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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도전의 스릴과 성취감

극한 도전의 스릴과 성취감

수영 ·사이클 ·마라톤 등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철인 3종 경기를 통해 체력단련을 하고 극기심을 기르는 한편 완주의 성취감까지 맛볼 수 있다고 전한다.
8월 7일 토요일 오전 7시.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 ‘철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근 철인 3종 경기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성공한 오세훈 전 국회의원(법무법인 지성 대표변호사), 한국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협회장이자 올림픽코스를 4번이나 완주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92번이나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 성공한 고영우 고영우산부인과 원장 등.

이날은 철인 3종 경기 동호회 ‘체어맨클럽’이 결성된 후 첫 번째 훈련이 열린 날이다. 체어맨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는 오세훈 변호사는 “앞으로 매주 토요일 아침에 훈련을 할 예정”이라며 “모두 체력 조건과 목표가 달라 처음에는 간단하게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시작된 운동은 그다지 녹록지 않았다. 다소 경사가 있는 대공원 주변 2.2km 코스를 사이클로 열 바퀴 도는 것이었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끝낸 회원들은 모두 사이클에 몸을 실었다. 아침이지만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열기 속에서 회원들은 망설임 없이 사이클 페달을 저어 나갔다.

다섯 바퀴를 돌자 고령에도 선두를 유지하던 고영우 원장이 갑자기 대열을 이탈했다. 65세 나이에 훈련이 벅찼던 것일까. 고 원장은 “다른 사람은 이제야 시작했지만 난 새벽에 나와 이미 80km를 돌았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이어 “지금까지 92번의 마라톤 완주를 비롯해 철인 3종 경기의 철인 코스만 7번을 완주했다”며 “철인 3종이 내 체질에 맞는 운동”이라며 여유있게 훈련장을 떠났다. 고 원장이 말하는 철인 코스는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로 구성돼 있다.

다섯, 여섯 바퀴쯤 돌자 회원들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하고, 여덟 바퀴를 돌자 첫 훈련에 익숙지 않은 회원들이 이구동성 외친다. “몇 바퀴 남았어요.”
이윽고 열 바퀴를 채운 모든 회원들이 다시 처음 스트레칭을 하던 장소에 모였다. 첫 훈련에 사이클로 22km를 돌아서인지 일부 회원들은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

이강년 삼정건설 부회장은 “첫 훈련에 산악자전거를 가져와서 더 힘들었다”고 밝혔다. 자타가 공인하는 재계 최고의 철인 3종 경기 마니아인 유 회장이 갑자기 “지금까진 사이클을 했으니, 이번엔 조깅으로 2.2km 한 바퀴만 더 돌자”고 제안했다. 오 변호사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졌다’는 표정을 짓는다. “사이클로 20km를 넘게 달렸는데 운동량이 부족하냐”는 질문에 유 회장은 “지금 바로 쉬게 되면 다리가 뭉쳐져 더 힘들다”며 “달리기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근육에 좋다”고 대답했다.

체어맨클럽은 한국트라이애슬론 연맹 회장단들이 주축이 돼 발족한 철인 3종 경기 동호회다. 오 변호사를 비롯해 유 회장,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 박병엽 팬택 대표, 박종공 베스트스토어 사장, 정원석 DIG커뮤니케이션 대표, 조용경 포스코개발 부사장 등 CEO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 CEO 외에 고 원장, 김진호 국방대학원 경영학과 교수, 이석우 이석우치과 원장, 탤런트 송일국 씨 등 트라이애슬론에 관심 있는 각계 인사들도 참가하고 있다. 오 변호사는 “CEO뿐 아니라 트라이애슬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모임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라며 “탤런트 유인촌?박상원 씨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가입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를 비롯해 유 회장과 김진용 대표 등은 지난 5월 27일 2004 설악국제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해 ‘올림픽코스’를 완주했다. 유 회장의 완주 기록은 2시간59분24초. 산악자전거 애호가인 오 변호사는 3시간25분14초에 완주했다. 김 대표는 1년여 동안 매주 3, 4회 훈련한 끝에 컷오프시간(3시간30분)을 1분 넘긴 3시간31분으로 첫 완주에 성공했다.

올해 처음으로 철인 3종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한 오 변호사는 “수영과 마라톤은 평소 꾸준히 해와서 무리가 없었지만 사이클을 얕봤던 게 실수였다”며 “사이클로 오르막과 내리막 코스를 반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주를 한 후 느끼는 성취감은 최고”라며 “내년엔 컨디션 조절에 성공해 3시간 내에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비췄다. 유 회장은 “트라이애슬론을 통해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의지력을 배운다”며 “인생살이나 경영에도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 모두가 철인을 목표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회원부터 올림픽코스를 완주하고 철인 코스에 도전하는 회원까지 목표들이 각양각색이다. 처음 철인 3종 운동에 도전하는 정원석 대표는 “남들처럼 거창하게 철인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 수준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탤런트 송일국 씨는 “일반 올림픽코스는 여러 차례 완주에 성공했다”며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철인 코스에 도전해 성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모두가 목표는 다르지만 3종 경기에 대한 애착만은 한 가지다. 박종공 베스트스토어 사장은 “아직 완주는 못했지만 운동을 하게 되면 마음이 즐거워진다”며 “철인 3종 경기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단일 스포츠 종목들과는 달리 일단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며 “때로는 일보다 우선시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수영이나 마라톤을 꾸준히 한 사람들도 무작정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것은 위험하다. 3종 경기는 각기 다른 근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적어도 경기 6개월 전에 3종 경기를 번갈아가면서 골고루 연습해야 한다. 곽경호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감독은 “대부분의 사람이 처음엔 수영 때문에 주저한다”며 “수영장에 가서 자유영 위주로 1.5km 완주를 부담없이 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사이클은 위험한 요소도 많아 안전장비를 갖추고 운동하는 게 좋다”며 “세 가지 종목을 함께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근력도 중요하지만 근전환 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철인 3종 경기란

3종 경기는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의 우리말로, 그 어원은 라틴어다. 트라이는 세 가지, 애슬론은 경기라는 뜻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해변에서 인명구조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1980년 이후로 트라이애슬론은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 스포츠 가운데 하나가 됐으며 한 해 20만 명 이상이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철인 3종 경기는 올림픽코스와 철인 코스가 있으며 94년 9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IOC 총회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철인 3종 경기는 수영부터 시작된다. 1.5km를 헤엄친 뒤 곧바로 자전거로 갈아타야 한다. 자전거로 40km를 돌고 나면 마지막 지옥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또다시 10㎞ 마라톤에 나서야 하기 때문. 고통 끝에 가까스로 결승선을 통과하면 비로소 철인 자격이 부여된다. 김인규 한국트라이애슬론 연맹 사무국장은 “국내 트라이애슬론 동호회원은 전국에 1,500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소득 2만 달러 시대에 활성화되는 고급 스포츠”라고 말했다. 문의 한국트라이애슬론 연맹

(02-3431-6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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