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새 주인공은 광고주의 브랜드?
드라마 새 주인공은 광고주의 브랜드?
TV's New Brand of Stars
ABC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익스트림 메이크오버‘(Extreme Makeover: Home Edition)의 출연진에게는 매주 벅찬 과제가 맡겨진다. 7일만에 한 주택의 모든 방을 완전히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그래도 공구와 가전제품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잡아끌도록 만드는 일보다는 힘들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일요일 아침 8시에 방송되는 시청자 1천4백만~1천5백만명의 이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그 일을 용케 해낸다. 제품은 모두 최대 스폰서인 시어즈 백화점 체인의 것이다.
출연진이 공사하고 디자이너들이 쇼핑할 동안 시어즈의 켄모어 전자제품과 크래프츠맨 공구가 전면과 중앙에 배치된다. 최근 방영분의 끝 무렵 호스트 타이 페닝턴이 디트로이트에서 사는 바던 가족의 완전히 개조된 집을 공개했다.
그 가족은 아주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심리적 보상을 얻는다(양쪽 부모 모두 청각장애인이며 아들 하나는 시각장애와 자폐증을 갖고 있다). 시어즈가 얻는 마케팅 효과도 그에 못지 않다. 시어즈의 조사에 따르면 방송 후 그 백화점에서 쇼핑하겠다는 시청자가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TV업계에는 따뜻하고 기분 좋은 소식이랄 만한 게 많지 않았다. 특히 네트워크 TV가 심했다. 시청자는 수백개의 케이블 및 위성 TV 채널로 분산되고 인터넷·DVD·비디오게임 등 시청자의 관심을 빼앗아갈 만한 매체들이 끝없이 생겨난다.
설상가상으로 광고를 완전히 건너뛸 수 있도록 만든 티보 같은 퍼스널 비디오 리코더 보유 가구가 현재 6백만~7백만에 이른다. 그리고 이 때문에 30초 광고에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는 광고주들은 기분이 영 찜찜하다. ABC·폭스·CBS·NBC의 회당 광고비는 평균 17만5천달러다.
‘익스트림 메이크오버’ 같은 프로그램에 광고업계가 열광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프로그램 제작과 광고를 구분하는 경계선은 모호해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지워졌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들에 대한 마케터들의 수요는 한이 없다. “모든 광고주가 그런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있다”고 통합 영업 전담 부서를 신설한 ABC의 판매책임자 마이크 쇼는 말한다.
그리고 다국적 광고대행사, 리얼리티 TV 프로듀서, 심지어 할리우드 소품 담당자들까지 ‘극중 간접광고’(PPL)를 다룰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너도 나도 모두 이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고 싶어한다. WPP 산하의 광고대행사 ‘미디어에지: cia’는 2003년 TV와 영화의 PPL에 들어간 비용이 총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리모컨을 집어들고 채널을 순례하다 보면 프라임 타임대의 TV가 얼마나 브랜드 중심적이 됐는지 알 수 있다. 포드도 ‘익스트림 메이크오버’에 뛰어들어 그 행운의 가족들에게 신형 무스탕과 픽업을 무료로 제공한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 앞에는 항상 코카콜라가 놓여 있다.
캠벨스 수프는 NBC ‘아메리칸 드림’ 프로그램의 식사 메뉴일 뿐 아니라 줄거리에도 나오고 대화 중에도 언급된다. 방영중단된 NBC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스토랑’에는 여러개의 브랜드가 등장했다. 맨해튼의 음식점 로코스의 창업과정을 보여줬는데 방송 중 식당 주인 로코 디스피리토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자주 사용하고 미쓰비시 자동차를 몰았으며 바에는 쿠어스 맥주만 진열해 놓았다.
11월 말 선보인 TBS의 ‘리얼 길리건스 아일랜드’에는 로우스(집 수리용품 체인) 브랜드가 정기적으로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은 조난자를 다룬 1960년대의 시트콤에 기초한 새로운 리얼리티 시리즈다. 무인도에 버려진 실제 인물들이 스스로 탈출 계획을 세우도록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조직적인 ‘안티’ 움직임도 있다. 이들은 PPL이 기만적인 광고라고 비난하며 그에 대한 법적인 제재를 연방당국에 요청했다. 몇주 이내에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 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보호운동단체인 커머셜 앨러트가 주축이 된 안티 그룹은 차기 의회로 이 문제를 끌고가 PPL 공개법(TV·영화·비디오게임·서적·잡지 등 간접광고가 실린 모든 매체로 하여금 그 광고를 전면에 두드러지게 표시하도록 하는 법)의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중은 1927년의 무선법에 따라 “누가 그들을 설득하려는지 알 권리”를 갖고 있다고 커머셜 앨러트의 게리 러스킨 사무국장은 말한다. 그는 네트워크 방송사들이 “뻔뻔하게 대놓고 그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반면 ‘익스트림 메이크오버’를 감독하는 시어즈의 간부 페리안 그리뇽은 “TV는 진화하는 매체다. 우리는 질적인 측면에서 TV의 진화를 돕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TV는 정말로 진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퇴보하는 것일까. 사실 대형 브랜드들은 1940년대 말부터 약 1960년까지 오리지널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쇼의 ‘황금기’를 포함한 TV 초창기에 스폰서 역할을 했다.
‘콜게이트 코미디 아워’, ‘크래프트 텔레비전 시어터’, ‘포드 텔레비전 시어터’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밀턴 벌은 1948년 선보인 ‘텍사코 스타 시어터’에서 미국의 ‘국민 코미디언’이 됐다.
하지만 오늘날 PPL은 그만한 후광효과가 없다. 이제 그것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터와 소비자들 간의 치열한 싸움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마케팅 공세에 대한 사람들의 인내심은 줄어든 것 같다.
지난해 미 의회가 설정한 텔레마케터 전화 차단 리스트에는 이미 6천4백만개의 전화번호가 등록돼 있다. 지난 1월 미국은 스팸을 불법화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일부 도시에서는 경찰차에 광고를 싣고 예비선거 투표함에 기업 로고를 붙이려는 움직임이 시민들에게 저지당했다. 그들은 메이저리그 야구경기장의 베이스에 붙은 ‘스파이더맨’ 영화 개봉 광고를 제거하도록 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지역의 유서깊은 미식축구 경기장 이름을 몬스터 파크에서 다시 캔들스틱 파크로 환원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마케터들을 저지하거나 피하려 할 때마다 그들은 또 다른 기발하고 은밀한 메시지 전달 수단을 만들어낸다. 자신만의 사적인 볼일이 있다고?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부착된 위즈마크라는 장치 덕택에 이제는 그것도 더 이상 ‘사적인’ 시간이 아니다. 위즈마크에는 하키 퍽 모양의 장치로 센서가 부착돼 있어 사람이 접근해 일을 보기 시작하면 귀에 거슬리는 광고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광고가 갈수록 공격적이 돼 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갈수록 더 짜증을 낸다”고 커머셜 앨러트의 러스킨은 말한다.
PPL의 용도를 대폭 강화한 공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서바이버’·‘견습사원’·‘컨텐더’·‘레스토랑’을 잇달아 히트시킨 대 프로듀서 마크 버넷이다. 버넷은 브랜드를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프로그램 제작 예산 조달에서 브랜드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PPL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그에게 그런 전기를 제공한 것은 ‘서바이버’의 챌린지 우승자들에게 수여된 도리토 과자 봉지와 여섯개 들이 마운틴 듀 팩이었다. 영국 공수부대 출신인 버넷은 그후 그 방식을 가다듬어 영향력 있는 TV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했다. NBC 프로그램 ‘컨텐더’에서 그는 도요타·펩시·게토레이드·홈데포를 끌어들여 독점 스폰서로서 제작비의 큰 부분을 지불하도록 했다.
물론 그 브랜드들은 극중에도 화면에 나가지만 광고시간에도 전통적인 광고를 내보낸다. 누가 그 광고를 팔았을까. NBC가 아니라 버넷이었다. NBC는 그 프로그램의 방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버넷이 광고를 팔 수 있도록 하는 특이한 계약을 했다. “물론 [NBC는] 광고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콘래드 리그스는 말한다. 그는 버넷의 파트너로 주로 브랜드 거래의 협상을 담당한다.
버넷의 최대 히트작인 ‘견습사원’에서는 브랜드가 그 프로그램의 스타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견습사원에게 마텔사의 신제품 완구를 디자인하라는 과제를 주는 식이다.
9월 23일 방영분에서는 견습사원들에게 새로운 맛의 크레스트 치약을 출시하도록 했다. 거의 2분간 크레스트 치약이 프로그램의 스타가 됐다. TV에서 2분이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오락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는지 물으면 사람마다 대답이 다르다. 시어즈는 ‘익스트림 메이크오버’ 방송이 나간 이후 며칠 사이 인터넷 접속이 급증한 것을 내세울 수 있다. P&G의 한 대변인은 ‘견습사원’에서 새로운 맛의 크레스트 치약이 출시된 이후 몇몇 주요 소매점에서 매출이 놀라울 정도로 크게 뛰었다고 말한다. 방송 전 브랜드 매니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50% 정도 높았다.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이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브랜드를 더 잘 기억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30초 광고의 효과를 PPL이 강화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광고 전문가들은 추론한다.
비결은 튀지 않고 줄거리를 산만하게 하지 않으면서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시어즈와 ‘익스트림 메이크오버’가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꼽힌다. “시어즈 방식은 아주 훌륭하다.
집을 짓는 데 도구가 필요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미디어콤의 고위 광고책임자 존 맨델은 말한다. 반면 억지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레스토랑’이 꼽힌다. 뉴욕에 있는 최신식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대표 맥주로 쿠어스를 내놓는다고?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래도 그 방식도 먹혀드는 것 같았다.
이처럼 새로운 광고방식의 효과 측정을 위한 서비스를 새로 제공하는 독립적인 회사는 최소한 세곳이 넘는다. 닐슨의 ‘플레이스*뷰스’ 소프트웨어는 PPL에 관한 모든 자료를 파악한다. 몇회 등장했는지, 어떤 프로그램인지, 그 브랜드가 앞쪽 아니면 뒤쪽에 놓였는지, 몇초 동안 카메라에 잡혔는지, 그리고 어떤 배우가 그에 관해 어떤 말을 했는지 등등.
지난해 가을 프로그램 개편 이후 닐슨은 프라임 타임대의 프로그램들을 1초도 빠짐없이 녹화하며 데이터를 수집했다. 한편 iTVX는 광고주들의 PPL 비용 산정을 돕는다. 그리고 제3의 회사 IAG는 인프로그램 퍼포먼스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정한 프로그램에서 극중 광고된 브랜드를 시청자들이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를 측정하는 서비스다.
그래도 오로지 PPL 효과로만 판매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몇몇 측정 모델이 나와 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라고 광고대행사 마그나 글로벌의 빌 셀라 회장은 말한다. 그저 감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래도 PPL이 앞으로 줄어들기보다 더 많아지리라는 것은 쉽게 감잡을 수 있다. 누가 뭐라든 PPL은 TV 업계의 새로운 골드 러시다. “모든 브랜드 매니저가 자기 제품이 얼마나 많이 언급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미디어콤의 맨델은 말한다.
인기 프로그램이 등장할 때마다 서로 재빨리 베껴대는 것처럼 방송사들의 ‘앞서기’ 경쟁도 예측 가능한 일이다. 최종 심판은 시청자들이 내릴 것이다. 채널을 바꾸든 TV를 완전히 꺼버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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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익스트림 메이크오버‘(Extreme Makeover: Home Edition)의 출연진에게는 매주 벅찬 과제가 맡겨진다. 7일만에 한 주택의 모든 방을 완전히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그래도 공구와 가전제품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잡아끌도록 만드는 일보다는 힘들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일요일 아침 8시에 방송되는 시청자 1천4백만~1천5백만명의 이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그 일을 용케 해낸다. 제품은 모두 최대 스폰서인 시어즈 백화점 체인의 것이다.
출연진이 공사하고 디자이너들이 쇼핑할 동안 시어즈의 켄모어 전자제품과 크래프츠맨 공구가 전면과 중앙에 배치된다. 최근 방영분의 끝 무렵 호스트 타이 페닝턴이 디트로이트에서 사는 바던 가족의 완전히 개조된 집을 공개했다.
그 가족은 아주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심리적 보상을 얻는다(양쪽 부모 모두 청각장애인이며 아들 하나는 시각장애와 자폐증을 갖고 있다). 시어즈가 얻는 마케팅 효과도 그에 못지 않다. 시어즈의 조사에 따르면 방송 후 그 백화점에서 쇼핑하겠다는 시청자가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TV업계에는 따뜻하고 기분 좋은 소식이랄 만한 게 많지 않았다. 특히 네트워크 TV가 심했다. 시청자는 수백개의 케이블 및 위성 TV 채널로 분산되고 인터넷·DVD·비디오게임 등 시청자의 관심을 빼앗아갈 만한 매체들이 끝없이 생겨난다.
설상가상으로 광고를 완전히 건너뛸 수 있도록 만든 티보 같은 퍼스널 비디오 리코더 보유 가구가 현재 6백만~7백만에 이른다. 그리고 이 때문에 30초 광고에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는 광고주들은 기분이 영 찜찜하다. ABC·폭스·CBS·NBC의 회당 광고비는 평균 17만5천달러다.
‘익스트림 메이크오버’ 같은 프로그램에 광고업계가 열광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프로그램 제작과 광고를 구분하는 경계선은 모호해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지워졌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들에 대한 마케터들의 수요는 한이 없다. “모든 광고주가 그런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있다”고 통합 영업 전담 부서를 신설한 ABC의 판매책임자 마이크 쇼는 말한다.
그리고 다국적 광고대행사, 리얼리티 TV 프로듀서, 심지어 할리우드 소품 담당자들까지 ‘극중 간접광고’(PPL)를 다룰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너도 나도 모두 이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고 싶어한다. WPP 산하의 광고대행사 ‘미디어에지: cia’는 2003년 TV와 영화의 PPL에 들어간 비용이 총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리모컨을 집어들고 채널을 순례하다 보면 프라임 타임대의 TV가 얼마나 브랜드 중심적이 됐는지 알 수 있다. 포드도 ‘익스트림 메이크오버’에 뛰어들어 그 행운의 가족들에게 신형 무스탕과 픽업을 무료로 제공한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 앞에는 항상 코카콜라가 놓여 있다.
캠벨스 수프는 NBC ‘아메리칸 드림’ 프로그램의 식사 메뉴일 뿐 아니라 줄거리에도 나오고 대화 중에도 언급된다. 방영중단된 NBC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스토랑’에는 여러개의 브랜드가 등장했다. 맨해튼의 음식점 로코스의 창업과정을 보여줬는데 방송 중 식당 주인 로코 디스피리토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자주 사용하고 미쓰비시 자동차를 몰았으며 바에는 쿠어스 맥주만 진열해 놓았다.
11월 말 선보인 TBS의 ‘리얼 길리건스 아일랜드’에는 로우스(집 수리용품 체인) 브랜드가 정기적으로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은 조난자를 다룬 1960년대의 시트콤에 기초한 새로운 리얼리티 시리즈다. 무인도에 버려진 실제 인물들이 스스로 탈출 계획을 세우도록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조직적인 ‘안티’ 움직임도 있다. 이들은 PPL이 기만적인 광고라고 비난하며 그에 대한 법적인 제재를 연방당국에 요청했다. 몇주 이내에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 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보호운동단체인 커머셜 앨러트가 주축이 된 안티 그룹은 차기 의회로 이 문제를 끌고가 PPL 공개법(TV·영화·비디오게임·서적·잡지 등 간접광고가 실린 모든 매체로 하여금 그 광고를 전면에 두드러지게 표시하도록 하는 법)의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중은 1927년의 무선법에 따라 “누가 그들을 설득하려는지 알 권리”를 갖고 있다고 커머셜 앨러트의 게리 러스킨 사무국장은 말한다. 그는 네트워크 방송사들이 “뻔뻔하게 대놓고 그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반면 ‘익스트림 메이크오버’를 감독하는 시어즈의 간부 페리안 그리뇽은 “TV는 진화하는 매체다. 우리는 질적인 측면에서 TV의 진화를 돕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TV는 정말로 진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퇴보하는 것일까. 사실 대형 브랜드들은 1940년대 말부터 약 1960년까지 오리지널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쇼의 ‘황금기’를 포함한 TV 초창기에 스폰서 역할을 했다.
‘콜게이트 코미디 아워’, ‘크래프트 텔레비전 시어터’, ‘포드 텔레비전 시어터’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밀턴 벌은 1948년 선보인 ‘텍사코 스타 시어터’에서 미국의 ‘국민 코미디언’이 됐다.
하지만 오늘날 PPL은 그만한 후광효과가 없다. 이제 그것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터와 소비자들 간의 치열한 싸움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마케팅 공세에 대한 사람들의 인내심은 줄어든 것 같다.
지난해 미 의회가 설정한 텔레마케터 전화 차단 리스트에는 이미 6천4백만개의 전화번호가 등록돼 있다. 지난 1월 미국은 스팸을 불법화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일부 도시에서는 경찰차에 광고를 싣고 예비선거 투표함에 기업 로고를 붙이려는 움직임이 시민들에게 저지당했다. 그들은 메이저리그 야구경기장의 베이스에 붙은 ‘스파이더맨’ 영화 개봉 광고를 제거하도록 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지역의 유서깊은 미식축구 경기장 이름을 몬스터 파크에서 다시 캔들스틱 파크로 환원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마케터들을 저지하거나 피하려 할 때마다 그들은 또 다른 기발하고 은밀한 메시지 전달 수단을 만들어낸다. 자신만의 사적인 볼일이 있다고?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부착된 위즈마크라는 장치 덕택에 이제는 그것도 더 이상 ‘사적인’ 시간이 아니다. 위즈마크에는 하키 퍽 모양의 장치로 센서가 부착돼 있어 사람이 접근해 일을 보기 시작하면 귀에 거슬리는 광고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광고가 갈수록 공격적이 돼 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갈수록 더 짜증을 낸다”고 커머셜 앨러트의 러스킨은 말한다.
PPL의 용도를 대폭 강화한 공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서바이버’·‘견습사원’·‘컨텐더’·‘레스토랑’을 잇달아 히트시킨 대 프로듀서 마크 버넷이다. 버넷은 브랜드를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프로그램 제작 예산 조달에서 브랜드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PPL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그에게 그런 전기를 제공한 것은 ‘서바이버’의 챌린지 우승자들에게 수여된 도리토 과자 봉지와 여섯개 들이 마운틴 듀 팩이었다. 영국 공수부대 출신인 버넷은 그후 그 방식을 가다듬어 영향력 있는 TV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했다. NBC 프로그램 ‘컨텐더’에서 그는 도요타·펩시·게토레이드·홈데포를 끌어들여 독점 스폰서로서 제작비의 큰 부분을 지불하도록 했다.
물론 그 브랜드들은 극중에도 화면에 나가지만 광고시간에도 전통적인 광고를 내보낸다. 누가 그 광고를 팔았을까. NBC가 아니라 버넷이었다. NBC는 그 프로그램의 방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버넷이 광고를 팔 수 있도록 하는 특이한 계약을 했다. “물론 [NBC는] 광고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콘래드 리그스는 말한다. 그는 버넷의 파트너로 주로 브랜드 거래의 협상을 담당한다.
버넷의 최대 히트작인 ‘견습사원’에서는 브랜드가 그 프로그램의 스타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견습사원에게 마텔사의 신제품 완구를 디자인하라는 과제를 주는 식이다.
9월 23일 방영분에서는 견습사원들에게 새로운 맛의 크레스트 치약을 출시하도록 했다. 거의 2분간 크레스트 치약이 프로그램의 스타가 됐다. TV에서 2분이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오락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는지 물으면 사람마다 대답이 다르다. 시어즈는 ‘익스트림 메이크오버’ 방송이 나간 이후 며칠 사이 인터넷 접속이 급증한 것을 내세울 수 있다. P&G의 한 대변인은 ‘견습사원’에서 새로운 맛의 크레스트 치약이 출시된 이후 몇몇 주요 소매점에서 매출이 놀라울 정도로 크게 뛰었다고 말한다. 방송 전 브랜드 매니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50% 정도 높았다.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이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브랜드를 더 잘 기억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30초 광고의 효과를 PPL이 강화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광고 전문가들은 추론한다.
비결은 튀지 않고 줄거리를 산만하게 하지 않으면서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시어즈와 ‘익스트림 메이크오버’가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꼽힌다. “시어즈 방식은 아주 훌륭하다.
집을 짓는 데 도구가 필요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미디어콤의 고위 광고책임자 존 맨델은 말한다. 반면 억지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레스토랑’이 꼽힌다. 뉴욕에 있는 최신식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대표 맥주로 쿠어스를 내놓는다고?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래도 그 방식도 먹혀드는 것 같았다.
이처럼 새로운 광고방식의 효과 측정을 위한 서비스를 새로 제공하는 독립적인 회사는 최소한 세곳이 넘는다. 닐슨의 ‘플레이스*뷰스’ 소프트웨어는 PPL에 관한 모든 자료를 파악한다. 몇회 등장했는지, 어떤 프로그램인지, 그 브랜드가 앞쪽 아니면 뒤쪽에 놓였는지, 몇초 동안 카메라에 잡혔는지, 그리고 어떤 배우가 그에 관해 어떤 말을 했는지 등등.
지난해 가을 프로그램 개편 이후 닐슨은 프라임 타임대의 프로그램들을 1초도 빠짐없이 녹화하며 데이터를 수집했다. 한편 iTVX는 광고주들의 PPL 비용 산정을 돕는다. 그리고 제3의 회사 IAG는 인프로그램 퍼포먼스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정한 프로그램에서 극중 광고된 브랜드를 시청자들이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를 측정하는 서비스다.
그래도 오로지 PPL 효과로만 판매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몇몇 측정 모델이 나와 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라고 광고대행사 마그나 글로벌의 빌 셀라 회장은 말한다. 그저 감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래도 PPL이 앞으로 줄어들기보다 더 많아지리라는 것은 쉽게 감잡을 수 있다. 누가 뭐라든 PPL은 TV 업계의 새로운 골드 러시다. “모든 브랜드 매니저가 자기 제품이 얼마나 많이 언급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미디어콤의 맨델은 말한다.
인기 프로그램이 등장할 때마다 서로 재빨리 베껴대는 것처럼 방송사들의 ‘앞서기’ 경쟁도 예측 가능한 일이다. 최종 심판은 시청자들이 내릴 것이다. 채널을 바꾸든 TV를 완전히 꺼버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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