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방이전 ‘러시’이루나
기업 지방이전 ‘러시’이루나
수도권 ‘엑소더스’가 일어날까.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4월부터 시행된다. 지방이전에 주어지던 기존 세제혜택에 예산 지원이 더해지면서 지방이전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수도권 밖으로 단계적으로 옮겨가야 한다. 고속철도 개통도 이전을 고려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각기 유리한 입지를 내세우며 공공기관 유치에 나섰다. 경기도는 예외. 경기도는 수도권 산업공동화를 우려하고 있다.
코스닥등록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은 4월부터 충북 청원군의 오창공장을 가동한다. 오창공장이 설비를 다 갖추고 풀가동하는 오는 7월이면 전체 임직원 210명 가운데 140명이 오창에서 일하게 된다. 에이스디지텍 인사총무팀의 권세훈 대리는 “기존 수원공장은 계속 가동하지만 본사는 오창으로 내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도 군포공장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고 충북도가 조성한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새로 공장을 짓기로 했다. 유한양행은 2월 초에 “내년 말까지 480억원을 들여 공장을 완공해 2006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서울에 있는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2년여 동안 직원들을 단계적으로 제주도에서 근무하게 하면서 본사 이전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다음의 서울 본사에서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약 800명이 일하고 있다.
기업 본사나 공장의 지방이전이 부쩍 활발해졌다. 지방으로 옮기는 기업에 주어지는 기존 세제혜택에 고속철도 개통, 그리고 정부기관 지방이전이라는 요인이 더해진 결과다. 지난 1월 중순 공포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앞으로 공공기관과 기업의 지방이전에 더욱 가속도를 붙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은 1990년대 말부터 부지가 좁고 설비가 낡은 군포공장 이전을 검토했다. 지난해에 오창단지를 새 입지로 잡았다. 유한양행은 “고속철 개통에 따른 교통편의와 관련, 정부기관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창단지는 경부고속철도 중간역으로 추가된 오송과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오송에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해 생명과학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이 자주 찾아다녀야 하는 식약청 등의 오송 이전도 유인으로 작용했다. 보건복지부의 임종규 보건산업진흥과장은 “식약청과 국립보건원 ·보건산업진흥원 ·독성연구소 등 4개 기관이 2007년까지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송생명과학단지는 4월에 분양된다. 이 곳에는 식약청 등과 관련이 있는 제약 ·바이오 업체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뚜렷한 동기는 세금 절감이다. 유한양행은 공장 지방이전으로 법인세를 줄이게 됐다. 공장을 수도권 바깥으로 옮기면 조세특례제한법을 적용받아 그 해와 이후 5년 동안 법인세를 한푼도 물지 않는다. 다음 5년 동안은 법인세의 50%를 덜 낸다. 유한양행이 지난해 낸 2002 회계연도 법인세는 238억원. 5년 동안 법인세를 전액 감면받고 이후 5년 동안 50%만 낼 경우 세금부담을 1,800억원 이상 덜게 된다.
이익 규모가 커진다면 절감하는 세금액은 더 커진다.
여기에 기존 공장을 매각한 양도차익도 더해진다. 유한양행 홍보팀의 안경훈 주임은 “장부가 669억원인 군포공장을 신일건업에 766억원을 받고 넘겨 97억원의 양도차익이 났다”고 말한다. LG전선의 전북 이전은 부지 매각가격이 안맞아 답보 상태에 빠진 경우. LG전선과 전북도는 군포공장 부지를 주거용지로 용도변경해주기를 원하고 있지만 용도변경 권한을 쥐고 있는 경기도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금이 여전히 가장 큰 유인
에이스디지텍이 지방으로 내려가기로 한 이유도 조세경감이었다.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3월. 법인세 감면 대상 벤처기업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에이스디지텍은 지난 2000년에 벤처기업으로 승인돼 그동안 법인세를 감면받았다. 조세특례제한법은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업체에 그 해와 이후 5년 동안 법인세를 50% 줄여준다.
벤처기업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중소기업청이 심사해 지정한다. 에이스디지텍과 같은 신기술벤처 승인은 2년간 유효하다. 에이스디지텍은 지난 2002년에 다시 벤처기업으로 승인됐다.
하지만 올해 심사에서는 제외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벤처 재지정 여부는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기관의 조언을 받아 결정한다”며 “뚜렷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기청은 “다만 중소기업기본법이 규정한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면 벤처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자본금을 기준으로 할 때 80억원을 넘으면 벤처기업으로 재지정되기 어렵다는 것. 에이스디지텍의 자본금은 2002년 말 60억원에서 지난해 말 83억원으로 증가했다.
벤처기업 지정이 연장되지 않으면 바로 그해부터 법인세를 다 내야 한다. 에이스디지텍은 그러나 지방이전으로 다시 법인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조세특례제한법이 적용되는 것. 벤처기업 제외가 예상되는 B사도 고민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법인세 부담을 더는 방안으로 지방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철 개통은 많은 기업에서 지방이전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아직은 이렇다할 인센티브가 되지 못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월 “82개 대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고속철도 중간역 이전을 원하는 업체는 3개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코스닥에 등록한 R사는 “최근 직원들에게 본사를 옮기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반대가 많아 추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 경영지원팀은 고속철 개통을 계기로 천안 이전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절감되는 법인세를 재원으로 지방근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지만 ‘수도권에 있어야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등의 반대에 밀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혼자들은 회사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한 반면 미혼 직원들은 대부분 반대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안 주임도 “장기적으로 좋은 여건이긴 하지만, 고속철은 지방이전의 주요인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오송에 중간역이 들어서려면 앞으로 6년이 지나야 한다. 국토연구원의 조남건 연구위원은 “고속철 개통을 기업들이 활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한양행의 경우 군포공장에서 일하는 500명 가운데 400명이 오창에서 일하게 된다. 유한양행은 대다수 직원이 이사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이스디지텍도 “직원들이 출퇴근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이에 따라 통근 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중부고속도로를 타면 오창까지는 한 시간 남짓 밖에 안 걸린다.
정부, 특별법으로 지방이전 지원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 본사나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최고 5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또 지방이전 기업이 지역주민을 고용하면 1명당 월 50만원의 보조금이 6개월 동안 지원된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2월 12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지난해 12월 말에 국회에서 가결돼 올해 1월 16일에 공포됐다. 오는 4월부터 시행된다.
골자는 특별회계를 설치해 기업과 대학의 지방이전을 촉진한다는 것. 특별회계는 주세를 재원으로 운용된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내년에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예산으로 5조원을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으로 맨 먼저 추진되는 일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다. 특별법은 18조에서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이 단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고규창 과장은 “공공기관은 정부투자기관과 출자법인 ·출연법인 그리고 개별법률에 따라 세워진 법인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범주에 드는 수도권 내 공공기관은 약 250개로 추산된다.이들 공공기관은 지난 2월에 공문을 받았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주무부처인 건교부의 공공기관지방이전지원단에서 보낸 공문이었다. 수도권에 남아있어야 한다면 그 근거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공공기관지방이전지원단은 “수도권의 모든 공공기관을 옮기는 게 아니라 특성을 고려해 이전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지방이전 대상인지 여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심의해 하반기 중 결정된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대로 시행될지를 놓고도 의문이 제기됐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들이 지방이전을 꺼리는 상황에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시행령안을 만든 산업자원부는 “법에서 정한 사항이고 총리실에서 대통령 직무를 대신 맡기 때문에 애초 일정대로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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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등록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은 4월부터 충북 청원군의 오창공장을 가동한다. 오창공장이 설비를 다 갖추고 풀가동하는 오는 7월이면 전체 임직원 210명 가운데 140명이 오창에서 일하게 된다. 에이스디지텍 인사총무팀의 권세훈 대리는 “기존 수원공장은 계속 가동하지만 본사는 오창으로 내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도 군포공장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고 충북도가 조성한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새로 공장을 짓기로 했다. 유한양행은 2월 초에 “내년 말까지 480억원을 들여 공장을 완공해 2006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서울에 있는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2년여 동안 직원들을 단계적으로 제주도에서 근무하게 하면서 본사 이전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다음의 서울 본사에서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약 800명이 일하고 있다.
기업 본사나 공장의 지방이전이 부쩍 활발해졌다. 지방으로 옮기는 기업에 주어지는 기존 세제혜택에 고속철도 개통, 그리고 정부기관 지방이전이라는 요인이 더해진 결과다. 지난 1월 중순 공포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앞으로 공공기관과 기업의 지방이전에 더욱 가속도를 붙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은 1990년대 말부터 부지가 좁고 설비가 낡은 군포공장 이전을 검토했다. 지난해에 오창단지를 새 입지로 잡았다. 유한양행은 “고속철 개통에 따른 교통편의와 관련, 정부기관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창단지는 경부고속철도 중간역으로 추가된 오송과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오송에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해 생명과학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이 자주 찾아다녀야 하는 식약청 등의 오송 이전도 유인으로 작용했다. 보건복지부의 임종규 보건산업진흥과장은 “식약청과 국립보건원 ·보건산업진흥원 ·독성연구소 등 4개 기관이 2007년까지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송생명과학단지는 4월에 분양된다. 이 곳에는 식약청 등과 관련이 있는 제약 ·바이오 업체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뚜렷한 동기는 세금 절감이다. 유한양행은 공장 지방이전으로 법인세를 줄이게 됐다. 공장을 수도권 바깥으로 옮기면 조세특례제한법을 적용받아 그 해와 이후 5년 동안 법인세를 한푼도 물지 않는다. 다음 5년 동안은 법인세의 50%를 덜 낸다. 유한양행이 지난해 낸 2002 회계연도 법인세는 238억원. 5년 동안 법인세를 전액 감면받고 이후 5년 동안 50%만 낼 경우 세금부담을 1,800억원 이상 덜게 된다.
이익 규모가 커진다면 절감하는 세금액은 더 커진다.
여기에 기존 공장을 매각한 양도차익도 더해진다. 유한양행 홍보팀의 안경훈 주임은 “장부가 669억원인 군포공장을 신일건업에 766억원을 받고 넘겨 97억원의 양도차익이 났다”고 말한다. LG전선의 전북 이전은 부지 매각가격이 안맞아 답보 상태에 빠진 경우. LG전선과 전북도는 군포공장 부지를 주거용지로 용도변경해주기를 원하고 있지만 용도변경 권한을 쥐고 있는 경기도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공기관 유치에 팔 걷은 지자체들 |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지자체들이 바빠졌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광역시장과 도지사가 5년 단위로 지역혁신발전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이에 따라 산 ·학 ·연 협력 활성화와 지역전략산업 발전 고도화 등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역혁신발전계획은 장기적인 구상이다. 구체성이 떨어질 수 있다. 지역혁신발전계획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현안에 더 관심이 끌리게 마련이다. 지자체들에게 있어 초미의 관심사는 공공기관 이전이다. 지자체들은 앞다퉈 추진단 또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유치를 원하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접촉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들은 대상 공공기관과 지역과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설립부지 제공 ·연구인력 지원 등 이전하는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있다. 울산시는 3월에 지역특화산업을 육성하는 데 필수적인 석유화학 등 5개 분야 20개 공공기관 이전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건의했다. 울산시는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석유공사 ·석유품질검사소 ·화학시험연구원 등을, 에너지 분야에서는 가스공사와 에너지관리공단을 유치 대상 기관으로 발표했다. 강원도는 수도권과 가깝고 깨끗한 환경을 내세운다. 강원도는 유치 대상으로 한국관광공사 ·한국수자원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해양연구원 ·석탄합리화사업단 ·광업진흥공사 ·통일교육원 ·통일연구원 등 30여 개를 꼽고 있다. 이밖에 충주시는 국립지리원 ·한국관광공사 ·지방행정연구원 등 20개 기관을 상대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
세금이 여전히 가장 큰 유인
에이스디지텍이 지방으로 내려가기로 한 이유도 조세경감이었다.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3월. 법인세 감면 대상 벤처기업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에이스디지텍은 지난 2000년에 벤처기업으로 승인돼 그동안 법인세를 감면받았다. 조세특례제한법은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업체에 그 해와 이후 5년 동안 법인세를 50% 줄여준다.
벤처기업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중소기업청이 심사해 지정한다. 에이스디지텍과 같은 신기술벤처 승인은 2년간 유효하다. 에이스디지텍은 지난 2002년에 다시 벤처기업으로 승인됐다.
하지만 올해 심사에서는 제외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벤처 재지정 여부는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기관의 조언을 받아 결정한다”며 “뚜렷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기청은 “다만 중소기업기본법이 규정한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면 벤처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자본금을 기준으로 할 때 80억원을 넘으면 벤처기업으로 재지정되기 어렵다는 것. 에이스디지텍의 자본금은 2002년 말 60억원에서 지난해 말 83억원으로 증가했다.
벤처기업 지정이 연장되지 않으면 바로 그해부터 법인세를 다 내야 한다. 에이스디지텍은 그러나 지방이전으로 다시 법인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조세특례제한법이 적용되는 것. 벤처기업 제외가 예상되는 B사도 고민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법인세 부담을 더는 방안으로 지방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철 개통은 많은 기업에서 지방이전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아직은 이렇다할 인센티브가 되지 못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월 “82개 대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고속철도 중간역 이전을 원하는 업체는 3개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코스닥에 등록한 R사는 “최근 직원들에게 본사를 옮기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반대가 많아 추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 경영지원팀은 고속철 개통을 계기로 천안 이전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절감되는 법인세를 재원으로 지방근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지만 ‘수도권에 있어야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등의 반대에 밀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혼자들은 회사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한 반면 미혼 직원들은 대부분 반대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안 주임도 “장기적으로 좋은 여건이긴 하지만, 고속철은 지방이전의 주요인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오송에 중간역이 들어서려면 앞으로 6년이 지나야 한다. 국토연구원의 조남건 연구위원은 “고속철 개통을 기업들이 활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한양행의 경우 군포공장에서 일하는 500명 가운데 400명이 오창에서 일하게 된다. 유한양행은 대다수 직원이 이사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이스디지텍도 “직원들이 출퇴근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이에 따라 통근 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중부고속도로를 타면 오창까지는 한 시간 남짓 밖에 안 걸린다.
정부, 특별법으로 지방이전 지원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 본사나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최고 5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또 지방이전 기업이 지역주민을 고용하면 1명당 월 50만원의 보조금이 6개월 동안 지원된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2월 12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지난해 12월 말에 국회에서 가결돼 올해 1월 16일에 공포됐다. 오는 4월부터 시행된다.
골자는 특별회계를 설치해 기업과 대학의 지방이전을 촉진한다는 것. 특별회계는 주세를 재원으로 운용된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내년에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예산으로 5조원을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으로 맨 먼저 추진되는 일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다. 특별법은 18조에서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이 단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고규창 과장은 “공공기관은 정부투자기관과 출자법인 ·출연법인 그리고 개별법률에 따라 세워진 법인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범주에 드는 수도권 내 공공기관은 약 250개로 추산된다.이들 공공기관은 지난 2월에 공문을 받았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주무부처인 건교부의 공공기관지방이전지원단에서 보낸 공문이었다. 수도권에 남아있어야 한다면 그 근거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공공기관지방이전지원단은 “수도권의 모든 공공기관을 옮기는 게 아니라 특성을 고려해 이전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지방이전 대상인지 여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심의해 하반기 중 결정된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대로 시행될지를 놓고도 의문이 제기됐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들이 지방이전을 꺼리는 상황에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시행령안을 만든 산업자원부는 “법에서 정한 사항이고 총리실에서 대통령 직무를 대신 맡기 때문에 애초 일정대로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경기도는 지방이전에 ‘떨떠름’ |
공장부지를 주거용도로 변경해 매각하면 더 많은 양도차익을 거두게 된다. LG전선의 군포공장 지방이전이 그런 경우로 거론되고 있다.LG전선은 공장부지 7만8,000평을 토지공사에 매각하고 공장을 전북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LG전선의 공장부지를 주거용지로 변경해줄 것을 경기도에 요구했다. LG전선 공장 유치를 바라는 전북도도 용도변경을 원하고 있다. 용도를 변경해야 LG전선이 원하는 가격에 공장부지를 매각하고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용도변경 권한을 쥐고 있는 경기도는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도는 “군포 부지에 아파트는 안되며 수도권에 적합한 첨단 기업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포시도 LG전선 공장이 이전하면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1만여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건교부와 경기도 ·군포시 관계자들은 지난 2월 하순에 국회에서 모여 ‘LG전선 공장부지 전북이전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았다. 경기도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비롯한 정부의 수도권 기업 지방이전에 반대해왔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정부의 수도권공장 지방이전 정책이 국가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경경련)도 3월 초 기자회견을 열어 “99년 이후 지금까지 수도권 기업이 매년 100여 개씩 빠져나갔다”며 “이 때문에 중소 협력업체들이 말라죽을 판”이라고 지방이전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경련의 문병대 회장은 “건교부가 LG전선 부지를 용도변경 하자고 하는데, 이는 수도권 산업공동화와 기업의 도덕적해이를 부추기는 독약 처방”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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