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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와인이 몰려온다

칠레 와인이 몰려온다

비냐 카르멘사의 화이트와인 <카르멘 리저브 샤도네>
이른바 3W가 좋다고 알려진 곳이 칠레다. 날씨(Weather)·여자(Women)·와인(Wine)이 그것인데, 실제로 가보면 “와인은 정말 좋은데, 나머지 2W는 별로”라는 사람도 많다. 어쨌든 칠레 와인은 세계에서 가격 대비 가장 좋은 와인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수출에 주력하는 칠레 와인은 우리나라에서도 수입량이 매년 두 배씩 증가하는 인기 좋은 와인이다. 최근 한-칠레 FTA(지유무역협정) 비준안의 국회 통과로 칠레 와인을 보다 싸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남미의 칠레는 동쪽의 안데스산맥, 서쪽의 태평양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나라다. 지리적으로 다른 지역과 격리돼 병충해가 적다. 지중해성 기후로 겨울에 비가 내리고, 여름에는 덥고 건조하다. 일조량이 풍부해 색깔이 진하고 단맛이 풍부한 포도가 난다. 포도밭이 계곡 사이의 평지에 있고 태평양 한류의 영향을 받아 밤낮의 기온 차가 심하다 보니 더욱 질좋은 와인이 나온다. 칠레는 전 세계 포도밭을 폐허로 만든 필록세라(포도 해충)가 유일하게 침투하지 못한 곳이다. 친환경적인 포도재배가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칠레는 미국 캘리포니아보다 훨씬 앞선 17세기부터 와인을 만들었다. 이때 이미 양적인 팽창을 이뤘지만, 19세기 프랑스에서 까베르네 쏘비뇽과 메를로라는 포도 품종을 수입하면서 질적인 성장이 시작됐다. 19세기 후반 다른 나라들은 필록세라 때문에 병충해 피해를 입지 않은 미국종 포도나무를 들여와 현지 포도나무에 접붙이기를 해야 했다. 그러나 칠레는 접붙이기를 하지 않은 원래의 프랑스 품종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지금도 프랑스 학자들은 연구 목적으로 칠레를 방문한다. 당시 프랑스·이탈리아·독일의 와인업자들이 필록세라를 피해 칠레로 이주하면서 기술 향상도 이뤄졌다. 그러나 과잉생산과 알코올 중독의 폐해가 심각해 1938년부터 새로운 포도밭 조성이 금지됐다. 70년대까지 잇따른 규제조치로 칠레의 와인산업은 침체기로 들어갔다. 그 바람에 칠레는 미국·호주 등 다른 신생 와인국가들보다 뒤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80년대부터 과학적인 기법을 도입하고, 90년대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프랑스·미국·스페인 등의 외국자본이 유입되면서 칠레 와인은 급속하게 세계시장으로 퍼져나갔다. 현 칠레 와인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70년대 캘리포니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외국의 와인업체들이 단독·합작으로 칠레에서 와인을 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값싸고 질 좋다는 이미지를 벗어나 최고급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미겔 또레스를 비롯,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는 칼리테라를, 프랑스의 바롱 필립 드 롯쉴드는 알마비바라는 와인회사를 세웠다. 그 외 샤또 마르고와 샤또 라피뜨 롯쉴드 등 기라성 같은 유명 업체들이 칠레의 와인을 탐내고 있다. 덕분에 칠레 와인산업은 자본이 넉넉해지고 기술이 향상됐다. 현재 칠레 와인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칠레의 와인산지는 옛날에는 포도재배 지역으로는 별로인 수도 산티아고 중심으로 발달했지만, 요즘은 점차 좋은 조건을 갖춘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67년부터 포도밭의 지역별 구분, 면적 제한 등을 시행하다가 95년 원산지 명칭통제제도를 실시해 원산지를 와인상표에 표시하도록 했다. 98년부터는 원산지·포도품종·수확연도·병입 등 표시사항을 규제하기에 이르렀다. 유명한 생산지는 아콩카구아의 카사블랑카, 센트랄 벨리의 마이포, 라펠 등이며, 이들 하부 지역에서 고급 와인이 생산된다. 특히 라펠에 있는 카차포알과 콜차구아는 보르도의 메독에 견줄 만한 최고급 와인산지로 알려져 있다. 칠레는 천혜의 기후조건·최적의 토양과 지형·최고의 포도품종·풍부한 해외 자본·우수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은 이미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진하고 거친 맛에 세련되지 못한 와인도 많다. 발효식품의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상당한 세월이 흘러야 은은하고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노력이 유지된다면 칠레 와인의 깊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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