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지켜야 부자나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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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하포트 지음 · 김명철 옮김 웅진 씽크빅 · 1만3,000원 |
'경제학’하면 딱 떠오르는 말은 대개 ‘어렵다’ ·'복잡하다' ·‘지루하다’는 단어들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경제활동이고, 경제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사가 거의 없는데도 많은 이들이 경제학이라면 고개를 가로젓는다. 사실 경제학을 잘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사는 데 별 지장이 없고, 경제학 교과서 한 권 읽지 않고도 돈만 잘 버는 사람이 많다. 치과의사들이 아픈 이를 고쳐 주는 것처럼 경제학자들이 현실경제에 똑 부러진 처방을 내놓는 것도 아니고, 처방을 내린다 해도 효과가 단박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골치 아픈 경제학일랑 경제학자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지 일반인들까지 굳이 경제학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경제학을 모른다고 당장 굶어 죽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의 기본원리 몇 가지를 알아 두면 경제현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문제는 경제학 책이라고 하면 대체로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 법칙으로 가득 찬 이론서를 떠올리기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경제 관련서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이른바 대중적인 경제학 서적(Pop Economics book)이 속속 출간되고 일반 독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근자에 나온 <런치타임 경제학> 이나 <괴짜 경제학> , <티셔츠 경제학> 등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이런 책들은 복잡한 이론은 싹 빼버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경제현상들을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쉽게 풀어 낸다. 최근에 나온 <경제학 콘서트> 는 바로 이런 계보를 잇는 책이다. <경제학 콘서트> 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현실경제의 구석구석을 ‘경제학적 사고방식’으로 예리하게 해부한다. 이 책의 원제가 ‘Undercover Economist’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말로 옮기면 대략 ‘현장잠입 경제학자’쯤 된다. 경제현장에 경제원리라는 몰래카메라를 들이대고 숨겨진 경제적 진실을 파헤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러난 진상은 의외로 일반의 상식을 뒤엎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출근 길에 들르는 목 좋은 곳의 커피전문점 커피값이 비싼 이유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 비싼 임대료 때문이 아니라, 고객들이 가격에 둔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쁜 출근 시간에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기꺼이 커피를 사겠다는 고객들이 있기에 커피값이 비싼 것이다. 여기에 동원되는 경제원리가 ‘희소성의 원리’다. 자유시장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작동기제는 가격이다. 가격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희소성’을 두고 벌이는 온갖 암투와 신경전의 결과물이다. 이 정도만 알아도 일단 경제학의 기초는 뗀 셈이다. 비싼 커피값의 비밀을 밝혀 낸 경제학자는 이제 최저가를 외치는 할인점의 교묘한 상술과 교통체증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법, 중고차시장에 쓸 만한 차가 나오지 않는 이유, 주식시장에서 좋은 종목 골라내기, 포커와 경매의 유사성 등으로 탐색의 시선을 돌린다. 드디어 이 비밀스런 경제학자는 책의 마지막 세 개 장에서 나라가 흥망성쇠하는 원인 규명에 나선다. 그가 내린 결론은 개방과 시장경제원리의 확립이야말로 부자나라가 되는 열쇠라는 것이다. 여기서 빈곤 탈출의 성공사례로 시종일관 거명되는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개발연대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던 여공들의 땀과 눈물, 시장경제원리에 따른 법과 제도, 대외지향적 국가발전 전략이 어우러져 부국의 대열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세계화에 대한 논의에서는 스크린 쿼터 사수를 주장하는 영화인들이나 개방불가를 외치는 농민들의 경쟁자가 외국 영화인이나 외국 농민들이 아니라 실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국내의 수출업자라는 사실도 드러난다.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폄훼와 왜곡이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시장경제원리를 요령 있게 풀어 낸 책을 만나 반갑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경제학> 경제학> 티셔츠> 괴짜> 런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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