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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가 일으키는 신경계 장애 '라임병'

진드기가 일으키는 신경계 장애 '라임병'

A Disease in Disguise

5년간 계속되는 두통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코네티컷주 트럼불에서 사는 앤디 에클은 다섯살이던 1997년 머리가 쪼개지는 것 같은 두통을 처음 경험했다. 이 두통은 그가 열살이 될 때까지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소염 진통제로 1∼2학년을 어렵게 버텼지만 3학년이 되면서 통증은 관절까지 퍼졌고 5학년 때는 생활이 완전히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됐다. 어머니 낸시는 “다른 아이들이 공놀이를 할 때 앤디는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편두통을 의심한 가족 주치의는 처음에는 편두통약을 처방했다가 나중에는 경련방지제를 썼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그러다 한 동종요법의사가 앤디의 부모에게 라임병 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했다. 검사결과는 음성이었지만 혈액 테스트로 모든 라임병이 확인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염성 질환 전문가는 검사결과에 상관없이 앤디로 하여금 항생제를 맞도록 했다. 앤디는 2002년 11월 11일 처음 항생제를 사용했는데 투약 6일만에 통증이 사라졌다. 결국 지옥처럼 느껴졌던 통증의 정체는 편두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앤디는 진드기에 물렸을 가능성이 컸다.

앤디가 사는 동네에서 라임병은 드문 병이 아니다. 진드기가 새·쥐·다람쥐 등을 통해 사람에게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균을 퍼뜨리면서 여름마다 라임병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라임병은 초기 증상으로 발진이 나타나고 경구용 항생제에 빠르게 반응하는 독감과 유사한 질병을 일으킨다. 이런 감염 증상을 간과하거나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만성적 신경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육체피로나 관절염·우울증이나 불안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억장애나 정신병도 일으킬 수 있다.

컬럼비아대와 뉴욕 주립 정신의학연구소의 브라운 팰론 박사는 “라임병은 매독의 계보를 잇는 ‘위대한 모방가’”라고 말했다. 매독균과 마찬가지로 라임균도 혈류를 타고 다니다 혈관 벽을 통과해 심장·뇌·신경계 등으로 침투해 만성적인 감염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팰론 박사는 라임균이 환자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핵영상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보면 일부 환자의 뇌에서 다발성 경화증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장애가 발견된다.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단일광자방출단층촬영(SPET) 등의 검사에서는 혈류와 글루코스 대사가 고르지 못한 것이 나타난다. 이는 혈관 염증의 일반적인 징후다. 팰론 박사는 “이런 증상은 정상인의 뇌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피부결핵·HIV·만성적 코카인 남용의 경우에나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작용을 통해 보렐리아균이 이런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계 이상을 보이는 라임병 환자의 대부분은 정맥 항생제를 4주간 맞으면 호전된다. 그러나 40%는 치료에 실패하거나 호전됐다가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간다.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서 자란 앨리스 레빗(23)은 열한살 때 질환을 앓기 시작해 5년간 고생하다가 1997년에서야 비로소 라임병 진단을 받았다. 6년간 항생제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를 못보다 운좋게 코네티컷주 오렌지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예일대 출신의 신경과의사 아미람 카츠 박사를 만났다.

카츠는 자연적으로 항체 생성을 유도하기 위해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블린을 사용하는 실험적인 방법을 썼다. 치료 한달만에 레빗은 정상생활을 하게 됐다. 현재 버몬트주 에섹스에 거주하는 레빗은 뮤지컬 코미디를 쓰며 극단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저는 결과가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이 말은 신종 ‘위대한 모방가’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라임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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