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접목시켜 세계로 뻗는 철강도시
IT 접목시켜 세계로 뻗는 철강도시
▶IT를 기반으로 철강제품 생산을 종합 제어하는 포항제철소의 생산관제센터. |
파이넥스로 세계 철강사 새로 써 정부는 이 ‘꿈의 기술’을 2005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지정했다. 포스코는 2008년 인도 오리사주에 짓기로 한 일관제철소에도 파이넥스 공법을 도입할 방침이다. 포항·광양에 이은 이 제3 제철소는 포스코 대형화 전략의 전진 기지다. 세계적으로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 파이넥스는 해외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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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앞두고 프로세스 혁신 포항제철소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반면 포항 지역경제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지역경제가 철강 산업의 경기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산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포항의 숙제다. 성장 동력이 없다 보니 인구도 줄고 있다. 2000년 약 51만6000명이었던 포항 인구는 2006년 현재 50만5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인구가 50만 명 아래로 내려가면 시의 조직이 축소되고 세수 등 재정 수입도 줄어든다. 지역 경제의 침체가 가속될 수도 있다. 이런 위기의식 속에 포항시는 2006년 초 ‘파워풀 포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포스코가 일군 영일만 신화를 첨단 벤처와 조선산업을 통해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2005년 유치한 현대중공업 조선블록공장은 이 장정(長程)의 첫 이정표다. 포항시와 현대중공업은 2008년까지 3170억원을 들여 연간 10여 척의 유조선을 건조할 수 있는 육상조선소 건설에 관한 투자협약을 맺었다. 철강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변화에 둔감한 산업의 특성상 경쟁력의 요체는 기술력과 더불어 원가 절감 능력이다. 포스코는 생산 효율을 높여 원가를 낮추기 위해 생산·관리에 정보기술(IT)을 접목시켰다. 경영 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의 사고방식도 바꿔놓았다. 우선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등 7개 패키지를 활용해 전사적으로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포스피아(Pospia)다. 포스코와 유토피아(이상향)의 합성어. 이에 앞서 1999년 포스코는 민영화를 앞두고 프로세스 혁신(PI)을 추진한다. 구매·생산·판매 등 전 부문에 걸쳐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했다. 이 같은 내부 혁신은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공기업 시절 작동했던 국정감사 등의 감시 장치를 떼어내는 데 따른 대응 조치랄까? 통합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업무 기준, 데이터 등을 표준화했다. 과거엔 포항과 광양의 명명 원칙(네이밍 룰)이 달라 같은 물품도 공장에 따라 이름이 달랐다. 그래도 공장 단위로는 별 불편이 없었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표준화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했다. V벨트 같은 물품은 사들인 단가가 두 제철소 간에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경영 혁신을 주도한 실무팀은 톱 다운 방식의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수시로 설명회를 열어 직원들을 설득했다.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적자 한 번 낸 적 없는 잘나가는 회사가 왜 굳이 다 바꿔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통합 시스템은 표준화라는 혁신에 IT를 접목시킨 것이다. 당시 유상부 포스코(당시는 포항제철) 회장은 IT 경영의 목적을 이렇게 정의했다. “전통 제조업 즉 T(traditional)-비즈니스에 IT의 날개를 달아 e-비즈니스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자는 것이다. 더불어 IT 경영으로 고도의 효율과 부가가치를 창출해 우리 자신의 삶의 질도 향상시켜 보자.” 2005년 포스코는 신일본제철(NSC)보다 열연 코일 값을 t당 10달러씩 더 받았다. NSC에 주문하면 30일 이상 걸리는 납기를 14일로 단축한 덕이다. 판매·생산 계획 수립 기간은 60일에서 15일로 단축됐다. 7개 주요 고객사들은 이로써 재고를 약 34% 줄일 수 있었다. 고객과의 윈윈 체제다. 납기 응답 시간도 2~3시간에서 2.5초로 줄었다.
통합 시스템으로 납기 단축 10일 단위로 이루어지던 제품 주문의 주기도 하루로 단축됐다. 시스템상에서 분기 단위로 수요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금 고객사와 생산 계획을 공유한다. 고객사의 모든 구매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공급사도 98%를 온라인으로 납품한다. 이들 거래는 스틸앤닷컴이란 사이트에서 전자적으로 이루어진다. 관련 정보도 이 사이트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통합 시스템의 도입으로 업무의 투명성도 높아졌다. ERP엔 수정한 기록도 남는다. 부재 중 업무 보고도 없어졌다. 보안카드만 있으면 해외출장 중에도 메일로 보고하고 온라인 결재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측은 PI 실시에 따른 기업 가치 증대 효과를 2조5000억원으로 평가한다. 2002년엔 6시그마 운동을 시작했다. PI가 시스템 바꾸기라면 6시그마는 일종의 문화 운동. 일하는 문화를 바꿔 보자는 것이다. 포스코 측은 6시그마 활동으로 2006년 1조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2005년 포스코가 올린 순이익(4조129억원)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2004년 신년사에서 이구택 회장은 “6시그마를 포스코만의 DNA로 만들라”고 주문했다. 원자재 수급난에 자원민족주의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철강사들은 철광석·유연탄 등 연·원료 확보에 골몰하고 있다. 포스코가 인도에 진출하는 것도 이 나라에 철광산이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인도에서 30년에 걸쳐 철광석 6억t과 석탄 2억5000만t을 캘 수 있는 광권을 확보했다. 이구택 회장은 2006년 9월 열린 투자 활성화 민관전략회의에서 포스코의 향후 투자 방침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철강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에서는 원료를 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집중하겠다.” 포스코는 해외 광산에 대한 직접투자로 철광석·유연탄 등의 원료 자급도를 2010년까지 현재 20% 수준에서 3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구택 회장은 “인도·중국 등에의 설비 투자는 포항과 광양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것으로 영속하는 기업으로 비상하기 위한 백년대계”라고 밝혔다. 글로벌 포스코의 밑그림인 셈이다.
‘꿈의 기술’ 파이넥스 공법은? | ||
용광로 없앤 후 경쟁 패러다임까지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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