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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승부수공짜 미끼 상품

IBM의 승부수공짜 미끼 상품

The New Big Blue Attitude 지난 2002년 샘 팰미사노가 IBM 최고경영자가 됐을 당시 이 회사 기술자와 과학자들은 매년 3000건의 특허를 출원, 지적 자본을 축적함으로써 전 세계가 부러워했다. 그러나 팰미사노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많은 특허들을 무료로 나눠주기였다. 2004년 1월 IBM은 500개의 소프트웨어 특허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24일에는 의료와 교육산업 부문 소프트웨어 표준을 설계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로열티 없이 IBM의 모든 특허를 제공키로 했다. 팰미사노와 회사 측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컴퓨터를 운영하는 기본 소프트웨어를 범용화해야 자신들의 미래에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략으로 IBM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정면으로 맞서게 됐다. MS가 막대한 로열티를 거둬들이는 윈도는, 바로 IBM이 공유화를 추진하는 소프트웨어와 같은 종류이기 때문이다. 특허 기술 무료 제공은 단지 경쟁업체 공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래의 정보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IBM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컴퓨터 네트워크는 각기 다른 업체가 설계한 상이한 소프트웨어들로 조각처럼 짜 맞춰져 있다. 문제는 이들 모든 조각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호환성을 지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IBM·MS·SAP·오라클 등 대다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상호 간 개방과 협력의 확대가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는 소위 공개 소프트웨어, 즉 개인과 업체들이 자체 비용으로 개발해 무료로 함께 쓰는 공유 암호체계를 포함한다. 기술 공유는 상이한 소프트웨어들의 호환성 구축 작업을 모든 사람들이 보다 쉽게 하도록 해줄 것이다.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어떤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하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한쪽 끝에서는 MS가 가장 기본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소유권을 보유하겠다고 버틴다. SAP(기업 응용 소프트웨어 제조), 오라클(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제조) 같은 업체들은 자신들의 특정 기술을 계속 통제하길 원한다. IBM의 입장은 자사 특허기술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업체들이 더 값싸게 그 기본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IBM은 보다 수익성 좋은 기업 분야(예를 들면 경영 관련 툴)는 보유하기를 원한다. 행여 IBM이 지적 보유자산을 통째로 내놓는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특허를 출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IBM의 특허전략팀장인 존 켈리는 “우리는 이 분야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취하려 한다. 만약 우리가 업계의 보다 빠른 성장을 돕는다면 그런 성장에서 적어도 정당한 우리 몫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IBM만큼 공개 소스(무상으로 공개된 소프트웨어 설계도)에 많은 투자를 한 회사도 없다. 이 전략은 지난 1993년 최고경영자였던 루 거스트너가 IBM 기술을 다른 업체들에 제공하는 라이선스 사업을 확대키로 한(현재 시장 규모는 12억 달러) 결정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이었다. 팰미사노 지휘 아래 IBM 간부들은 라이선스 제공을 통한 방식보다 더 빠르게 자사 소프트웨어 기술을 세상에 보급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6년 전 IBM은 리눅스 운영체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기 시작, 기껏해야 공유 철학을 지지하는 소수 프로그래머 그룹 수중에 있던 공개 소스를 대기업 고객들에 판매하는 실질적인 사업으로 전환시켰다. 이제 팰미사노는 IBM의 특허기술들을 테이블 위에 쌓아 놓고 판돈을 올렸다. 그는 공개 소스 기술의 방향에 대한 IBM의 영향력에 상당한 무게를 보태왔다. IBM이 필요로 하는 종류의 기술 혁신을 하는 다른 업체들을 돕는다는 이유가 전부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는 최고경영자로서 팰미사노의 분수령을 이루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팰미사노는 뉴스위크 기고문에서 “경제가 점차 개방되고 네트워크화되고 세계화됨에 따라 기술 혁신의 성격이 중요한 방식으로 바뀌어 간다. 기술 혁신의 혜택을 얻으려면 창작이나 소유에 대한 낡은 가정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IBM은 이런 접근방식으로 얻은 몇몇 초기 결과를 예로 든다. IBM은 소니·도시바와 협력해 내년에 출시될 차세대 플레이스테이션에 사용될 셀이라는 새로운 칩을 개발했다. 칩 하나에 2~3개가 아니라 9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했다. IBM은 칩은 잘 알지만 게임은 모른다. 각 업체들이 단독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8월 이들 3개사는 광범위한 분야의 세부적인 기술 규격을 발표, 다른 기업들이 셀 관련 이미지와 그래픽 응용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도록 장려했다. IBM의 기술전략과 혁신팀장 어빙 우래도스키-버거는 “협력적인 혁신의 바탕 위에 독점적 기술 혁신이 탄생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도 뒤따른다. 컴퓨터 어소시에이츠는 비슷한 특허 공유를 약속했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자사 공개 소스인 솔라리스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개발자들에게 그 특허를 내주었으며, 노키아는 리눅스 개발자들에게 로열티 없이 특허를 제공했다. 리눅스를 장려하는 비영리단체인 ‘공개 소스 개발 연구실’은 그 후속 조치로 개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보센터를 구축했다. IBM의 지적재산권과 표준화 팀장인 짐 스톨링스는 “공개 소스는 고부가가치의 창출을 가능케 하는 촉매제다. 이를 지지할까, 대항할까, 무시할까는 여러분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IBM의 특허권 개방전략은 공개 소스 소프트웨어 장려뿐만 아니라 공개 소프트웨어 표준화도 겨냥했다. 표준화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들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청사진이다. 현재로서는 거주지 의료기록을 다른 도시의 응급실로 e-메일을 통해 전송하지 못한다. 프로그램들이 서로 달라 호환성이 없기 때문이다. 공개된 표준은 IBM과 다른 업체의 소프트웨어 호환이 용이하도록 하겠지만 특허 위반이라는 공포가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팰미사노는 특히 의료 부문 같은 고속성장 산업을 지배하기 위해 공개 표준화에 열중한다. IBM이 지난 10월 의료 부문의 특허 수입을 포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IBM은 교육 부문에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표준화된 도구로 벽지나 개발도상국의 학생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IBM이 협업 기술 혁신에 전념하지만 일부에서는 예전에 지적 자본에 크게 의존해왔던 업체가 공개 소스에 의존하는 전략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포레스터의 산업분석가인 나비 라두는 “IBM으로서는 자신감의 커다란 도약이다. 현재로서는 반반이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IBM이 중시하는 거대한 리눅스 잠재 시장인 중국 경제가 갑자기 가라앉으면 어떻게 될까? 만약 사용자들이 제공받는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거나 보안이 불충분하면 어떻게 될까? 공개 소스 소프트웨어로 통제되거나 작동되는 지하철 시스템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해 일반대중이 반감을 갖게 되면 어떻게 될까? 스톨링스는 그런 시나리오를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면서 “공개 소스는 한순간의 유행이 아니다”고 말했다. MS는 자사 특허와 법률 적용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했다. 윈도·오피스 같은 핵심 제품들이 IBM에서 범용화하려는 기초 자재이기 때문이다. 전직 IBM 간부인 마셜 펠프스의 지휘 아래 MS는 2년 전 저작권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공격적인 특허 출원 쪽으로 지적재산권 전략을 수정했다. 그에 따라 보호가 강화돼 공개 소스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을 분해해 코드를 알아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와 함께 MS는 지멘스·노키아 같은 대기업들에 자사 특허 라이선스를 교차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예를 들어 노키아가 MS 익스체인지 서버와 직접 정보를 교환하는 이통통신 기기를 개발해 고객들이 자신의 e-메일에 무선으로 접속하게 된다. MS 간부들은 공개 소스가 이제 더 이상 철학적인 운동이 아니라 맞서 경쟁해야 할 사업수단이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MS의 전략은 공개 소스 응용기술을 운영하는 우선적인 플랫폼으로 윈도를 채택하게 하는 것이다. MS의 지적재산권 업무 개발 담당 중역인 데이비드 캐퍼는 “우리는 사내 기술 혁신으로 보다 신속하고 신뢰할 만한 혁신을 이루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MS 역시 자사 기술을 일부 공개해 왔다. 2001년 이후 몇몇 정부와 비영리단체들에(사안별로 일부 고객들도 포함) 윈도와 다른 제품들의 소스 암호 접근을 제공해왔다. 현재로서는 MS가 수세에 몰렸고 IBM은 공개 소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보인다. 그러나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정보기술은 너무 복잡하고 변화무쌍해서 팰미사노가 너무 많은 보물을 퍼주는지 아니면 더 내줘야 할지를 알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고객들이 그 답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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