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B영업망 확충해 ‘맹공’… “은행 텃밭 PB시장을 뺏어라”
증권사 PB영업망 확충해 ‘맹공’… “은행 텃밭 PB시장을 뺏어라”
은행·증권사 고객분류도 희미해져 은행권은 증권사의 이 같은 공격적인 영업에 대비해 증권사 출신의 PB를 스카우트함으로써 투자상품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한편 PB 전용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강남 PB 점포 투체어스를 개장하면서 증권사에서 6명의 PB를 스카우트했다. 고급 PB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PB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연봉 1억원을 웃도는 30대 중반의 PB들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 가운데 부자 고객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하나은행은 강남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 2층에 자산 21억원 이상 고객만 상대하는 ‘웰스 매니지먼트 센터’를 열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과거 PB 영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농협이나 기업은행·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PB 점포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부자고객 유치전에 가세하고 있다. 과거 은행 PB 고객은 주로 40~50대 이상의 기존 부유층이었다. 자산 규모가 수백억원대를 웃도는 이른바 ‘부(富)가 성숙된’ 계층이다. 이들의 투자 성향은 매우 보수적이며 따라서 투자 대상도 예금·부동산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지섭 하나은행 PB팀장은 “재산을 불리기보다는 상속·증여·절세 등 재산관리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사 PB 고객은 성공한 벤처기업 및 중견기업 오너, 전문직 종사자 등 신흥부자들이 중심이다. 연령층도 은행 고객보다 다소 낮은 편이다. 이들은 기존 부유층과 달리 재산을 불리는 데 더 관심이 많다. 따라서 여유자산을 예금·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펀드·채권 등 투자상품으로 주로 굴리고 있다. 한화증권 PB팀 관계자는 “예금이나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기존 부유층보다는 벤처기업 오너, 전문직 종사자 등 뉴리치 그룹이 주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은행과 증권사의 이런 고객 분류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저금리가 심화되면서 기존 부유층 사이에서도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홍 한국씨티은행 압구정골드 지점장은 “은행과 증권사를 모두 거래하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과거 은행 간 경쟁에 증권사가 합세해 PB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PB영업의 주된 타깃 층인 5억원 이상 예금계좌 및 잔액은 지난 2000년 말 3만9000개, 89조원에서 2003년 말 5만4000개, 123조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에는 그 규모가 6만 개(150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PB 영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은 수익기여도가 높은 우량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선진은행의 경우 흔히 ‘80대 20의 룰’이 적용된다고 한다. 은행 수익의 80%가 상위 20% 고객에서 나온다는 것. 부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회사 간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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