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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sc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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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이란



개혁파들, 싸워보지도 못하고 주저앉나

이란의 개혁파 세력이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들은 개혁파인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이 2월 20일로 예정된 총선을 중단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보수 강경파인 혁명수호위원회의 성직자들이 80명의 현역 의원들을 포함해 많은 개혁파 인사들의 총선 입후보 자격을 박탈했기 때문이었다. 출마 자격이 박탈된 사람들 중에는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1백여명의 다른 의원들과 함께 의원직을 사퇴한 하타미의 동생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하타미는 총선이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의 소속 정당원들은 왜 그가 보수파에 맞서지 않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하타미는 개혁 공약으로 1997년 대선에서는 70%, 2001년에는 거의 80%의 지지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여름 개혁파에 대한 보수파의 강경 탄압을 허용했고, 많은 사람들은 이번 총선 후 더 많은 탄압이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일부 추종자들은 하타미 역시 보수파의 권력 장악 기도에 대한 항의로 하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명한 이슬람 학자이자 절친한 친구인 모하메드 타키 파젤 메이보디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면서 “그가 하야한다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군사정권? 아니면 혼란? 그는 정부를 보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런 정부가 보전될 가치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BABAK DEHGHANPISHEH



아이티



폭력 사태에 부시 전전긍긍

부시 행정부는 재선을 앞둔 지금 미국 뒷마당 한가운데서 외교정책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무엇보다 피하고 싶어할 것이다. 게다가 난민들이 플로리다주로 밀려들 가능성까지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아이티에서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반대파들 간의 충돌로 49명 이상이 사망했다. 부시 행정부는 서반구의 최빈국인 아이티에서 난민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과 최근 폭력 사태의 예측할 수 없는 확산속도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 정부는 좌익성향의 아리스티드를 늘 탐탁지 않게 생각해 왔다. 아이티의 야당 지도자들은 2000년 대선을 보이콧하고 그 이후 그를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로비를 펼쳐 왔다. 그들은 같은 해 앞서 열린 총선에서 아리스티드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의 폭력사태는 야당을 수세로 몰아넣었다. 그 사태가 지난해까지 아이티 정부를 지지한 무장 갱단에 의해 촉발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야당 지도자들은 북부 도시 고나이베스에서 발생한 폭동과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아리스티드 지지파는 고나이베스를 장악하고 있는 무장 갱단들과 야당이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소재 중남미문제위원회의 래리 번스는 “야당 수뇌부에서 폭력사태가 도가 지나쳤다는데 노심초사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아리스티드는 2006년 2월까지인 공식 임기를 끝까지 마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 정부의 선택안은 해병대 파견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는 듯하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최근 파병안을 배제했다. 유일한 외교적 해결 방안은 1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카리브 공동체에서 나왔다. 야당 의원들과 중립적인 총리를 포함하는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기업인 연합체는 아리스티드의 하야를 계속 주장하며 협상을 거부했다. 미국 정부는 머잖아 본격적인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JOSEPH CONTRERAS and MALCOLM BEITH



노대통령-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대담



“불법 대선자금 관련 기업인 처벌 원하지 않아”

“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기업인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로 바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2월 14일 청와대에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가진 특별대담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날 대담에서 홍회장은 “과거로부터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며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만델라식 대화합과 대사면을 통해 미래지향적 구도를 만드는 게 어떠냐”는 대승적인 접근을 제안했다.

노대통령은 “적절한 선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도 “진상을 다 밝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각오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뒤 국민에게 다시 물어봐야 한다”고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국내 주요 기업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에 대해서는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인들에게까지 과거를 전부 묻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국민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기업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음을 거듭 밝혔다.

이날 노대통령과 홍회장의 대담은 대통령 취임 이후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중앙·조선·동아 등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 중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회 각계의 관심을 모았다.
홍회장은 노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사회의 가장 큰 변화로 ‘권위주의 타파’를 꼽았다. 노대통령도 “나는 국정의 3분의 1 정도는 비서관들과 식사를 하며 격의없는 토론을 한다”며 “청와대 격식 파괴의 큰 이유는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창조적 생산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홍회장은 노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총선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을 전하기도 했다. 홍회장은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 ‘올인’한다는 것을 놓고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 세상에 없는 이상한 법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5년 뒤, 10년 뒤에 후유증이 예상되거나 시스템을 흔드는 정책은 만들지 말라고 지시하고 있다”며 “실용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항상 우선 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성현



김기덕 감독



“앞으로도 내 방식 그대로”

“이라는 건 번개와 같아서 갑자기 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큰 상을 탔다고 갑자기 변화가 있을 이유가 없다. 그동안 해온 방식을 고수할 거다.” 지난 2월 14일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96년 ‘악어’로 데뷔한 김감독은 늘 충격적인 소재와 과감한 표현으로 소수 관객만의 감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베를린 영화제 수상으로 그는 일약 세계적인 감독의 대열에 서게 됐다. 그만의 영화 방식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것이다. 국내 감독이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감독은 2002년 ‘나쁜 남자’로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 진출한 이후 2년만에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손에 거머쥐었다.

이번에 은곰상을 수상한 그의 10번째 영화 ‘사마리아’는 ‘원조 교제’를 하는 여고생 딸(곽지민)과 아빠 영기(이얼)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작품이다. 5억원의 저예산과 11일 동안의 촬영 일정으로 화제를 불러모은 사마리아는 3월 12일 개봉될 예정. 그는 첫 작품 ‘악어’부터 건달과 창녀 등 사회 주변을 맴돌고 있는 3류 인생을 다룬 영화만을 제작했다. 표현 방식이 과격하다 보니 늘 관객들로부터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듣고 있다.

국내에선 ‘나쁜 남자’와 ‘해안선’이란 영화로 관객 40만∼70만명을 동원한 바 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는 없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가 고집하는 영화의 스타일을 바꿀 것 같지는 않지만, 한국 영화팬들은 그의 작품을 좀더 관심을 갖고 보기 시작할 것이다.

박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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