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디지털이 만나면 꿈은 이뤄진다(Design+Digital=Dream)
디자인과 디지털이 만나면 꿈은 이뤄진다(Design+Digital=Dream)
삼성 애니콜 휴대전화·레인콤의 플레이어 아이리버·동양매직 It’s Magic 시리즈·태평양의 라네즈 슬라이딩형 콤팩트·EXR코리아 스니커즈·계양전기 전동공구·뒷굽이 벌어진 쌈지의 입술 모양 텅 슈즈(Tongue Shoes)…. 이런 히트 상품 뒤에는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멋진 디자인이 있고, 그 디자인의 주인공이 바로 김영세(56) 이노디자인 대표다.
"아참, 이게 나가면 안 되는데….”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는 1월 17일 인터뷰에 앞서 황급히 목에 걸었던 MP3플레이어를 풀고 다른 제품으로 바꿨다. 처음 목에 걸었던 것은 현재 디자인 단계로 몇 달 안에 레인콤에서 상품화돼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1986년 미국에서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세운 그는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세계인이다. 이노디자인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심도시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에 있다. 이를 기반으로 99년 이노디자인코리아를 설립했고, 2004년 베이징(北京) 스튜디오를 열었다. 김 대표가 지난해 펴낸 책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 이노베이터> 중국어판이 3월에 나오며, 3월 3일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초청을 받아 한류(韓流)와 디자인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30년 가까이 디자인에 빠져 재미있게 일을 해 왔지만 하나의 산업으로서 디자인을 키우는 데에는 미흡했던 것 같아요. 이제 그 일을 해야지요. 한국을 디자인의 중심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영세 대표는 빌 게이츠가 디지털 시대를 열어 젖혔다고 칭찬한 MP3플레이어 아이리버 H10을 디자인하는 등 한국 디자인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며 산업 디자인 영역을 개척해 왔다. 그 결과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IDEA 금상·은상·동상을 잇달아 받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거울에 쉽게 묻어나지 않도록 서랍처럼 열리는 라네즈 콤팩트로 세계적 권위의 산업디자인협회인 iF 디자인상을, 목걸이형으로 디자인한 아이리버 N10으로 유럽 50년 전통의 레드닷어워드를, MP3에 디지털카메라를 결합한 아이리버 프리즘 아이로 IDEA 은상을 받는 등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했다. 그는 요즘 이노디자인의 제2 창업에 골몰하고 있다. 3월 24일 회사 창립 20주년을 맞아 대도약의 청사진을 내놓을 요량이다. 그 전에 2월 중으로 서울 강남 도산대로변 누드 디자인 빌딩 엠포리아의 4개 층을 매입해 새 둥지를 틀고 이곳에 디자인 전시관도 만들 계획이다. “한류 바람을 보면 우리 민족의 끼와 창의력, 잠재력이 느껴지잖아요. 영화와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에 국한하지 말고 디자인 쪽으로 넓히면 세계 무대에서 통할 것입니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려면 스타 디자이너를 키워야 합니다.”
벤처에 디자인 지원 ‘디자인 에인절’ 구상 김영세 대표는 디자이너를 ‘큰 돈을 움직이는 사람’으로 본다. 차별화된 디자인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고, 그 상품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 큰 돈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산업 디자인의 영역에는 경계가 없다고 본다. 스스로 이를 차근차근 입증해 보이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아이리버와 애니콜 가로본능폰의 신화를 만든 그는 지난해 10월 패션 디자인에도 진출했다. 캐주얼 스포츠업체 EXR와 제휴, 뉴욕의 역동적인 거리와 스카이라인을 외부와 밑바닥에 디자인한 스니커즈 NY컬렉션을 선보였다. 휴대전화·MP3플레이어·LCD TV·냉장고 등 전자제품 디자인을 벗어나 화장품·식품 포장·패션·가구·극장·아파트 디자인에도 손대고 있다. “우리가 먹고 입는 것과 머무는 곳 중 어디 한 군데 디자인의 손길이 닿지 않는 데가 있나요. 최근 가구와 극장, 아파트를 디자인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디자인할 때 제품 특성과 생산 라인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먼저 연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의 목표는 이노가 디자인한 제품을 즐겨 찾는 ‘이노(INNO)족’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제품에 제조회사와 별도로 ‘이노 디자인(Design by INNO: 김 대표는 디자인이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이라며 이렇게 쓴다)’을 표시하고 지구촌 고객들이 찾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디자인 컨설팅의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 단순히 제품 디자인만 제공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기업 전반의 창조적 활동을 컨설팅하는 단계(Total Creativity Consulting Service)로 간다는 것. 그동안 기업들이 주로 경영 방향에 대한 컨설팅을 받아왔다면 앞으로 수십 년은 디자인 컨설팅에 의해 기업의 흥망성쇠가 판가름나리란 얘기다. 김 대표는 좋은 디자인이란 겉모양만 예쁘고 멋있게 그려내는 게 아니라, 제품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점을 찾아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소비자를 먼저 이해한 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디자인해 제품을 만들면 통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그려 주지 말고, 먼저 디자인한 뒤 만들 사람을 찾는(Design, First!) 협업 전략이다. 이노디자인은 지난 4~5년 동안 레인콤과의 협업을 통해 아이리버 MP3 시리즈를 만들어 재미를 봤다. 레인콤은 김 대표가 디자인한 아이리버 3종만으로 220만 대를 팔아 4,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이리버의 인기 뒤에는 바로 디자인이 있었다. 그는 디자인이 곧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국내외 10여 개 기업과 이노 디자인(Design by INNO)을 매개로 제2, 제3의 아이리버 신화를 만들기 위한 틀 짜기에 들어갔다. 이미 몇몇 기업들이 이노디자인에 제휴를 제의해 왔다. 업종이 다양하며, 벤처기업도 있다. 김 대표는 벤처기업에 디자인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세계 최초의 ‘디자인 에인절(Angel)’도 구상 중이다.
쓰기 좋고, 보기 좋고, 만들기 쉬운 디자인이 통한다 김 대표의 경영철학은 품질 디자인에서 나온다. 쓰기 좋고, 보기 좋고, 만들기 쉬운 3대 조건을 충족하는 디자인을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다. 과거 디자인은 보기 좋은 데에 치중한 결과 쓰기 어렵거나 만들기가 힘드는 등 나머지 둘 중 하나를 희생해야 했는데 이제는 고객 입장에서 쓰기 좋고, 보기 좋고, 만들기도 쉬워야 히트상품이 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선물하는 마음가짐으로 디자인하면 성공합니다. 남을 사랑하는 마음, 소비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디자인의 출발점입니다.” 김 대표는 디자인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디자인이 살 길이요, 디자인에서 기업의 경쟁력도 나온다고 강조하며 책을 쓰고 강의도 자주 한다. 그 실증적 사례로 이노디자인의 경영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는 디자인 못지않게 디자인을 마케팅에 사용하는 경영인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디자이너와 마케터(marketer), 디벨로퍼(developer) 등 삼박자가 잘 맞아야 디자인을 통한 기업가치 혁신이 가능해서다.
“디자이너들은 비즈니스 감각으로 디자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경영인들은 디자인 감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 경영이지요. 기술이 디자인과 접목해야 경쟁력 있는 미래 상품으로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를 제대로 디자인하려면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내 과(科)가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지난해부터 펼치는 혁신 코리아(Innovator Korea) 운동을 상기시켰다. 신세대 젊은이들이 창의적인 목표를 갖고 움직여야 국가의 장래가 있다는 것이다. “1월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2006 CES에서 중국 기업인을 만났는데 요즘 중국에서도 가장 유행하는 말이 이노베이션이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선수를 놓쳐선 곤란하지요. 한류 바람을 타고 음악과 영화의 벽을 넘어 디자인으로 가면 ‘0’이 몇 개 더 붙는 캐시카우(cash cow)를 만들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가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요.” 김 대표의 디자인 강의는 이어진다. 디자인 카드를 어떻게 쓰느냐에 기업의 운명이 달라진다. 기업들이 좋은 디자인을 잡으면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 디자인이 도와줘야 블루오션으로 갈 수 있다. 상품의 차별화는 디자인에서 나온다. 국내 디자이너들은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 안에 있다. 기업의 디자인 수요는 충분하다. 한국이 디자인 강국 대열에 설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이제 디자이너의 몫이다. 디자인은 지금도 계속 진화한다. 디자인은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게 나온다. 기가 막힌 디자인, 세계적 권위의 상을 받은 것도 이미 과거다. 디자인이 더 좋은 게 계속 치고 나온다. 디자인은 종합예술이다. 디자인을 통한 실전 경험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낳는다. “디자인 시장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역량 있는 후배들을 찾아내 실리콘밸리 등 세계 무대를 경험하도록 하고 스타로 키우는 게 제가 할 일이지요.”
‘Made in ○○’ 가고 이젠 ‘Designed by ○○’ 시대 김영세 대표는 93년 동양매직 휴대용 가스버너로 IDEA 금상을 받은 순간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바로 바닷가재에서 영감을 얻은 세 발 달린 가스버너 디자인이다. 수상 직후 그는 영국 잡지 과 인터뷰를 했다. 그때 김 대표는 의미 있는 말로 마무리했다. 소비자가 ‘어느 회사 제품이냐(manufactured by)’보다 ‘이노 디자인(designed by Inno)’이란 것으로 인식하길 바란다고. 13년 전 그의 소망은 어느새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산 물품(Made in China)이 전세계에 넘쳐나면서 상품 라벨에서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약해졌다. 대신 기업들이 ‘Designed in ○○’을 강조하고 있다. 애플이 만들어 파는 미디어 재생기 i포드(iPod)에는 작은 글씨로 ‘Designed in the USA, built in China’라고 적혀 있다. 김 대표는 값싼 중국 제품에 밀리지 않으려면 디자인으로 중국산을 누르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우수한 디자이너가 많이 나와야 하고, 기업들도 디자인 회사를 용역 회사가 아닌 협력 관계회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유출 문제가 거론되지만 디자인은 다릅니다. 기술이 탱크 안의 물이라면 디자인은 샘물이라고 할까요. 디자인은 파 마셔도 계속 나옵니다.” 김 대표는 이노디자인에 운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세계적 첨단산업 단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고, 한국과 중국에 지사를 둠으로써 동서양 문화를 함께 접할 수 있어 디자이너들이 다국적 사고를 할 수 있음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는 장차 이노디자인을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연구센터로 키우고자 한다. 현재 이노디자인에선 디자이너 35명을 포함해 70명이 일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세계인이 모두 즐기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 디자인이라고 해서 한국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요. 디자이너의 세상은 국내가 아닙니다. 항상 세계 시장을 생각해야지요. 디자인이 디지털을 만나면 함께 뜹니다. 꿈은 이룰 수 있습니다.”
그는 미국과 중국,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에서 남들이 잠에 빠져 있을 때,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아무 종이에나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영감을 스케치한다. 이런 경험담을 담은 책이 바로 <12억짜리 냅킨 한 장>. 지난해 가을 비행기 안에서 영감이 떠올라 항공사 메모지에 새로운 디지털카메라 디자인을 스케치했는데 올봄에 제품으로 나온다. “제 모든 생각의 종점은 디자인입니다. 생활하면서 느끼는 불편을 디자인으로 해결하지요. 하고 싶은 일이 넘치고,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저는 행복합니다.” 경기고교 2학년에 다니던 67년 그는 국내 처음으로 교내 그룹 사운드를 조직하는 ‘사건’을 저질렀다. 그룹 이름은 ‘다이아몬드 포(4)’. 리드 기타와 싱어를 맡았다.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미술대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집안의 반대가 완강했다. 재수를 하면서 끝내 미술학원에 다녔고, 70년 서울미대에 들어가 고교 동창 김민기(학전 대표·'아침이슬'작곡자)를 만났다. 둘은 의기투합해 듀엣 ‘도비두’(도깨비 두 마리라는 뜻으로 당시 여학생들이 붙여준 이름)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신세대 노래에 정통하다. 그의 끼와 열정을 이어받았는지 아들 윤민(23)군은 미국에서 음악학교에 다녔고, 그룹 에픽하이의 노래를 작곡하는 등 국내에서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젊게 산다. 헤어 스타일도, 옷 차림도 청년 같다. 마음과 생각은 더 젊다. 직원들과 마주치면 먼저 웃으며 인사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오늘은 무슨 신나는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그것을 잘 가다듬으면 히트상품이 나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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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이게 나가면 안 되는데….”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는 1월 17일 인터뷰에 앞서 황급히 목에 걸었던 MP3플레이어를 풀고 다른 제품으로 바꿨다. 처음 목에 걸었던 것은 현재 디자인 단계로 몇 달 안에 레인콤에서 상품화돼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1986년 미국에서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세운 그는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세계인이다. 이노디자인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심도시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에 있다. 이를 기반으로 99년 이노디자인코리아를 설립했고, 2004년 베이징(北京) 스튜디오를 열었다. 김 대표가 지난해 펴낸 책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 이노베이터> 중국어판이 3월에 나오며, 3월 3일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초청을 받아 한류(韓流)와 디자인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30년 가까이 디자인에 빠져 재미있게 일을 해 왔지만 하나의 산업으로서 디자인을 키우는 데에는 미흡했던 것 같아요. 이제 그 일을 해야지요. 한국을 디자인의 중심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영세 대표는 빌 게이츠가 디지털 시대를 열어 젖혔다고 칭찬한 MP3플레이어 아이리버 H10을 디자인하는 등 한국 디자인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며 산업 디자인 영역을 개척해 왔다. 그 결과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IDEA 금상·은상·동상을 잇달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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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에 디자인 지원 ‘디자인 에인절’ 구상 김영세 대표는 디자이너를 ‘큰 돈을 움직이는 사람’으로 본다. 차별화된 디자인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고, 그 상품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 큰 돈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산업 디자인의 영역에는 경계가 없다고 본다. 스스로 이를 차근차근 입증해 보이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아이리버와 애니콜 가로본능폰의 신화를 만든 그는 지난해 10월 패션 디자인에도 진출했다. 캐주얼 스포츠업체 EXR와 제휴, 뉴욕의 역동적인 거리와 스카이라인을 외부와 밑바닥에 디자인한 스니커즈 NY컬렉션을 선보였다. 휴대전화·MP3플레이어·LCD TV·냉장고 등 전자제품 디자인을 벗어나 화장품·식품 포장·패션·가구·극장·아파트 디자인에도 손대고 있다. “우리가 먹고 입는 것과 머무는 곳 중 어디 한 군데 디자인의 손길이 닿지 않는 데가 있나요. 최근 가구와 극장, 아파트를 디자인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디자인할 때 제품 특성과 생산 라인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먼저 연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의 목표는 이노가 디자인한 제품을 즐겨 찾는 ‘이노(INNO)족’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제품에 제조회사와 별도로 ‘이노 디자인(Design by INNO: 김 대표는 디자인이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이라며 이렇게 쓴다)’을 표시하고 지구촌 고객들이 찾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디자인 컨설팅의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 단순히 제품 디자인만 제공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기업 전반의 창조적 활동을 컨설팅하는 단계(Total Creativity Consulting Service)로 간다는 것. 그동안 기업들이 주로 경영 방향에 대한 컨설팅을 받아왔다면 앞으로 수십 년은 디자인 컨설팅에 의해 기업의 흥망성쇠가 판가름나리란 얘기다. 김 대표는 좋은 디자인이란 겉모양만 예쁘고 멋있게 그려내는 게 아니라, 제품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점을 찾아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소비자를 먼저 이해한 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디자인해 제품을 만들면 통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그려 주지 말고, 먼저 디자인한 뒤 만들 사람을 찾는(Design, First!) 협업 전략이다. 이노디자인은 지난 4~5년 동안 레인콤과의 협업을 통해 아이리버 MP3 시리즈를 만들어 재미를 봤다. 레인콤은 김 대표가 디자인한 아이리버 3종만으로 220만 대를 팔아 4,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이리버의 인기 뒤에는 바로 디자인이 있었다. 그는 디자인이 곧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국내외 10여 개 기업과 이노 디자인(Design by INNO)을 매개로 제2, 제3의 아이리버 신화를 만들기 위한 틀 짜기에 들어갔다. 이미 몇몇 기업들이 이노디자인에 제휴를 제의해 왔다. 업종이 다양하며, 벤처기업도 있다. 김 대표는 벤처기업에 디자인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세계 최초의 ‘디자인 에인절(Angel)’도 구상 중이다.
쓰기 좋고, 보기 좋고, 만들기 쉬운 디자인이 통한다 김 대표의 경영철학은 품질 디자인에서 나온다. 쓰기 좋고, 보기 좋고, 만들기 쉬운 3대 조건을 충족하는 디자인을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다. 과거 디자인은 보기 좋은 데에 치중한 결과 쓰기 어렵거나 만들기가 힘드는 등 나머지 둘 중 하나를 희생해야 했는데 이제는 고객 입장에서 쓰기 좋고, 보기 좋고, 만들기도 쉬워야 히트상품이 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선물하는 마음가짐으로 디자인하면 성공합니다. 남을 사랑하는 마음, 소비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디자인의 출발점입니다.” 김 대표는 디자인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디자인이 살 길이요, 디자인에서 기업의 경쟁력도 나온다고 강조하며 책을 쓰고 강의도 자주 한다. 그 실증적 사례로 이노디자인의 경영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는 디자인 못지않게 디자인을 마케팅에 사용하는 경영인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디자이너와 마케터(marketer), 디벨로퍼(developer) 등 삼박자가 잘 맞아야 디자인을 통한 기업가치 혁신이 가능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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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 가고 이젠 ‘Designed by ○○’ 시대 김영세 대표는 93년 동양매직 휴대용 가스버너로 IDEA 금상을 받은 순간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바로 바닷가재에서 영감을 얻은 세 발 달린 가스버너 디자인이다. 수상 직후 그는 영국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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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세의 혁신 사고방식 39-트렌드를 좇지 말고 스스로 창조하라 디자이너 김영세는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낼 줄 알고 이를 실현하는 21세기를 사는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모든 게 디자인이라서 누가 더 자신의 생각을 잘 그려내느냐에 따라 삶도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활동하는 이노베이터(혁신가)다. 지난해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 이노베이터> 란 책을 쓴 그는 판매 수익금으로 ‘Innovator Korea’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성이 미래의 한국을 만든다’는 그의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책과 DVD를 전국 고교에 전달하고 있다. 그는 디자인을 단순히 외관을 아름답게 하는 것만이 아닌 모든 것을 바꾸는 것임을 강조한다. 아이디어와 호기심, 꿈으로 세상과 대화하고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는 혁신가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그래서 ‘디자인=이노베이션’이라고 보며 아래 사항을 포함한 39가지 생각으로 정리했다. 이는 디자인에 대한 정의이자 현대를 살아가는 삶과 기업의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①공상이 아니라 상상을 해라 ②무난함을 버리고 확실한 차이를 만들어라 ③나만의 블랙박스를 가져라 ④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생각은 예측하지 않은 보상을 준다 ⑤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가져라 ⑥우선 자신을 만족시켜라 ⑦삶을 모험처럼 즐겨라 ⑧미래를 움켜쥐어라 ⑨해결책은 바로 자신에게 있다 ⑩유행을 쫓기보다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라 ⑪불편한 것을 참지 말고 해결하라 ⑫가장 가까운 사람을 즐겁게 하라 ⑬좋은 것보다 적절한 것을 만들어라 ⑭쓸 데 없는 것을 찾아내고 버려라 ⑮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라….” 이 책과 DVD를 보고 많은 초·중·고교생들이 직접 스케치한 디자인과 e메일 독후감을 보내왔다. “평생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알고 거기에 바치는 열정이 부럽다. 나도 당당하게 나를 디자인하고 소비하리라고 다짐했다.” 트렌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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