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콤플렉스
| 일러스트 : 조태호 | 남자들은 여자 앞에서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남성은 기저귀를 찬 아기보다 더 어리석은 치기를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내 페니스가 혹시 남의 것보다 작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 이른바 스몰 페니스 콤플렉스로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비뇨기과 의사로 40여년 동안 환자를 진료하면서 자신의 페니스에 만족하는 남성을 거의 보지 못했을 정도라면 아마 믿지 않을 것이다. 사우나나 골프장의 목욕탕에서 두 남자가 마주치면 서로의 시선은 당장 상대방의 페니스로 달려간다. 두 사람은 서로 눈치를 챌 수 없을 만큼 재빠르게 상대방의 페니스를 관찰한 뒤 자신의 것과 비교한 다음 하던 일을 계속한다. 자신의 것보다 큰 페니스를 발견한 사람은 평소에 느끼던 열등감이 확인된 데 대한 씁쓸한 패배감을 맛보지만, 남보다 자신의 것이 다소라도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목욕 타올을 어깨에 걸친 채 우쭐한 기분으로 뚜벅뚜벅 욕탕에 걸어 들어간다. 하지만 비뇨기과 의사로서 유권해석을 한다면 크기보다는 성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두고 싶다. 비교동물학적으로 관찰해 보면 인간의 성기는 참으로 훌륭한 구조로 설계돼 있으며, 사이즈 또한 결코 작은 편이 아니다. 길이가 1m50cm나 되는 코끼리의 페니스라든가, 직경 30cm에 길이가 3m를 넘는 고래의 페니스가 사이즈 면에서 인간의 그것을 단연 압도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쾌감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페니스를 당해내지 못한다. 인간은 신장의 4%에 불과할 정도로 페니스가 현저하게 축소돼 있다. 반면 고래나 코끼리의 페니스 길이는 신장의 10%를 차지하므로 상대적으로 인간의 페니스가 빈약하게 보인다. 그러나 성감을 감지하는 능력 면에서 인간의 페니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것은 성교시간을 비교해 보면 자명해진다. 교미시간이 길면 천적의 먹이가 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물은 10초 이내의 카메라 셔터 같은 순간에 생식행위가 끝나 버린다. 아무리 길다 해도 1분을 넘는 포유동물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성교시간은 파격적으로 길다. 이것은 힘보다 지략으로 능히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간은 성교를 쾌락의 원천으로 키워올 수 있었다. 인간의 페니스가 섬세하고 체구에 비해 고등동물로서 큰 것도 쾌락주의라는 경향에 편승해 진화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남성의 페니스는 인간의 성생활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고, 그 때문에 남성의 머릿속에 페니스 콤플렉스를 심어놓게 됐을지도 모른다. 비뇨기과 의사라면 누구나 당하는 일이지만 “이렇게 작은 페니스를 가지고도 결혼할 수 있을까요?” 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상담해 오는 남성들의 경우 대부분은 정상적인 상태다. 성기에 대한 상식을 포르노나 선배 동료의 실물을 일견하는 데서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기 열등감은 우연한 기회에 누구나 일어나기 쉽다. 참고로 서울의대 이희영 교수(작고)가 측정한 한국인의 평균치를 보면 이완된 상태에서 길이 7.4cm, 직경 2.8cm, 둘레 8.3cm, 용적 40cc이며, 발기된 상태에서는 길이 12.7cm, 직경 4.1cm, 둘레 11.5cm, 용적 1백40cc로 나타났다. 페니스 길이는 페니스 배면의 길이를 재는 것으로 정하는데 대개 가운데 손가락 길이와 비슷하면 정상에 속한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 여성이 성행위로부터 얼마나 쾌감을 얻는가 여부가 오로지 페니스 크기에 좌우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논리라면 한국인은 유럽인보다, 유럽인은 아랍인보다 섹스 능력이 열등하다는 말이 된다. 그런 논리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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