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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사람] 감성 마케팅으로 주류 시장 공략

[와인과 사람] 감성 마케팅으로 주류 시장 공략

▶ 1961년 서울生, 79년 중앙대 부속고 졸업, 83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84년 스탠퍼드대 EES과 졸업, 87년 하버드대 MBA 졸업, 92년 동아제약 기획조정실장, 2003년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 2005년 수석무역 부회장

최근 수석무역의 주류 시장 공략이 거세다. 젊은 층들에게 부동의 1위 위스키인 J&B는 물론 최근 추억의 위스키 ‘올드파’ 수입을 재개했다.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와인 생산업자인 미국 갤로(Gallo)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가 하면, 칠레와 이탈리아 와인 수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을 만났다.
요즘 강문석(45) 부회장은 와인 공부에 푹 빠져 있다.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에 와인을 가져가 즉석 시음회를 여는가 하면 해외 유명 와인 산지는 직접 다닌다. 10월 초엔 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에 다녀왔다. 강 부회장은 “올해 초 수입 계약을 맺은 세계 2위 와인업체 갤로사의 와이너리를 직접 탐방하고 갤로 회장도 만나고 왔다”며 “갤로사는 매년 3억ℓ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거대한 정유소를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이 이끄는 수석무역은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의 계열사다. 주력 제품은 국내 바와 나이트클럽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위스키 ‘J&B’. 하지만 지난해 6월 강 부회장이 부임하면서 수석무역은 주류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에서 ‘천황의 위스키’로 불리는 프리미엄 스카치 위스키 ‘올드파’, 싱가포르에서 생산되는 ‘타이거 맥주’ 등이 모두 강 부회장이 수입한 작품들이다. 강 부회장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곳은 와인. 미국 갤로 와인뿐 아니라 칠레산 와인 칼리테라 등 외국의 대형 와이너리와 손잡으며 와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최근 국내 위스키 시장이 정체된 반면 와인 시장은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와인의 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매출을 끌어올려, 내년엔 국내 와인 업체 빅5에 진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바 시장에서 독보적인 J&B의 영업망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차남인 강 부회장은 엘리트 코스를 거친 경영인으로 오너라기보다는 전문경영인에 가깝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과정과 하버드대 MBA 과정을 마쳤다. 강 부회장은 특히 동아제약에서 17년 동안 재직하면서 영업·생산·기획·개발 등 모든 부서를 두루 거치며 뛰어난 경영 성과까지 보여줬다.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동아제약은 문어발 확장으로 인한 부실 계열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92년 동아제약의 계열사 수만 21개사. 92년 그룹의 기획조정실장으로 경영 일선에 뛰어든 강 부회장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95년 한국존슨앤존슨을 매각하고, 98년 한국후지사와약품·동아바이오테크·명미 화장품 등을 처분했다. 같은 해 안양공장도 팔았다. 덕분에 21개였던 계열사가 2004년 8개사로 줄었다. 반면 재무구조는 더욱 탄탄해졌다. 동아제약은 92년 매출 1,848억원에서 2001년 5,412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순이익도 21억원에서 266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242%에서 112%로 뚝 떨어졌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02년엔 국내 천연물 신약 1호인 위염 전문치료제 ‘스티렌’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스티렌은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동아제약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강 부회장의 위상에 변화가 온 것은 2004년 말. 강신호 회장은 당시 박카스 판매 부진을 이유로 강문석 대표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발령내며 동아제약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강 부회장은 이후 동아제약 지분을 사들이며 주위로부터 ‘강신호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켰다. 강신호 회장이 최근 강 부회장의 어머니와 황혼이혼을 하며 이런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하지만 강 부회장은 이에 대해 “부모님들 사이의 문제”라며 “언제나 아들된 도리로 아버지의 뜻을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아버지가 좋은 기회를 준 것 같다”며 “동아제약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다가 이렇게 아버지 그늘 밖으로 나와 세상과 직접 부딪히면서 시련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석무역의 대표로 복귀한 후 외부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엔 젊은 재벌 2·3세들의 모임인 YPO(Young President Organization) 회장으로 선출됐다. YPO는 미국 텍사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 청년 사업가들의 글로벌 모임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김준 경방 부사장·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등이 멤버로, 재계에선 ‘미니 전경련’으로 불린다. 강 부회장은 “재벌 2세들이 많아 모임이 다소 폐쇄적이지만 교육을 통해 실력을 닦는 모임”이라며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도움을 많이 얻는다”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내내 연극반 활동을 했고, 플루트를 즐겨 부는 강 부회장은 와인과 ‘코드’도 맞는 편이다. 그는 “해외 와인업체들을 다녀보면 건물을 하나 짓더라도 문화와 결부시키는 일이 많다”며 “문화를 통한 감성 마케팅을 마음껏 벌일 수 있는 매력적인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수석무역은 와인뿐만 아니라 위스키 역시 감성 마케팅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J&B는 젊은 애호가들끼리 함께 캠핑을 가도록 지원하고, 추첨을 통해 일부는 지중해 요트 여행까지 보내 준다”며 “와인·J&B·수입맥주 등 젊은층에 맞는 포트폴리오로 감성 마케팅을 펼친다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J&B가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특히 J&B 제트의 경우 한국만을 위해 선보인 제품이다. 강 부회장은 “최근 올드 파와 수입 맥주, 와인 등 품목을 확대하는 것도 J&B에 기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지금은 매출 500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2010년엔 1,000억원 매출의 국내 메이저 주류업체로 변신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강 부회장은 한 주에 두세 번은 직원들과 함께 바와 같은 영업장을 직접 찾아다닌다. 지방 출장에는 새벽 3~4시까지 하루에 5·6군데나 다닐 때도 있다. 덕분에 ‘아침형 인간’이었던 강 부회장의 바이오 리듬도 다소 늦춰졌다. 강 부회장은 “현장에 다니며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게 편하다”며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과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류업체 CEO지만 폭음은 경계한다. 그는 “술자리에서 한 사람이 주도해 부어라 마셔라 하는 문화는 이제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한국에선 와인 역시 너무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는데 적당히 마시는 게 가장 좋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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