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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 건 생존싸움 곳곳서 충돌

사활 건 생존싸움 곳곳서 충돌

한 주부가 무선용 홈네트워크 패드로 집안의 가전기기를 작동해 보고 있다.
무선인터넷 사용 인구가 늘어나며 스마트폰 OS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디지털 TV 분야에서는 미국과 유럽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차세대 연료전지차 개발에서 일본 업체들의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 사진은 도요타에서 개발해 상용화한 연료전지차 프리우스./항공사들은 동맹을 통해 효율을 낳고 있다. 스타 얼라이언스 동맹사 조인들.
-첨단산업은 단순히 앞서가는 기술이 아니다. 해당 기업의 미래가 결정되는 곳이다. 이 때문에 경쟁도 뜨겁다. 사활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각 부문의 상황을 짚어봤다. <편집자> -

[홈네트워크]
전자산업 새판 짜기 시작
MS·소니 ‘표준전쟁’ 주도… 삼성·IBM·도시바도 전략적 대응
전 세계 전자·IT(정보기술) 기업들의 눈은 현재 홈네트워크에 집중돼 있다. 홈네트워크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과거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의 발명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는 시각 때문이다. 홈네트워크란 가정에 있는 각종 전자기기를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인식·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말한다. 이는 집안에 있는 기기끼리의 연동뿐 아니라 홈서버를 통해 집밖의 인터넷과도 연결해 원거리에서도 작동시킬 수 있는 환경이다.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홈네트워크의 센터인 홈서버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통신을 과연 어떤 기기가, 어떤 운영체계로 받아들일 것인지가 핵심이다. 서버 역할을 하는 이 기기의 표준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단말기 역할을 하는 모든 기기들의 부품 구성이 확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홈네트워크 산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MS는 지난 2001년 홈엔터테인먼트용 어플리케이션과 주변기기, 서비스를 담당하는 e-홈 부문을 신설하며 홈네트워크 사업을 준비해 왔다. MS는 가정 내 모든 기기와 네트워크에 MS의 운영체제(OS)를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PC 시장의 한계로 또 다른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MS로서는 홈네트워크를 그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할 경우 가전기기는 소니·삼성·마츠시타가 만들어도 사실상 돈은 MS가 벌게 된다. MS의 이런 구상에 가장 큰 라이벌은 일본의 소니다. 소니의 안도 사장은 지난해 가전쇼(CES)에서 “컬러TV의 지난 50년 역사는 유아기에 불과하다”고 말할 정도로 홈네트워크의 미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소니는 자사의 제품만으로 홈네트워크가 가능할 정도로 이 분야에 앞서 있다. 이미 디지털TV·노트북·디지털 캠코더와 카메라·PDA에 개인용 디지털녹화기(PVR)를 기반으로 하는 홈서버를 시장에 내놓았다. 여기에 가정용 게임기이면서 DVD 기능과 홈서버 기능까지 가능한 PS2는 선진국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MS가 적자에도 불구하고 X박스라는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뛰어든 것도 소니의 독주를 막기 위한 방편이다. 윈도를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미래 홈네트워크 시장을 위해 쓰고 있는 것이다. 소니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NEC·마츠시타 등 일본의 16개 전자업체들과 연합체를 결성해 리눅스의 세력화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IBM도 동참하고 있다. 목표는 윈도 체계를 가전시장에 진입시키려는 MS를 막겠다는 것. 소니와 MS로 대표되는 두 업체를 중심으로 홈네트워크 진영도 자연스럽게 갈라지고 있다. MS는 칩 분야의 인텔과 반도체·가전 분야의 삼성을 묶어 진용을 구축했다. 소니는 PS3에 사용될 셀칩을 만드는 IBM과 반도체 회사인 도시바를 묶어 그룹을 짰다. 현재 양 진영은 홈네트워크 표준 싸움의 가장 큰 세력이다. 이외에도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시스코나 디지털 가전 업체인 필립스가 독자적으로 홈네트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홈네트워크 표준 전쟁이 과거 IBM PC-애플, MS 도스-맥킨토시, 베타방식-VHS방식처럼 제로섬(zero-sum)게임으로 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IT·전자분야 컨설팅 업체인 마인드브랜치의 김준호 수석컨설턴트는 “홈네트워크 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이해 당사자들이 리스크 관리를 많이 해 놓고 있다”며 “한쪽 표준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도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삼성전자를 비롯, 마츠시타·필립스 등 하드웨어 공급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기기를 공급할 태세다. 지난해 6월에는 홈네트워크 표준과 관련해 17개의 세계적인 리딩업체들이 ‘디지털 홈워킹 그룹’(DHWG)이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향후 홈네트워크 표준과 제품개발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인텔·소니·MS·필립스·마츠시타·HP·노키아 등 세계적인 전자·정보통신 업체가 모두 참여했다. 아무리 협의체를 구성했다 해도 기업의 수익과 관계되는 이상 조금이라도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표준을 정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표준에 관한 한 조그만 차이가 10년 후에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호 기자·lukoo@joongang.co.kr>

[차세대 휴대폰 운영체제(OS)]
노키아·MS 힘겨루기 본격화
현재 4파전, 파트너 없는 팜은 쇠락 전망… 삼성은 멀티전략으로 위험 분산
휴대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무선인터넷 시장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젤로스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2008년이면 차세대 휴대폰인 스마트폰 판매량은 연간 2억9천만대에 이르러 세계 휴대폰 시장의 4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한 관련 업계의 패권 다툼도 치열하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 분야다. 휴대폰의 기능이 종전의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수준에서 인터넷 접속을 통한 멀티미디어까지 확산되면서 스마트폰 개발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와 함께 휴대폰용 OS 시장의 주도권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PC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려면 윈도 같은 OS가 필요하듯 스마트폰에도 별도의 OS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OS를 둘러싼 표준 경쟁은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가 주도하는 심비안·팜·마이크로소프트(MS)·리눅스 등 4개 진영이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한인규 선임연구원은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심비안 63%, 팜 14%, MS 12%, 리눅스 1%, 기타 8% 등으로 심비안이 절대적으로 우세”라고 설명했다(2003년 12월 기준). 그러나 올 하반기면 심비안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심비안은 노키아·에릭슨·지멘스 등 선두권 휴대폰 회사들이 지난 1998년에 합작한 OS 개발회사 명칭이자 OS의 이름이다. 무선인터넷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휴대폰 단말기 업체들이 일찌감치 힘을 모은 것. PC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한 MS가 모바일 OS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도록 견제한다는 의미도 있다. 심비안은 전 세계 휴대폰 강자들이 미는 덕분에 가장 많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OS로 부상했다. PC의 OS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MS는 여세를 몰아 스마트폰 OS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며 제품을 내놨다. 그러나 심비안에 밀려 부진한 편이었다. 최근 업계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해 중반 세계 2위업체 모토로라가 심비안에서 탈퇴를 선언하고 MS의 OS를 탑재한 제품 개발 비중을 높이겠다고 선언하는 이변이 벌어진 것.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그룹의 송석헌 책임연구원은 “모토로라 입장에서는 경쟁자인 노키아가 심비안을 주도하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토로라의 변심 이후 MS 진영은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그동안 MS 진영에는 대만의 휴대폰 업체인 미텍·HTC 등과 프랑스의 오렌지(프랑스텔레콤 자회사) 등 세계 휴대폰 업계의 일부 마이너회사들만 참여했었다. 2위업체인 모토로라의 합세는 MS에게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는 것이다. 세계 3위업체인 삼성전자는 ‘멀티OS’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심비안에 출자했기 때문에 노키아 동맹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심비안뿐만 아니라 MS·팜·리눅스를 탑재한 제품도 역시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여러 진영 제품을 모두 개발해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전략이다. 1%의 시장밖에 못 가진 리눅스(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한 OS) 진영은 최근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 일본의 1위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다. 그동안 스마트폰 OS는 단말기 회사들이 임의로 결정해 제품에 탑재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NTT도코모에서 “앞으로는 공급받는 모든 스마트폰에 리눅스 OS를 사용하겠다”고 공고하며 리눅스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PDA로 이름을 얻은 팜의 OS는 향후 입지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인규 IDC 선임연구원은 “팜은 현재 2위지만 핸드스프링과 삼성전자 외에는 이렇다 할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는 심비안·팜·MS·리눅스 순으로 스마트폰 OS 시장이 형성됐지만, 앞으로는 심비안과 MS의 양강구도 속에 리눅스가 약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혜경 기자·vixen@joongang.co.kr>

[디지털TV]
미국식-유럽식 한국서 대리전
각각 고화질-다채널 강점… 국내에서는 지루한 힘겨루기로 시간 낭비
지난 1986년 일본의 NHK는 세계 최초로 고선명(HD) TV인 하이비전의 실험방송에 성공, 이를 세계표준으로 제안했다. 비록 아날로그였지만 일본 정부와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10여년 동안 공을 들여 개발한 것이다. 자존심이 상한 미국은 1년 뒤인 87년 업체간 경쟁을 통해 차세대 TV의 국가표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90년대 초 제너럴 인스트루먼트(GI)가 디지털 방식의 차세대 TV 개발에 성공하자 93년 이를 미국의 표준으로 제정하면서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다. 이에 뒤질세라 유럽도 97년 DVB-T라는 방식을 개발, 표준으로 채택했다. 결국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97년 10월 세가지 방식 모두를 표준으로 승인했다. 하지만 현재 일본식(BST-OFDM)은 일본만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식(ATSC의 8-VSB)과 유럽식(DVB-T의 COFDM)이 세계표준을 차지하기 위해 팽팽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98년 9월 BBC가 디지털방송을 개시했고, 미국도 두 달 뒤인 11월 ABC 등 4대 네트워크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식은 하나의 단위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을 보내는 반면, 유럽식은 하나의 단위 주파수 대역을 수천개로 분할해 3∼4개 방송프로그램을 동시에 보내는 기술이다. 물론 장단점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미국식은 ‘고화질’, 유럽식은 ‘다채널’이 강점이라는 것. 미국식은 HD TV 방송에 유리한 반면, 유럽식은 이동 수신이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HD TV 방송과 이동수신을 모두 겸비한 방식은 없다. 미국식을 채택한 국가는 캐나다·아르헨티나·멕시코·한국이며, 유럽식은 EU를 비롯 싱가포르·호주·인도·홍콩·대만 등이 선택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두 진영의 대리전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97년 12월 정부의 주도로 일찌감치 미국식 전송방식을 국가표준으로 정했지만, 2001년 하반기 MBC가 유럽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의를 제기하면서 브레이크가 걸린 것. 이에 다른 방송사 노조가 동의하면서 지난해 말 광역시를 중심으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시작하려는 계획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논쟁이 되고 있는 전송방식이란 ‘방송 프로그램을 방송국에서 수신기에 전달해 주는 기술규격’이다. 이같은 정부 대 방송사의 대립은 각자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유럽보다 훨씬 큰 미국시장을 보고 있고, 방송사는 이동수신과 다채널을 선호하는 까닭이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 1백20개 채널을 확보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디지털 방송을 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일찍 출발선을 떠난 우리는 전송방식을 놓고 지루한 논리 싸움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디지털TV의 수요는 1천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1백8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이다. 올해는 1천7백여만대, 내년에는 2천5백만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광원 기자·araseo@joongang.co.kr>

[자동차]
환경기술 위해 1, 2위도 제휴
GM-도요타 연료전지 공동개발… “참여 않으면 낙오한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에서는 제휴보다는 인수·합병 등 확장 전략이 유효했다. 이는 지금까지 자동차가 기본적으로 50년 전에 만들어진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설계됐기 때문. 새로운 기술보다는 기존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오면서 시장에서 경쟁했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따른 위험이 크게 없었다. 이 때문에 GM·도요타·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폭스바겐·르노 등 이른바 ‘빅6’와 생존 업체들은 다른 업체와 제휴하기보다는 스스로 생산량을 늘려 원가를 절감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역시 전자 산업 못지않은 기술적 변화를 맞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가 바로 그것.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 규제와 에너지 자원 고갈로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환경기술·연료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동차 업계에서 제휴가 시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선 세계 1위 업체인 GM과 도요타의 제휴가 가장 눈에 띈다. 이 두 회사는 연료전지차의 수소탱크를 만드는 기술과 연료공급 시스템 등에 관한 기술제휴를 한 상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유기창 연구위원은 “세계 1, 2위 자동차 기업이 합작해서 연료전지차 기술을 제휴한 것은 장차 연료전지차 시장을 양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1, 2위가 따로따로 파트너를 찾는 것과 달리 두 업체가 세계 자동차 시장을 완전히 선점하겠다는 의도란 것. 또 다른 거대 업체인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 역시 경쟁사임에도 불구하고 발라드라는 연료전지 전문 부품 회사에 공동으로 투자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발라드의 경우 연료전지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을 가진 회사로 알려졌다”며 “과거 시장 쟁탈전 때에는 메이저 업체가 군소업체를 인수하거나 사업 부문으로 두는 형태가 많았지만 지금처럼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갖춘 선두 그룹끼리 연합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는 연료전지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와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연료전지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드는 막대한 투자비를 고려할 땐 한 기업이 최소한 연간 4백만대 이상 생산하는 수준이 돼야 개발 후에 경제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패 위험까지 고려한다면 실제로 한 회사가 독자적으로 연구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대형 업체끼리 제휴가 불가피한 이유다. 중·소형 업체라고 미래에 대한 투자에 빠질 수는 없다. 이들은 좀더 많은 업체들의 연합체로 연료전지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도 도요타·닛산·다임러크라이슬러·포드·푸조와 함께 초고압 수소저장탱크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또 현대차·도요타·혼다·닛산·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폭스바겐·발라드가 공동으로 연료전지 관련 인프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소업체들이 미래 표준 전쟁에 뛰어드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유기창 연구원은 “후발주자의 경우 현재 시장 경쟁에서도 밀려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동시에 미래 기술에도 대비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 표준 전쟁에 ‘숟가락이라도 하나 얹어 놓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시장 주도권도 놓치고, 막대한 기술 사용료를 제공해야 되기 때문이다. 표준 전쟁이 무서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석호 기자·lukoo@joongang.co.kr>

[항공·해운]
경쟁보다 상호 윈윈이 목적
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스카이팀이 양대 산맥… 해운 분야는 4개 동맹
전 세계 IT업체들이 기술 표준을 중심으로 진영을 짜고 있는 것처럼, 항공과 해운업계에서도 다국적 연합군들이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유는 다르다. 두 업계의 글로벌 동맹은 제휴선을 늘려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다. ‘지구촌’이 아니던 시절에는 사실 별 문제가 없었다. 비행기 타는 사람들이나 물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한 뒤 얘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인구와 물자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 회사의 힘만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전 세계에 영업점과 공항 내 시설, 항만 같은 인프라를 만들고, 수천억원이나 하는 비행기나 배를 구입·임대해 수많은 노선에 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에는 98년 스타 얼라이언스를 시작으로 원월드·스카이팀 등의 글로벌 동맹이 나타났다. 현재 항공동맹 분야는 스타 얼라이언스와 스카이팀이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스타 얼라이언스 진영에는 유나이티드항공·루프트한자항공·아시아나항공 등 17개 항공사가 포진해 있다. 스카이팀에는 에어프랑스·알이탈리아·대한항공 등 6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총 4개 진영이 있는 해운동맹은 지난 95년 그랜드 얼라이언스가 효시다. 현재 해운동맹 분야 1위는 3백37대의 선박을 보유한 CKYH그룹. 코스코(중국)·케이라인(일본)·양밍해운(대만)·한진해운(한국) 등이 손을 잡았다. SKYH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그랜드 얼라이언스는 3백33대의 선박을 보유, 간발의 차이로 2위다. P&O네드로이드(네덜란드)·NYK(일본)·MISC(말레이시아) 등이 짝을 이뤘다. 항공·해운동맹의 효과는 비슷하다. 항공동맹은 항공유와 비행기 부속품 공동 구매와 공동 마케팅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동맹 항공사를 통한 노선망 확대, 연계 승객과 화물이 늘어나 수입도 늘고 있다. 김영섭 아시아나항공 얼라이언스팀 과장은 “지난해 3월 스타 얼라이언스 가입 뒤 2003년 한 해에 3천1백만 달러(약 4백30억원)의 비용 절감·수입 증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2년에 4천5백만 달러, 2003년 7천만 달러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동맹은 대 고객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항공사 승객들은 전 세계 공항의 동맹 항공사 라운지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비행 마일리지도 동맹사끼리 서로 인정해 준다. 배로 화물을 보내는 고객기업(화주)도 해운동맹의 효과를 본다. 동맹을 통해 선사의 배와 노선이 늘어나 화물을 더 빨리 더많이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남권호 굿모닝신한증권 수석연구원은 “특정 지역에서만 사업하는 업체보다는 글로벌 사업망을 갖춘 기업들이 부족한 곳을 보완하고 비용을 낮춘다는 차원에서 행한다”고 설명했다. 권연구원은 “항공과 해운동맹은 경쟁보다는 효율 추구라는 윈윈게임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이혜경 기자·vixen@joongang.co.kr>

[국내 진영간 싸움]
모바일 뱅킹 둘러싸고 은행권 兩分
IC칩 보안기술… 국민은행 선제공격에 非국민은행 뭉쳐
산업표준 문제로 해당 업계가 합종연횡을 벌이는 것은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모바일 뱅킹의 보안기술 표준을 놓고 은행권 1위인 국민은행과 우리·하나·신한·조흥은행 등 비국민은행 진영 사이에 대립각이 날카롭다. 현재 은행권의 이슈는 금융정보를 담은 IC칩을 탑재한 휴대폰을 현금카드 대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대고 사용하는 ‘칩 기반 모바일 뱅킹’. 국민은행과 비국민은행 진영은 모바일 뱅킹용 휴대폰에 장착하는 IC칩에 대한 보안 기술을 놓고 힘을 겨루고 있다. 국민은행은 자체 개발한 보안 기술인 ‘트리플 데스’(3DES)를, 다른 은행들은 은행간 결제를 위해 공동 출자한 기관인 금융결제원이 지정한 보안기술 ‘시드’(SEED)를 밀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 진영에는 제일은행·기업은행·부산은행·외환은행이 가담했다. 2, 3위 이통사인 KTF와 LG텔레콤이 국민은행 진영 은행들과 제휴를 맺고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국민은행 진영은 이에 발끈, SK텔레콤과 손잡고 시드 기술 기반의 모바일 뱅킹 준비에 나섰다. 지난해 11월부터 우리·하나·신한·조흥·광주·전북은행은 SK텔레콤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반 국민은행파로 뜻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간 모바일 뱅킹 보안 기술이 다르면 다른 진영의 ATM에서 휴대폰으로 은행 거래를 할 수 없다. 고객 편의를 위해서는 한가지 기술로 통일 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 연합체 격인 금결원 지정 기술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e비즈니스팀 관계자는 “표준은 누가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손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상당한 투자를 시작한 상황이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한편 모바일 뱅킹은 은행과 이통사 사이에서 줄타기를 벌이는 묘한 서비스다. 은행은 모바일 뱅킹이 활성화되면 창구 고객이 줄어 창구 인력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 이통사는 제휴 은행이 모바일 뱅킹을 위한 고객을 새로 유치해 줌으로써 이동전화 가입자를 늘릴 수 있다. 여기까지는 윈윈게임처럼 보인다. 문제는 은행들이 이통사, 특히 SKT가 금융업에 손을 뻗치는 것을 경계한다는 점이다. SKT가 지난 2001년 은행간 송금, 결제 서비스 ‘네모’와 모바일 신용카드 모네타 서비스를 도입하자 은행과 카드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칩 기반 모바일 뱅킹은 은행과 이통사가 손잡아야 한다. 미래의 적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 역설적이다. <이혜경 기자·vix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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