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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 세계 항공계 톱10”

“5년 내 세계 항공계 톱10”

경제관료 출신으로 정치인 ·대학총장을 거쳐 CEO로 변신한 정해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을 사천 본사에서 만났다. 정 사장은 “초음속 고등훈련기 겸 경공격기인 T-50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항공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2010년에 세계 톱10 항공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별칭 검독수리)의 둥지인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를 찾은 11월 8일. 언뜻 보기엔 차분한 모습이었다. 음속을 돌파하는 폭발음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격납고에서는 조용한 가운데 ‘출격’ 준비가 한창이었다. T-50을 개조한 경공격기 A-50이 공대공미사일 발사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이날 오후 공군은 사천기지를 이륙한 A-50이 서해 상공에서 1.5마일 떨어진 고속이동 무인표적기를 향해 AIM-9L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해 명중시켰다고 발표했다. 정해주(62) KAI 사장은 “T-50은 우리 손으로 만든 최첨단 항공기로, 항공무기체계 국산화의 기반을 구축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T-50은 호크와 T-38 등 공군이 수입해 온 훈련기를 대체하게 된다.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은 초기부터 여기에 무기를 장착한 경공격기 A-50과 함께 개발됐다. 또 앞으로 경전투기로 개량할 수도 있다. 정부는 T-50과 A-50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에는 우리 손으로 국산 전투기 KF-X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KAI는 연내에 5대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모두 94대의 T-50을 단계적으로 공군에 공급할 예정이다. 정 사장과 KAI 임직원이 T-50에 거는 기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 사장은 T-50을 포니 자동차에 비유했다. “포니가 국산 자동차시대를 개막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자동차산업 5위권에 진입하는 초석이 됐듯이 T-50은 우리가 완제기를 수출산업화해 항공선진국에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항공업계에서는 1,000대가 팔리면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KAI는 T-50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회사 내에서만 이렇게 밝은 전망을 내놓는 게 아니다. 미국의 시장조사회사 틸(Teal) 그룹은 향후 25년간 T-50급 시장 3,300여 대 중 T-50이 800~1,200대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성능이 T-50의 강점이다. 정 사장은 “T-50은 비행성능에서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에 버금갈 정도로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T-50의 최고 속도는 마하 1.5이고 실용상승고도가 4만9,000피트, 분당 최고상승률이 4만 피트다. KF-16은 최고속도 마하 2.0, 실용상승고도 4만8,000피트, 분당 최고상승률 6만3,000피트다. 아음속(亞音速)인 호크, T-38, L-159, M346 등 기존 훈련기는 초음속 T-50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초음속 전투기 조종을 익히기에 초음속 훈련기가 아음속보다 훨씬 시간이 덜 들고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 보급된 훈련기가 노후겚냉?시기를 맞았지만 주요 공급자였던 유럽연합(EU)이 차세대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개발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정 사장은 “서울 에어쇼를 참관한 중동겴??국방 관계자들 모두 T-50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며 “한 마디로 T-50은 세계 훈련기 시장의 틈새를 잘 잡은 기종”이라고 요약했다. 또한 수요에 따라 훈련기 ·경공격기 ·곡예비행기 등으로 변형해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KAI 개발본부의 고대우 선행연구팀장은 “다른 모델은 우리가 자체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량을 하지 못하지만, T-50은 사양을 조금씩 바꿔 다양한 수요에 맞춰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독수리가 성체가 되기까지는 8년의 부화 ·성장 기간이 필요했다. 이 기간은 외형설계 ·상세설계 ·제작 ·초도비행 ·비행시험 ·무제개선 ·양산 등의 단계로 나뉜다. T-50은 1997년 10월에 개발되기 시작해 2001년 9월에 제작됐다. 무수한 시험을 통과하고 처음 날개를 펴 창공에 오른 때는 2002년 8월. 2003년 2월 음속을 돌파하고 2004년 말에 양산 공정에 들어갔다. 검독수리는 지난 8월 말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양산 1호기가 출고된 것. 개발 비용 2조1,000억원 중 70%를 국방예산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30%를 KAI와 미국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이 17대 13으로 분담했다. 록히드 마틴은 투자의 절반을 KAI의 내수 판매에서 거두고 나머지 절반은 T-50의 해외 수출로부터 회수하기로 했다. T-50 개발에 참여한 뒤 수출 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김형준 담당은 “록히드 마틴과 공동 판매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록히드 마틴 전투기가 보급된 국가에서는 같은 조건이면 T-50을 선호하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T-50은 서울 에어쇼의 주인공으로 우리 하늘을 수놓은 데 이어 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에어쇼에서 그야말로 국제 무대에 선을 보였다. 정 사장은 “중동과 유럽 여러 나라가 T-50 구매 의향을 나타냈다”며 “T-50 수출과 대형 민항기 공동개발사업을 통해 2007년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정 사장이 취임한 시기는 T-50 양산에 돌입할 무렵인 2004년 10월. KAI의 조종간을 잡은 지 1년여가 지났다. 그는 경제관료 시절에 유치단계였던 자동차 ·조선사업을 육성했고 항공산업 분야와는 90년대 말 중형항공기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지난 1년여 동안 그는 분산돼 있던 조직을 통합하면서 경영혁신을 추진했다. 3월에 본사를 사천으로 옮긴 데 이어 11월에는 창원공장을 매각하고 사천으로의 생산시설 이전에 착수했다. 아울러 각 사업장에 따로따로 있던 생산관리 ·구매 ·인사 ·경리 등 조직을 본부로 흡수했다. 120개 팀을 80개로 통폐합했다. 또한 6시그마 경영혁신 시스템을 도입했다. KAI는 99년 10월 항공산업 빅딜로 태어났다. 현재 현대자동차 ·두산인프라코아 ·삼성테크윈 등 3사가 각각 28.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채권단 등이 보유하고 있다. 정 사장은 경제관료에서 정치인 ·대학총장을 거쳐 CEO로 변신했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친화력과 통솔력이 뛰어난 그에게 KAI의 유니폼이 썩 잘 어울렸다. 최근 언론에서는 내년 경남지사 출마예상자 명단에 그를 넣어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여기에서 할 일이 많은데 무슨 소리냐”며 손사래를 쳤다. 그가 할 일은 ‘10-10(더블 텐)’이란 비전에 담겨 있다. 현재 세계 20위권인 KAI를 2010년까지 세계 10위권 항공업체로 이륙시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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