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빵차’ 잘 달리니 회사도 ‘빵빵’
[파워중견기업] ‘빵차’ 잘 달리니 회사도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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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회사는 사양산업 아니다 “글로벌, 글로벌 하지만 따져보면 결국 제조업 중에도 식품회사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유통기한이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죠. 외국기업들이 들어와 다른 산업들이 무너져도 식품회사는 마지막까지 존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절대 사양산업이 아니에요.” 사실 기린의 모체는 세 발 자동차로 유명한 삼립식품이다. 삼립식품은 회사가 분할되면서 다른 업체로 넘어가 지금은 경쟁회사지만 69년 양산빵 시장에 처음 진출한 회사다. 어릴 적 빵을 실은 삼립빵 세 발 자동차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면 추억 속 아련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도 기린 공장을 찾으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분주히 돌아다니는 ‘빵차’다. 하루에 수원공장에서만 50대가 넘는 차들이 빵을 실어 나른다. 기린 입장에서는 단순한 빵차가 아닌 돈을 벌어주는 ‘돈차’인 셈이다. 빵차와 함께 기린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이다. 기린은 하루 2교대 근무를 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하루 종일 돌아간다. 주로 오후 8시까지는 어느 정도 미리 예측된 물량을 생산한다. 오후 8시 이후에는 추가 주문이 들어온 부분에 대한 맞춤생산에 들어간다. 빵이나 빙과·제과는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당일 오후 5시까지 주문을 받는다. 당일 추가로 들어온 주문에 대한 생산을 저녁 시간에 맞춰 하는 것. 당일 주문을 받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현재는 주문 대비 출하 적중률이 99%가 넘는다. 간혹 물량이 남더라도 100개 중 한 개 정도만 출하되지 않을 정도다.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만큼 이 대표의 하루도 바쁘다. 이 대표는 일주일 중 월·화·수 3일은 부산공장으로 출근한다. 목요일은 서울사무소로, 금요일은 수원공장에 간다. 바쁜 일정에서도 이 대표는 한 가지 경영철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바로 ‘유통기한 이틀 전 회수’라는 원칙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들이 간혹 문제가 되는 일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절대 기린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유통기한이 5일이면 3일 지나면 무조건 회수합니다. 조금 더 팔아보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식품회사에서 사고는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회수한 제품은 전량 폐기 처리합니다.” 아까운 빵을 버리지 말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는 게 낫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유통기한이 남아있기 때문에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에 줄 생각도 해 봤지만 오히려 사고가 생길 수 있어 사료용으로 전량 처분한다고 말한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의 경우 빵을 주게 되면 바로 먹지 않고 넣어 뒀다가 나중에 먹기 때문에 ‘선한 마음’이 자칫 탈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기한 이틀 전 수거해 폐기 식품회사의 경우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어떻게 도덕적으로 회사 이미지를 지켜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또 한 가지 잘못된 오해와 편견에 대해 지적했다. 흔히 대부분 사람은 베이커리 빵이 신선하고 제빵회사의 빵은 유통기한이 길기 때문에 방부제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 대해 이 대표는 ‘절대 노(NO)’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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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발효공법 아세요? |
“효모는 음악을 좋아해~” 최근 친환경 농법이 관심을 끌면서 음악도 재배기술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 음악을 들려준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의 경우 작황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는 게 속속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빵은 어떨까? 기린의 효모 배양 탱크에는 음악이 흐른다. 때로는 클래식이, 때로는 가야금 산조 가락이 흘러나온다. 빵을 발효시키는 효모가 음악을 듣고 자란다는 얘기다. “음악을 들은 건포도종(효모)들은 일반 효모와는 달리 1.5mm가량 더 부풀어 올라요. 게다가 일반 가요보다 클래식 음악과 가곡, 가야금 산조 등 국악을 더 좋아하니 신기하죠?” 이동선 기린 부산공장 공장장은 ‘리듬발효 숙성 공법’을 확신한다. 효모에 음악을 들려주면 빵 맛이 더 쫄깃쫄깃해지고 향이 좋아진다는 믿음이다. 기린은 지난 7년간 효모에 음악을 들려주는 리듬발효 공법으로 빵을 만들어 왔다. 빵 맛을 내는데 밀가루 등 기본 재료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음악도 맛있는 빵을 만드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올 4월에는 ‘음악을 이용한 건포도종 배양장치 및 그 배양방법’으로 출원해 특허도 획득했다. 처음으로 특허를 낸 건 지난 2004년이다. 당시 기린은 ‘음악을 이용한 건포도종 배양장치 및 그 배양방법’이라는 특허를 취득했다. 식빵 및 주요제품에 대해 음악을 들려주며 배양된 종(효모)을 투입, 제품의 볼륨과 풍미를 더 부드럽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 기린의 친환경 공법은 음악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트랜스지방에 대한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기린은 이미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위해 식빵 반죽에 올리브 오일을 넣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브람스 식빵’. 브람스 식빵은 반죽에 올리브 오일을 넣어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맛이 난다. 또 ‘미니 샌드위치 식빵’은 뼈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SGA(Skeletal Growth Activator) 성분을 반죽 속에 첨가했다. 빵을 먹을 때는 잘 모르지만 빵 속에 음악과 친환경적인 생각이 들어 있는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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