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좋아야 내 運도 좋다
| 쓰레기산이 명소로 탈바꿈한 서울 상암구장. 그동안 응집됐던 음기(陰氣)가 사라지지 않아 한국 대표팀은 이곳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다. | 지금까지 양택풍수를 논하면서 주로 실내 구조를 언급했는데, 사실 이 양택풍수에서는 실내보다 실외 환경이 더 중요하다. 건물 외관의 변경, 현관의 위치 변경 등 구조적인 교정만으로는 화를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이기엔 역부족이다. 여러 풍수교정법이 실외 환경의 불편함이나 흉의를 어느 정도는 보환할 수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외부 환경은 ‘줄기’, 내부구조는 ‘가지’라는 개념이 풍수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도심지에서 좋은 풍수 입지를 가려내기 위해선 우선 도로(脈)를 위주로 간용(幹龍)·지용(枝龍)·호용(護龍)을 알고, 자신이 보려는 곳이 어디에 속하는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간용’이란 해안도로, 일급 하천과 나란히 뻗은 도로,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도로, 타고 내리는 승객이 많은 역에 연결된 도로, 대기업이나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는 간선도로 등을 말한다. 독자들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주요 도로들이 바로 일급지다. ‘지용’이란 간용과 교차하는 도로나 간용과 수직하고 있는 도로를 말한다. 대부분 간용에 버금갈 만큼 교통량이 많고 번화하다. ‘호용’은 간용과 나란한 도로, 사람의 통행량이나 타고 내리는 승객이 간용에 비해 약간 적은 도로를 말한다. 오래된 건물이 많고, 건물이 밀집된 간용에 비해 흩어져 있다. 여기에서 좋은 입지는 물론 간용과 인접한 장소다. 여기에는 대기업의 본사 빌딩이나 관공서 같은 공공기관이 늘어서 있는 곳이 많다. 큰 자본이 투입된 비즈니스 지역인 것이다. 특히 강 하류나 해안에 위치한 간용은 어김없이 상공업의 발전을 가져오는 길지가 된다. 오늘날 풍수에서는 도심지에 있는 고층 빌딩이나 대규모의 건물을 산악으로 치고, 중간 높이의 빌딩이나 고층 아파트 같은 건물은 구릉이나 작은 산으로 간주한다. 또 기가 모이는 왕혈(旺穴)이 음풍(陰風)으로 말라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언덕이나 산을 ‘모래’라고 하는데, 도심지에서 빌딩이나 고층 아파트가 바로 이 역할을 한다. 이같은 상식적인 입지 조건을 무시하고 내부 구조 교정만으로는 사업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풍수에서는 지세가 높고, 지질이 견고하며, 자연적인 생태계가 남아 있는 장소, 그리고 볕이 좋고 공기가 신선한 곳을 좋은 곳으로 꼽는다. 일반인이라도 무의식적으로 호감이 드는 곳이 바로 좋은 곳이다. 이런 이유로 인적이 드문 ‘베드 타운’은 풍수상으로 좋은 주거지가 아니다. 그밖에 나침반으로 방위를 쟀을 때 자침이 정지하지 않는 지역은 자장에 문제가 있거나, 다른 차원의 힘이 작용하든지, 혹은 불가사의한 힘의 방해가 있는 땅으로 매입이나 거주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풍수 격언이 있다. ‘집을 점쳐 보지 않으면 이웃을 점쳐 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자기 집의 풍수만 신경쓴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란 뜻이다. 이웃 집의 좋은 점과 나쁜 점도 고려해야 한다. 빌딩의 경우 바로 옆에 같은 높이나 한 층 높은 빌딩이 있으면 더욱 좋다. ‘모래’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경쟁보다는 상생의 조화에 더욱 의미를 두는 게 풍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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