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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고유가 등 악재만 부각
“급락은 매수 기회” 반론도

개혁 ·고유가 등 악재만 부각
“급락은 매수 기회” 반론도

면서 가파르게 오른 만큼 급하게 떨어졌다. 외국인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증시의 수요기반을 ‘개혁’하는 일이 급하지 않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에서 벗어났지만 한국 증시를 ‘탄핵’한 외국인들은 언제 이를 기각하거나 철회할까.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탄핵한 데에는 중국의 긴축정책과 임박한 미국의 금리 인상, 그리고 국제유가 급등 등 3가지 대외 악재 탓이 컸다.

교보증권의 임송학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미국의 저금리와 약(弱)달러 덕분에 채권시장과 신흥시장의 증시에 국경을 넘나드는 단기성 투기자금인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자금이 몰렸다”며 “이 같은 투기자금이 청산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특수(特需)까지 맞물려 한국과 대만은 신흥시장에서도 우량 투자처로 각광받아왔다. 그러나 중국의 긴축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기 시작했고, 고유가에 취약한 한국 경제의 고질까지 다시 부각됐다.

증시의 대내 여건도 썩 좋지는 않다. 주식 매수 여력이 없는 기관투자가 등 부실한 수급 구조와 함께 ‘개혁 리스크’를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지만 자칫 잘못해서 시장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반(反)시장적 개혁정책이 나오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런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4월에 936선까지 올랐던 종합주가지수는 5월 18일 현재 741까지 떨어졌다. 증시에서는 “주가가 많이 하락한 것 이외에는 호재가 하나도 없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주가 전망도 비관적으로 변했다. 네덜란드계 ABN암로증권은 5월 13일 한국 증시가 12개월 내에 600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의 정점 도달로 수출 전망이 어두워진 데다 내수 경기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ABN암로는 경기 순환에 극도로 민감한 한국 증시는 과거 OECD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에서 저점까지 떨어질 때 종합주가지수가 해마다 50%씩 빠졌다며 600선도 그나마 ‘덜 공격적인’ 전망이라고 인심을 쓰고 있다.
ABN암로는 외국인이 올해 한국 시장에서 77억 달러를 순매수했고 매입시점의 평균 지수가 880이었던 만큼 외국인도 손해를 봤을 것이라며 주가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때마다 외국인들은 손절매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2개월 전인 지난 3월 18일 골드먼삭스는 대통령 탄핵에도 한국 증시는 1,000포인트의 잠재력은 있다며 상반기 중 1,005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계 증권사의 한국 리포트에 너무 무게를 두지 말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은 영업 측면의 필요에 따라 매도든 매수든 지나치게 공격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손님을 끌기 위해 증시가 오를 때는 더 긍정적으로, 하락장에서는 더 비관적으로 전망하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계 증권사는 상승장에서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지난 4월 프랑스계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삼성전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싼 주식이며 현재의 주가가 너무 낮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목표주가 100만원을 제시했다. 메릴린치증권도 4월 “100만원이 눈앞에 보인다”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5만원에서 95만원으로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외국계의 주가 전망은 어쨌든 시장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5월 초 한진해운을 둘러싸고 벌어진 외국계와 토종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전쟁은 외국인의 시장 지배력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ABN암로가 당시 한진해운에 대해 일방적인 매도의견을 내자 토종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앞다퉈 ABN암로 보고서의 논리적인 결함을 지적하고 나섰지만 떨어지는 주가를 방어하지는 못했다. 외국인 비중이 큰 한진해운에서 외국계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이런 이유로 ABN암로의 이번 보고서도 기분은 나쁘지만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4월 말 이후 주식 매도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다소 줄긴 했지만 5월 14일 현재 거래소 시가 총액 352조6,116억원 가운데 42.78%인 150조8,481억원은 외국인의 손아귀에 놓여 있는 만큼 시장을 움직이는 이들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오죽하면 외국계인 ABN암로증권이 외국인 비중이 큰 주식을 조심하라고 얘기를 할까.
나 홀로 매수세력인 외국인이 ‘팔자’에 나선 탓에 최근 증시의 변동성은 너무 커졌다.

5월 들어 14일까지 종합주가지수 변동성은 평균 3.39%로 전달(1.47%)에 비해 두 배 이상이다. 이런 이유에서 증시 안전판으로서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부실의 늪에 빠진 투자신탁회사는 기관투자가로서의 기능을 오래전에 상실했다. 펀드에 돈이 몰리지 않아 주식을 사들일 여력도 많지 않다. 따라서 유일하게 대규모 투자여력이 있는 것은 연기금뿐이다. 현재 연기금은 주식투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에 발목이 묶여 있는 상태다. 190조원을 운용 중인 57개 국내 연기금의 지난해 말 주식투자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이 중 117조원(3월 말)의 자금을 운용 중인 국민연금은 주식투자 비중이 약 7%(8조원)에 못 미친다.
정부와 여당은 5월 중에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정을 없앤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연기금 부실 가능성을 이유로 한나라당과 민주노총 ·시민단체들이 반대입장이어서 국회 통과를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한국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연기금의 지배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지배구조부터 고쳐라”

앞으로 주가는 어찌 될까. 워낙 단기간에 급격한 기울기로 증시가 하락하다 보니 증권사들도 전망을 내는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고유가 추세가 꺾일 때까지 지수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아예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교보증권은 2분기 750∼850을 거쳐 3분기에도 약세가 이어져 7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화증권 이종우 센터장은 “종합주가지수가 전고점 대비 20%나 하락한 만큼 더 이상 큰 폭의 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외국계 증권사도 모두 부정적이지는 않다. 이원기 메릴린치 서울지점 전무(리서치 헤드)는 내수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정보기술(IT) 관련주는 중국의 경기 둔화나 유가 급등 등의 리스크에 가장 덜 취약하다며 추천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등 대외 변수는 어쩔 수 없더라도 국내 변수는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장을 다독이고 아우르는 개혁이야말로 정부가 관리가능한 몇 안 되는 변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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