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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경제 발목 잡은 北 핵실험

[시론] 한국 경제 발목 잡은 北 핵실험

가뜩이나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데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우리 경제가 더욱 어렵게 됐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5%와 4.6%로 전망했으나 핵실험 돌발 사태로 하향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 핵실험으로 충격에 민감한 주가와 환율이 요동쳤다. 이후 금융시장은 초기 충격에서 회복됐으나 아직 충격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 핵실험이 우리 경제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해석하기보다는 뉴스에 반응하는 금융시장의 속성으로 단기에 출렁인 후 이제는 향후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기대에 의해 움직인다. 예컨대 금리를 내리면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향후 경제를 불확실하게 보면 금리를 올리지 않았는데도 투자가 줄어들고, 금리를 내려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북한 핵실험 이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를 짓누르면서 우리 경제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 이번 핵실험 이후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뚜렷한 위험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경기 부양책을 써도 효과가 크게 떨어질 것이다. 북한 핵실험으로 야기된 위험이 서서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과정에서 추가적 핵실험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대로 우리 경제가 크게 나빠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미국의 급속한 성장둔화 등 대외여건 악화로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4%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내년 경제성장률도 4%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추가적 핵실험과 경제제재 과정에서 북한의 대남 위협 등의 위험 요인이 발생하면 투자와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4%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한 성장을 하고 있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내수 기여도에 비해 두 배에 달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미국의 성장세 둔화와 엔저(低)·원고(高)로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줄어들고, 내수 성장세는 수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북한 핵실험 사태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설비 투자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이 주도하고 있다. 북한 리스크가 심각해지지 않는 한 대기업의 설비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수익성과 가동률이 하락하게 되면 둔화가 예상된다. 한편, 건설 투자는 이미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지방에 비해 견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대북 경제제재 과정에서 북한과의 마찰이 발생하면 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약세를 보이게 된다.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건설경기 침체의 골을 깊게 할 뿐만 아니라 소비를 위축시켜 국내 경기의 전반적 하강이 예상된다. 특히 올 들어 부동산 관련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므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북한 핵실험은 우리 경제에 악재가 될 것임에 틀림없으나 신속하고 탄력적인 정책 대응으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핵 위험으로 원화절상 압력이 완화될 수 있으며, 우리 정부의 국제적 정책공조와 적극적인 기업환경 개선정책으로 경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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