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항상 학습한다 고로 발전한다

항상 학습한다 고로 발전한다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리더십 서적들은 한결같이 “리더는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알고 싶다면 유한-킴벌리의 문국현(57) 대표이사 사장을 만나보라. 그는 유한킴벌리 사장과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 사장 외에 유한학원 이사장, 생명의 숲 공동대표, 동북아 산림포럼 공동대표, 천리포수목원 재단이사장, 윤경포럼 공동대표, 서울그린트러스트 재단이사장, 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 등을 맡으면서 1주일에 두세 차례 각종 단체에 초청돼 강연을 한다. 그러면서도 유한-킴벌리는 화장지·아기기저귀·생리대 등 7개 사업 분야에서 선두를 고수한다. 집무실을 찾아가자 그는 대뜸 평생학습,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여러 현안을 설명한 각종 자료와 도표를 한아름이나 내밀었다. 자신의 손에는 자필로 쓴 예상 질문 답변이 빼곡하게 적힌 종이를 들었다. 물을 필요도 없이 문 사장이 어떻게 여러 가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는지 금방 감이 왔다. 철저히 준비하고, 실천하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실제로, 그는 경영자가 되기 전부터 그 같은 업무 방식을 철저히 지켜왔다. 1982년 미국에 머물 동안 그는 울창한 숲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귀국 후 84년 마케팅 본부장 시절 국유지 나무심기 운동을 회사에 처음 제안하자 거의 모두 그런 데 쓸 돈이 어디 있느냐며 펄쩍 뛰었다. 국내에 환경 의식이 아주 희박하던 시절이었다. 그는 6개월 단위로 조림 사업을 억지로 이끌어 가며 끈기 있게 회사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94년 마침내 환경 경영이 회사 경쟁력의 향상에 직결된다는 증거가 뚜렷해지면서 그의 노력은 결실을 거뒀다. 그러기까지 무려 10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96년 직원들에게 일을 많이 시키고 돈을 적게 줘야 기업이 산다고 모두 믿을 때 그는 4조 교대제를 도입했다(두 팀씩 180일 근무). 그리고 종업원이 4일 근무하고 4일 휴식을 취하며 여가 활용과 직장 내 평생학습을 하도록 지원했다. 이 때문에 유한킴벌리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인건비가 50%나 더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며 매출액과 순익이 급증했다. 지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일과 생활의 균형(WLB)’ 운동을 전개하는 중이다. 최근 내수 부진으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유한킴벌리 모델이 한국 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해 노사 관계, 기업 경영의 사고 전환을 전파할 목적으로 유한킴벌리를 중심으로 뉴패러다임 포럼이 결성됐다. 현재 POSCO·풀무원·KB·경찰청 등 약 200개 기업과 공공기관이 이 포럼의 지원을 받아 긍정적인 성과를 올리는 중이다. 문 사장에게 혁신 유전자가 주입된 때는 75년 전산실장 시절이었다. 이때 회사의 시스템을 총괄하며 업무 재설계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됐다. 그 후 9개월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PC·케이블 TV 등의 신기술을 이용한 리엔지니어링(업무 재설계)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당시 미국에는 일본에 뒤처진다는 위기의식이 확산하면서 새로운 경영 기법 연구가 활발했다. 특히 마이클 해머의 리엔지니어링 이론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경영 혁신과 평생학습의 가치에 확신을 갖게 됐다. 근로자가 손과 발에 머리까지 쓴다면 분명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확신이었다. 문 사장은 “윤리 경영을 실천하고 지역사회의 발전과 환경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기업이 성장한다”고 역설한다. 환경, 근로자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 더 나아가 부패, 저출산, 교육 문제까지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구축해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그런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정치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천만에” 라고 문 사장은 말했다. “정치인은 수명이 짧다. 이런 일은 긴 안목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4억명 중국이 저출산?" 안낳는 이유 설문에 "돈 없다"

2 북한, 러시아에 특수전부대 4개 여단 파병 결정…1만2000명 추산

3흥국생명, ‘찾아가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캠페인’ 진행

4삼성화재 다이렉트 착, 펫 건강관리 서비스 리뉴얼 오픈

5"다른건 다 팔아도.." 외국인, 매도 릴레이 중 '이 주식'만 담았다

6빗썸, 네이버 N골프와 아마추어 골프대회 공동 주최

7”이젠 합법적 절세‧자녀 미국 체류 리스크 줄이기에 초점을” 국민이주㈜, 26일 유학 미국투자이민 포럼 열어

8“테이블오더 이용료 면제받으실 사장님~”…페이히어, 소상공인 지원 프로모션

9신한카드, 참신한글판 문안 공모전 실시

실시간 뉴스

1"14억명 중국이 저출산?" 안낳는 이유 설문에 "돈 없다"

2 북한, 러시아에 특수전부대 4개 여단 파병 결정…1만2000명 추산

3흥국생명, ‘찾아가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캠페인’ 진행

4삼성화재 다이렉트 착, 펫 건강관리 서비스 리뉴얼 오픈

5"다른건 다 팔아도.." 외국인, 매도 릴레이 중 '이 주식'만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