가운데 최하위를 맴돌던 부실한 무명 항공사였다”며 “하지만 민영화 이후 기종 현대화와 노선망 확장 등 과감한 투자와 경영혁신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118대의 최신 항공기(화물기 포함)로 29개국 85개 도시를 연결하는 거미줄 같은 노선망을 갖춘 대형 항공사로 성장했다.
규모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질을 높이는 것이다. 몇 차례의 항공기 사고로 시련을 겪었던 만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최근까지 항공기 리뉴얼에 지속적인 투자를 했다. 첨단 기종을 도입하는 한편 노후 항공기는 계속 처분하고 있다. 현재 B747 ·B777 ·B737 ·A330 등 4개 최첨단 기종을 주축으로 99대의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승무원 양성과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2000년 입사해 3년 만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승무원들의 모임인 ‘스카이팀 앰버서더’ 대열에 합류한 김주희 승무원은 “승무원은 교육을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체험했다”고 말한다. 그는 기본과정과 예절 교육 24시간을 포함해 총 176시간의 서비스 교육과 안전 교육 176시간을 거쳐야 했다. 여기에 2~3개월 국내선 탑승 후 264시간짜리 국제선 과정을 마치고서야 정식 승무원이 됐다. 그 후에도 서비스 능력을 높이기 위한 특별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해외 선진 항공사들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 질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해왔다.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의 퍼스트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는 291개 좌석으로 공항 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자체 라운지 20곳 외에 해외 항공사 동맹체(얼라이언스)인 ‘스카이팀(SkyTeam)’에 소속된 340곳의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적 미를 살린 뉴욕 JFK 공항 라운지는 현지 공항의 명물로 통한다.
대한항공의 퍼스트 클래스 서비스 전담반은 고객이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고객에게 연락해 특별히 필요한 사항들을 체크하고, 여행 후에도 문제점을 점검한다. 기내 좌석은 앞으로 독립공간을 갖춘 일명 ‘코쿤 시트’와 인터넷 활용 시스템을 장착하고, 비디오 모니터도 최고 15인치로 확대하는 시설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외국인 승객을 사로잡기 위한 메뉴 개발과 조리사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고객들을 겨냥해서 개발한 비빔밥은 이제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간판 메뉴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대한항공의 비빔밥 개발은 한국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들 간에 볶음밥 등 한국식 메뉴 개발 경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승객을 위한 휠체어 서비스, 기내 DVD 대여 서비스도 돋보인다.대한항공은 2005년까지 세계 10위권(여객 수 기준) 항공사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런 목표가 신형 항공기 몇 대 더 들여온다고 쉽게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과 서비스를 연료 삼아 대한항공이 훨훨 날아오를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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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 간부인 이영옥 씨는 최근 대한항공 편으로 홍콩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찾은 가방이 이씨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항공 측에 이 사실을 알렸고, 이씨의 가방을 찾기 위해 3명의 직원이 달라붙었다. 우선 탑승객들의 연락처를 검색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한 후 가방을 잘못 가져간 승객을 찾아냈다. 담당 직원이 서울 무악동까지 달려가 바뀐 가방을 되찾은 후 이씨의 분당 집으로 전달해주고 나서야 상황은 종료됐다.
이씨의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과정은 사내 인트라넷에 모두 공개됐다. 이처럼 대한항공의 고객관계관리(CRM)는 매우 체계적이다. 고객의 불만 ·제언을 처리하기 위한 사내 공개처리시스템인 ‘서비스 포럼’은 24시간 온라인 상태다.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 ·기내서신 ·전화 ·팩스 등을 통해 접수된 고객의 목소리는 이 시스템에 모두 등재된다. 그러면 관련 부서가 불만 발생 경위를 조사하고, 즉각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운다. 이 시스템 운용 관계자는 “처리 과정은 모든 임직원에게 공개된다”며 “이를 통해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전사적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조양호 회장도 매일 1시간씩 포럼에 접속해 고객 불만을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놓고 담당자들과 토론한다. 조 회장은 임원회의에서 “항공사의 생명은 서비스인 만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최고 항공사로 인정받는다”며 “고객으로부터 같은 불만을 두 번 듣는 부서는 존재할 가치도 없다”고까지 말했다. 홍보실 권욱민 차장은 “지속적인 서비스 의식개혁 캠페인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고객 불만이 전년에 비해 26% 줄어들었다”고 밝힌다.
고객 서비스의 질을 더욱 높이기 위한 교육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올해를 ‘서비스 교육 혁신의 해’로 정하고 총 175개의 서비스 전문 과정을 개설해 직원들을 교육할 계획이다. 권 차장은 “직원들은 얼마나 많은 승객을 유치했느냐보다 얼마나 서비스의 질을 높였나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한다.
대한항공은 그 동안 규모와 실적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지난해 세계 항공수송 통계에서도 대한항공은 270개 회원사 가운데 화물부문 3위, 여객부문 15위를 기록했다. 한 관계자는 “34년 전 대한항공은 아시아 지역 항공사 가운데 최하위를 맴돌던 부실한 무명 항공사였다”며 “하지만 민영화 이후 기종 현대화와 노선망 확장 등 과감한 투자와 경영혁신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118대의 최신 항공기(화물기 포함)로 29개국 85개 도시를 연결하는 거미줄 같은 노선망을 갖춘 대형 항공사로 성장했다.
규모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질을 높이는 것이다. 몇 차례의 항공기 사고로 시련을 겪었던 만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최근까지 항공기 리뉴얼에 지속적인 투자를 했다. 첨단 기종을 도입하는 한편 노후 항공기는 계속 처분하고 있다. 현재 B747 ·B777 ·B737 ·A330 등 4개 최첨단 기종을 주축으로 99대의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승무원 양성과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2000년 입사해 3년 만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승무원들의 모임인 ‘스카이팀 앰버서더’ 대열에 합류한 김주희 승무원은 “승무원은 교육을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체험했다”고 말한다. 그는 기본과정과 예절 교육 24시간을 포함해 총 176시간의 서비스 교육과 안전 교육 176시간을 거쳐야 했다. 여기에 2~3개월 국내선 탑승 후 264시간짜리 국제선 과정을 마치고서야 정식 승무원이 됐다. 그 후에도 서비스 능력을 높이기 위한 특별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해외 선진 항공사들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 질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해왔다.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의 퍼스트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는 291개 좌석으로 공항 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자체 라운지 20곳 외에 해외 항공사 동맹체(얼라이언스)인 ‘스카이팀(SkyTeam)’에 소속된 340곳의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적 미를 살린 뉴욕 JFK 공항 라운지는 현지 공항의 명물로 통한다.
대한항공의 퍼스트 클래스 서비스 전담반은 고객이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고객에게 연락해 특별히 필요한 사항들을 체크하고, 여행 후에도 문제점을 점검한다. 기내 좌석은 앞으로 독립공간을 갖춘 일명 ‘코쿤 시트’와 인터넷 활용 시스템을 장착하고, 비디오 모니터도 최고 15인치로 확대하는 시설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외국인 승객을 사로잡기 위한 메뉴 개발과 조리사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고객들을 겨냥해서 개발한 비빔밥은 이제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간판 메뉴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대한항공의 비빔밥 개발은 한국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들 간에 볶음밥 등 한국식 메뉴 개발 경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승객을 위한 휠체어 서비스, 기내 DVD 대여 서비스도 돋보인다.대한항공은 2005년까지 세계 10위권(여객 수 기준) 항공사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런 목표가 신형 항공기 몇 대 더 들여온다고 쉽게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과 서비스를 연료 삼아 대한항공이 훨훨 날아오를 수 있을지 지켜보자.
“2005년 세계 10위권 항공사 도약” | ||
대한항공이 스카이팀을 통해 거둔 성과는 무엇일까. 심 사장은 우선 수입증대 효과를 꼽는다. 시설 공동사용 ·항공유 공동구매 등으로 원가를 절감한 데다 공동운항으로 효율을 높여 지난 한 해 약 500억원의 수입이 생겼다. 그는 “올해 이런 수입은 800억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늘어난 수입을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평양 노선과 미국 내 노선 공동운항 확대와 좌석 자유판매로 경쟁력을 키운 것도 큰 성과로 꼽았다. 그는 연내 델타항공과의 미 국내선 공동운항 노선을 1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해외 항공사들과의 제휴를 강화해 항공운항 시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자신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회원사 간 서비스 품질의 격차를 줄여 동반 상승 효과를 거두는 것”이라며 “운송 ·객실 규정의 글로벌 표준화와 교육, 고객 서비스 등에서 서로 벤치마킹하며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승객이 여러 차례 다른 항공사를 갈아 타더라도 한 비행기를 이용한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제휴 항공사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심 사장은 서울대 졸업 후 당시 조중훈 대한항공 사장에 발탁돼 한진상사에 입사, 운항 ·정비 ·객실 ·기내식 ·항공보건 담당 임원 등을 거쳐 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입사 35년 만에 항공사 종사자 가운데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에게 남은 목표는 하나다. “2005년까지 대한항공을 반드시 세계 10위권 항공사 반열에 올려놓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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