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중견기업] 조류 독감 딛고 힘차게 ‘꼬끼오’
[파워 중견기업] 조류 독감 딛고 힘차게 ‘꼬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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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까지 들여다본다” 체리부로. ‘맛있는’ 이라는 뜻을 가진 ‘체리(Cherry)’와 ‘육용으로 쓰이는 닭’을 일컫는 ‘브로일러(broiler)’의 합성어다. 문자 그대로 맛있는 닭고기라는 뜻이다. 1991년 창업 때 김 회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일반인에겐 다소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체리부로는 축산업계에서 오뚝이 같은 회사로도 통한다. 축산업계에서는 ‘산 역사’ 같은 인물이 김 회장이다. 고교 때 수원농대(현 서울대 농대)에서 말을 타본 것에 반해 축산학과를 택한 김 회장은 50년 가까이 축산 외길을 걸어왔다. 농촌 지도직 공무원(1967년)에서 시작해 사료회사 경영자(68년), 미생물회사 영업부장(대성미생물·72년), 소 목장 관리인(서울식품·77년), 다국적 사료회사 기술부장(퓨리나·77년), 돼지 농장 대표(대상농장·90년) 등을 거쳤으니 축산 전공자치고 김 회장처럼 복(福) 많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이력 참조). 서울식품 시절엔 300두의 소를, 대상농장 시절엔 40만 두의 돼지를 길렀다. 그만큼 ‘새끼’를 많이 경영했던 기업가도 드물 것이다. 지금은 연간 3700만 마리의 닭고기를 공급하고 있으니 새끼가 훨씬 늘었다. 잘나가던 봉급쟁이였던 김 회장이 지천명의 나이에 독립을 결심한 것은 대상그룹(옛 미원)의 도계장 인수가 좌절되면서부터. 대상에 근무하던 시절 김 회장은 식품사업으로 외연 확장을 원했지만 “재벌 사업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에 좌절하고 말았다. 당시만 해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고유 업종 침해 논쟁이 시끄러울 때였다. 육계부터 도계·사료·유통까지 닭고기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주장하던 김 회장은 사표를 냈다. “회사가 안 하면 내가 한다”는 각오였다. 종자돈이 없었다. 농림부 축산국으로 달려갔다. 이때가 91년 7월이다. 도계장 신축 허가를 받고 창업자금 10억원을 대출해달라고 신청했다. 당연히(?) 거절당했다. “축산업자 대출한도가 5억원이다. 게다가 대출 신청기간도 지났다”는 게 이유였다. 추가경정 예산으로 잡아달라고 우겼으나 이번에도 “예산 배정기간이 지났는데 어떻게 추경예산에 반영하느냐”는 쌀쌀한 대답뿐이었다. 하릴없이 1년을 놀아야 했다. 그런데 일이 성사됐다(!). 8월 초에 농림부에서 연락이 왔다. 때마침 산란계(알을 낳는 닭) 농가들이 도계장을 지어달라고 건의문을 올렸던 것. 여기에다 김정용 당시 축산국장이 “축산발전기금 1조원을 쌓아두고 무슨 소리냐”며 호통을 친 것이 일을 재촉했다. 여기저기서 15억원을 더 마련했다. 합쳐서 25억원을 들고 충북 진천으로 내려왔다. “미리 마련해둔 진천 땅 9000평에 도계장을 짓고 기숙사를 올렸습니다. 공장을 완공한 것이 93년입니다. 무엇보다 물이 좋았어요. 지하 70m를 파내려 갔는데 천연 암반수가 펑펑 터져나오는 겁니다. 지금도 이 물로 닭고기를 씻어요.” 문제가 생겼다. 도계장 사업으로는 한계가 뻔히 보였던 것. 산란계를 잡아주는 데 마리당 150원을 받았는데 1년 동안 사업을 해보니 삯방아 찧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하루 2만 마리(300만원)를 잡아야 월급 주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데 실적은 하루 3000마리가 고작이었다. 씨닭을 만드는 종계부터 부화·사육·사료·가공·유통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대형화가 필요했다. 음성 부화장을 준공했고 구미·장성 도계장을 인수했다. 2002년엔 ‘처갓집 양념통닭’으로 유명한 한국153유통을 인수했다.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것도, 후발주자로 업계 3위에 오른 것도 이 무렵이다.
확장, 시련, 부활 시련이 찾아왔다. 2003년은 닭을 사육하는 농가나 닭고기 가공업체에 악몽의 계절이었다. 연초부터 출혈경쟁이 10개월 이상 계속되면서 닭 판매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졌다. 그해 12월에는 조류 독감(AI)이 발생했다. 하루 2억원을 웃돌던 매출이 50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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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쟁이다” 이쯤 되면 한숨 돌릴 법도 하지만 김 회장은 다시 머리띠를 졸라맨다. 김 회장의 다음 목표는 일본 시장 진출이다. “닭고기는 유통기간이 6일에 불과해요. 냉장 상태로 60~70일까지 보관 가능한 돼지고기나 쇠고기와 다르지요. 그래서 일본 시장에 갈 수 있는 겁니다. 일본 닭고기의 절반은 규슈 남쪽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나온 제품이 2~3일 만에 도쿄·오사카에서 유통되는 거지요. 그런데 규슈~도쿄 거리가 마산~도쿄 거리와 비슷하지요. 한국은 일본에 냉장 닭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일본 진출을 위한 체리부로의 ‘전진기지’가 제주다. 벌써 제주도에 도계·종계·부화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설비는 준공 단계에 있다. “대상농장 시절 냉장 돼지고기를 일본에 수출한 적이 있어요. 이미 성공사례를 가지고 있는 거지요. 내년에는 대한민국산 생닭이 도쿄에서 ‘꼬끼오’ 하고 신나게 울어젖힐 것입니다.”
체리부로는 이런 회사 6% : 1991년 설립된 ㈜체리부로는 진천·구미·장성에 도계장을 두고 연간 3700만 마리의 닭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330여 명의 임직원이 올해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하림·마니커에 이어 업계 3위 회사로 시장 점유율이 6%에 이른다. 관계사로는 씨닭(원종계)을 생산하는 한국원종, 삼계탕 닭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금계, 부분육 업체인 한국육계유통, ‘처갓집 양념통닭’ 프랜차이즈 채널인 한국 153농산, 제주 특산 닭고기를 생산하는 제주삼다들닭 등 6개사가 있다. 6일 : 생닭은 유통기간이 6일에 불과하다. 그만큼 까다로운 식품이란 얘긴데, 김인식 회장은 “그래서 일본에 생닭을 수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주장한다. 체리부로는 조만간 제주도에 도계장을 지어 일본 수출 길을 열겠다는 각오다. 6조원 :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9.5㎏. 닭 한 마리가 대략 1㎏이라고 했을 때 우리 국민은 연간 10여 마리의 닭고기를 먹는 셈이다. 닭고기 시장 규모는 1조8000억원가량. 4조원에 달하는 닭고기 외식 시장까지 합치면 6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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