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⑫ 인구주택총조사가 실업률에 영향 줬다고? … 통계조사원 10만명 모집 9월 실업률 0.2%p 높여
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⑫ 인구주택총조사가 실업률에 영향 줬다고? … 통계조사원 10만명 모집 9월 실업률 0.2%p 높여
| 양재찬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편집위원. | 가을이 깊어졌다. 낙엽이 뒹구는 이맘때면 가을을 타는 이가 많은데, 통계청은 가을이 반갑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9월이면 실업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에 쉬었다 일터로 돌아온 현장 근로자들이 취업자 대열에 합류하고,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찾아나섰던 대학생들이 학업에 복귀하는 덕분이다. 실업률 하락 현상은 11월까지 이어지다 12월에 다시 높아지기 시작한다. 각급 학교 졸업자가 대거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데다 겨울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해서다. 대학생들은 학기 중 학업에 충실하면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혀 실업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방학 때 구직활동에 나서 일자리를 구하면 취업자요, 못 구하면 실업자로 경제활동인구가 되면서 실업률을 끌어올린다. 실업률 상승 추세는 방학이 계속되는 데다 졸업 시즌인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통상 1년 중 2월 실업률이 가장 높다. 지난해 2월 실업률은 4.2%, 올 2월은 4.3%로 각각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봄은 땅만 녹이지 않는다. 취업전선에도 따스한 바람이 분다. 한겨울 중단됐던 건설현장이 기지개를 켜고 농촌 들녘도 바빠진다. 겨울방학에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보탠 대학생들도 상아탑으로 돌아간다. 그 결과 1년 중 통상 4∼6월의 실업률이 가장 낮다. 이러다 여름이 찾아오고 다시 방학이 되면 실업률이 높아진다. 한푼이라도 벌어 2학기 등록금에 보태고 사회 경험도 쌓을 겸 취업전선으로 몰리는 대학생이 많아서다. 동사무소 근무 아르바이트 경쟁률이 몇십 대 1에 이르고, 인턴사원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렇게 실업률은 계절을 타며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런데 올 9월 실업률이 3.6%로 8월과 같게 나왔다. 실업자도 8월보다 줄기는커녕 2만7000명이 늘었다. 지난해 9월에는 실업자 79만2000명, 실업률 3.4%로 8월(84만8000명, 3.6%)에 비해 실업자도 줄고 실업률도 낮아졌는데 말이다. 올 9월의 특이현상은 바로 11월 1∼15일에 실시되는 200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비롯됐다. 전국 1600만여 가구를 일일이 돌며 인구와 주택의 총수는 물론 그 특성까지 조사하는 데 투입되는 인력은 10만5000명. 9월에 ‘다른 직업을 갖지 않은 고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하는데 20만6000명이 몰렸다. 이들 중 적어도 5만 명이 새로운 구직활동인구로 잡히는 바람에 9월 실업률이 높아진 것이다. 그동안 사실상 취업을 포기한 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혔던 이들이 조사요원에 응모함으로써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경제활동인구가 된 것이다. 이들이 실업률에 미친 영향은 약 0.2%포인트다. 선발된 조사요원 10만5000명 중 여성이 90%요, 주부가 대다수다. 이들은 11월 1일부터 정식 근무한다. 비록 임시직이요, 짧은 기간이지만 명실상부한 취업자로 우뚝 서며 비로소 실업률 하락에 기여하게 된다. 맡은 일에 따라 일당 3만6750∼4만420원을 받는다. 하지만 비록 작은 부업이라도 하고 있지 않다면 10월까진 여전히 실업자 신세다. 따라서 이들은 10월까진 실업률을 적어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악역을 맡았다. 인구주택총조사 외에 농림어업총조사·서비스업총조사 등 굵직한 조사가 예정돼 있다. 조사요원 수가 센서스보다 적어 그 정도는 약하겠지만 또 실업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통계 조사요원에 응모하는 인력은 주부 등 대부분 여성이다. 우리는 여기서 일할 의사가 있고 능력이 충분한 인력, 특히 여성 인력이 많다는 점을 발견한다. 정부와 기업 등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주어야 경제도 살아나고 선진국 대열로 들어설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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