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스타와 장수CF 관계] 오랜 친구처럼 함께 크는 사이
[장수스타와 장수CF 관계] 오랜 친구처럼 함께 크는 사이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 기업들이 하고 있는 광고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다. 그 일환인 모델 전략은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전개하는 크리에이티브 전략의 효과적인 표현 수단 중 하나다. 이러한 모델전략은 전파매체나 인쇄매체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광고에서는 ‘3B’로 불리는 미인(Beauty), 어린이(Baby), 동물(Beast)이 광고모델 전략 요소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지명도 높은 연기자나 가수, 개그맨, 유명 스포츠 스타, 패션모델, 기업대표, 한국에 귀화한 외국인, 외국의 유명스타, 탈북 새터민, 심지어 외모가 받쳐주는 아나운서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망라한 모델을 폭넓게 이용해 자사의 상품 광고에 활용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요즘 인기가수나 유명 영화배우, 탤런트, 유명 스포츠선수 등은 본업 외에 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매우 선호하고 있다. 모델로 출연하게 되면 자신의 인기도 상승뿐 아니라 막대한 수입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광고모델로 지명도 높은 인기인을 선정하는 목적은 수많은 매체가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소비자를 주목하게 만드는 클러터(Clutter·미디어에 게재된 수많은 광고물 중 뛰어나 보이게 만드는 것) 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기인이 사용하니까 나도 사용해 보고 싶다는 기대감과 자연스럽게 모델을 통한 홍보와 구전마케팅(Virul Marketing)도 기대한다. 또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광고모델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과 모델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활용해 판매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훌륭한 모델은 자신이 갖고 있는 개성과 연기력에 의해 대중에게 보이는 엔터테인먼터로서의 자질이 기업이 목표하는 의도에 따라 광고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모델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나 제품비즈니스의 최종적인 전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모델을 사용함으로써 기업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인 효과는 수치적으로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스캔들 없이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모델은 연예인으로서 인기가 지속될 경우 광고의 목표달성과 함께 소비자들로부터 기업의 신용도(Goodwill)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광고에 모델로 출연한 일부 여자 연기자의 경우 사생활에 문제가 생겨 스캔들이 일어나면 그 연기자를 모델로 선택한 기업의 제품 이미지나 브랜드 이미지가 금액으로 산출할 수 없는 막대한 손해를 입기도 한다.
연예인이 광고시장 점령 우리나라의 광고는 세창양행의 인쇄광고를 시작으로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광고는 1950년대 모델이 없는 진로주조의 애니메이션 및 CM송을 활용한 광고와 신한제분의 닭표 간장과 닭표 맛나니 등의 CM송이 효시라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사람을 광고모델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 후 TV가 보급되면서 광고를 접하게 되는 소비자들의 주목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지명도 높은 TV 연속극의 주연 남녀 탤런트를 기업의 광고모델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간 광고 모델 경쟁이 시작됐다. TV가 보급된 직후인 1970년 전형적 한국 여인상을 그린 동양방송의 인기 일일드라마 ‘아씨’의 주인공이었던 노주현과 김자옥은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의 모델로 전격 선정됐다. 당시 이 회사는 두 인기 배우를 등장시킴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 제품판매도 늘릴 수 있었다. 여기에다 퍼모스트는 기존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누르고 업계 1위로 부상하는 성과까지 거뒀다. 광고 모델과 관련해 한국 광고사 100년에 기록될 만한 특이한 사례로는 76년 한국프라스틱공업(현 한양화학)의 서재식 사장이 자사의 광고모델에 출연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서 사장은 인기모델이나 탤런트가 아닌 고위공무원 출신의 최고경영자였다. 최근에는 CEO가 직접 자사 제품을 들고 나와 홍보하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지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서 사장이 광고에 출연하게 된 배경은 당시 한국프라스틱공업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던 광고대행사 오리콤이 외국의 TV 광고에 유명 연예인이 아닌 회사의 대표나 점포의 평범한 일반 사람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이를 회사 측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최초로 사장이 직접 광고에 출연하게 되면 제품의 신뢰도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그렇지만 서 사장의 광고 출연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오리콤의 제안을 받은 서 사장은 광고모델로 출연하게 되면 사장이라는 직위에 대한 품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거절했다. 이후 고민 끝에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했고, 이것이 통과되면서 비로소 광고에 출연하게 됐다. 서 사장은 광고에 출연해 “한국프라스틱의 대표이사 서재식입니다. 회사의 명예를 걸고 품질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골드륨”이라는 대사로 소비자를 설득했다. 소비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이것이 회사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어졌다. 이것을 계기로 당시 시장에서 경쟁사에 비해 열세였던 바닥장식재 ‘골드륨’의 시장 점유율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 경쟁적으로 기사를 보도하면서 자연스레 홍보 효과도 올라갔다. 서 사장의 경우 백화점이나 거리에 나가면 유명 연예인 못지않게 소비자의 사인 요청을 받았다는 일화도 있다. 그 후 많은 기업의 대표들이 광고 모델로 등장하고는 있지만 초기에 비해서는 큰 광고효과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모델 한 명이 회사 매출 좌우 한때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조미료 시장에서도 모델의 역할은 빛났다. 당시 라이벌이었던 미원과 미풍의 조미료 시장을 높고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제일제당은 조미료의 대명사인 ‘미원’을 제압하기 위해 미풍의 제품명을 ‘아이미’로 바꾸면서 전사적인 캠페인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쳤지만 ‘미원’을 제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미’의 제품명을 다시 ‘입맛을 다시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다시다’로 바꾸면서 지명도 높은 TV 탤런트 김혜자를 전격 출연시켰다. 이 결과 제일제당은 경쟁 제품인 ‘미원’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모델이었던 김혜자씨의 역할이 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런 인연으로 김혜자씨는 한국 광고 역사상 20년 이상의 최장수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다시다’의 성공에는 배우 김혜자가 출연했던 장수 프로그램 ‘전원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전원일기가 장수하면서 자연스레 드라마와 광고는 서로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탤런트 김혜자 못지않게 장수 CF 스타로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배우는 바로 안성기다. 지난 74년 출시된 동서식품의 ‘프리마’는 안성기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장수상품으로서의 이미지도 확고히 굳혔다. 동서식품이 만드는 ‘맥스웰 커피’ 역시 마찬가지. 이 광고에서 안성기는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거실에서 부인에게 커피를 건네주는 자상한 남편 이미지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오랜 시간 친구처럼 함께하는 커피의 이미지를 대입시킴으로써 맥스웰 커피 하면 안성기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소비자가 많다. 덕분에 안성기 역시 부드러운 커피와 같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배우로서의 이미지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상품과 스타 이미지가 훌륭히 조화를 이뤄 서로 상승효과를 거둔 대표적인 광고라 할 수 있다. 탤런트 김혜자나 안성기 같이 장수 CF 스타가 상품의 이미지 및 매출 증대를 끌어 오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스타와 광고가 상승효과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 이후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광고가 바로 코카콜라의 CF다. 코카콜라는 88년 당시 무명 모델이었던 21살의 심혜진을 모델로 등장시켰다. 당시 코카콜라 CF는 정장 차림에 야구장에서 홈런을 날리는 시원한 모습의 파격적인 영상을 선보였다. 이후 탤런트 최진실이 ‘남편 사랑은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유명한 카피로 성공하면서 그 당시까지 공식화돼 있던 ‘지명도=광고모델’ 공식을 확실히 무너뜨렸다. 이전까지는 탤런트나 영화배우로 성공하고 지명도를 얻고 나서야 모델로 섭외가 됐지만 심혜진·최진실을 거치면서 오히려 CF가 스타의 등용문이 됐다. 이는 상업 광고의 영향력이 그만큼 확대됐다는 의미도 품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의 욕구나 상품 사이클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장수 CF 스타를 찾아보기가 그만큼 힘들어졌다. 한 회사의 모델을 5년 정도만 해도 장수모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최근 톱스타들의 경연장이 돼 버린 아파트 CF다. 아파트 CF 스타로는 배우 이미연이 아파트 브랜드 ‘두산위브’ 모델로 5년간 활동하면서 최장수 모델로 꼽히고 있다. 이미연의 뒤를 이어서는 김남주(푸르지오), 이영애(자이), 장동건(포스코) 등이 4년째 활동하며 장수 모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같은 이미지로 한 광고를 이끌어 가지 않는 경향이 많다. 이미연의 경우에도 5년간 선보인 4편의 광고에서 각기 다른 분위기로 변신하면서 하나의 고정적 이미지를 버렸기 때문이다. 과거 배우 김혜자나 안성기가 한 가지 이미지로 오랫동안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 것과는 달라진 변화다.
‘한 상품=한 모델’ 공식 무너져 화장품 업계에서는 배우 고소영이 장수 모델로 꼽힌다. 올 초 화장품 브랜드인 ‘더 페이스샵’과 초특급 대우를 받고 계약을 한 고소영은 헤어케어 브랜드인 ‘케라시스’와도 재계약을 했다. 고소영은 ‘케라시스’와 세 번째 재계약을 한 경우로, 장수모델이 드문 헤어케어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장수모델이 된 셈이다. 배우 이영애의 경우에는 특정 상품의 한 가지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장수 CF 스타와는 구별된다. ‘한 상품=한 모델’이라는 공식을 철저히 무너뜨린 경우다. 이영애는 아파트 광고에서부터 카드회사 광고까지 섭렵하며 CF계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이영애의 하루’라는 유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영애가 모델로 출연하는 회사의 제품만 가지고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다소 조소 섞인 유머라 볼 수 있다. 이영애에 이어 CF 지존으로 거론되는 전지현도 비슷한 경우다. 업계에서는 ‘전지현이 광고하면 뜬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전지현 효과를 보고 있지만 특정 상품에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상품에 동시 다발적으로 출연하면서 배우 자체의 캐릭터(섹시함·청순함 등)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최근 광고업계 경향을 보면 한 모델의 이미지에 매달리기보다는 그때 그때 속칭 뜨고 있는 모델의 지명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거나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을 ‘타이업(Tie-up)’이라고 한다. 한때 국내 광고모델의 관행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아름다운 외모의 광고모델 이미지를 벗어난 탤런트 전원주의 통신회사 광고나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광고 카피를 유행시켰던 롯데리아 햄버거 광고 등도 이런 분류에 속한다. 최근 인기를 모은 탤런트 임채무의 축구심판 패러디 광고, 윤도현을 모델로 한 SK텔레콤의 붉은악마 월드컵광고 등은 모델의 지명도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타이업이 강하게 어필했던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해외에서는 유명한 프로 운동선수들이 ‘나이키’나 ‘리복’ 등의 신발 광고에 모델로 출연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자사의 제품 이미지와 관련없는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쓰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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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광고시장 점령 우리나라의 광고는 세창양행의 인쇄광고를 시작으로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광고는 1950년대 모델이 없는 진로주조의 애니메이션 및 CM송을 활용한 광고와 신한제분의 닭표 간장과 닭표 맛나니 등의 CM송이 효시라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사람을 광고모델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 후 TV가 보급되면서 광고를 접하게 되는 소비자들의 주목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지명도 높은 TV 연속극의 주연 남녀 탤런트를 기업의 광고모델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간 광고 모델 경쟁이 시작됐다. TV가 보급된 직후인 1970년 전형적 한국 여인상을 그린 동양방송의 인기 일일드라마 ‘아씨’의 주인공이었던 노주현과 김자옥은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의 모델로 전격 선정됐다. 당시 이 회사는 두 인기 배우를 등장시킴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 제품판매도 늘릴 수 있었다. 여기에다 퍼모스트는 기존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누르고 업계 1위로 부상하는 성과까지 거뒀다. 광고 모델과 관련해 한국 광고사 100년에 기록될 만한 특이한 사례로는 76년 한국프라스틱공업(현 한양화학)의 서재식 사장이 자사의 광고모델에 출연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서 사장은 인기모델이나 탤런트가 아닌 고위공무원 출신의 최고경영자였다. 최근에는 CEO가 직접 자사 제품을 들고 나와 홍보하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지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서 사장이 광고에 출연하게 된 배경은 당시 한국프라스틱공업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던 광고대행사 오리콤이 외국의 TV 광고에 유명 연예인이 아닌 회사의 대표나 점포의 평범한 일반 사람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이를 회사 측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최초로 사장이 직접 광고에 출연하게 되면 제품의 신뢰도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그렇지만 서 사장의 광고 출연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오리콤의 제안을 받은 서 사장은 광고모델로 출연하게 되면 사장이라는 직위에 대한 품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거절했다. 이후 고민 끝에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했고, 이것이 통과되면서 비로소 광고에 출연하게 됐다. 서 사장은 광고에 출연해 “한국프라스틱의 대표이사 서재식입니다. 회사의 명예를 걸고 품질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골드륨”이라는 대사로 소비자를 설득했다. 소비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이것이 회사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어졌다. 이것을 계기로 당시 시장에서 경쟁사에 비해 열세였던 바닥장식재 ‘골드륨’의 시장 점유율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 경쟁적으로 기사를 보도하면서 자연스레 홍보 효과도 올라갔다. 서 사장의 경우 백화점이나 거리에 나가면 유명 연예인 못지않게 소비자의 사인 요청을 받았다는 일화도 있다. 그 후 많은 기업의 대표들이 광고 모델로 등장하고는 있지만 초기에 비해서는 큰 광고효과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모델 한 명이 회사 매출 좌우 한때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조미료 시장에서도 모델의 역할은 빛났다. 당시 라이벌이었던 미원과 미풍의 조미료 시장을 높고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제일제당은 조미료의 대명사인 ‘미원’을 제압하기 위해 미풍의 제품명을 ‘아이미’로 바꾸면서 전사적인 캠페인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쳤지만 ‘미원’을 제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미’의 제품명을 다시 ‘입맛을 다시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다시다’로 바꾸면서 지명도 높은 TV 탤런트 김혜자를 전격 출연시켰다. 이 결과 제일제당은 경쟁 제품인 ‘미원’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모델이었던 김혜자씨의 역할이 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런 인연으로 김혜자씨는 한국 광고 역사상 20년 이상의 최장수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다시다’의 성공에는 배우 김혜자가 출연했던 장수 프로그램 ‘전원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전원일기가 장수하면서 자연스레 드라마와 광고는 서로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탤런트 김혜자 못지않게 장수 CF 스타로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배우는 바로 안성기다. 지난 74년 출시된 동서식품의 ‘프리마’는 안성기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장수상품으로서의 이미지도 확고히 굳혔다. 동서식품이 만드는 ‘맥스웰 커피’ 역시 마찬가지. 이 광고에서 안성기는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거실에서 부인에게 커피를 건네주는 자상한 남편 이미지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오랜 시간 친구처럼 함께하는 커피의 이미지를 대입시킴으로써 맥스웰 커피 하면 안성기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소비자가 많다. 덕분에 안성기 역시 부드러운 커피와 같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배우로서의 이미지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상품과 스타 이미지가 훌륭히 조화를 이뤄 서로 상승효과를 거둔 대표적인 광고라 할 수 있다. 탤런트 김혜자나 안성기 같이 장수 CF 스타가 상품의 이미지 및 매출 증대를 끌어 오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스타와 광고가 상승효과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 이후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광고가 바로 코카콜라의 CF다. 코카콜라는 88년 당시 무명 모델이었던 21살의 심혜진을 모델로 등장시켰다. 당시 코카콜라 CF는 정장 차림에 야구장에서 홈런을 날리는 시원한 모습의 파격적인 영상을 선보였다. 이후 탤런트 최진실이 ‘남편 사랑은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유명한 카피로 성공하면서 그 당시까지 공식화돼 있던 ‘지명도=광고모델’ 공식을 확실히 무너뜨렸다. 이전까지는 탤런트나 영화배우로 성공하고 지명도를 얻고 나서야 모델로 섭외가 됐지만 심혜진·최진실을 거치면서 오히려 CF가 스타의 등용문이 됐다. 이는 상업 광고의 영향력이 그만큼 확대됐다는 의미도 품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의 욕구나 상품 사이클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장수 CF 스타를 찾아보기가 그만큼 힘들어졌다. 한 회사의 모델을 5년 정도만 해도 장수모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최근 톱스타들의 경연장이 돼 버린 아파트 CF다. 아파트 CF 스타로는 배우 이미연이 아파트 브랜드 ‘두산위브’ 모델로 5년간 활동하면서 최장수 모델로 꼽히고 있다. 이미연의 뒤를 이어서는 김남주(푸르지오), 이영애(자이), 장동건(포스코) 등이 4년째 활동하며 장수 모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같은 이미지로 한 광고를 이끌어 가지 않는 경향이 많다. 이미연의 경우에도 5년간 선보인 4편의 광고에서 각기 다른 분위기로 변신하면서 하나의 고정적 이미지를 버렸기 때문이다. 과거 배우 김혜자나 안성기가 한 가지 이미지로 오랫동안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 것과는 달라진 변화다.
‘한 상품=한 모델’ 공식 무너져 화장품 업계에서는 배우 고소영이 장수 모델로 꼽힌다. 올 초 화장품 브랜드인 ‘더 페이스샵’과 초특급 대우를 받고 계약을 한 고소영은 헤어케어 브랜드인 ‘케라시스’와도 재계약을 했다. 고소영은 ‘케라시스’와 세 번째 재계약을 한 경우로, 장수모델이 드문 헤어케어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장수모델이 된 셈이다. 배우 이영애의 경우에는 특정 상품의 한 가지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장수 CF 스타와는 구별된다. ‘한 상품=한 모델’이라는 공식을 철저히 무너뜨린 경우다. 이영애는 아파트 광고에서부터 카드회사 광고까지 섭렵하며 CF계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이영애의 하루’라는 유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영애가 모델로 출연하는 회사의 제품만 가지고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다소 조소 섞인 유머라 볼 수 있다. 이영애에 이어 CF 지존으로 거론되는 전지현도 비슷한 경우다. 업계에서는 ‘전지현이 광고하면 뜬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전지현 효과를 보고 있지만 특정 상품에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상품에 동시 다발적으로 출연하면서 배우 자체의 캐릭터(섹시함·청순함 등)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최근 광고업계 경향을 보면 한 모델의 이미지에 매달리기보다는 그때 그때 속칭 뜨고 있는 모델의 지명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거나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을 ‘타이업(Tie-up)’이라고 한다. 한때 국내 광고모델의 관행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아름다운 외모의 광고모델 이미지를 벗어난 탤런트 전원주의 통신회사 광고나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광고 카피를 유행시켰던 롯데리아 햄버거 광고 등도 이런 분류에 속한다. 최근 인기를 모은 탤런트 임채무의 축구심판 패러디 광고, 윤도현을 모델로 한 SK텔레콤의 붉은악마 월드컵광고 등은 모델의 지명도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타이업이 강하게 어필했던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해외에서는 유명한 프로 운동선수들이 ‘나이키’나 ‘리복’ 등의 신발 광고에 모델로 출연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자사의 제품 이미지와 관련없는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쓰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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