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통신사업자 거센 반격 준비

통신사업자 거센 반격 준비

"인터넷 TV(IP TV)가 시작되면 현재 케이블 TV 사업자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한 SO 고위 임원의 걱정이다.통신사업자가 방송을 파고들기 시작하면 상황이 역전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KT와 하나로텔레콤,데이콤,등 통신사업자들은 IP TV 를 블루 오션으로 보고 방송시장 진입을 추진 중이다.SO들이 케이블망을 가지고 방송과 초고속인터넷,전화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반대로 통신사업자도 초고속인터넷 망으로 방송을 서비스할 수 있다. 사실 망에는 통신이라든가 방송이라는 꼬리표가 없다.그냥 물리적인 구리선이나 광선일 뿐이며 지나가는 콘텐트야 사업자가 정하는 대로다.IP TV는 초고속인터넷 망을 통한 방송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꿔 가며 수십 개 채널을 보는 디지털 방송'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해 8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IP TV가 상용화될 경우 2006년 67만 가구,2007년 148만 가구,2012년에는 394만 가구가 가입할 전망이다.ETRI는 IP TV의 월 이용료 매출 규모가 2006년 1,931억원에서 2007년 4,074억원으로 증가하고 2012년이면 1조2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IP TV가 방송시장의 한 축을 형성한다는 얘기다.SO는 지역별 독점사업자다.예를 들어 강남구에 사는 사람이 케이블TV가 보고 싶다면 강남케이블TV 외에는 대안이 없다.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가 있긴 하지만 TPS(초고속인터넷 ·전화·방송)시장에서는 경쟁 상대가 아니다.그러나 IP TV는 다르다.소비자들은 케이블TV 대신 IP TV를 택할 수 있다.
KT ·하나로"방송 준비 완료" 승부는 가격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디지널방송 시장에서 IP TV와 디지털케이블방송이 경쟁할 경우 어느 편이 가격 경쟁력이 있을까. SO는 현재 1,300만 명에 이르는 아날로그방송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SO의 디지털케이블방송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SO의 디지털케이블방송 가입자 수는 낙관적으로 봐서 올해 말 50만명 정도로 전망된다. 현재 가격은 월 2만원 전후인데 벌써 '원가도 안 나와서 가입자가 늘수록 적자'란 푸념이 나온다.KT는 아직 IP TV 예상 가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부 보고서에선 심심찮게 1만원이 제시된다.KT에 IP TV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에게 주는 '묶음상품'이기에 가능한 가격이다. KT는 이미 지난해 말 IP TV 서비스를 위한 방송센터를 구축완료했다.기술적이나 시스템적으론 이미 준비가 끝난 상황이다.법 ·제도만 정비되면 언제든지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할 수 있다. 하나로텔레콤도 지난2월 IP셋톱박스 업체인 셀런TV를 55억원에 인수했다.하나로텔레콤은 셀렌TV 서비스를 6개월 이상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미 셀런TV기 IP TV의 초기 단계인 VOD 서비스를 상용화한 데다 모기업 셀런으로부터 IP셋톱박스를 이른 시간에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KT ·하나로텔레콤이 보는 시장은 SO와 똑같은 TPS시장이다.통신업자는 겉으론 드러나지 않지만 SO가 갖지 못한 무기가 있다.바로 대고객 서비스 능력이다.통신사업자는 지난 6~7년간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놓고 고객을 뺏고 뺏기는 쟁탈전을 펼치며 고객확보 능력과 함께 서비스 능력을 키웠다.여기서 전국사업자로서의 역량도 갖췄다.반면 SO는 태생적으로 지역사업자이자 독점사업자다. MSO의 한 사장은 "현재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마케팅업체로 거듭나는 일"이라고 말했다.MSO는 한번도 전국적인 마케팅을 해본 적도 없고,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을 치르지도 못했다.마케팅 능력면에서 MSO는 아마추어인 셈.우리나라 최고의 마케팅 프로인 통신사업자의 방송 진출은 그래서 SO에게 악몽 같은 일이다.


법에 묶인‘IP TV’
정보통신부 관료와 방송위원회 직원은 요즘 피곤하다. 지난 2월부터 방송과 통신 영역을 융합하거나 통합하는 조직개편 논의가 정부 차원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 2월에 청와대 ·국무조정실 ·방송위원회 ·정통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등이 참여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준비반이 구성됐다. 방통융합추진위는 방송산업과 통신산업, 그리고 방통융합산업을 보는 규제의 원칙을 마련하기 위한 기구다. 한발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 필요하다면 방송의 규제기관인 방송위와 통신의 주무부처인 정통부를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방통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시장에서 방통융합 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데도 정부의 규제 틀은 여전히 방송 따로, 통신 따로다. 일례로 KT의 IP TV는 현재 법 ·제도가 없어서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기술적 준비는 물론 시스템 구축도 마쳤지만, 정작 가장 핵심적인 ‘실시간으로 동영상 콘텐트를 편성해 내보내는’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주문형비디오(VOD)나 부가서비스만 제공할 뿐이다. 3월 6일엔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연합해 설립하기로 한 한국케이블텔레콤이 정통부로부터 인터넷전화(VoIP) 기간통신사업자 허가를 받자, 통신사업자들이 ‘방송사업자가 통신에 들어오는데 통신사업자의 방송 진입을 막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정통부는 방통융합 논의와 함께 정책적으로 광대역융합서비스법(BCS)을 입법화해 KT 등 통신사업자의 IP TV 서비스를 가능한 이른 시기에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방송위는 지난 1월 ‘통신망 이용 방송서비스 정책 방안’을 내놓고 이를 입법화해 IP TV 진입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었으나 현재로선 보류 상태다. 방송위는 방통융합 논의를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융합 논의는 결국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이끌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 부처에선 4월 방통융합추진위 출범설이 돌지만 누구도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고 있다. 또 방통융합추진위가 출범한다고 해도 실제 정통부-방송위 간 통합조직안을 마련해 내놓을지도 미지수다. 또한 정부조직개편은 정부뿐 아니라 국회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언론노조 등 시민단체의 입장도 변수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방통융합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는 이미 ‘방통융합 경기장’에 들어서 경기를 시작했는데 정작 게임의 룰은 ‘방송 경기장’ 또는 ‘통신 경기장’의 옛날 방식을 따르는 격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KT&G,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월드 지수’ 편입

2'인천-도쿄' 노선, 세계 3위로 여행객 실어 날랐다

3캄파리그룹, 트랜스베버리지 잔여 지분 인수...'캄파리코리아'로 새 출발

4尹정부에 뭇매 맞던 ‘네카오’...탄핵 집회서 '소통 창구' 역할 톡톡

5美법원, 철강 관세 폭탄에 제동…현대제철·동국제강 안도

6엔씨소프트 ‘리니지2M’, 텐센트 통해 중국 서비스

7김보현 대우건설 신임 대표 “2027년 순이익 1조원 달성하겠다”

8'10년째 최고가' 297억원 단독주택, 소유주는?

9뉴진스, 민희진 손잡고 ‘본명 화보’ 찍었다... 그룹명 언급 無

실시간 뉴스

1KT&G,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월드 지수’ 편입

2'인천-도쿄' 노선, 세계 3위로 여행객 실어 날랐다

3캄파리그룹, 트랜스베버리지 잔여 지분 인수...'캄파리코리아'로 새 출발

4尹정부에 뭇매 맞던 ‘네카오’...탄핵 집회서 '소통 창구' 역할 톡톡

5美법원, 철강 관세 폭탄에 제동…현대제철·동국제강 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