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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많지만 서두르면 실패

기회 많지만 서두르면 실패

▶베트남에 진출한 GS건설은 베트남의 대장금 인기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태병 GS건설 이사는 베트남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GS건설이 추진 중인 호찌민 남부에 105만6000평 규모의 냐베 신도시와 호찌민 서북부 구찌에 60만 평 규모의 골프장(36홀) 건설 현장을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냐베 신도시에는 아파트·주상복합·빌라 등을 포함해 1만70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공사를 시작하기까지 김 이사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만 했다. GS건설은 2005년 1월 호찌민 떤선눗국제공항에서 시 외곽순환도로로 연결되는 14km의 도로를 건설해 주는 대신 인근 냐베 지역에 100만 평 규모의 신도시 건설과 호찌민시 1군 탱구 공원 자리 4000여 평에 54층 빌딩 건축을 진행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예상 사업비는 총 10억 달러.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치게 됐다. 건설부지가 문제였다. 탱구 공원 자리에 건물이 들어설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시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각종 시민단체들이 시위를 벌이며 호찌민 시의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논란 끝에 호찌민 시의회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미 GS건설은 시 외곽순환도로 건설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입장이 난처해진 호찌민 시정부 관계자들은 호찌민 시의원들에게 GS건설과 체결한 계약 내용을 설명하고 각종 자료를 준비해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시의원들이 법안을 통과시켜 줄 리가 만무했다. 두 번이나 퇴짜를 맡자 호찌민 시정부는 공원을 유지하겠노라고 공식 발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속도로 건설 공사도 점점 지연되기 시작했다. 도로가 지나는 길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막대한 보상비를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문턱이 닳도록 다녀야만 했다. “베트남에서는 중국과 달리 강제로 이주시키는 일이 없습니다. 하나하나 만족할 때까지 보상을 해줘야만 하는 구조다 보니 공사가 지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1억5000만 달러로 추정됐던 고속도로 공사 비용은 결국 2억5000만 달러로 올라갔다. 토지 보상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손실을 입어가며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될 무렵 호찌민 시정부는 GS건설에 사과하며 대체 부지를 찾아오면 공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새로운 사업 장소로 호찌민 서북부 구찌에 대형 골프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2년 넘게 온갖 고생을 다한 다음에야 공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GS건설 같은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중소기업이었으면 벌써 한국으로 철수했을 것이라고 한다.

왜 부동산이 매력적인가 GS건설이 경험했던 문제는 베트남에 진출한 모든 한국 업체가 겪어야 했던 일이다. 정부와 믿고 계약을 했지만 예기치 못한 일로 지켜지지 않는 일이 있다. 과도한 토지보상 문제도 해결해야만 한다. 하지만 자칫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토지보상 문제도 복잡한 베트남에 점점 많은 한국 업체가 진출하고 있다. 2006년 말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건설회사 중 KOTRA에 등록된 업체는 모두 42곳이다. 어려움을 알고도 계속 진출하는 이유는 한국에 비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지난 2년 사이에 3배 이상 성장했다. 경제 성장으로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일반 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수가 증가했고, 수요가 부족해지며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형 빌딩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다국적 외식업체 진출로 프랜차이즈 매장이 급증했다. 이를 모방한 베트남 토종 외식업체까지 크게 늘며 소매 점포 가격이 뛰었다. 외국 주재원과 관광객이 증가하는 가운데 베트남 신흥부자들의 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고급 주택, 아파트, 호텔 및 콘도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금 베트남 경제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전문 인력 부족이다. 아직 인구의 70%가 지방에서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하노이와 호찌민 인근에 대형 공단이 건설되고 있지만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 투자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5년간 하노이와 호찌민으로 150만 명의 농촌 인구가 유입됐지만 아직도 일손이 달리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10년까지 농촌 인구를 도시로 유입해 인력부족 현상을 개선할 계획이다. 여기에서 선행돼야 하는 일이 이들의 주거단지를 건설하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2010년까지 하노이와 호찌민 인근에 443만㎡의 주거용 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건설에서 2006년 미래에셋으로 자리를 옮긴 정성문 지점장은 베트남 정부가 원하는 신도시 건설의 가장 적임자가 한국 업체라고 말한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신도시 경험이 있고 일본·유럽 기업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데 공사비가 저렴한 강점이 있어 많은 공사를 따내고 있는 중입니다.”

▶베트남 신흥부자와 외국 주재원이 몰리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푸미통 신도시.



신도시는 한국 업체가 선수 처음 한국 업체들이 고급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하는 과정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중견 건설업체 대원은 호찌민과 하노이 인근 7개 현장에서 아파트와 주상복합 등을 건설하고 있다. 2005년 공사를 시작한 호찌민시 안푸 1차 아파트 390가구는 올해 1월 이미 입주를 시작했다. 대원의 주거래 은행인 신한비나은행의 노성호 호찌민 법인장은 “분양 전까지는 다소 불안했지만 1차 분양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며 베트남 부동산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국가 경제 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1인당 국민소득은 2배 이상 높게 생각해야 한다. 은행 이용률은 10%에 불과하지만 1500만 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정도로 지하경제가 발달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재테크에 대해 눈을 뜬 점도 부동산 건설업자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 투자가 선호되면서 호찌민·하노이·다낭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건설경기가 침체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국 업체들에 베트남은 기회의 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부동산 법령은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부동산 등록체계가 좋은 예다. 재무부, 건설부, 자원환경부, 통상부 영역이 서로 겹치고 있다. 부동산 세금 관련 법규도 미비하다. 한국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며 공사를 따내기 위해 너무 낮은 가격에 입찰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수요를 잘못 예측해 분양에 실패한 기업들도 있다. 국내 건설 업계를 포함한 외국계 투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자칫 단기 공급 과잉 현상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성문 지점장은 영국과 호주계 부동산 회사와 동반관계를 맺고 베트남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정 지점장은 10년 이상 베트남 시장을 관찰해 온 외국 파트너들이 늘 하는 충고가 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오래 있을 생각부터 하라더군요. 천천히 이곳 상황을 파악하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투자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곳에 투자할 줄 아는 사람이 전문가라는 말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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