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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상품 성공학(19)-안동고등어] 비린내나는 생선을 포장 판매

[히트상품 성공학(19)-안동고등어] 비린내나는 생선을 포장 판매

낮에는 집안에 머물다가 해가 지면 슬그머니 나와 친구들과 포장마차나 선술집을 찾았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여름, 경북 포항의 옷가게를 정리하고 안동으로 되돌아온 류영동 사장의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과였다. 안동에 하나 남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부인과 되도록 마주치지 않으려다 보니 밤낮이 바뀐 백수 생활이 이어졌다. 어느 날 류 사장은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소리를 들었다. 한 지역 신문이 특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간고등어를 소개해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구입 문의가 쏟아져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래시장 상인들은 고등어를 포장해서 보내는 게 귀찮기만 했다. 아예 주문받기를 꺼리는 이들도 많았다. 몇 달째 집에서 쉬며 앞으로 뭘 할까 고심하던 류 사장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무릎을 쳤다. 고등어를 위생적으로 포장하고 상표를 붙여서 팔면 뭔가 될 것 같았다. 더구나 그해 4월에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하회마을을 방문해 안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있었다. 안동시를 마케팅에 써먹어도 될 것 같았다.

“시장 10%만 차지하면 성공” 이튿날부터 류 사장은 사업 준비에 나섰다. 생선 비린내를 차단할 비닐포장과 종이로 된 겉포장지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 안동과학대학에 의뢰해 포장지 디자인도 만들었다. 한편으론 전국의 수산물 도매시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시장 조사에 나섰다. 류 사장은 “국내 고등어 시장이 대략 4000억원 정도였는데 이 가운데 10%만 차지하면 성공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등어에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추는 ‘선수’를 수소문해 시장에서 일하던 이동삼씨를 발굴해 공장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마침내 그해 9월 안동간고등어가 첫선을 보였다. 재래시장에서 주로 팔리던 자반고등어가 번듯하게 포장돼 유통된 최초의 상품이었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생선을 비닐에 포장해서 파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시제품을 받아 본 백화점과 할인점 바이어들로부터 주문이 쏟아졌다. 2000년 7월에는 홈쇼핑에서도 팔았다. 그해 11월에는 철도청으로부터 ‘열차 판매 특산품 1호’로 지정돼 기차 안에서도 팔기 시작했다 . 수요가 늘어나며 2공장을 지었다. 2002년에는 죽염간고등어 등을 내놓으며 제품 종류를 다양화했고 고등어구이 전문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 안동간고등어는 지역 특산물의 전국적인 상품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며 다른 지역의 벤치마킹 1호로 꼽히고 있다. 안동 지역에서의 위상도 부쩍 커졌다. 요즘 안동 중심가 음식점은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간고등어 음식점이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외부 손님과 식사할 때면 예외없이 ‘간고등어 정식’을 권한다. 첫해 4억원이었던 ㈜안동간고등어의 매출은 지난해 180억원으로 늘었다. 5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200명으로 늘었다. 생산량 증가에 따라 공장도 4곳으로 늘렸다. 매출로나 고용효과로나 안동 지역 최대 기업이 됐다.

문화와 지역을 팔았다=
류영동 사장은 “디지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 반작용으로 전통과 옛것에 대한 향수도 커지고 있다”며 “음식도 전통 방식으로 만든 것을 그리워하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옛것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와 체험 행사도 기획했다. 옛날 동해안의 강구항에서 우마차와 지게로 고등어를 실어나르던 모습을 향토학자의 고증으로 복원했다. 한겨울 낙동강에서 꽁꽁 언 얼음을 잘라내 석빙고에 보관하는 장빙제(藏氷祭) 행사도 매년 재연한다. 회사 측은 “안동시는 물론 경북 북부 지역의 문화행사에는 거의 다 참여한다”고 말했다. ‘눈길 끌기’와 지역 사회 기여를 목적으로 한 문화행사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해마다 매스컴의 조명을 받았고, 관광객들이 몰렸다. 간고등어 매출도 자연스레 늘었다.

전략적인 종합 마케팅=
안동간고등어 출시 과정을 보면 다분히 전략적이다. 제품 포장과 디자인,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스케줄에 따라 이뤄졌다. 류영동 사장은 “상품화 아이디어를 낼 때 구체적인 사업계획까지 마련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우선 산학협력. 안동과학대학에 의뢰해 겉포장에 쓸 디자인과 로고를 만들고 포장용 비닐팩도 개발했다. 제대로 된 맛을 되살리기 위해 식품공학 분야 지원도 받았다. 안동시에도 협조를 요청해 시판 직전 지역 특산품으로 지정騁年? 포장지 등 협력 업체도 되도록 여러 곳과 거래했다. 거래 업체 등을 통해 간고등어 홍보효과를 높여 보자는 의도도 있었다. 류 사장은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보다 공신력 있는 기관과 협력함으로써 이른 시일 내에 시장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제품으로 제2 도약=
간고등어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는 있지만 머지않아 성숙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신제품과 새로운 사업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기존 간고등어와 달리 뼈와 머리를 제거해 먹기에 편리하게 만든 신제품이 7월에 나온다. 조병태 상무는 “간편 생선, 기능성 생선”이라고 설명했다. 따로 조리할 필요 없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야외용 캔 제품도 준비 중이다. 사업 영역을 장류로 넓혀 기능성 된장과 청국장을 내놓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 현재 40여 곳인 프랜차이즈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지금은 고등어 요리만 팔지만 ‘생선요리 전문점’으로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도움말=김용태마케팅연구소


인터뷰ㅣ류영동 사장

“유사품 난립하자 되레 선전 잘돼”
안동간고등어는 지역 문화와 지역 상품을 결합함으로써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눈에 확 띄었다. 류영동(46) 사장은 “앞으로도 각종 문화행사 발굴 및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동간고등어가 성공하면서 경쟁 업체가 많이 생겼는데.
“유사 상표가 늘어나면서 진짜 안동간고등어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 브랜드 파워는 더 커졌다. 경쟁하던 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이후 두 곳을 우리가 인수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안동 지역 최대 기업이 됐는데.
“2003년 이후 안동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됐다. 고용 인력이 200명 정도 된다. 급여 수준도 경북 지역에서 가장 높다. 그러다 보니 종업원들이 한번 들어오면 퇴사를 않는다.”

어려움은 없었나.
“창업 이듬해 위기가 왔다. 고등어 어획량이 대폭 줄어 가격이 배로 뛰었다. 물건을 만들기 위해 제주도에서 비행기로 실어 나르기도 했다. 고등어는 양식이 안 돼 원료 조달이 들쭉날쭉하다는 게 문제다. 불확실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품목이다.”

생산과정을 기계화하면 효율이 높아질 텐데.
“가능하지만 우리 컨셉트는 수작업만 한다는 거다. 이로 인한 광고 효과도 있다. 자동화하면 전통 식품이란 컨셉트와 이질감이 생긴다. 고용 문제도 있다. 그래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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