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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제패한 ‘도요타 방식’

세계를 제패한 ‘도요타 방식’


올해 GM 제치고 세계 정상에 오를 듯… GM은 방어 전략 있나 제너럴 모터스(GM)와 도요타는 한때 연비가 대단히 좋은 휘발유-전기 하이브리드카 개발 분야에서 막상막하였다. 10년 전 양사는 하이브리드카 제작 기술을 개발했고 GM은 초기 모델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제작비가 너무 비싸 시장을 조성하려면 처음에는 손해 보고 팔아야 될 형편이었다. 양사는 다른 길을 택했다. 이는 도요타가 미국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데 GM은 국내시장에서 계속 밑지기만 하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2등이던 도요타가 올해 GM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말해준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하이브리드카를 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GM은 시판을 유보했다. 도요타는 미래를 내다보고 하이브리드카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프리우스를 개발해 몇 년 손해 보면서 팔았다(도요타만 부인하는 사실이다). 지금은 미국 시장에서 소폭의 흑자를 올린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 인기 정상을 달리며 도요타에 후광 효과를 준다는 점이다. 도요타는 기름을 많이 먹는 트럭을 쏟아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인 자동차 회사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한편 GM은 그 뒤를 쫓으며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허머’가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는 비난을 부정하기 바쁘다. “판단이 잘못됐다”고 밥 루츠 GM 부회장은 돌이켰다. “기술이 떨어진다고 알려지면 자동차 판매에 이롭지 않다.” 도요타와 GM은 미국 시장 확장에서도 다른 방식을 취했다. 도요타는 지난주 13억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출생지인 미시시피주 투펠로에 들어서는 이 공장은 도요타의 북미 지역 여덟 번째 공장이다. “헨리 포드 이후 도요타처럼 빠른 속도로 공장을 넓힌 회사는 없었다”고 자동차연구소의 경제전문가 션 매칼린든은 말했다. 반면 GM은 미국 공장의 문을 닫는다. 또한 생산 모델을 뜯어고쳐 외관을 세련되게 바꾸고 연비를 높이려 안간힘이다. GM은 지난달 매출이 뜻밖에 3.4%나 증가했지만 다른 방식의 사세 확장에 더 큰 기대를 건다. 적자에 허덕이는 크라이슬러의 인수 가능성이다. 크라이슬러는 GM과 아주 비슷한 문제에 허덕인다. GM과 도요타의 이야기엔 양사의 경쟁을 뛰어넘는 훨씬 더 많은 문제가 있다. 90만 명에 가까운 미국인이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며(그중 아직도 3대 미국 자동차 회사의 비중이 가장 높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 전체 GDP의 약 4%를 담당한다. 미국과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GM과 도요타는 오랜 양국 간 경쟁의 호적수였던 상징적 기업들이다. 이 경주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21세기 글로벌 경제의 주도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 이산화탄소 배출, 연금, 그리고 건강관리 비용 측면에서 GM과 도요타가 어떻게 다른지는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그런 차이점은 모두 아주 간단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도요타는 GM보다 싸게 자동차를 만들어 비싸게 판다. 도요타가 현 시점에 이르는 데 50년이 걸렸지만 이 자동차 회사의 최대 강점은 지구력과, 지속적 개선을 강조하는 경영철학 ‘도요타 방식’이다. 미국에서 깡통 같은 60마력짜리 ‘도요페트 크라운’을 처음 출시한 이래(1957년 288대 판매) 도요타는 차를 튼튼하게 만드는 회사라는 명성을 견고하게 구축했다. 빈틈없는 품질, 첨단 기술, 고연비 엔진에 투자해 이룩한 실적이었다.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개선한 도요타 생산방식을 개발해 낭비 요소를 가차없이 없애고 품질을 개선해 왔다. 작업자들은 불량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루에 수천 번씩 라인을 중단시킨다. 전 세계가 도요타에게서 배웠고 GM도 맹목적으로 흉내냈다. 도요타는 GM처럼 공장을 계속 가동시키려 렌터카 회사에 헐값으로 자동차를 떠넘기지 않았다. 그 결과 도요타 모델들의 중고차 가격이 가장 높아지는 선순환이 정착됐다. 중고차 가격 평가기관 ALG에 따르면 도요타 모델들은 출고 3년 후 판매가의 52%를 유지하는 반면 GM 모델은 43%다. 도요타 캠리가 지난 5년간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차로 군림한 큰 이유다. 반면 GM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셰비 임팔라는 2006년 매출이 캠리보다 35%나 적었다. 반면 GM은 다른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클수록 좋다’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 20년간 모델의 마력과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서자 대형차 판매는 급감했다. GM이 자동차를 과잉 생산해 헐값에 마구 팔아치우면서 중고차 판매가도 떨어졌다. 그런 잘못된 전략 때문에 GM의 평판이 나빠졌고 자동차 업계 조사회사 하버-펠락스 그룹에 따르면 도요타 차는 GM 차에 비해 대당 1600달러의 웃돈이 붙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GM은 노조원들에게 후한 수당을 지급한다. 지난 10년간 730억 달러의 수당을 지불했다. 그 돈을 자동차 제작에 들였으면 도요타 모델보다 좋아졌을지도 모른다. 사실상 약 10년치의 연구개발 예산에 맞먹는 막대한 액수라고 GM 경영진은 말한다. 의료 비용만 따져도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대당 원가에 1200달러의 부담이 추가된다. 반면 도요타의 의료 비용은 대당 200달러 선이다. 결과적으로 도요타는 미국 내 대당 이익 측면에서 GM에 비해 무려 1800달러의 우위를 차지한다고 하버-펠락스는 말했다. 도요타는 1995년 개시한 야심찬 성장전략의 열매를 거둬들인다. 당시 도요타 가문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최초로 오쿠다 히로시(奧田硯)가 회사 경영자에 올라 ‘협조적 경쟁’의 전통을 폐지했다. GM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뒤쫓아가는 전통이었다. 대신 오쿠다는 상상도 못할 일을 벌였다. 일단 세계 자동차 시장의 10%를 차지한 뒤 15%로 늘려 간다는 대담한 목표를 발표했다. 도요타는 두 가지 목표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지난해에는 계획을 4년 앞당겨 15% 목표를 달성했다. 도요타는 가공할 무기인 엄청난 자산을 GM과의 전쟁에 투입한다. 이대로라면 올해 130억 달러의 기록적인 흑자를 올릴 전망이다. 그 대부분을 미국에서 거둬들인다. 현재 미국 시장 판매 대수가 일본보다 많다. 막대한 이익을 올린 덕택에 도요타는 360억 달러의 현금을 비축했으며 주가의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를 웃돈다. GM 시가총액의 12배다. 도요타는 그 돈을 모두 자동차에 다시 쏟아붓는다. 지난 2년간 자동차 생산에 GM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그 덕에 도요타는 2010년까지 생산라인의 83%를 교체할 예정이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모든 자동차 제조사 중 신모델이 가장 많아진다. 한편 GM은 기존 방식에서 잘못된 점을 개선해 나가려 한다. 하이브리드카와 혼합형 다목적 차량(CUV)을 잇따라 출시해 기름을 많이 먹는 저연비차 의존을 줄여나간다. GM은 지난 한 해 동안 9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대부분 3만3000명을 감원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서다. 덕택에 2005년 106억 달러의 적자에서 지난해 25억 달러의 흑자(추정)로 돌아섰다. 신모델 개발 예산도 올해 10억 달러 정도 늘릴 예정이다. 경영진도 발언의 강도를 높여 간다. “도요타가 GM이 극복하지 못할 장애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루츠는 말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GM이 크라이슬러 인수라는 모험을 감행하려 한다는 점이다. GM이나 다임러크라이슬러 모두 그런 협상에 관해 답변하거나 확인해주지 않았다. GM이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 판매 대수 면에서 도요타를 앞선다. 따라서 1930년 부진에 허덕이던 포드자동차를 제치고 올라선 선두자리를 고수하게 된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그래도 도요타가 GM을 앞서간다고 본다. 자동차 조사업체 CSM 월드와이드의 전망에 따르면 도요타가 판매 대수 면에서 올해 GM을 약간 추월하고 2013년에는 1070만 대 대(對) 890만 대로 앞서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도요타는 GM에 비해 200만 대 가까운 우위를 차지한다. 지난해 크라이슬러가 판매한 자동차 대수와 얼추 비슷하다. 게다가 크라이슬러는 공장을 축소할 계획이다. 따라서 크라이슬러 인수는 불가피한 상황을 조금 늦출 뿐이다. GM의 크라이슬러 인수 시도는 또 다른 상이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GM은 땜질 처방을 많이 시도하는 반면 도요타는 일관성과 장기적 목표로 유명하다. 크라이슬러 인수 희망자 명단에 도요타가 없는 이유도 알 만하다. “[크라이슬러를] 인수해도 아무런 득이 없다”고 우라니시 도쿠이치(浦西德一) 도요타 수석부사장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다.” 도요타는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너무 요란하게 알려지지 않도록 애를 쓴다. “우리가 1등이 됐다고 가정할 때 우리 직원들이 자만하거나 안주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라니시는 말했다. 캐딜락 광고의 한 표현을 빌리자면 이미 도요타는 ‘지도자의 불이익’을 겪는 중이다. “이제 우리가 하는 일마다 신문 1면에 실린다”고 짐 렌츠 도요타 수석부사장은 말했다. 최근에는 미자동차경주협회(NASCAR) 부정 추문과 관련해 신문에 악평이 실렸다. 무엇보다 빈발하는 리콜과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가 가장 고통스럽다. 본사에서 가장 신경 쓰는 문제가 품질이다. 지난 여름 일본의 조 후지오(張富士夫) 도요타 회장이 머리를 조아리며 공개 사과할 정도다. 이제 도요타 경영진은 고삐 풀린 확장에 제동을 걸면서 품질의 고삐를 조인다. “품질이 없으면 도요타의 성장도 없다”고 우라니시는 말했다. 언론의 악평을 많이 당한 릭 왜고너 GM 회장은 도요타의 고통을 이해한다. “우리는 달라지기보다 더 닮아간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는 양사가 서로 자동차 한두 대의 격차를 유지하는 균형점에 도달해 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뉴스위크에 크라이슬러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자동차 산업이 계속 통합된다고 내다봤다. “승자가 하나 이상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왜고너는 말했다. “미국의 콜라 업계를 보라. 전에는 경쟁 업체가 많았지만 지금은 단 둘로 줄었다.” 그러나 도요타는 공격의 고삐를 늦출 생각이 없다. 이른바 ‘주먹의 힘’이라는 주제로 디자인한 근육질의 신형 픽업 트럭은 디트로이트의 마지막 아성을 무너뜨리는 KO 펀치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모든 세대가 코롤라, 캠리에서 렉서스에 이르는 도요타 자동차와 함께 성장했지만 전통적인 트럭기사들은 도요타의 픽업을 약체라며 거들떠보지 않았다. 신형 ‘툰드라’는 몸집이 아주 커졌고 대형 8기통 엔진이 장착됐다. 도요타는 픽업 트럭 매출이 배로 늘어나리라 예상한다. 최근 3주밖에 안 된 GMC 픽업을 툰드라로 교환한 레이 매크래리(멤피스 거주) 같은 구매자가 그 원동력이다. “도요타 트럭은 장난감 같다는 생각에 아예 구입할 생각도 하지 않은 구식 남자 중 한 명”이라고 매크래리는 말했다. “하지만 툰드라를 몰아본 후 생각이 달라졌다. 몰기는 자동차처럼 편한데 구조는 트럭처럼 튼튼하다.” 도요타가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의 널따란 목장 자리에 12억8000만 달러를 들여 새로 지은 픽업 공장에서는 그런 구식 남자들 다수가 툰드라를 만든다. 텍사스주를 상징하는 거대한 론스타 표식이 입구에 내걸리고 텍사스 깃발이 산들바람에 살랑거린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도요타 생산체제가 쉴틈없이 가동된다. 운반차들이 부품을 가득 싣고 분주히 조립라인으로 실어나른다. 조립라인은 63초마다 반짝이는 신형 픽업을 한 대씩 토해낸다. “텍사스주의 공장은 뛰어난 전략”이라고 시티그룹 자동차 산업 분석가 존 로저스는 말했다. “미래의 고객을 근로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중 한 명이 브루노 가르시아(35)다. 툰드라의 차체 패널을 찍어내는 일을 하지만 포드 픽업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시보레보다 포드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툰드라를 살 생각이다. 아버지의 ‘닷지’가 수명을 다하면 바로 이 차로 바꾸라고 설득하겠다.” 이제 상황이 반전돼 도요타는 강대(强大)화를 추구하는 반면 GM은 환경친화 쪽으로 돌아섰다. GM은 갤런당 240km를 주행하는 ‘셰비 볼트’ 하이브리드카 생산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플러그에 연결해 동력을 충전하는 이 플러그인 방식의 차는 올해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선보였다. 하지만 볼트의 주행에 필요한 전지가 사실상 개발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래리 번스 GM 연구개발 팀장은 약 4년 후 볼트의 출시 시점에 맞춰 전지가 준비되리라고 자신한다. 번스는 지금 GM의 개발팀이 10년 전 출시했던 플러그인 방식의 하이브리드 EV1 초기 모델을 폐기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아쉬워한다. “시곗바늘을 되돌렸다면 10년 전에 이미 셰비 볼트를 만들었다”고 번스는 말했다. 그 옛날의 초기 모델과 마찬가지로 볼트가 당장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우리는 이제 뒤를 쫓는 처지”라고 마크 래너베 GM 부사장은 설명했다. “따라서 더 큰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옳은 말이다. 시작이 반이니까. With CHRISTIAN CARYL in Toyota City, Japan, and AKIKO KASHIWAGI in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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