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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니트·리니어 혜성
한번밖에 볼 수 없는 우주쇼 펼쳐진다


니트(NEAT) 혜성은 헤일-밥 혜성처럼 밝지도 않고 핼리 혜성처럼 유명하지도 않지만 두가지 특징이 있다. 지구에서 관찰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점과, 내년부터는 두번 다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 뒤를 따라오는 리니어(LINEAR) 혜성도 마찬가지다. 헤일-밥 혜성과 핼리 혜성처럼 대다수 혜성들은 타원형 공전 궤도 때문에 정기적으로 지구 옆을 날아간다. 그러나 혜성들의 25% 정도는 한번 왔다가는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애스트로노미지(誌) 편집장 데이비드 아이커는 말한다. 그러니까 “평생 한번밖에 볼 수 없는 혜성”이라는 얘기다.

니트와 리니어 혜성의 좀더 희귀한 특징은 육안 관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번만 스쳐지나가는 혜성들의 대다수는 밝기가 낮아 망원경없이는 볼 수가 없다. 그러나 5월 초 이래 북반구의 천문학자들은 남서쪽 하늘 아랫부분에서 니트 혜성의 뚜렷한 모습을 관찰해 오고 있다. 리니어 혜성은 6월 초께 프로키온성(星)과 알파르드성 부근에서 밝은 빛을 내며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남반구에서는 이미 4월부터 니트와 리니어 혜성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두 혜성의 핵심은 직경이 1~2마일밖에 안 되지만, 수증기와 암석들로 구성된 꼬리 부분은 수십만마일이나 뻗쳐 있다. 지난 40억년 동안 이들 두 혜성은 태양계 주변의 오르트 구름(Oort Cloud)에서만 존재해 왔다. 그곳의 다른 혜성들 중에는 ‘평생 한번뿐’인 지구 인근에서의 우주쇼를 위해 대기 중인 혜성들도 있을 것이다.
MARY CARMICHAEL


칸 영화제독일
경영실적 저조한 CEO 해고될 가능성 세계 최고


독일에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노릇을 하기도 쉽지 않다. 독일은 CEO들이 경영실적 저조로 해고될 가능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지난주 대형 유통업체 카르슈타트-쿠엘레의 CEO 자리에서 해고된 볼프강 우르반도 이에 동의할 것이다.

건설팅 업체 부즈 앨런 해밀턴이 지난주 발표한 연례 ‘CEO 승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CEO들은 12명 중 1명꼴로 해고됐다. 보고서 발표가 시작된 1995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실적에 입각한 CEO 해고율은 미국(30명 중 1명)·일본(1백70명중 1명)에서는 떨어졌지만 유럽에서는 상승했다.
요즘 유럽에서는 CEO의 40%만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은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나머지는 해고되거나 기업 합병 등으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보고서 공동 집필자인 롭 슈이트는 해고의 두려움 속에서 일하는 CEO들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해고에 관한 한 CEO라 해서 부하 직원들과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CEO님들, 비정한 고용시장에 들어온 것을 환영하우!
STEFAN THEIL


칸 영화제소장파 판사
진보적 판결로 보수 풍토에 도전장


“매년 7백여명의 젊은이들이 감옥으로 향하는 지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 보편적인 인권의 하나임이 분명하게 확인됐다.”
서울 남부지법 이정렬 판사가 5월 21일종교적 이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가 발표한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이다.

한 소장판사의 파격적 판결은 사회 전반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입법으로 해결할 사안을 사법부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법원이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징조”라는 지지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네티즌 여론조사에선 6대3 정도로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은 병역의무라는 기본 질서가 무너져 국가 존립의 틀까지 흔들릴 것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판사의 판결에 충격을 받은 곳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보수적인 법해석의 관행에 안주해온 사법부 내에서의 파장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 판사는 5월 22일에도 공무원 노조의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조합원 23명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제헌 당시 헌법에 보장된 공무원의 노동3권이 5·16 쿠데타로 부정돼 왔으나 이번 판결로 인해 공무원의 자위행위의 일종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 두 건의 판결은 기존의 판례 및 법원의 태도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어서 법조계내에서 많은 논쟁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판사는 진보적 성향의 법조인 모임으로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우리법연구회’ 회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판사의 판결 내용은 개인의 소신이기에 앞서 사법부내 진보세력, 개혁세력의 집단적 의사가 반영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적 성향의 법조인들은 소장파 인사들의 파격행보가 “시류에 편승하는 행위”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소장파와 재야 법조계에서는 “사법부도 더 이상 개혁의 무풍지대일 수 없으며 사회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박성현


칸 영화제
‘올드보이’ 일냈다


칸이 한국 상업영화의 손을 들어줬다. 5월 23일 폐막된 57회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영화에 심사위원 대상을 주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올드보이’를 호명했다. 지난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한국영화로는 두번째 성과다.

임감독의 ‘취화선’이 한국적 색채를 담은 영화라면 ‘올드보이’는 누아르와 B급 영화의 전통을 이어받은 ‘장르영화’다. 박감독 역시 이 영화가 예술영화가 아닌 “돈버는 영화”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작가주의 영화 ‘사마리아’와도 대조적인 작품이다. 이번 수상은 칸 영화제가 전통적으로 예술영화를 선호해왔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영화비평계가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에서 벗어나 한국 상업영화의 매력과 작품성에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수상작은 지난해 11월 개봉돼 전국에서 3백3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5년 동안 영문도 모르고 독방에 갇혀 있는 한 사내가 자기를 가둔 자를 찾아 복수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을 맡은 최민식은 이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다시한번 입증해보였다. 그는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숨진 낙지 네 마리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가 낙지를 먹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목.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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