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주목할 CEO 5인] 세계 시장에서 이베이와 한판
[2007 주목할 CEO 5인] 세계 시장에서 이베이와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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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 시험대 오르다 ■ 인터넷 쇼핑몰 최초로 나스닥 상장 ■ 1000억원대 현금 확보 ■ 日 진출로 글로벌 기업 초석 다진다 ■ 어떻게 ‘성장통’ 관리할 것인가 | |
“올해는 ‘글로벌 G마켓’의 원년입니다. 일본에 직접 진출하고 미국에서는 관련 업체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입니다.” e-마켓플레이스 회사인 G마켓의 구영배(41) 사장은 지난해 6월 회사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400억원대 부자가 됐다. 그는 주가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시차가 14시간이나 나기 때문에 주가 들여다볼 시간이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는 모니터를 들여다볼 틈도 별로 없어 보인다. e-마켓플레이스 시장이 그만큼 다이내믹하다. 하루 방문객 180만 명, 구매 고객은 50만 명이 넘는다. 이 시장에서 최근 2~3년 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장을 많이 한 회사가 G마켓이다. 2000년 4월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인 구스닥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지금은 연간 거래액이 2조5000억원에 이른다. 3분기까지 G마켓은 매출 1063억원, 순이익 99억원을 기록했다. G마켓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놀라운 성장속도 덕분이다. 2003년 본격 출범한 뒤 2005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고, 2006년 상반기에만 1조130억원을 기록했다. 계속 ‘더블’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9명의 인력, 20억원의 가용 자금을 가진 ‘벤처의 벤처’가 이뤄낸 결과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 업체인 이베이가 진출한 나라 가운데 토종 업체가 이렇게 활약을 펼치기는 G마켓이 유일하다. 게다가 G마켓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아니다. 시장엔 막강 옥션이 버티고 있었다. 나중에 GS홈쇼핑·CJ·다음도 이 대열에 뛰어들었다. 후발 주자로서 G마켓의 전략은 명쾌했다. 더 차별적인 정책으로 고객에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즉시 구매, 흥정하기, 양방향 경매, 후원 쇼핑 같은 새로운 쇼핑 방식으로 ‘인터넷 쇼핑은 즐겁다’는 인식을 불어넣었다. 또 주문한 상품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배송 트레킹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구 사장은 사내에서 아이디어맨으로 통한다. 이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일반화된 배송 트레킹, 구매 금액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후원 쇼핑 등이 구 사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의 아이디어론(論)이 흥미롭다. “아이디어가 창의성의 결과물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업에 있어 생산적인 아이디어는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고민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후원 쇼핑만 해도 인터넷 기업으로서 고객 관계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신뢰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가져갈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결과지요.” G마켓은 업계 최초로 지난해 6월 29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그 이전에 야후가 액면가의 130배로 G마켓 주식을 사들인 것을 봐도 이 회사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나스닥 상장으로 이 회사는 1억3000만 달러의 실탄을 보유하게 됐다. 구 사장은 “이를 통해 더 빠른 성장 전략을 펼 수 있게 됐다. 곧 일본을 시작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말한다. “기업을 시장에 공개했다는 것은 주가 밸류에 따라 성장전략을 펼쳐갈 수 있는 얘기가 되지요. G마켓은 M&A든 전략적 제휴든 보다 빠른 성장 전략을 펼 것입니다. 2007년은 G마켓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그의 ‘성장통’ 관리다. 모든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과속이다. 과속을 어떻게 소화하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외부 변수든, 내부 문제든 급제동이 걸리면 회사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구 사장의 대답은 냉정하면서 ‘준비돼 있다’는 표정이다. 그는 “현재도 그 부분에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내부적인 관리시스템이 상당히 체계적으로 세팅돼 있다”고 말한다. 그는 9명, 20억원의 가용 자금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다는 말을 한다. 처음부터 1인 다역을 기본으로 소화했고,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도, 심지어 모기업인 인터파크에서조차 ‘절대 못 간다’고 했습니다. 시스템도, 조직도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했지요. 한두 번 사고가 터져 이것을 수습하다 보면 몇 개월, 1년이 날아간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인터넷 회사가 그런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G마켓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될 것입니다.” 대학에서 자원공학을 전공하고 슈렘버그라는 석유 탐사개발 회사에 다니던 구 사장이 인터파크에 합류한 것은 이 회사의 이기형 회장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구례 출신으로 전라도 억양이 진한 구 사장은 이제 한국이 좁다고 말한다. 이베이와 맞대결을 펼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구 사장에게 2007년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회사를 설립하고 직원들에게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를 ‘항상’ 해왔습니다. 다시 돌아보면 지금인 것 같습니다. 굉장히 크리티컬한 시점에 와 있어요. 안정적인 회사로 올라갈 수 있을 기반 확보냐, 그렇지 않으면 후퇴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합니다. 그 마지막 단계가 2007년입니다. 그만큼 긴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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