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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기업 “중국 안 무섭다”

멕시코 기업 “중국 안 무섭다”

What China Threat?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을 상대하는 유일한 제조 수출 대국이다. 아시아의 저임금 위협이 유달리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2001~2004년 조립공장 800개 이상이 문을 닫았다.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멕시코에서 조립공장은 ‘마킬라도라’라 불린다. 2001년 하반기부터 2003년까지 마킬라도라 산업은 해마다 0.4%씩 줄었다. 모두 그 원인을 안다고 생각했다. “중국의 위협”이 곧 언론의 단골 머리기사가 됐다. 그러나 멕시코가 부활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갑자기 사라졌다. 멕시코의 중국 공포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제조업 생산량이 다시 급증하고 올 1분기 수출량이 26% 증가하면서 멕시코의 무역수지 흑자는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JP 모건 체이스의 중남미 연구원 알프레도 소언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위협론이 “성급하고 피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경기 부진은 대체로 국내 요인 때문이었다. 중국의 위협이 멕시코 기업들의 공격적 반응을 촉발해 경기 회복을 진작한 점은 있다. 멕시코 기업들은 대당 199달러짜리 텔레비전 같은 싸구려 수출품에서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광섬유 송전장비 같은 수출품으로 전환하고, 제조업 불황의 주원인이었던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급상승의 문제를 해결했다. 이 덕분에 외국인 투자자들을 다시 유치하고, 그 자본으로 마킬라도라를 돌렸다. 여기서 이런 교훈을 얻었다. 중국이 위협적 경쟁자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경제가 잘못될 때마다 모두 중국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멕시코는 어렵사리 그 교훈을 얻었다. 이 나라의 제조업은 미국과 국경을 맞댄 주들에 몰렸다. 어떤 점에서 한창 발전하는 중국 남부의 일부 지방을 닮았다. 서부에 있는 할리스코주는 멕시코의 실리콘밸리로 떠올랐다. 주도(州都) 과달라하라는 휼렛패커드와 텍사스인스트루먼츠 같은 대기업들과 아울러 그 브랜드로 팔리는 프린터와 랩톱 컴퓨터를 만드는 하청업자들도 유치했다. 경기가 부진할 때 그런 하청업체 두 개(온세미컨덕터스와 멀텍)가 공장 문을 닫았다. 남은 일부 기업은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저렴한 잉크젯 프린터, 랩톱 컴퓨터, 무선전화 등 몇몇 생산라인을 중국에 빼앗겼다”고 할리스코주의 대외무역투자 담당차관 페데리코 레페는 말했다. “우리는 땀 흘리는 산업에서 머리 쓰는 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들은 그렇게 해냈다. 과달라하라 교외에는 IBM이 1975년 전동 타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공장이 있다. 지금은 고용량 자료 저장 카트리지를 만들고 DHL 같은 고객을 위한 셀프서비스 가판대를 조립한다. 할리스코의 지난해 수출량 155억 달러의 거의 77%가 전자제품이다. 부진했던 2003년의 55%에서 크게 늘었다. 멕시코의 제조업 회사들은 정부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도 다시 살아났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고 소언은 말했다. 비센테 폭스 대통령은 2000년 취임하면서 세제를 개혁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근로자를 고용주가 쉽게 해고하도록 노동법을 고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다짐했다. 야당들이 그 개혁을 방해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멕시코 기업들은 실제 시급(時給)의 증가율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2001년 12%에서 지난해에는 겨우 0.3%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세 반응했다. 멕시코의 제조업 분야에 투자하는 돈을 2002~2003년의 연간 63억 달러에서 2004~2005년에는 85억 달러로 늘렸다. 멕시코의 재도약은 지리 조건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운송비가 증가하면서 중국을 상대로 한 멕시코의 비교우위는 특히 자동차와 기타 대형 품목에서 두드러졌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산미나-SCI는 멕시코 공장을 통해 20개 이상의 우량기업 고객들에 납품한다. 과달라하라에 있는 이 회사의 다섯 개 공장은 MRI 신체 스캐너(필립스)와 자동차 부품(포드·GM·크라이슬러) 등 오만가지를 생산한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주문은 무엇이든 24~48시간 안에 맞춘다고, 또 제품 라인업을 3~6개월마다 바꾸는 가전제품 업체들의 요구에 맞춘다고 장담한다. 미국까지 배로 싣느라 5~6주를 손해 보는 중국 기업들은 따라갈 재주가 없다. “중국에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면 바닐라 다섯 컨테이너를 받는다”고 산미나-SCI의 멕시코 영업 수석부사장 마르코 곤살레스 하겔시에브는 말했다. “거기에 비하면 멕시코는 배스킨 라빈스다. 여러 가지를 섞고 향미를 더한 뒤 바로 다음날 아이스크림을 배달한다.” 어찌 보면 지나친 자신감이 멕시코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중국은 최근 멕시코를 제치고 캐나다 다음 가는 제2위의 대미 수출국이 됐다. 과거에 신발과 직물 같은 싸구려 제품을 만들었던 공장들이 부활하지는 않을 듯하다. 각국의 IT 산업 준비도를 평가한 글로벌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리포트의 최근 조사에서 멕시코는 44위에서 60위로 미끄러졌다. 멕시코의 실정을 말하려고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제조업의 소규모 증가는 긍정적이지만 신기술이나 전략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도 생산품의 90%를 미국에 보낸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그들도 덩달아 나빠지게 된다.” 요컨대 멕시코는 뒷마당만 생각해선 곤란하다. 소언은 7월 선출되는 멕시코의 차기 대통령이 현재 아시아의 많은 나라보다 처지는 도로·광대역 등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계획을 포함해 경쟁력 제고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가 미국에서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중국과 당당히 경쟁하는 날, 그것이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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