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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상담실]“노화는 퇴화가 아니라 질환”

[명의의 건강상담실]“노화는 퇴화가 아니라 질환”

▶ 1955년 生 73년 경희대 의대 졸 90~92년 미국 워싱턴대 박사 후 연구원 95년 미국 내분비내과학회 회원 97~2002년 대한성인성장호르몬연구회 회장 2003~2006년 대한임상영양학회 회장 2005년 대한내분비내과학회 총무이사 2006년 대한임상영양의학회 이사장 현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늘면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삶의 명제’로 떠오르고 있다. 항노화 전문가인 경희대 김성운 교수에게 ‘건강하게 늙는 방법’을 들어봤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70대의 나이로는 경로당에서 ‘물 심부름’을 할 정도가 됐다. 문제는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개인과 국가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사회와 가족에 짐이 되지 않고, 개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삶의 명제가 된 것이다. 항노화 전문가인 경희대병원 김성운 교수(내분비학)는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늙어 병드는 것조차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회춘은 얼굴이 팽팽해지고 젊은 시절 정력을 되찾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노화에 따라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과 성인병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 그리고 젊은 사람의 생체 반응이나 구조와 비슷한 상태로 회귀하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가 말하는 ‘건강하게 늙는 방법’을 소개한다.

적게 먹기 생물학적으로 볼 때 노화란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젊은이와 노인이 같은 칼로리의 식사를 하면 젊은이는 복부 지방이 늘지 않지만, 노인은 눈에 띄게 늘어난다. 근육 감소에 따른 기초대사량 저하와 신진대사 감소가 원인이다. 복부 지방은 당뇨병과 고지혈증, 고혈압의 주범이다. 혈관에 지방이 쌓이면 동맥경화증이 되고, 그 결과 뇌졸중(중풍)과 심근경색증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오래 사는 비결 중 하나는 소식(小食)이다. 미국 노화연구소의 연구에서도 30%의 칼로리를 줄이면 오래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 먹으면 영양 결핍증에 걸릴 수 있다. 고(高)칼로리 음식은 피하고,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조금씩 섭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비타민과 물 이렇게 해도 칼슘·아연 등 무기질, 그리고 비타민 A와 B6 등은 모자란다. 당연히 보강된 미네랄과 비타민을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보충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식사 요법에 앞서는 기본적인 식사 원칙이 있다. 바로 늘 마시는 물이다. 미국 영양학회에서 제시한 음식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쪽에는 물이 있다. 인간의 몸이 70% 이상 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하루 1.6ℓ 이상의 물을 충분히 마시라는 거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규칙적으로 물을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먹는 데도 요령이 있다. 한꺼번에 쭉 마시는 것이 아니라 컵에 따라 천천히 조금씩 나눠 마셔야 한다. 단 잠을 자는 동안 소변을 보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물을 마시는 시간을 일어나서 저녁식사 전까지로 추천했다.

운동과 성생활 다음은 운동요법이다. 적어도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인 빨리 걷기·조깅·사이클링·수영 등을 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무산소 운동인 근력 강화 운동이다. 근육을 유지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하루에 적어도 20분 정도 권장한다. 근육은 한 부위를 주 2회 정도 강하게 자극하면 된다.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섞어 30초씩 순환하는 운동 프로그램도 도움이 된다. 모두 지방 분해와 근육 증가의 효과를 위해 필요한 운동이다. 성생활도 중요하다. 주기적인 성생활이 호르몬 분비를 왕성하게 해 젊음을 유지시킨다. 특히 배우자와의 스킨십으로 시작하는 편안한 성생활은 삶의 활력이 된다. 노인이라서 힘이 있을까 하는 불안함, 너무 강한 것만을 추구하는 성생활은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므로 오히려 해가 된다.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배우자와의 상호 교감을 가지는 성생활이 추천된다.

호르몬 인간이 100세까지 살려면 70세까지는 타고난 건강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균형 잡힌 식사, 적당한 운동 그리고 노화에 따라 자연적으로 부족해지는 호르몬을 보충해야 한다. 가장 왕성한 호르몬 분비가 일어나는 20대에 비해 호르몬의 혈중 농도가 50% 이하가 되면 호르몬 결핍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소마토포즈(Somatopause)라고 한다. 문제는 노화와 겹쳐 나타나므로 진단이 늦어지는 것이다. 쉽게 피곤하고, 다른 사람보다 많이 늙게 보인다고 생각되면 호르몬 결핍을 의심해야 한다. 노화방지에 쓰이는 가장 대표적인 호르몬은 성장 호르몬이다. 지금까진 매일 맞아 불편했지만 이젠 주 1회 맞는 주사제가 세계 최초로 우리 나라에서 개발돼 연말에 시판된다. 남성 호르몬·DHEA·멜라토닌 등이 지방분해와 근육 강화·우울증·불면증 등에 효과가 있다. 최소한의 호르몬을 보충해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 치료의 요체다.


“호르몬 요법으로 노화 예방”
“노화는 자연스런 퇴화가 아니라 질환입니다. 예컨대 나이가 들어 골다공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뼈가 부러진다고 가정해 보세요. 이로 인해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사회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노화로 발생하는 모든 합병증은 이래서 예방을 하거나 조기에 치료해야 합니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김성운(51)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손꼽는 뇌하수체 명의다. 뇌하수체는 뇌 속에 있는 손가락 끝 마디 정도 크기(무게 0.7~0.8g)에 불과한 내분비기관. 하지만 성장 호르몬·갑상선자극 호르몬·황체 호르몬 등 8개의 주요 호르몬을 내보내 내분비계의 꽃으로 불린다. 이 중 그가 관심을 갖고 치료에 응용하는 것은 성장 호르몬이다. “애초 성장 호르몬은 왜소증 어린이를 위해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 호르몬이 노화를 예방하고, 혈관대사를 개선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안티 에이징(Anti-Aging) 치료에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성장 호르몬은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분비되고, 20대를 정점으로 10년에 14.4%가 감소한다. 따라서 50대엔 이미 절반 수준으로, 그리고 60대에 이르러선 3분 1 수준까지 감소한다. 이렇게 성장 호르몬이 줄어들면 나타나는 가장 큰 현상은 지방이 쌓이고, 근육이 줄어든다는 것. 문제는 캥거루형 몸매가 아니다. 복부비만으로 당뇨병이나 동맥경화 같은 대사질환 가능성이 부쩍 높아진다. 특히 뼈를 잡아 주는 골격근이 줄면 허리가 구부정하고, 보폭이 줄어드는 노인 특유의 자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피부와 모발이 거칠어지거나 손톱 등이 갈라지고,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것 모두 성장 호르몬과 관련된 노화의 한 과정. 그렇다면 성장 호르몬 보충요법이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1991년 LG생명에서 성장 호르몬을 개발했을 당시 구본무 회장이 이 제품을 6개월 정도 맞았지요. 이후 구 회장이 다리에 힘이 생기고, 골프 비거리가 30야드 더 나간다고 말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김 교수는 호르몬 요법을 통해 나타나는 실익을 잘 판단하라고 강조한다. 우선 효과는 확실하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주 5~6회 주입해야 하는 불편함, 암 발생에 대한 두려움이 장애요인이란 것. 그럼에도 김 교수는 호르몬 보충요법은 삶의 질을 바꿔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암 발생 주장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 성장 호르몬 관련 논문이 3,000여 편 발표(성인 대상만)됐지만 암을 만든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단 암이 있을 경우 성장 호르몬이 암세포 성장에 관여할 수 있으므로 50대 이후에선 사전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 가격은 1년에 검사비와 약값 300만원을 포함, 800여 만원이 든다. 그는 93년부터 지금까지 700여 명에게 성장 호르몬 보충요법을 시도했다. 김성운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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