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여의도의 하늘을 바꾸겠습니다”
[COMPANY] “여의도의 하늘을 바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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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랜의 피터 왈리크노스키 사장(왼쪽)와 폴 로저스 회장. |
스카이랜을 이끄는 폴 로저스와 피터 왈리크노스키에겐 꿈이 있다. 서울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지금 그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
모든 투자엔 리스크가 동반됩니다.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지는 것이 현명한 투자죠.” 아시아 구조금융 전문가로서 한국의 급속한 성장부터 금융위기, 그리고 오늘날까지 오랜 기간을 지켜본 스카이랜 프러퍼티즈 코리아(이하 스카이랜)의 폴 로저스(Paul Rogers) 회장의 말이다. “부동산 디벨로퍼는 머리를 하늘에 두고 발은 땅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30년 동안 유럽·호주·중동에서 디벨로퍼로서 경험을 쌓은 피터 왈리크노스키(Peter Walichnowski) 스카이랜 사장은 디벨로퍼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실무적인 노하우를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카이랜을 이끌고 있는 이 두 전문가가 홍콩·싱가포르·상하이(上海)·도쿄(東京)가 자랑하는 어떤 랜드마크보다 더 훌륭한 개발 프로젝트를 여의도에 선보이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로저스 회장은 일본에서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 구조금융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한국을 자주 오가던 차에 서울에선 찾아보기 힘든 1만4,000평의 넓은 부지가 여의도에 수십 년 동안 방치돼 있는 것을 알았다. 본능적으로 큰 가능성을 느낀 그는 바로 그의 인생을 한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리먼브러더스를 그만두고 부인과 세 자녀를 이끌고 한국으로 터전을 옮겼다. 서울 성북동에 오랫동안 가족과 기거할 집을 직접 지었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겐 부동산 개발 전문가가 필요했다. 그는 수소문 끝에 세계적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부동산 디벨로퍼 ‘피터 왈리크노스키’란 이름을 찾아냈다.
| ▶파크원의 조감도 | |
호주인인 왈리크노스키는 두바이에서 마지드 알 푸테임 인베스트먼츠(Majid Al Futtaim Investments)를 운영했다. 그가 두바이에서 개발한 ‘에미리츠 몰(Mall of the Emirates)’은 현재 두바이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최대 쇼핑 리조트다. 실내 스키 슬로프가 들어선 에미리츠 몰은 세계 최고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팜 아일랜드’와 함께 두바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건물이다. 하지만 그의 최대 작품은 에미리츠 몰이 아니다. 그는 영국의 ‘블루워터(Bluewater)’ 개발을 진두지휘한 주인공이다. 런던의 남동쪽 켄트지역 약 4만 5,000평의 부지에 들어선 이 쇼핑몰은 유럽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쇼핑 공간이며, 런던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쇼핑센터에 한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은 1,700만 명이 넘는다. 명품업체들에 ‘마케팅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곳은 유럽인들 사이에서 1박2일짜리 쇼핑 여행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왈리크노스키는 “처음 블루워터 개발을 계획했을 때만 해도 영국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호주에서 온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웃었다”며 “하지만 블루워터가 완성된 후에 정작 활짝 웃었던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운명적인 첫 만남은 2005년 두바이에서 이뤄졌다. 당시 왈리크노스키는 에미리츠 몰의 완공을 눈 앞에 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로저스가 연락했을 때 왈리크노스키는 준비가 돼 있었다. 왈리크노스키는 로저스를 만나자마자 자신과 비전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하루종일 그들에 의해 바뀌게 될 서울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왈리크노스키는 “회사에 소속돼 개발 사업을 했지만 이제는 파트너로서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안전한 회사 생활에서 리스크를 지는 기업가로 도약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한다. 이들이 함께 확신을 가진 프로젝트는 바로 서울 여의도에 들어설 파크원(Parc1)이다. 파크원은 현재 통일 주차장으로 알려진 여의도 22번지, 1만4,000평 부지에 들어설 대규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다. 이곳엔 72층 오피스 빌딩과 59층 오피스 빌딩 두 동, 지상 6층의 대규모 쇼핑몰 그리고 5성급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엔 또 한 명의 세계적인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리처드 로저스 경(Lord Richard Rogers)이라고 알려진 이 세계적인 건축가는 파리의 퐁피두 센터·런던의 밀레니엄 돔·뉴욕 그라운드 제로의 타워3의 건축가다. 리처드 로저스는 “급속히 발전하는 한국에서 흥미로운 대규모 프로젝트를 설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매우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로저스와 왈리크노스키는 이제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절대 가질 수 없었던 건축 아이콘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오피스 빌딩 두 개 중 하나인 72층짜리 오피스 타워는 높이가 302m다. 현재 서울의 최고층 건물인 서울 강남의 3차 타워팰리스보다 32m나 더 높다.
| ▶왈리크노스키 사장이 개발한 블루워터(위)와 에미리츠 몰 | |
파크원은 LG그룹의 트윈타워 옆에서 진행된다. 여의도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로저스 회장에게 코엑스 쇼핑몰 이야기를 꺼내자 “이곳은 차원이 다른 공간”이라고 정색했다. 왈리크노스키 사장은 “가장 유사한 것이 홍콩의 퍼시픽 플레이스지만 이미 오래됐고 뒤떨어져 보인다”고 덧붙였다. 300개 점포와 함께 12만㎡ 공간인 쇼핑몰은 한국 최대 규모다. 지상 6층과 지하 7층의 규모를 거느리게 될 이곳은 콘크리트 벽이 아닌 유리로 된 갤러리 스타일이다. 따라서 자연광을 최대화할 수 있고 레스토랑·스파·스케이트장·플라자·공원을 만들 예정이다. 오피스 타워는 전망을 극대화하고 기존 교통량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의도 공원이 인접한 도로변인 북쪽에 세워진다. 이미 수억원을 들인 가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파크원이 들어선 후 변화될 교통량은 물론 주변 환경까지 살펴봤다. 너무 이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만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왈리크노스키 사장은 이 방면에선 누구보다 전문가다. 그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찾아올 고객과 이웃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파크원의 가치를 더욱 올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스카이랜은 파크원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적인 인물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회사들도 끌어들였다.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룹의 크라운호텔이 파크원의 객실 400여 개의 5성급 호텔을 운영하기로 했다. 재정 자문으로는 모건스탠리가 선정됐다. 쿠시맨 앤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는 쇼핑몰 임대를, 존스 랭 라살(Jones Lang Lasalle)은 사무실 임대를 담당할 것이다. 시공사로는 두바이의 버즈 두바이와 같은 초고층 빌딩의 경험이 풍부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선정됐다. 파크원은 2010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로저스 회장은 파크원의 등장으로 바뀌게 될 여의도의 미래에 대해 유창한 한국말로 들려줬다. “한국은 지금 동북아시아의 금융허브를 지향하지 않습니까. 서울의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에 이런 복합단지가 들어선다면 굉장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왈리크노스키 사장의 눈에도 여의도는 매력덩어리다. 그는 “강남은 너무 답답하고 시청 주변에는 개발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한강을 끼고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모두 진출해 있는 여의도야말로 부동산 투자가로선 가장 매력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 A급 사무실 빌딩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프로젝트는 놓칠 수 없는 것임에 분명하다. 쿠시맨 앤 웨이크필드의 2005년 연구에 따르면 이곳의 오피스 빌딩은 지역 내에서 가장 높은 투자 수익, 가장 낮은 공실률, 홍콩과 도쿄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은 임대료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B·C급 건물들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는 여의도에서 파크원은 장밋빛 미래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보는 서울의 특징은 똑같은 아파트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강철과 유리로 된 땅딸막한 사무실 건물들, 무질서한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넓은 한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의 위치는 훌륭하지만 그 안에 들어선 규격화된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발전의 산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왈리크노스키는 파크원의 등장이 여의도뿐 아니라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꿀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는 “파크원은 런던의 블루워터처럼 앞으로 서울에서 도심 재개발의 ‘촉매제(catalyst)’가 될 것이 틀림없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가 나서서 세금 감면과 같은 인센티브 등을 줘 도심 재개발을 권장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현재 파크원은 여의도에서 진행 중인 유일한 대형 개발 사업이 아니다. 파크원 길 건너편엔 파크원보다는 작지만 1만 평 규모의 서울시 소유 부지가 있다. 이곳엔 AIG그룹이 사무실·점포·컨벤션 센터를 포함해 16억 달러의 국제금융센터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왈리크노스키는 현실적이며 침착했다. 그는 “경쟁에 따른 긴장이 있지만 파이는 충분히 크다”며 “두 개의 거대한 프로젝트가 그 입지에 좋은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청의 건축과 이근배 팀장은 “파크원과 국제금융센터는 상하이나 도쿄 같은 이웃 국가의 도시들에 맞서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파크원은 2만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여의도를 국제적인 금융 중심지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예정이다. 로저스 회장은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했다. “전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래에 파크원과 제 젊음을 투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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