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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관료들이 국정 이끈다

기술 관료들이 국정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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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진 체격에 안경을 쓰고 미소를 잘 짓는 우지쑹은 중국에서 가장 어려운 직종에 종사한다. 가뭄이 잦은 이 나라에서 우는 식수뿐 아니라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동시에 천연자원을 대량 소비하는 섬유업 등의 공업 용수가 모자라지 않도록 챙기는 일을 맡고 있다. 명함에 ‘기술경제’ 박사라고 적힌 우는 수학자 출신답게 자신의 임무를 수학적으로 생각하기 좋아한다.

예컨대 중국은 해마다 4백억입방m의 물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안다. 중국의 농업이 미국 농업보다 약 여섯배나 되는 물을 더 낭비한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나 그런 수치가 그에게는 골칫거리가 아니라 위안이 된다. “생각이 명쾌하면 고통이 없다”고 우는 말했다. “차근차근 해나가면 된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기를 잘했다.

중국은 세계적 수준의 만만찮은 기술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고위직 기술관료가 아마 세계에서 가장 많을 것이다. 이 나라는 중앙정부가 사소한 일까지 관리한다. 공산당 정치국원 24명 거의 전원이 베이징석유화공대 같은 대학의 이공계 학위를 갖고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은 전원이 엔지니어 출신이다.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를 비롯한 고위 정치인들이 중국판 MIT라 할 칭화(淸華)대 출신이다. 우지쑹은 수자원을 관리하는 수리부(水利部)의 2인자인 동시에 전인대 의원이다. 세계 최대의 건설공사인 싼샤(三峽)댐 계획에 참여했었다.

1980년대에 중국이 개방정책을 시작할 때는 과학과 기술 수준이 한참 뒤져 있었다. 정부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각 분야에 고급두뇌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술관료들은 위성통신과 무선전화 생산 등의 야심찬 계획을 품었고 덕분에 중국은 신발이나 셔츠 판매를 넘어 급성장할 수 있었다.
현대화가 빨라진다는 것은 곧 이 나라의 인프라도 발맞춰 개량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은 민주주의 체제가 아닌지라 중앙에서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막강한 힘을 지니며, 이들은 그 힘을 이용해 칭하이(靑海)성에서 티베트에 이르는 세계 최고도의 철도와, 닝보(寧波)에서 항저우(杭州)에 이르는 36km 길이의 교량 건설에 착수했다.

지식인들은 대체로 공직에 오래 머물지 못하지만 기술관료들은 고상한 이념보다는 엄연한 사실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정치적 변화의 바람을 덜 탄다. 간쑤(甘肅)성 건설위원회 부주임이었던,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의 후진타오가 출세의 사다리를 그토록 빨리 오른 것은 그때문이었다. “인문계 출신들은 종종 글이나 연설에서 실언을 하게 마련”이라고 국가개발개혁위원회의 경제 전문가 양이융은 말했다. “이공계 출신들은 속마음을 내비칠 입장에 몰리는 일이 없다.”

칭화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양은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지금 한창 지글지글 끓는 중국 경제가 추락하지 않도록 방비하는 일을 한다.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최근 은행들을 상대로 철강 생산 같은 과잉설비로 고통받는 분야의 기업들에 대출을 중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중국에서 기량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관료들이라 해도 복잡한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상당수의 지방 공무원들은 중앙정부의 충고를 무시한다.

서구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를 주무르는 일보다는 사법제도의 개선과 기업·금융 분야의 투명성 제고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나라의 차세대 지도자들은 건설 이상의 일, 다시 말해 마구잡이 성장이 장차 사회경제적·법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정치국에 변호사들이 들어앉는 광경은 기대하지 말라. 양이융의 말마따나 기술관료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중국을 다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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