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끝내기 해법 “절반 승리에 만족하라”
이라크전 끝내기 해법 “절반 승리에 만족하라”
환상 버리고, 욕심 줄이고, 최악의 상황 막는 정도가 최선… 주둔병력 감축하고 시아파-수니파-쿠르드족 타협 유도해야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말년인 1952년 기대했던 한국전쟁의 승리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군은 지지 않았지만 이기지도 못했다. 대신 인적·물적으로 큰 희생을 치르면서 현상을 유지하는 국면에 빠져 있었다. 미국민 3분의 2가 그 전쟁에 반대했다. 트루먼은 1951년 7월 이후 진행돼온 정전회담에서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협상대표들은 제약을 많이 받았다. 야당인 공화당 측은 공산주의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다고 침을 튀기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민주당원들까지 포함해 일각에서는 미군 5만 명의 목숨을 바치고도 뚜렷한 승리를 얻지 못했으니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승만 한국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사람은 통일 한국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야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싸움에서 동맹이 된다고 생각했다. 트루먼 대통령의 후임자인 전설적인 장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막대한 재량권이 있었다. 그는 그 권한을 휘둘러 새로운 공세를 중단하고 여러 요충지를 북한과 중국 측에 넘겨줬다. 일설에 따르면 한편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1953년 7월 27일 전쟁 당사자들은 휴전협정에 서명했다. 한국만 그 협정이 배신행위나 다름없다며 불참했다. 미국 측에서 볼 때 한국전쟁은 패배는 아니었지만(미국은 연합군을 결성해 침략에 맞섰다) 분명 승리도 아니었다. 3년간 전쟁으로 400만 명이 숨져도 여전히 한국은 분단국으로 남았다. 북한은 공산주의 아성으로, 남한은 독재체제로 변질돼 갔다. 아시아는 동요했으며 전 세계 공산주의 세력과의 전쟁 위험은 어느 때보다 커진 듯했다. 솔직히 말해 현재 미국이 이라크에서 기대할 만한 최선의 결과는 한국전 종결과 마찬가지다. 더 나쁜 결과도 어렵지 않게 상상된다. 유혈사태, 정치적 분열, 난민사태, 세계적인 테러 급증 등. 그러나 계획, 정보수집, 실행을 잘하고 운이 따라준다면 썩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종결이 가능하다. 모두가 만족하지 않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방하고 몇 가지 실질적인 성과를 확보하면 미국은 세계에서 더 광범위한 지도자 역할 수행에 필요한 에너지와 전략적 지침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이라크를 현재의 모습 그대로 봐야 한다. 과거의 모습, 다른 상황을 가정했을 때의 모습,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책임 공방과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논란을 할 시간은 앞으로도 많다.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먼저 꺼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우리는 이기고 있다”고 말한 후 그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가 이라크에서 진다면 단 하나, 임무를 완수하기 전에 빠져나올 때뿐이다.” 그런 성공의 모호한 정의는 이라크 현실에 시선을 주지 않기로 작정한 듯한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정책과 상당히 흡사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이라크는 믿음을 잃으면 지는 심리적인 문제다. 그러나 이라크는 엄연히 존재하는 나라다. 게다가 이라크의 상황은 갈수록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사실적인 관점에서(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라크는 민족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모두 분열됐다. 수도 바그다드, 그리고 이라크 인구의 50% 가까이가 사는 지역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며 확산되는 내분에 휩싸였다. 남부 지역은 대부분 다소 안정적이지만 폭력을 휘두르고 신권정치를 펼치며 철저히 부패한 지방정부의 지배를 받는다. 이런 현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앞으로 희망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분명 희망은 있다. 하지만 희망이 곧 정책은 아니다. 기자들은 툭하면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말을 쓰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앞장서 이라크를 침공한 지 3년여가 지난 지금 미국이 결정적인 순간을 맞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이 추구하는 정책(미군 14만4000명을 이라크에 배치하고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하는 정책)은 이라크에서든 미국에서든 오래가지 못한다. 부시의 수중에는 당면과제에 (이론적으로) 적용 가능한 도구가 세 가지 있다. 군대·돈·시간을 더 많이 들이는 방법이다. 이 중 무엇도 현 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짐을 싸서 귀국하는 방법도 타개책이 아니다. 그럴 경우 분명 유혈사태나 더 심한 결과가 따른다. 미국은 목표를 재조정하고, 병력을 줄여 재배치하고, 덜 직접적인 이라크 개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이라크와 미국 모두 생산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믿는 방안이어야 한다. 이라크 실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통계는 급증하는 사망자 수가 아니라 실업률이다. 이라크 실업률은 적게 잡아 30∼40% 내외로 추산되며 지난 2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가 거의 정상적인 상황임을 감안할 때 다른 지역의 실업률이 50%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어떤 일을 했든 결과적으로 평화·정상화·일자리를 낳지 못했다. 수니파 삼각지대 일부 지역에서는 실업률이 70%를 웃돈다고 한다. 이라크에서 가장 중요한 새로운 현실(사실상 이라크의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특성)은 종파 간 폭력이다. 어떤 합당한 기준에 비춰봐도 이라크는 수니파와 시아파 공동체 간의 저강도 내전에 휘말렸다. 사방에서 공동체 간 긴장이 팽팽하게 고조돼 간다. 이들 공동체가 혼재하는 모든 지역에서 폭력사태가 확산돼 왔다. 강압에 의해서든 자발적이든 인종청소가 급속히 확대된다. 지난 2월 사마라 지역 시아파 사원 폭파사건 이후 36만5000명이 거주지에서 피신하거나 쫓겨났다. 지난 9월 바그다드에서만 이라크인 26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대부분 공동체 간 공격이 원인이었다. 오늘날 이라크의 거의 모든 문제는 이제 이런 종파적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봐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 군과 경찰을 육성하는 중이며 이라크 병력이 자립하면 미군 병력은 뒤로 물러서리라고 말한다. 실상, 미국은 주로 쿠르드군과 시아파로 구성된 군대를 양성한다. 이들 병력 규모가 커지면서 수니파는 안심하기보다 더 큰 위협을 느꼈으며 그 결과 더 맹렬히 싸웠다. 현재 이라크군과 특히 경찰력에 다수가 가세한 시아파 민병대는 기세가 올랐다. 그들은 툭하면 수니파 남성들을 집단적으로 체포해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칭송이 자자했던 이라크 선거도 이런 맥락에서는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았다. 지난 12월의 총선에서 목타다 알-사드르의 마흐디군 등 자체 민병대를 거느린 종교적 정당들이 힘을 얻었으며 결과적으로 그들을 해산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잭 리드 상원의원(민주당·로드 아일랜드)은 최근 이라크를 아홉 번째 방문해 정치와 발전 간의 이 같은 갈등을 목격하고 귀국했다. 공수부대 출신인 그는 외교문제에서는 미국 상원에서 가장 정통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에 따르면 시리아 접경 부근의 수니파 마을 탈르 아파르는 6개월 전까지 미국 정부의 “청소하고 지키며 건설한다”(clear, hold, and build)는 새로운 전략의 성공사례로 거론됐었다. 이 마을은 반군에 점령됐었다. 미군 제3 기갑연대가 이들을 몰아내고 시가지를 점령하고 현지 주민들의 환심을 샀다. 그러나 시아파가 이끄는 바그다드 정부는 그 후 재건자금 지원 요청(‘건설’ 단계)을 모두 묵살했다. 따라서 새로운 일자리가 거의 생기지 않았다. 바그다드 정부가 비슷하게 홀대한다고 하소연하는 수니파 지역이 많다. 탈르 아파르는 이제 다시 불안정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미국의 현명한 전략은 그렇게 이라크 정치현실의 제물이 됐다. 전쟁 초기부터 부시 정부는 이라크를 이런 종파적인 관점에서 검토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이 기대하는 방향의 나라, 통합되고 비종교적이고 조화롭고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라고 믿고 싶어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자신들의 당면문제를 크게 과소평가했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도입함으로써 이라크에 시아파 다수지배를 가져왔다. 수니파 장교가 주를 이루는 군대를 해체하고 주로 수니파 관료 5만 명을 해고했으며 국유 공장(다수가 수니파 경영) 수십 곳을 폐쇄했다. 사실상 미국은 과거의 이라크 민족과 이라크 국가를 모두 파괴했다. 그런데도 그로 인한 공백을 메울 계획, 사람 또는 자원이 없었다. 미국은 전 세계의 모든 병력을 동원하고도 이라크에 새로운 국가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것은 이라크 지도부의 과업이다. 어떤 협약을 만들어야 할지 그 윤곽은 이제 분명해졌다. 이라크를 느슨한 연방으로 묶되 석유 수입을 분할해 3개 지역 모두 신생 국가의 일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전쟁을 벌인 모든 사람에게 대사면을 실시해야 한다. 주로 수니파 반군들이지만 시아파 암살단원들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이라크의 일자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부와 주의 일자리를 3개 공동체 모두에게 분배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침공 이후 쫓겨났던 사람들이 복직된다. 예컨대 바트당 소속 교사들이 대거 해고됐었다. 무엇보다도 시아파 민병대의 해산이 중요하다. 그것이 불가능해진다면 국가기관으로 통합돼야 한다. 그런 협약이 조만간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점 또한 명백하다. 시아파 지도부는 여전히 옛 수니파 지배자들에게 눈곱만큼도 양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바그다드를 방문했을 때 만난 시아파 정치인들은 가장 세련된 지식인들조차 실질적인 의미의 권력분점은 결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인 듯했다. 지난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이라크군에게 맡긴다면 6개월 만에 이라크의 질서확립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 말뜻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시아파가 수니파를 밟아 뭉개겠다는 얘기다. 시아파 고위 지도자들 사이에는 이런 생각(정치적 수용보다 군사력으로 반군을 물리친다는 사고)을 가진 사람이 많다. 의회의 유일한 최대 정당 대표인 압둘 아지즈 알-하킴도 과거에 비슷한 발언을 했다. 말리키 총리가 취임 첫주에 그랬듯 그들이 가끔씩 올바른 말을 한다 해도 수니파 주거지역 공공공사의 자금지원이나 암살단에 관한 조사를 회피하는 태도는 국민적인 타협에는 흥미가 없음을 말해준다. 수니파들은 그들 나름대로 분노·급진주의·분쟁에 사로잡힌 듯하다. 자신들의 권력상실을 초래한 미국에 너무 분노해 최근까지 미군이 없었다면 자신들이 학살됐으리라는 현실에 눈을 뜨지 못했다. 수니파의 정치 지도부는 힘이 없고 반군들에 별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수니파에는 협상 대표자가 없는 셈이다. 이라크의 모든 당사자는 미국이 떠나는 날을 준비한다. 이미 미국 철수 후의 이라크 지배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진행 중이다. 쿠르드족은 자신들의 자치지역이 기본적으로 독자적인 군대를 거느린 별도 국가가 되도록 조치를 취했다. 최대의 시아파 정당들은 자체 민병대를 존속시켜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지탱하려 한다. 수니파들은 새 이라크에서 자신들이 빈곤에 빠지거나 살해당할까 두려워 저항을 완화하려 하지 않는다. 아무도 미국 철수 후 이런 권력투쟁이 투표로 해결되리라고 보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모두 총알을 버리지 않았다. 미국이 내일 떠난다면 유혈사태는 거의 확실하게 들불처럼 번져간다. 미국은 민병대 간의 총격전과 최악의 종파 간 살상 방지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영구적인 정치해결을 향한 진전이 없다면 미군의 역할은 계속 확대되는 긴장의 임시 봉합일 뿐이다. 따라서 미군이 라마디를 점령해도 그들이 떠나면 다시 원래의 불안정한 상태로 돌아간다. 미국이 바그다드를 진정시킨다 해도 미군이 떠난 뒤 그런 안정이 지속될까. 지금도 바그다드 통제 강화를 위해 미군이 빠져나온 모술 같은 지역에서는 폭력사태가 크게 확산돼간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이라크 지도자들이 몇 가지 중대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병력수준을 계속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그들에게 명백히 밝혀야 한다. 이라크 지도자들은 무엇보다 미군의 주둔이 필요한지 결정해야 한다. 아마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군의 계속적인 주둔에 필요한 정치적 지지를 확립하는 일이다. 현재 대규모의 미군 주둔 덕택에 이라크 지도자들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셈이다. 현재 쿠르드족을 제외한 이라크 지도자 다수가 야비한 농간을 부린다. 공개적으로는 미군 병사들의 행동을 비난해 대중의 지지를 얻으면서 한편에서는 조용하게 미군의 계속적인 간섭에 동의한다. 그 결과 현재 미군 공격을 지지하는 이라크인의 비율이 무려 61%로 증가했다. 미군 점령에 이라크인들이 보이는 불만은 주로 성과 부족, 안정과 일자리 부재, 그리고 아부 그라이브 같은 학대가 원인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지난 과오는 되돌리지 못한다. 이라크인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받아들이든, 철수 후 더 큰 혼란을 감수하든, 양자택일해야 한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이라크 의회는 미군의 계속적인 주둔을 공개 요청해야 한다. 이라크 지도자들은 미군 주둔이 필요한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런 공식적인 확인이 없다면 미군의 주둔은 이라크와 미국 양쪽에서 모두 정치적으로 지지받지 못하게 된다. 다음으로, 이라크인들은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정부는 신속하고 대대적인 노력을 펼쳐 종파 간 긴장을 종식시키고, 민병대 특히 마흐디군을 해산해야 한다. 이라크 지도자들이 오래 끌면 끌수록 모든 당사자의 타협은 어려워진다. 이라크의 정상화 복귀를 도울 방법은 많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력 공급을 정상화하고 석유 생산과 수출을 확대하면 된다. 그러나 안정된 환경 없이 가능한 일은 하나도 없다. 더 나아가 안정된 환경은 이라크 종파 간 분쟁의 정치적 해결 없이는 얻어지지 않는다. 미국도 한 가지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 이라크의 이웃나라들을 설득해 이라크의 치안과 안정이 그들에게도 중요하다고 알려야 한다. 이들(시리아와 이란을 포함) 중 이라크의 분열에서 득 볼 나라는 하나도 없다. 이라크가 붕괴되면 난민사태가 일어나고 이웃나라의 불안한 소수민족들까지 덩달아 들썩이기 쉽다. 미국의 지역외교적인 시도는 하나마나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 대안도 없는 처지에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지극히 편협하고 이념적으로 완고하기 때문이리라. 불행히 앞으로 몇 달 사이에는 그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럴 때 미국은 더 제한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게 간섭의 규모와 깊이를 줄이고 낮춰가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해야 한다. 2007년 1월부터는 이라크의 도시와 마을의 기본적인 치안업무를 중단하고 대신 미군 부대는 특정한 핵심적 이해를 보호하는 신속대응군이 돼야 한다. 이라크인들이 스스로 치안을 책임지려면 그런 병력구조가 도움이 된다고 이라크 지도부에 설명하면 된다. 현재 이라크에서 14만4000명의 미군 병력을 유지하는 데 1년에 90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든다. 그런 식으로 무한정 지속하지는 못한다. 내 생각에는 병력 6만 명에 연간 비용 300억~350억 달러가 적당하다. 수년간 이런 수준의 개입을 유지하면 이라크인들도 어떤 느슨한 형태가 됐든 하나의 국가를 구성할 시간을 얻게 된다. 병력을 축소하면 분명 이라크의 많은 지역에서 폭력이 증가한다. 그런 사태가 이라크 지도자들을 사태해결에 집중하도록 만들기만 바랄 뿐이다. 시아파 정부는 저항세력들과 직접 맞서 싸울 기회를 갖게 된다. 수니파 반군들은 국가지배력 탈환을 시도할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양측은 정치적 협상이 유일한 타결책이라는 결론에 더 빨리 도달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고의 전환이 있을 때까지 미국은 더 제한적인 목표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핵심적인 국가안보 이해는 현재 세 가지다. 첫째, 안바르 지방이 알카에다 스타일의 지하드 단체들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막는 일이다. 넘어가면 세계적인 테러의 근거지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둘째, 쿠르드 지역의 자치권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인도적인 차원과 치안유지 차원에서 이라크에서의 대규모 종파 간 폭력사태를 방지 또는 적어도 억제해야 한다. 고통받고 복수심에 불타는 난민들이 이란·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로 도피하면서 대규모의 유혈사태가 금세 이라크 국경 너머로 번지기 쉽다. 역사적으로 그런 인구이동은 그 후 수십 년간 문제를 야기했다. 이런 과제는 적은 병력으로도 달성 가능하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를 떠나면 그들이 국내까지 따라온다”고 곧잘 경고한다. 터무니없는 얘기다. 이라크의 알카에다 테러범들은 지난 3년간 언제라도 미국 입국이 가능했다. 사실상 지금 이라크의 국경은 그 어느 때보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어떤 테러범이 미국 민간인을 해치려 했다면 안바르를 가로질러 시리아로 건너간 후 뉴욕이나 워싱턴 DC 행 비행기에 올라타면 그만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정말로 이라크에 미군이 주둔하기 때문에 미국에도 미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테러범들이 잊었다고 믿는가. 다음은 미국이 정말로 신경 써야 할 문제들이다.
알카에다 퇴치 사실 안바르 같은 지역에서 진행 중인 전투는 미군에 맞서 벌이는 이슬람 과격파들의 성전이라기보다는 이라크를 장악하려는 수니파들의 무력투쟁이다. 이라크가 알카에다 같은 단체에 넘어갈 가능성은 전무하다. 전체 인구의 약 85%(시아파와 쿠르드족)가 이런 단체에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수니파의 압도적 다수가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싫어한다는 사실이 여론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된다. 이라크 내 진짜 성전주의자들은 세력을 얻으려고 테러와 폭력에 의존하는 집단으로 그 규모가 작고 인기도 없다. 이들은 중무기(탱크와 장갑차)를 보유하지 못해 장악한 지역을 오래 유지할 능력이 없다. 만약 시아파와 수니파가 손을 잡는다면 알카에다는 몇 달 안에 미미한 세력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러는 동안 미 특전대가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하고 추적하면 된다.
쿠르디스탄 장악 이라크 내 쿠르드 지역은 이라크전의 명백한 성공을 말해준다. 이곳은 현재 안정 속에 점차 번창해간다. 정치는 대다수 사람의 예상보다 더 폐쇄적이고 부패했지만(두 개의 일당 통치 지역으로 분할돼 있다) 보다 강력한 시장경제를 이루고 민주화를 달성하겠다는 열망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곳이 아랍세계의 이슬람 지역이면서도 현대 세계를 폭파해버리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 일부로 편입되고 싶어한다는 사실일지 모른다. 미국이 쿠르디스탄을 안정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 지역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길이다. 이 지역에 미군을 재배치하자는 제안이 많다. 하지만 상징적인 소규모 주둔 외에는 별달리 필요가 없는 듯하다. 이 지역에 주둔해봤자 이라크 내의 문제 지역들과 거리가 멀다. 또 이곳에 주둔하는 미군이 맡을 역할은 무엇인가?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저지해야 할까? 쿠르드 분리주의자들과 터키군 사이의 전투에 개입해야 할까? 쿠르디스탄은 정치적 보장만으로도 손쉽게 지켜진다. 아울러 대만처럼 쿠르드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법적인 독립을 요구하지 않아야 실질적인 독립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하다.
유혈사태 방지 가장 어려운 과제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종파 간 분쟁을 전부 다 막지는 못한다. 지금도 그런 능력은 없다. 미국의 목표는 그런 폭력사태를 가능한 한 좁은 지역으로 국한하고, 군과 경찰 등 이라크의 국가조직이 그런 폭력행위에 가담하지 못하거나 방지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하려면 이라크 내 간선도로와 고속도로상의 이동상황을 통제하고, 군과 경찰을 감시할 능력도 필요하다. 이라크군 부대들과 미군 고문관들을 짝지우는 전략은 지금까지 효과가 있었다. 미군이 보는 앞에서 이라크군은 아주 훌륭하게 싸우지는 못하지만, 이전보다 더 잘, 더 전문적으로 싸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군이 주위에 있으면 이들이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병력 감축과 고문단 활동 확대 이런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려면 미국은 2007년 1월부터 주둔병력 규모를 줄여야 한다. 1년 안에 현재의 14만4000명을 총 6만 명으로 줄여야 한다. 그중 4만4000명 정도는 바그다드·발라드·모술·나시리야의 외곽에 설치된 대형 기지 네 곳에 주둔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의 핵심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신속대응 군사력의 제공이 가능하다. 이라크의 기본적인 치안을 유지하고 무정부 상태를 막으려면 미군은 새 이라크군과 경찰력의 중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미군 고문단은 현재의 이라크 군경 고문관 역할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4000명에서 최소한 1만6000명까지 늘려 사실상 모든 이라크군 대대(600명)에 미군 1개 소대(30~40명)를 배치해야 한다. 이런 계획이 실행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미국은 더 많은 폭력과 혼란을 맞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더 고통스러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케네스 폴랙은 이미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계획을 짜는 중이다. 그 계획에 따르면 미군은 대규모 난민이동을 막으려 이라크 국경을 따라 ‘관할구역’을 설치한다. 반대로 이라크 지도자들이 앞에 놓인 난제를 직시하고 국가를 화합으로 이끌고, 국가기능을 재건할 가능성도 있다. 대개 내전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국가와 새로운 상황이 이라크에 출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라크의 새로운 탄생은 여러 해에 걸쳐 더디고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미국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그 정도로 장기간 지속 가능한 전략이어야 한다. 이라크전은 나름대로 무엇인가 성취했다. 국민을 짓밟고(약 50만 명을 희생시켰다), 이웃나라들을 침략했고, 수십 년 동안 위험한 무기를 개발하려 했던 무자비한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이제 사라졌다. 이라크의 한 지역인 쿠르디스탄은 유망한 모범지역으로 탈바꿈 중이다. 아랍 정치의 여러 파벌이 정당과 언론을 통해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애쓴다. 다른 아랍 지역에서는 보지 못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성공들이 이제는 더욱 공고히 다져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업적 역시 무너지기 쉽다. 한국에는 지금도 미군 3만 명 이상이 주둔한다. 거기서 얻는 교훈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룬 바를 지켜내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환상을 버리고, 욕심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뒤에야 변화를 이끌어낸다. With MICHAEL HASTINGS in Bagh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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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퇴치 사실 안바르 같은 지역에서 진행 중인 전투는 미군에 맞서 벌이는 이슬람 과격파들의 성전이라기보다는 이라크를 장악하려는 수니파들의 무력투쟁이다. 이라크가 알카에다 같은 단체에 넘어갈 가능성은 전무하다. 전체 인구의 약 85%(시아파와 쿠르드족)가 이런 단체에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수니파의 압도적 다수가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싫어한다는 사실이 여론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된다. 이라크 내 진짜 성전주의자들은 세력을 얻으려고 테러와 폭력에 의존하는 집단으로 그 규모가 작고 인기도 없다. 이들은 중무기(탱크와 장갑차)를 보유하지 못해 장악한 지역을 오래 유지할 능력이 없다. 만약 시아파와 수니파가 손을 잡는다면 알카에다는 몇 달 안에 미미한 세력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러는 동안 미 특전대가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하고 추적하면 된다.
쿠르디스탄 장악 이라크 내 쿠르드 지역은 이라크전의 명백한 성공을 말해준다. 이곳은 현재 안정 속에 점차 번창해간다. 정치는 대다수 사람의 예상보다 더 폐쇄적이고 부패했지만(두 개의 일당 통치 지역으로 분할돼 있다) 보다 강력한 시장경제를 이루고 민주화를 달성하겠다는 열망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곳이 아랍세계의 이슬람 지역이면서도 현대 세계를 폭파해버리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 일부로 편입되고 싶어한다는 사실일지 모른다. 미국이 쿠르디스탄을 안정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 지역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길이다. 이 지역에 미군을 재배치하자는 제안이 많다. 하지만 상징적인 소규모 주둔 외에는 별달리 필요가 없는 듯하다. 이 지역에 주둔해봤자 이라크 내의 문제 지역들과 거리가 멀다. 또 이곳에 주둔하는 미군이 맡을 역할은 무엇인가?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저지해야 할까? 쿠르드 분리주의자들과 터키군 사이의 전투에 개입해야 할까? 쿠르디스탄은 정치적 보장만으로도 손쉽게 지켜진다. 아울러 대만처럼 쿠르드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법적인 독립을 요구하지 않아야 실질적인 독립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하다.
유혈사태 방지 가장 어려운 과제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종파 간 분쟁을 전부 다 막지는 못한다. 지금도 그런 능력은 없다. 미국의 목표는 그런 폭력사태를 가능한 한 좁은 지역으로 국한하고, 군과 경찰 등 이라크의 국가조직이 그런 폭력행위에 가담하지 못하거나 방지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하려면 이라크 내 간선도로와 고속도로상의 이동상황을 통제하고, 군과 경찰을 감시할 능력도 필요하다. 이라크군 부대들과 미군 고문관들을 짝지우는 전략은 지금까지 효과가 있었다. 미군이 보는 앞에서 이라크군은 아주 훌륭하게 싸우지는 못하지만, 이전보다 더 잘, 더 전문적으로 싸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군이 주위에 있으면 이들이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병력 감축과 고문단 활동 확대 이런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려면 미국은 2007년 1월부터 주둔병력 규모를 줄여야 한다. 1년 안에 현재의 14만4000명을 총 6만 명으로 줄여야 한다. 그중 4만4000명 정도는 바그다드·발라드·모술·나시리야의 외곽에 설치된 대형 기지 네 곳에 주둔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의 핵심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신속대응 군사력의 제공이 가능하다. 이라크의 기본적인 치안을 유지하고 무정부 상태를 막으려면 미군은 새 이라크군과 경찰력의 중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미군 고문단은 현재의 이라크 군경 고문관 역할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4000명에서 최소한 1만6000명까지 늘려 사실상 모든 이라크군 대대(600명)에 미군 1개 소대(30~40명)를 배치해야 한다. 이런 계획이 실행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미국은 더 많은 폭력과 혼란을 맞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더 고통스러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케네스 폴랙은 이미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계획을 짜는 중이다. 그 계획에 따르면 미군은 대규모 난민이동을 막으려 이라크 국경을 따라 ‘관할구역’을 설치한다. 반대로 이라크 지도자들이 앞에 놓인 난제를 직시하고 국가를 화합으로 이끌고, 국가기능을 재건할 가능성도 있다. 대개 내전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국가와 새로운 상황이 이라크에 출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라크의 새로운 탄생은 여러 해에 걸쳐 더디고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미국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그 정도로 장기간 지속 가능한 전략이어야 한다. 이라크전은 나름대로 무엇인가 성취했다. 국민을 짓밟고(약 50만 명을 희생시켰다), 이웃나라들을 침략했고, 수십 년 동안 위험한 무기를 개발하려 했던 무자비한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이제 사라졌다. 이라크의 한 지역인 쿠르디스탄은 유망한 모범지역으로 탈바꿈 중이다. 아랍 정치의 여러 파벌이 정당과 언론을 통해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애쓴다. 다른 아랍 지역에서는 보지 못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성공들이 이제는 더욱 공고히 다져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업적 역시 무너지기 쉽다. 한국에는 지금도 미군 3만 명 이상이 주둔한다. 거기서 얻는 교훈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룬 바를 지켜내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환상을 버리고, 욕심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뒤에야 변화를 이끌어낸다. With MICHAEL HASTINGS in Bagh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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