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띠 해에 솔솔 부는 아시아의 애견 열풍
개띠 해에 솔솔 부는 아시아의 애견 열풍
The Year of the Dog Spa 말레이시아의 20대 비즈니스 여성 사라는 퍽스터란 이름의 한 살짜리 개를 남몰래 좋아한다. 그럼에도 좀처럼 그 애완견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는 않는다. 심지어 어떤 친구들이 집을 찾아오면 퍽스터를 부엌에 숨겨두기도 한다. 이슬람교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 나라에선 개과 동물을 불결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사라는 자신의 성(姓)까지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라는 불도그와 비슷한 얼굴의 혈통 좋은 작은 발바리에게 쿠알라룸푸르의 애완견 가게에서 물건을 사다주고 전 남편보다 퍽스터를 더 애지중지한다. 이슬람교도인 사라는 “퍽스터는 너무 귀여울 뿐만 아니라 나를 지켜준다”며 “더 이상 외롭지도 않으며 TV도 함께 본다”고 말했다. 개띠 해가 아시아에서 밝았다(달력상으로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자카르타에 이르기까지 혈통 좋은 견공들이 가장 인기 있는 액세서리이자 가장 유행하는 취미생활의 일부가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언젠가 이 애완견들이 다시 내팽개쳐질 지도 모른다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마치 지난해 들고 다니던 고급 핸드백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추세는 인간에게 최고의 친구인 견공들에게 좋은 조짐일지 모른다. 강력한 사회적 변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선 돈 많은 중산층의 등장, 3대가 모여 사는 가구의 감소, 그리고 핵가족화 추세 등이 견공을 가장 선호하는 애완동물로 만들었다. 요즘 견공들은 외동 아이들, 실연당한 사람의 대리 파트너, 노인 등의 둘도 없는 단짝이다. “역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아시아인들은] 개고기를 먹지만 일단 개를 기르기 시작하면 자식보다 훨씬 더 소중히 다룬다”고 싱가포르에서 동물의 병을 총체적 관점에서 치료하는 수의사 장-폴 리는 말했다. 1980년대에 들면서 개 기르기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일본에 이어 아시아의 나머지 산업국가들도 갈수록 개를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싱가포르의 경우 버려진 개는 3분의 1 줄어든 반면 등록된 개는 지난 10년간 4분의 1 늘었다. 고급 애완견 가게도 우후죽순처럼 생겼고, 가게 진열대는 견공용 수입 사료와 디자이너가 만든 옷으로 넘쳐났다. 개 미용, 훈련, 돌봐주기, 최고 수준의 동물병원도 생겨났다. 심지어 견공용 카페·공간·호텔·놀이터가 등장하는가 하면 개의 편의 도모를 추구하는 압력단체까지 생겼다. 싱가포르 동물학대방지협회(SPCA) 간부 디드레 모스는 “개 소유주와 애완견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었다. 발전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만의 변신은 놀랄 정도로 빨랐다. 최근까지도 개는 음식용으로 길러졌다(대만 최후의 개 사육장은 2년 전 문을 닫았다). 요즘 대만의 견공 사진 전문 스튜디오는 개를 끔찍이 좋아하는 주인들 덕분에 떼돈을 벌었다. “사람들은 요즘 아이보다 개 기르기를 좋아한다.” 그 가게에서 일하는 앨런 린의 말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아시아의 견공 열풍은 잠재적 효과가 엄청나다. 수의사 리는 애완견의 특별식으로 북미산 주머니쥐·사슴·장어 고기 등이 들어간 특별 메뉴까지 판매한다. 최근엔 수백만 달러를 들여 상하이에 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MRI)와 초음파 기술을 구비한 동물병원도 지었다. 호주에도 그런 동물병원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대만에선 뜨거운 욕조를 갖춘 개 전용 스파가 등장했으며 개 주인들은 아예 애완견을 ‘견공 유치원’에 보낸다. ‘견공 유치원’은 개에게 온갖 묘기를 가르치는 고급 견공 훈련소다. 동물 권리 운동가들이 이런 현상을 모두 반기지는 않는다. 더러는 견공이 “패션 액세서리로 홍보되는” 현실을 개탄한다고 커스텐 미첼은 말했다. 자선단체인 홍콩 개 구조협회의 공동 창립자인 미첼은 옛 영국 식민지 홍콩에서 22년간 살면서 특정 품종의 인기 부침(浮沈)을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특정 품종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개 분양소로 쇄도했다가도 열기가 가라앉으면 우르르 버리기 일쑤였다. 이 주기는 개의 해인 올해도 반복된다고 미첼은 경고한다. 개를 기르려는 사람 다수가 주인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개들은 옷을 입기보다 산보하기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럼에도 아시아의 개 열풍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만의 허스키 한 마리는 최근 한 산모가 화장실에서 출산 후 실신하자 신생아를 밖으로 끌어내 아이의 생명을 구했다. 나중에 이 가난한 여성이 아이와 개를 모두 입양시키겠다고 하자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허스키를 입양하겠다는 문의 전화였다. With JONATHAN ADAMS in Taipei, LORIEN HOLLAND in Kuala Lumpur and SONIA KOLESNIKOV-JESSOP in Singap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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