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변신 실험’ 다시 시험대에
3년의 ‘변신 실험’ 다시 시험대에
올해로 창사 45주년을 맞는 교보생명은 물건너간 상장 문제, 지분과 자금난 논란 등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 신 회장은 지난 9월 19일 부친 신용호 명예 회장의 별세로 명실상부한 친정 체제를 맞게 됐다. 지난 3년 사이 외형보다 내실을 다지며 힘을 쌓아온 교보생명이 이번에도 험로를 잘 헤쳐갈 수 있을까.
자산의 많고 적음보다는 내용과 질을, 그리고 이익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지금은 과도기적 상황이다.” 지난 2000년 5월 교보생명의 사령탑에 오른 신창재(51) 회장은 3년간 이어온 ‘변신 실험’을 이렇게 중간평가한다. 교보생명은 여전히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조금 더 지켜봐달라는 주문이다.
1996년 11월 교보생명 부회장을 맡으면서 의학도(서울대 의대 교수)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그는 회장에 취임하면서 질적 성장을 모토로 내걸었다. 2000년 당시 생명보험업계는 질보다 양 경쟁에 매달리고 있었다.
보험료를 많이 거둬 자산을 불려야 인정받던 때였다. 당연히 수익성은 뒷전으로 밀리게 마련이었다. 물량 공세를 퍼붓기 위해 생활설계사를 대거 뽑았다가 여의치 않으면 내보내는 악순환도 반복되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에서 취임한 신창재 회장은 경영의 패러다임을 외형에서 내실 중심으로 바꿨다. 생보업계의 관행으로 여겨져왔던 ‘덩치 키우기’는 오히려 미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불씨가 될 뿐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교보생명은 무수익 여신을 정리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도 새로 짰다. 해외 채권 등에도 눈을 돌려 다양한 자산운용 수단을 확보했다. 보험계약 과정에서도 금액만 컸지, 수익성은 떨어지는 단체보험 인수를 과감히 포기하기도 했다. 부실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교육 과정도 재단장, 판매 채널의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교보생명의 1999년 회계연도(99년 4월~2000년 3월)와 2002년 회계연도의 모습은 꽤 달라졌다. 점포 수를 1,450개에서 790개로, 생활설계사 수를 5만여 명에서 2만5,000명으로 줄여 군살을 뺐다. 그에 따라 수입보험료도 10조5,568억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보험계약의 질적 판단 기준인 13회차 계약 유지율(고객이 계약을 맺은 뒤 1년 이상 해약하지 않는 비율)은 79.5%로 2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만기에 계약자에게 이자를 더해 돌려주는 월납 저축성 보험의 판매 비율은 46.6%에서 5.8%로 떨어뜨린 반면, 보장성 보험상품의 비율은 39%에서 64.2%로 높였다. 당기순이익도 500억원대에서 3,650억원으로 불어났다. 게다가 자산 건전성의 척도인 순무수익여신 비율은 3%대에서 0.26%로 낮췄다<110쪽 표 참조>.
덩치 키우기보다 이익 창출에 역점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의 관심사는 ‘지속 가능한 이익 창출’이지, 외형이나 순위 경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교보생명은 체질 개선은 어느 정도 매듭지었다. 하지만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던 탓에 위상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특히 대한생명에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를 뺏긴 상황이다.
몇 가지 경영지표를 살펴보자. 교보생명은 2002년 회계연도에서 총자산만 대한생명보다 조금 많았을 뿐 수입보험료 ·당기순이익지 ·지급여력비율 등의 부문에서 대한생명에 뒤졌다.
그나마 2003년 회계연도 1분기(2003년 4~6월)에는 총자산도 대한생명보다 1,000억원 정도 적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대한생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조병진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경영지도팀장은 “보험회사의 경우 영업 기반이 탄탄해야 하는데 교보의 경우 조직 개편 등이 잦았던 탓에 영업력이 다소 흔들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그림 참조> .
사실 교보생명에서는 지난 몇 년간 이른바 ‘과두 체제’에 따른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영업 ·자산운영 등 각 부문을 나눠 맡기다 보니 한때 사장이 4명인 경우도 있었다. 분권의 취지는 나쁘지 않지만 어느 한쪽이 득세하면 알력이 생기게 마련이라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지금은 신창재 회장과 부사장 3명의 라인업이 구축돼 신 회장의 친정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교보생명 측으로선 요즘 보험업계의 경영 환경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점도 고민거리다. 경기 침체로 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업계 ‘빅3’로 꼽히는 삼성 ·대한 ·교보생명의 올 상반기(2003년 4~9월) 초회 보험료(보험가입 후 첫 번째 내는 보험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가량 줄었다. 특히 교보생명의 새로운 계약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5만6,000건 줄어 27만 건이 늘어난 삼성생명, 8만5,000건이 줄어든 대한생명에 뒤처졌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주머니가 가벼워진 고객들이 종신보험 등 고가의 보험상품을 꺼리는 데다 보장성 보험이라도 보험료가 싼 상품 중심으로 계약을 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생명보험사의 매출이 회복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개발원은 한 술 더떠 10월 1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 회계연도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98년 수준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것. 보험개발원은 기업 단체보험의 성장세가 둔화됐고 종신보험을 비롯, 개인 보험시장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러 생명보험 시장이 정체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교보생명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익환 교보생명 부사장은 10월 7일 기자 간담회에서 늦어도 11월 중에 925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의 지급여력비율 기준 강화에 대비, 미리 자본을 확충하려는 계획이다. 지급여력비율(기준 100%)이란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처럼 보험사의 경영상태를 가늠하는 잣대인 셈이다. 올해 1분기 현재 생보업계 빅3의 지급여력비율은 삼성생명 363%, 대한생명 162.3%, 교보생명 161.7%였다.
“자금사정 여의치 않다” 관측도
생명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후순위채 발행 계획을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의 조 팀장은 “지급여력비율과 재무 상황과는 약간 괴리가 있다”며 “교보생명의 경우 지급여력비율은 100%를 넘지만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순자산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펄쩍 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터무니 없는 억측”이라며 “후순위채 발행은 미래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자금 조달 수단을 다양화하는 취지에서다”라고 반박했다.
교보생명의 자금 문제 논란은 정부-삼성 ·교보생명-시민단체 사이에서 겉돌다 올해도 결국 물 건너간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와도 이어져 있다. 교보 측은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5년에 상장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생명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상장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재무 구조도 개선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오 부사장이 10월 7일 꼬인 상장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신 회장의 사재 출연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해프닝만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그만큼 교보생명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위기다.
교보생명측은 지난 89년 교보생명과 90년 삼성생명의 자산재평가에서 시작된 생보사 상장 방안 마련이 10월 17일 다시 유보되자 “이번에도 가이드라인조차 결정되지 않고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유감스럽다”며 “이른 시일 안에 상장 방안이 확정돼 생보사도 자본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교보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 19일 신 회장의 부친인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가 작고한 뒤 지분 정리 등의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의 지분은 신창재 회장 45%, 신 회장의 친인척 19.5%(고 신용호 회장 6.23% 포함), 자산관리공사 35%(대우인터내셔널 24%, 김우중 11%), 기타 0.5%로 나뉘어져 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지분이 겉으론 45%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경영권 분쟁이 생길 수 있어 교보생명이 상장 문제에 삼성생명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는 것.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과 김우중 씨의 지분이 35%에 이르기 때문에 상장을 해서 증자를 하거나 신주를 발행해야 경영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에서다. 만일 골드먼삭스 같은 외국계 투자가가 이 지분을 인수하면 주요 주주가 된다. 물론 교보생명 지분 매각 문제도 상장 지연으로 좀더 복잡하게 꼬이게 됐다.
“상장해야 경영권 유지에도 유리” 분석
교보생명 측은 “신 회장은 명예 회장의 상중에 지분과 관련된 루머가 나오자 사실이 아니라며 동요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친인척 등이 차명으로 신 회장에게 주식을 맡길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교보생명의 보고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올해로 창사 45주년을 맞는 교보생명은 이처럼 난제와 논란 속에 놓여 있다. 오는 2010년 동북아 생보업계 브랜드 선호도 1위 보험사를 꿈꾸는 교보생명의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신 회장은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를 전환하고 체질을 바꾸는 중”이라며 문제는 하나씩 차분히 풀어간다는 생각이다.
교보생명은 이를 위해 ▶2003년은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년으로 삼고 생산성과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2004년까지는 주력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2005년부터는 점차 성장 전략으로 전환해 2007년까지 보험계약 유지율 1위, 판매 채널 생산성 1위로 도약한다는 중간 목표를 설정했다. 명예 회장의 별세로 명실상부한 신 회장 체제를 맞은 교보생명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변신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목표를 온전히 달성할지 주목된다.그림>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산의 많고 적음보다는 내용과 질을, 그리고 이익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지금은 과도기적 상황이다.” 지난 2000년 5월 교보생명의 사령탑에 오른 신창재(51) 회장은 3년간 이어온 ‘변신 실험’을 이렇게 중간평가한다. 교보생명은 여전히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조금 더 지켜봐달라는 주문이다.
1996년 11월 교보생명 부회장을 맡으면서 의학도(서울대 의대 교수)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그는 회장에 취임하면서 질적 성장을 모토로 내걸었다. 2000년 당시 생명보험업계는 질보다 양 경쟁에 매달리고 있었다.
보험료를 많이 거둬 자산을 불려야 인정받던 때였다. 당연히 수익성은 뒷전으로 밀리게 마련이었다. 물량 공세를 퍼붓기 위해 생활설계사를 대거 뽑았다가 여의치 않으면 내보내는 악순환도 반복되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에서 취임한 신창재 회장은 경영의 패러다임을 외형에서 내실 중심으로 바꿨다. 생보업계의 관행으로 여겨져왔던 ‘덩치 키우기’는 오히려 미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불씨가 될 뿐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교보생명은 무수익 여신을 정리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도 새로 짰다. 해외 채권 등에도 눈을 돌려 다양한 자산운용 수단을 확보했다. 보험계약 과정에서도 금액만 컸지, 수익성은 떨어지는 단체보험 인수를 과감히 포기하기도 했다. 부실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교육 과정도 재단장, 판매 채널의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교보생명의 1999년 회계연도(99년 4월~2000년 3월)와 2002년 회계연도의 모습은 꽤 달라졌다. 점포 수를 1,450개에서 790개로, 생활설계사 수를 5만여 명에서 2만5,000명으로 줄여 군살을 뺐다. 그에 따라 수입보험료도 10조5,568억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보험계약의 질적 판단 기준인 13회차 계약 유지율(고객이 계약을 맺은 뒤 1년 이상 해약하지 않는 비율)은 79.5%로 2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만기에 계약자에게 이자를 더해 돌려주는 월납 저축성 보험의 판매 비율은 46.6%에서 5.8%로 떨어뜨린 반면, 보장성 보험상품의 비율은 39%에서 64.2%로 높였다. 당기순이익도 500억원대에서 3,650억원으로 불어났다. 게다가 자산 건전성의 척도인 순무수익여신 비율은 3%대에서 0.26%로 낮췄다<110쪽 표 참조>.
덩치 키우기보다 이익 창출에 역점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의 관심사는 ‘지속 가능한 이익 창출’이지, 외형이나 순위 경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교보생명은 체질 개선은 어느 정도 매듭지었다. 하지만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던 탓에 위상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특히 대한생명에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를 뺏긴 상황이다.
몇 가지 경영지표를 살펴보자. 교보생명은 2002년 회계연도에서 총자산만 대한생명보다 조금 많았을 뿐 수입보험료 ·당기순이익지 ·지급여력비율 등의 부문에서 대한생명에 뒤졌다.
그나마 2003년 회계연도 1분기(2003년 4~6월)에는 총자산도 대한생명보다 1,000억원 정도 적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대한생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조병진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경영지도팀장은 “보험회사의 경우 영업 기반이 탄탄해야 하는데 교보의 경우 조직 개편 등이 잦았던 탓에 영업력이 다소 흔들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그림 참조> .
사실 교보생명에서는 지난 몇 년간 이른바 ‘과두 체제’에 따른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영업 ·자산운영 등 각 부문을 나눠 맡기다 보니 한때 사장이 4명인 경우도 있었다. 분권의 취지는 나쁘지 않지만 어느 한쪽이 득세하면 알력이 생기게 마련이라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지금은 신창재 회장과 부사장 3명의 라인업이 구축돼 신 회장의 친정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교보생명 측으로선 요즘 보험업계의 경영 환경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점도 고민거리다. 경기 침체로 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업계 ‘빅3’로 꼽히는 삼성 ·대한 ·교보생명의 올 상반기(2003년 4~9월) 초회 보험료(보험가입 후 첫 번째 내는 보험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가량 줄었다. 특히 교보생명의 새로운 계약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5만6,000건 줄어 27만 건이 늘어난 삼성생명, 8만5,000건이 줄어든 대한생명에 뒤처졌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주머니가 가벼워진 고객들이 종신보험 등 고가의 보험상품을 꺼리는 데다 보장성 보험이라도 보험료가 싼 상품 중심으로 계약을 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생명보험사의 매출이 회복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개발원은 한 술 더떠 10월 1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 회계연도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98년 수준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것. 보험개발원은 기업 단체보험의 성장세가 둔화됐고 종신보험을 비롯, 개인 보험시장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러 생명보험 시장이 정체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교보생명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익환 교보생명 부사장은 10월 7일 기자 간담회에서 늦어도 11월 중에 925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의 지급여력비율 기준 강화에 대비, 미리 자본을 확충하려는 계획이다. 지급여력비율(기준 100%)이란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처럼 보험사의 경영상태를 가늠하는 잣대인 셈이다. 올해 1분기 현재 생보업계 빅3의 지급여력비율은 삼성생명 363%, 대한생명 162.3%, 교보생명 161.7%였다.
“자금사정 여의치 않다” 관측도
생명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후순위채 발행 계획을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의 조 팀장은 “지급여력비율과 재무 상황과는 약간 괴리가 있다”며 “교보생명의 경우 지급여력비율은 100%를 넘지만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순자산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펄쩍 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터무니 없는 억측”이라며 “후순위채 발행은 미래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자금 조달 수단을 다양화하는 취지에서다”라고 반박했다.
교보생명의 자금 문제 논란은 정부-삼성 ·교보생명-시민단체 사이에서 겉돌다 올해도 결국 물 건너간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와도 이어져 있다. 교보 측은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5년에 상장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생명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상장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재무 구조도 개선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오 부사장이 10월 7일 꼬인 상장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신 회장의 사재 출연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해프닝만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그만큼 교보생명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위기다.
교보생명측은 지난 89년 교보생명과 90년 삼성생명의 자산재평가에서 시작된 생보사 상장 방안 마련이 10월 17일 다시 유보되자 “이번에도 가이드라인조차 결정되지 않고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유감스럽다”며 “이른 시일 안에 상장 방안이 확정돼 생보사도 자본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교보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 19일 신 회장의 부친인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가 작고한 뒤 지분 정리 등의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의 지분은 신창재 회장 45%, 신 회장의 친인척 19.5%(고 신용호 회장 6.23% 포함), 자산관리공사 35%(대우인터내셔널 24%, 김우중 11%), 기타 0.5%로 나뉘어져 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지분이 겉으론 45%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경영권 분쟁이 생길 수 있어 교보생명이 상장 문제에 삼성생명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는 것.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과 김우중 씨의 지분이 35%에 이르기 때문에 상장을 해서 증자를 하거나 신주를 발행해야 경영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에서다. 만일 골드먼삭스 같은 외국계 투자가가 이 지분을 인수하면 주요 주주가 된다. 물론 교보생명 지분 매각 문제도 상장 지연으로 좀더 복잡하게 꼬이게 됐다.
“상장해야 경영권 유지에도 유리” 분석
교보생명 측은 “신 회장은 명예 회장의 상중에 지분과 관련된 루머가 나오자 사실이 아니라며 동요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친인척 등이 차명으로 신 회장에게 주식을 맡길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교보생명의 보고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올해로 창사 45주년을 맞는 교보생명은 이처럼 난제와 논란 속에 놓여 있다. 오는 2010년 동북아 생보업계 브랜드 선호도 1위 보험사를 꿈꾸는 교보생명의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신 회장은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를 전환하고 체질을 바꾸는 중”이라며 문제는 하나씩 차분히 풀어간다는 생각이다.
교보생명은 이를 위해 ▶2003년은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년으로 삼고 생산성과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2004년까지는 주력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2005년부터는 점차 성장 전략으로 전환해 2007년까지 보험계약 유지율 1위, 판매 채널 생산성 1위로 도약한다는 중간 목표를 설정했다. 명예 회장의 별세로 명실상부한 신 회장 체제를 맞은 교보생명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변신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목표를 온전히 달성할지 주목된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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