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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균과 기생충이 당신의 정신 세계도 파고든다

병균과 기생충이 당신의 정신 세계도 파고든다


Diseases of the Mind

올가 스키프코(49)는 운좋게도 성년기의 대부분을 폴란드의 그루스키 마을에서 보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림 중의 하나로 늑대와 스라소니 및 멸종 위기에 있는 유럽 들소의 서식지인 푸시차 비알로비에스카 숲의 한가운데 있는 마을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아름다운 숲은 병을 옮기는 진드기들의 온상지이기도 하다.

스키프코는 10년 전쯤 진드기한테 물린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때부터 두통과 관절통 등 진드기에 의해 전염되는 신경계 질환인 라임병의 전형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1998년 이전에는 치료받으러 다니지도 않았다. “항생제 치료를 받고 좀 나아졌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것은 고통의 시작이었다. 몇해 뒤부터 건망증 증세가 나타났고 말하기도 힘들어졌다. 증세가 심해지면서 보호목 삼림의 일자리를 그만두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그녀는 “입원해 병이 나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집에 돌아가면 내가 좋아하는 글자 맞추기 게임을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의사들은 몇가지 검사를 실시한 후 스키프코의 증세가 오래전에 걸린 라임병의 말기 증세라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자들은 일부 질병이 행동장애를 초래할 수 있음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페니실린이 처음 매독 치료에 사용됐을 때 수천명의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완치되어 정신병원을 퇴원했다. 그러나 이제 과학자들은 정신질환의 경우 감염의 역할이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클지도 모른다는 증거들을 갖고 있다. 이들은 강박장애·양극성 장애·정신분열증 사례들이 다양한 병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밝혀냈고, 자폐증·투레씨 병·거식증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다른 여러가지 정신질환들도 병균에 의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른 병의 증세와 구분이 어려워] 사람들이 ‘위대한 모방가’라고 부르는 매독이 어쩌면 만성질환의 원인들을 밝히는 데 모델이 되는 ‘위대한 설명가’일지도 모른다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루이빌대의 생물학자 폴 이월드는 말했다.

정신질환은 이미 세계 보건문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울증은 하반신 마비에 버금가는 쇠약성 질환이다. 정신질환은 세계 질병부담률(질병의 심각 정도를 정량화해 나타낸 지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께는 15%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신질환의 상당수는 바이러스·박테리아·기생충의 작용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메릴랜드 스탠리 의료연구소의 정신과 의사 E. 풀러 토리는 정신병원들의 과거 자료를 조사한 결과 정신질환도 감염성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평균치 이상의 발병률을 보이는 지역이 수시로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정신질환의 경우에도 병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에 무게를 실어준다. “정신장애는 모든 선진국의 젊은이들에게서 계속 나타나는 주요 만성질환”이라고 하버드대 정책 전문가로 WHO의 정신건강 설문조사를 지휘하는 로널드 케슬러는 말했다.
정신장애와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질환은 아마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균에 의해 일어나는 라임병일 것이다. 1970년대 중반 코네티컷주 라임 지방의 아이들에게서 처음 발견된 라임병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신경계통 장애와 관절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라임병이 우울증 같은 다양한 정신질환 증세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알아냈다. 뉴욕시에서 사는 조(가명)라는 남성은 라임병이 얼마나 심각한 병인지 몸소 체험했다. 1992년 처음 우울증 증세가 시작됐을 때 그는 4년 전 진드기에 물렸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2년 동안 정신병 치료제를 복용해 멍한 상태로 지냈고, 정신병원과 감옥에도 드나들었으며 자살도 시도했다. 뉴저지주에 있는 한 정신병원의 의사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라임병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항생제를 집중 투여하자 조의 상태는 금세 호전됐다. 조는 “눈앞을 가리던 안개들이 걷히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그는 앞으로도 평생 정신병 치료제를 먹으며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일부 정신과 의사들은 이유도 모르는 채 라임병으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수천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라임병의 진단이 까다롭다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모든 라임병 환자들에게서 동그란 발진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아직은 진단 결과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년이나 그 이상의 세월이 지난 뒤 비로소 정신장애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라임병 10건 중 9건은 보고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종(種)이 15개나 되는 보렐리아균은 진드기로 인해 전염되는 세계에서 가장 흔한 박테리아다.

덜 익힌 고기나 고양이 배설물에서 발견되는 톡소 포자충이라는 기생충은 심각한 정신병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기생충이 환각과 정신이상을 일으키는 LSD와 유사한 화학물질의 생성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기생충은 근육이나 뇌조직에서 잠복 중일 때도 다른 면에서는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약화시키고 자극에 대한 반응을 둔화시킨다.

체코 프라하에 있는 샤를대의 연구진은 이 기생충에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자극에 대해 평균치보다 약간 느린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자동차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세배 높다는 뜻이다. 이 병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몹시 충격적이다. 현재 그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은 수십억명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목구멍이 따끔거리는 증세도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린이들은 으레 한두번 연쇄상구균에 감염되게 마련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연쇄상구균 감염 환자 1천명 중 1명은 몇주만에도 갑작스레 강박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연쇄상구균은 면역체계의 과잉반응을 유도해 특정 뇌세포를 공격하고 염증을 유발해 강박장애를 일으킨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소아과 전문의 수전 스웨도는 이런 증상은 보통 몇달이 지나면 잠잠해지지만 다시 재발한다고 말했다. 특히 연쇄상구균에 재감염될 때 재발한다고 한다. 아직 실험단계이기는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혈액에서 이상 항체를 걸러내는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초기에 연쇄상구균을 치료하는 것이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균이나 감염으로 발병하는 강박장애 때문에 걱정이 더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이를 통해 항생제나 백신 혹은 진드기에게 물렸는지 확인하는 방법 등의 치료방법은 더 늘어났다. 유전학자들은 질병으로 인해 특정 유전인자가 활성화돼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정신질환이 발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어떤 유전자를 타고 나느냐에 못지 않게 중요할지 모른다. 그리고 손을 쓰기에도 그쪽이 훨씬 손쉬울 것이다.

With JOANNA KOWALSKA in Wars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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