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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세금 부담 적은 ‘집테크’‘3년 보유 2년 거주’법칙

[재테크] 세금 부담 적은 ‘집테크’‘3년 보유 2년 거주’법칙

일러스트:조경보·siren71@hitel.net
정부의 8·31 종합 부동산대책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규제책이 망라된 느낌이다. 부동산시장의 반응도 빨라 강남권을 중심으로 천장 모르고 치솟던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런데 우리 부동산 정책은 항상 예외 규정을 마련해 둔다. 이번 정책에도 그런 구석이 적지 않다. 곳곳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투기꾼들은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사회 지도층·기득권층 자체가 투기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2003년 5·23 대책에서 정부는 주상복합·주택조합의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때 오피스텔은 제외됐다. 투기꾼들에게 “오피스텔로 먹고살라”라고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 결과 어떠했나. 전국의 오피스텔이 투기장으로 변해 투기꾼들이 오피스텔로 몰렸다. 창원은 지방의 중소도시다. 올해 이곳에서 분양된 오피스텔 분양 경쟁률이 40 대 1에 달했다. 최저 43평에서 최고 103평까지 1060세대를 분양하는데 4만 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떴다방’과 투기꾼들로 투기 광풍이 불어 청약금만 1조5000억원이 몰렸다. 1억원이 넘는 웃돈이 붙었다. 청약받기 위해 길거리에서 밤을 지우새는 것은 보통이었다. 그러나 실수요자보다 분양권 전매로 한몫 잡으려는 투기꾼만 넘쳐났다. 이번 8·31 대책의 핵심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해에 수천만원씩 집값이 오르는데 그깟 세금이 부담스럽다고 집을 팔겠는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중간에 있는 어중간한 부자나 집 한두 채 있는 사람들의 불만이 더 클 전망이다. 집 많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귀재들은 절대 세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양도소득세는 어차피 시세차익이 있을 때 내는 세금이다. 시세차익이 양도소득세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그들은 두려움 없이 투기를 한다. 서민은 청약통장으로 집 사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집값이 현재 상태에서 동결된다 하더라도 20년 이상 걸린다. 현실적으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월급 300만원 받는 봉급쟁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월 200만원씩 저축한다고 하자. 1년이면 2400만원, 10년이면 2억4000만원이다. 강남에 30평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40년을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월급쟁이는 어떻게 내 집을 마련해야 하나. 결론부터 말하면 ‘집을 자주 사고팔라’는 것이다. 아이로니컬하지만 내 집을 마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리저리 이사 다니기 싫어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리저리 이사 다니며 시세차익을 보면서 자금을 불리는 것이 오늘날 내 집을 마련하는 지름길이다. 자금이 모자라는 사람은 부동산을 샀다 팔았다 반복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단 같은 물건을 사고팔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갈아타기를 하라는 말이다. 본인이 살고 싶은 지역·평형을 생각한 뒤 최종적으로 이 주택을 사기 위해서는 몇 개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 부모 유산을 받은 몇 안 되는 사람 빼고는 한 방에 크고 좋은 집을 마련할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몇 개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최종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목표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무일푼서 10억대 재산가로 만족할 만한 집에 들어갈 때까지는 이를 악물고 고생할 각오가 필요하다. 누구나 그런 식으로 집을 장만한다. 신혼 때부터 멋진 집에서 시작하는 것은 TV드라마·영화에서나 가능하다. 그렇다고 주식처럼 너무 자주 사고팔 필요는 없다.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긴박감이 떨어진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투자환경이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6개월 만에 안 올랐다고 초조해할 필요도 없다. 3년 보유 2년 거주 옵션만 지키면 큰 세금 부담없이 집을 사고파는 게 가능하다. 무일푼에서 시작해 집을 여러 번 옮기며 10억원대 재산을 형성한 예를 살펴보자. 현재 경기도 구리시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39)씨는 강원도 홍천이 고향이다. 박씨의 경우 강남이나 용인 등 이른바 집값이 급등한 지역이 아닌 서울에서 비교적 외진 중랑구 일대에서 재테크를 잘한 케이스다. 재테크를 꼭 강남을 통해서만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박씨는 중학교 중퇴 후 서울로 와 신문배달·구두닦이 등 궂은 일은 안 해본 게 없는 사람이다.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도 악착같이 돈을 모은 박씨는 1990년대 초 중랑구 신내동 도시개발공사의 서민아파트에 입주했다. 500만원의 보증금에 월 10만원씩 내는 10평대 극빈층 아파트였다. 그러나 세 식구(아내·딸)가 살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이곳에 살면서 박씨는 포장마차 등을 하며 부부가 함께 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95년 박씨는 서울 상봉동 망우역 주변에 들어서는 24평짜리 아파트에 청약했다. 3개 동 400여 가구밖에 되지 않고 기차역 근처라 소음도 심해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지역에 전철역이 들어서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른바 부동산 가치투자 기법에 따라 투자했다. 1억2000만원의 분양금은 저축해 놓은 7000만원에 대출금 5000만원으로 충당했다. 박씨가 분양받은 이 아파트는 그 후 지하철 7호선 상봉역과 이마트가 들어서는 등 주변이 역세권 요지로 변하면서 2억8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아파트에서 시세차익을 챙긴 박씨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구리시 토평동에 32평 아파트를 분양 신청했다. 평당 500만원에 분양(총분양가 1억6000만원)받은 이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3억원이 넘고 계속 오르는 추세다. 박씨는 또 2000년 봄 알고 지내던 단골손님이 서울 중계동 아파트를 급하게 내놓는다고 해 31평 아파트를 1억4000만원에 샀다. 전세 9000만원을 끼고 샀기에 실투자비는 5000만원 정도였다. 이 아파트는 요즘 제2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중계동 학원가 노른자위로 탈바꿈해 4억원이 넘는다. 무일푼에 맨몸으로 상경해 갖은 고생을 한 박씨. 그의 재산은 현재 부동산만 10억원이 넘는다. 그것도 30대에 달성했다는 점을 높이 살 만하다. 박씨의 재산은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에 불과하지만 박씨에게는 굉장히 큰돈이 아닐 수 없다. 재테크의 으뜸은 관심이다. 박씨는 포장마차를 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손님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그는 부동산과 관련된 대화 내용에 항상 귀를 쫑긋 세웠다. 남보다 더 많이 듣고 배우려 했다. 어느 부동산업자로부터 들은 대로 그는 ‘집을 자주 사고팔라’는 조언을 그대로 실천에 옮겨 나름대로 강북 재테크에 성공했다.
두꺼비 선생의 ‘황금 투자원칙’



10년 내집 마련 계획은 3번 사고파는 게 좋아

8·31조치로 집 많은 사람은 어쨌든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거래에 따른 세금도 늘어날 전망이다. 서민이 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집을 자주 사고파는 게 좋다. 1가구 2주택부터 중과세지만 어차피 집 한 채에 대해서는 3년 보유 2년 거주 옵션만 지킨다면 세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이 옵션 기간을 지키며 중간에 겹치도록 집을 사고팔면 세금 중과세도 피하고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 결혼하거나 노부모를 부양하는 경우 2주택이라도 중과세가 유예되는 완충기간이 있다. 이런 상황을 활용해도 좋다. 주식도 단타매매로 너무 자주 거래하면 수수료로 다 뜯기듯이 부동산도 너무 자주 거래하면 세금 때문에 남는 게 없다. 아무리 집을 자주 사고판다 해도 현행 부동산 제도하에서는 3~4년은 기본이다. 내 집 마련 계획을 10년 정도로 잡았다면 3번 정도 사고팔면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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