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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 : 건설물 폐기물 전문업체 인선이엔티…“페콘크리트에서 노다지 캔다”

화제기업 : 건설물 폐기물 전문업체 인선이엔티…“페콘크리트에서 노다지 캔다”

인선이엔티는 건설폐기물에서 순환골재를 골라내는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사진은 건설폐기물 재생과정을 감독하고 있는 직원들.
건설 폐기물을 순환골재 생산기계에 넣으면 고운 모래와 둥그런 자갈이 분리돼 나온다.
인터뷰 오종택 사장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던 거대한 구조물 청계고가도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길이만 5.8㎞에 이르는 이 구조물은 건축 폐기물만도 110만t이 나왔다. 15t 트럭 7만여대가 동원돼야 처리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이 폐기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대부분 건설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처리했다. 하지만 일부는 재활용돼 산뜻한 새 건물로 탄생했다. 일산 식사동에 위치한 3층짜리 인선이엔티 사옥은 청계고가에서 나온 건설폐기물을 이용해 골조공사를 했다. 기둥과 외벽의 30%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일석이조의 사업구조=인선이엔티는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중간처리업, 순환골재(재활용 골재, 재생골재) 생산판매업을 하는 회사로 지난 1997년 설립됐다. 하지만 이 회사의 건설폐기물 수집과 운반업의 역사는 지난 91년 인선개발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설 폐기물 처리업에서 순환골재 개발까지 차근차근 발전해 왔다. 인선이엔티는 일석이조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이 업체는 건설폐기물 처리로 수입을 올린다. 지난해 357억원가량의 매출을 이 분야에서 올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 건설 폐기물을 그냥 버리지 않는다는 것. 인선이엔티는 돈 받고 가져온 폐기물에서 쓸 만한 자재를 뽑아 판매한다. 최근 이 부문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14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2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앞으로 폐기물 재활용 사업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종택 인선이엔티 사장은 “무절제한 개발로 하천·강의 자갈과 모래는 없어진 지 오래 됐다”며 “지금은 석산에서 골재를 캐거나 바다골재를 쓰고 있지만, 이것도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무한정으로 채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순환골재가 지금까지는 보통 공사장 복토 공사에 쓰였지만 앞으로는 정식 골재로도 사용이 가능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기물을 확보하는 데 돈이 들지 않는 만큼 순환골재의 가격은 천연골재의 60∼70% 수준에 불과해 경쟁력이 있다. 게다가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는 내년부터는 관급공사의 경우 순환골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인선이엔티는 사업 초기 다른 회사들처럼 값비싼 유럽산 설비를 들여왔지만 국내 폐기물과 특성이 달라 큰 손해를 봤다. 오종택 사장은 “유럽의 경우 건물을 부순 다음 초기 폐기물의 분류가 잘 되지만 우리 폐기물은 건축자재들이 잔뜩 뒤엉켜 나와 재활용이 힘들었다”며 “우리 건설 폐기물에 맞는 기계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선이엔티는 건설폐기물에서 고순도 순환골재를 만드는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2002년 7월부터는 순환골재 생산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해 연간 100만t 정도의 자갈과 모래를 생산하고 있다. 인선이엔티의 본사 사옥에는 조약돌이 깔린 조그만 연못이 있다. 냇가에서 갓 건져온 듯한 돌들은 폐콘크리트에서 분리해 낸 자갈이라고 한다. 인선이엔티의 순환골재 생산시스템은 98년에는 일본 특허청에 실용신안, 99년 미국 상무국 특허등록을 획득했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에 순환골재시장 매출액의 39%, 처리량 기준 26%를 차지했다.

투명한 회계구조=인선이엔티는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중 유일한 코스닥 등록기업이다. 보통 반년에 한번 실시하는 회계감사를 매 분기별로 실시하고 있다. 이익금도 철저하게 3·3·3·1의 원칙에 따라 운용한다. 앞으로도 30%는 주주, 30%는 회사, 30%는 사원, 나머지 10%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을 지킬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차등배당을 실시했다. 자신이 지분의 70%를 가지고 있었지만, 배당금은 30%만 가져가고 나머지 70%의 배당금은 소액주주에게 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회사를 믿어준 주주에게 감사해 이익금을 배당하려 했는데 제 지분이 너무 많아 꼭 제가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돼버렸어요. 그래서 차등배당을 실시했습니다.” 인선이엔티의 주식은 코스닥업체로서는 드물게 외국자본의 비율이 높다. 특히 외국계 펀드 지분이 높다. 오대표의 지분율은 70%에서 42%까지 떨어졌다. 이를 모두 외국계 펀드회사가 인수했다. 외국 투자가들의 관심을 고려해 올 초에는 뉴욕 시장에서 IR(기업설명회)까지 했을 정도다.

인터뷰 오종택 사장
“건설폐기물업에 대한 인식 바꿀 터”
오종택(44) 인선이엔티 사장은 지난 7월 말 10일간의 휴가를 즐겼다. 지난 1987년 27세때 고향인 전북 김제를 떠나 상경해 중장비 임대업을 시작한 이후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수장비차 몇 대로 시작해 올해 매출액 550여억원을 목표로 하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킬 때까지 그는 쉼 없이 건설현장을 누볐다.

건설폐기물 처리업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80년대 말 롯데월드 신축현장에서 일했다. 엄청난 폐기물이 쏟아졌다. 그때는 폐기물을 난지도에 싣고 가서 버리기만 하면 됐던 시절이죠. 하지만 곧 환경을 생각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짧은 시간에 높은 성장을 이뤘는데. “돈이 생기는 대로 재투자했다. 이익이 생기면 트럭을 사고 폐기물 처리 장비를 샀다. 코스닥에 등록하기 전까지 이익의 90%를 재투자했다고 보면 된다. 골프·콘도·술 등 흔히 돈 좀 만지면 하는 일들을 일절 하지 않았다. 지금도 골프는 잘 못 친다.”

2002년에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로는 유일하게 코스닥에 등록했는데. “코스닥에 등록하기 전까지는 주식을 단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을 정도로 주식에는 관심이 없었다. 물론 자금이 필요해서 코스닥에 등록했지만 무엇보다 건설폐기물 처리업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없애고 싶었다. 이 업종에 대해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로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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