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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호 농민주식회사 참다래유통사업단 정운천 대표

한국 1호 농민주식회사 참다래유통사업단 정운천 대표



정운천 대표는…
1954년 전북 고창 生 · 익산 남성고교 ·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88년 농어민후계자 선정
89년 한국참다래협회 초대 회장
91년~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
2003년 농림부 농정개혁자문단 자문위원
현재 참다래전국연합회 회장· 한국신지식농업인회 명예회장·
농림부 중앙농정심의회 위원·
대통령 직속 농특위 본위원·
전남도지사 농정 고문·
한국농업CEO연합회 회장·
국제키위협회 한국 대표
(저서) <거북선 농업> (2004년)



상훈
91년 새농민상
92년 철탑산업훈장
93년 대산농촌문화상 본상
96년 농어업인대상

한 · 미 FTA 타결 이후 다들 농업을 걱정하는데 웃음을 잃지 않는 농업인이 있다. 국내 1호 농민주식회사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정운천(53) 대표. 참다래(키위)와 고구마로 지난해 중견기업 못지않은 483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가대표 농업인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실존인물 ‘참다래 아저씨’는 국내에서 재배한 것을 파는 것은 물론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에서 수입해 매출을 올린다.
1984년 한반도 땅끝마을 전남 해남 고산 윤선도 유적지 앞.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젊은이가 혼자 내려왔다. 유적지를 관리하는 종손에게 사정해 돌밭 6,000평을 빌렸다. 쇠스랑으로 돌을 파내고, 그곳에 고운 흙을 날라다 메웠다. 그러기를 석 달여, 그곳에 키위 600그루를 심었다.

한쪽에는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그 안에서 함께 키위 농사를 짓자며 농민을 설득하고 외국 책을 보며 공부한 내용을 전파했다. 비닐하우스 안에 살림방도 들였다. 젊은이는 거기서 5년5개월 동안 생활했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 비닐하우스 위로 지하수를 뿜어 올렸다. 올해 550억원의 매출이 목표인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정운천 대표의 키위와의 신혼 이야기다.

그로부터 23년 뒤인 올 4월 26일 서울. 뉴질랜드와 한국을 대표하는 키위 생산 · 유통업자가 만났다. 둘은 2001년 맺은 양국 간 ‘키위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계절이 정반대인 두 나라는 한국에서 참다래가 나오는 11~4월에는 뉴질랜드가 키위를 수출하지 않고, 참다래가 생산되지 않는 5~10월에만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참다래 출하와 뉴질랜드산 키위 수입이 겹치는 4월 중 · 하순과 11월의 수입을 막았고, 뉴질랜드로선 5~10월 수출 시기에 한국 측의 공동 마케팅을 얻어냈다. 둘이 서명하는 자리 뒤에 양국 농림장관이 서 있었다(사진). 한국 측 서명자는 정운천 대표. 그는 MOU에 사인한 뒤 뉴질랜드 제스프리사 크라이그 그린리스 회장을 와락 끌어안았다.

“농업을 사양산업으로 보는 낡은 고정관념이 문제예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삽과 괭이를 들고 일하는 재래식 전통 농사로만 바라보거든요. 농업이야말로 절대로 죽으려야 죽을 수 없는 산업입니다. 사람이 오래 살면서 농업에도 끊임없는 진화가 이뤄질 겁니다.”


농민 속으로 파고들어가라

농업경제학을 공부한 학사 농부 정운천에게 83년은 최악의 해였다. 81년부터 친형을 도와 묘목 수입상을 했는데 회사가 부도났다. 뉴질랜드에서 들여온 키위 묘목이 겨울을 나지 못한 채 얼어 죽자 사기꾼 소리를 들었다.

빚 독촉에 시달리며 괴로워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얼굴을 340바늘이나 꿰맸다. 그는 38일 동안 병원 신세를 지면서 자신을 믿고 묘목을 사준 농민들을 내버려두고 도망칠 수는 없다고 결심한다. 이것이 그가 비닐하우스 생활을 자청한 이유다.

정 대표는 농민만큼 다양하고 이질적인 집단도 없다고 본다.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세대 차가 크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농민이 있는가 하면 대학을 나온 이도 있다. 수만 평 농토를 가진 부농과 몇백 평 논밭데기를 빌려 풀칠하는 소작농이 한 마을에 산다. 게다가 막연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어 여간해서 마음을 열지 않는다.

“농민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두 가지를 좌우명으로 삼았어요. 첫째, 어떤 경우에도 화를 내지 말자. 둘째, 매사에 솔선수범하자는 것입니다. 상대가 옳아도 언짢은 표정을 짓거나 언성을 높이면 농민들은 거부 반응부터 보여요. 늘 겸손한 자세로 행동으로 보여줘야 통합니다.”

비닐하우스에서의 5년5개월은 그를 참농민으로 탈바꿈시켰다. 600주 수입 묘목 중 100주가 말라죽는 것을 목격한 그는 직접 묘목 생산의 길을 찾아낸다. 국내에서 씨앗을 뿌려 키운 묘목에 우량 품종을 접목시켰다.

수입 묘목보다 싸게 팔아 돈을 벌어 빚을 갚아나갔다. 3년째인 86년부터 그가 심은 묘목에도 열매가 열렸다. ‘망(亡한)다래’를 판 사기꾼이라며 그를 내치던 농민들이 흥(興)다래 · 금(金)다래 · 돈다래 · 꿈다래로 부르며 찾아와 손을 내밀었다.



뭉쳐야 산다

낯선 땅끝마을에 터를 잡은 지 6년. 한숨 돌릴 만하자 수입 개방 파고가 몰아닥쳤다. 89년 4월 8일 정부가 농산물 개방 품목에 키위를 포함시킨 것이다. 90년 1월 1일 개방까지 불과 8개월 남은 시점이었다. 다른 작물로 바꾸면 300평당 33만원을 융자해 준다며 경쟁력 없는 전환작목으로 낙인찍었다. 키위를 뽑아내는 농가가 생겨났다.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 그가 생각해낸 게 ‘조직화’다.

정 대표는 먼저 농민을 규합해 수입개방대책위를 구성했다. 반대운동 대신 2,300여 농가의 서명을 받아 키위를 수출전략 작목으로 선정, 시설비 지원과 기술 지도를 해달라는 역(逆) 제안을 했다. 불가능할 것 같던 요구가 김식 농림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일부 받아들여졌다. 개방 시점을 딱 8일 앞둔 89년 12월 22일 3,000여 농가가 모여 전국키위농민협회를 결성했다. 정 대표가 초대 회장으로 뽑혔다.

“‘개방 불가’를 외치며 국회로 행군하는 물리적 투쟁으론 결국 한계에 부닥치고 말아요. 이제 우리도 대안이 있는 창조적 대응을 할 시점입니다. 농민이 스스로 주체가 돼 만들어 가야지요.”

그는 이듬해 국산 키위를 들고 당시 수입 농산물의 진입로로 여겨지던 백화점을 돌았다. 그러나 다들 외면했다. 사흘 동안 뛰어다녔지만 헛수고였다. 돌아가려고 광주행 고속버스 표를 끊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버스 안에서 펑펑 울었다. 버스가 막 출발하려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렇게 돌아갈 순 없었다.

길 건너 뉴코아백화점이 보였다. 사주지 않아도 좋으니 소비자에게 팔 기회만 달라고 통사정했다. 간절함이 통했는지 물건을 받을 수는 없고 지하 식품코너에 매대를 마련해주겠다고 했다. 딱 한 평짜리였다. 거기서 직접 파는데 수수료로 판매액의 20%로 내라는 조건이 붙었다.

“20%가 아니라 30%, 40%라도 감지덕지였지요. 그저 백화점에서 직접 팔 수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웠어요. 정성껏 골라 품질도, 맛도 좋은 국산 키위에 고객과 백화점이 움직였습니다.”

성공이었다. 하루평균 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문이 퍼지자 다른 백화점에서 찾아왔다. 하지만 수수료 20%는 너무 많았다.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17%를 제안한 백화점에 5%로 맞섰고 결국 7%로 합의했다. 뉴코아에서 시작한 직판행사는 전국 백화점을 돌며 이듬해 4월까지 이어졌고 300t을 팔았다. 여기서 그는 ‘농산물도 생산만 하지 말고 유통을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렵게 백화점에 진입했지만 애국심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개방 첫해 국산 키위가 1,200t, 수입 키위는 800t 팔림으로써 40%의 시장을 잠식당했다. 이를 본 정 대표는 외국산 키위에 맞서기 위해선 조직과 브랜드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다시 농민들을 설득했다.

마침내 91년 전남겙力쾪제주 등 3도 300여 농가가 참여한 참다래유통사업단이 탄생했다. 3억6,000만원의 자본금이 모였다. 한국 최초로 농민이 주주로 참여한 주식회사가 탄생했다. 키위라는 말도 순 우리말 ‘참다래’로 바꿨다.


적과의 동침…꿩 먹고 알 먹고

가까스로 유통망을 확보했지만 참다래는 ‘반년 장사’란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수확기에 팔고 나면 반년은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할 형편이니 주식회사로선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참다래 주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납품해 한때 잘나가는 듯했지만 95년 6억여 원의 손실을 본 끝에 접었다.

“유통망도 없이 제품 사이클도 짧은 주스산업에, 그것도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을 달랑 제품 하나로 뛰어든 것 자체가 무리였어요. 앞으로 나갈 줄만 알았는데 그 일로 후퇴도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는 다시 사계절(周年) 상품을 생각했다. 그러다 떠올린 아이디어가 지구 반대편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인 뉴질랜드산 키위를 수입해 파는 일이다. 하지만 국내 참다래 농가의 권익보호를 위해 만든 사업단이 수입 키위를 유통시킨다는 발상에 반대가 심했다.

정 대표는 사업단이 시장에서 힘을 가지려면 수입 키위 유통권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 초강수를 뒀다. 당시 뉴질랜드 최대 키위 유통업체 제스프리가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하며 특정업체에 국내 수입권을 주었는데 이게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며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뉴질랜드는 독점권을 풀었고, 사업단은 수입물량 중 30%를 확보했다. 이를 발판으로 사업단의 위상이 높아졌고 국내 수요의 60%를 거머쥐었다.

그는 키위에 대한 정보 수집 차 뉴질랜드를 20여 차례 드나들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적의 처지를 본다. 뉴질랜드는 연간 20만t을 수출하는 키위 강국이지만 저장의 한계 때문에 사계절 마케팅이 불가능했다. 이에 정 대표는 2001년 사업단 수입물량 중 일부를 현금 대신 참다래로 보전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뉴질랜드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물물교환 방식인데 우리는 수출 효과를 얻고, 뉴질랜드로선 비수기 판매물량을 확보하는 이점이 있다. 이른바 ‘참다래겾걋?동맹’으로 제조업도 하기 힘든 경쟁업체와의 윈윈 전략을 농업에서 해낸 것이다. 정 대표의 이런 행적은 2002년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에 실렸다.

이제 한 · 미 FTA 타결로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한겧?양국은 15년 이후 키위 관세 철폐에 합의했다. 더구나 미국산 키위는 국산 참다래와 유통 시기가 겹친다.

“한 · 미 FTA는 우리 참다래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평가받는 기회가 될 겁니다. 이미 두 차례 대처한 경험이 있으므로 자신 있어요. 친환경 재배로 안전성은 물론 품질도 계속 높여갈 것입니다.”



시장은 만드는 것이다

수입 개방에 따른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바꾼 정 대표의 기업가 정신은 계속 이어진다. 사업단의 경영 달력을 보니 5~11월엔 뉴질랜드산 키위 포장 외에 수익사업이 없었다. 이에 그는 해남 특산물 고구마에 눈을 돌렸다. 문제는 모양이 제각각이고 6개월이 지나면 싹이 난다는 점이다. 더구나 물에 씻으면 사흘도 안돼 썩기 때문에 흙이 묻은 채 팔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면 섬유질이 풍부한 고구마가 웰빙시대의 건강 식품으로 각광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3년여 연구 끝에 오래 둬도 신선도를 유지하는 저장법과 씻은 뒤 1주일 이상 썩지 않는 바이오 세척법을 개발했다. 마늘과 생강이 살균 성분을 갖고 있음에 착안한 자연친화적 기술이다. 여기에 고구마를 모양 · 크기에 따라 7등급으로 분류하고 그물로 포장, 들고 갈 수 있도록 끈을 붙인 펀넷(punnet) 포장법을 더했다.

다른 데서 상자 단위로 파는 것을 사업단은 700g · 800g · 1㎏ 등 소포장으로 바꿨다. 핵가족 시대에 맞춘 거다. 습기가 생기지 않는 포장재도 만들었다. 이렇게 해 ‘다래마을’ 브랜드로 내놓았다. 반응이 좋았다. 일반 고구마는 15㎏짜리가 1만5,000∼2만원 선인데 다래마을은 6만원을 받았다.

“거북선은 기존 목선에 덮개를 씌운 게 특징이죠. 그 덮개를 씌우자는 독창적 아이디어가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잖아요. 마찬가지로 장기간 저장법과 남다른 세척법, 바이오 기술, 등급화 · 표준화를 통한 선별법, 포장 단위, 품종, 형태, 브랜드 등 여덟 가지 옷을 입히니 열등재 고구마가 우등재로 변신했습니다. 여덟 가지 옷, 이게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 아닌가요?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입히면 상품이 달라지고 시장도 생깁니다.”


유통의 고속도로를 뚫어라

국내에서 참다래 재배가 시작된 지 20여 년, 다른 농산물과 달리 가격파동을 겪지 않았다. 가격 결정권이 생산자 조직에 있기 때문이다. 참다래는 수입이 아닌 순수 국산 과일이란 점을 알리기 위해 어렵게 백화점을 뚫었고 이를 잘 관리했다. 수급이나 시장 여건에 따라 가격이 출렁이는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판 체제를 유지했다.

사업단에서 바로 소비자에게로 가니 중간 유통마진이 없어졌다. 사업단이 판매가격을 스스로 결정했다.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연간 생산량과 생산원가, 전년도 가격을 바탕으로 기준가격을 정해 전국 판매장에서 지키도록 했다. 사업단에서 생산겿퓔타?함께하니 생산 상황에 따른 판매, 판매 상황에 따른 생산이 가능했다.

“생산량이 30% 늘어나면 판촉을 강화해 그만큼 소비를 늘립니다. 또 소비가 늘어날 것 같으면 유통센터에서 밤샘작업을 해서라도 공급물량을 맞추고요. 우리는 유통의 고속도로를 뚫어 도매시장 유통과는 전혀 다른 길을 달립니다.”

사업단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매가를 유지하며 주주 농가에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했다. 사업단의 지난 15년은 한국 농업의 가능성을 찾는 과정이었다. 그중 하나로 농장과 공장, 시장-이른바 ‘3장(場)통합 경영’ 시대를 열었다.

“농장(생산)과 공장(가공), 판매장(유통)이 죽 이어져야 합니다. 공장과 매장의 요구를 바로바로 농장에 전달해 시장 수요에 맞는 상품을 생산하자는 뜻이에요. 농산물도 이제 ‘계획 없이 생산해 놓고선 팔리겠지’ 하는 식으론 안 됩니다. 더 많이, 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농산물이 아닌 농상품 내지 농식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농업이 1차 생산에 머물지 않고 유통과 마케팅을 접목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해요.”

사업단 공장에선 ‘5화(주년화 · 차별화 · 전문화 · 특화 ·브랜드화) 전략’으로 승부한다. 주년화는 연중 출하 체계를 갖추는 것으로 뉴질랜드산 키위를 들여와 팔고 바이오 세척 고구마를 내놓은 게 주년화이자 차별화다. 브랜드화는 2003년 ‘맛이 제일’이란 뜻의 맛젤(Matzell) 브랜드 출시로 시동을 걸었다.

“썬키스트겣퉩제스프리 등 세계적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맛젤의 목표예요. 그러려면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게 기본 과젭니다.”

지난해 6월 결산을 보면 키위 353억원, 고구마 130억원 등 매출 483억원으로 중견기업 못지않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사업단은 단계별 경영목표를 갖고 있다. 1단계는 소비자 욕구 충족을 위한 편의성 향상, 2단계가 상품성 향상이다. 3단계가 저(低)농약 ·유기농업과 유통과정에서의 안전성 향상, 4단계가 소비자 건강 증진을 위한 기능성 향상이다. 2단계까진 이뤘다. 지금 그 위 단계를 향해 뛴다.

사업단은 이를 위해 친환경 재배에 몰두한다.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친환경 환원순환 농법을 농가에서 시험 중이다. 참다래에 화학비료 대신 환원수를 쓰는데 그 핵심은 참다래 부산물을 돌려주는 것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참다래를 버리지 않고 모아 수액을 추출해 환원수를 만든 뒤 농가에 나눠 줘 잎에 뿌리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병충해에 강하고 당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사업단은 참다래와 고구마에 이은 제3의 품목으로 감자를 개발할 참이다.

정 대표는 10년 뒤면 우리 고급 농상품을 찾는 중국인이 4억 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여기에 일본인 1억 명, 내수와 기타 1억 명을 더하면 총 6억 명의 고급 농상품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 그는 오늘도 ‘한국 농업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생각하며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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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전용 고속도로를 만들자

정운천 대표는 쌀시장 개방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대응 전략을 갖고 있다. “외국 쌀 수입을 물량으로 제한할 수 있는 10년 동안, 쌀산업을 발전시킬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기반을 다져야 한다. ‘쌀 전용 고속도로’를 구축하면 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큰 변화를 몰고 온다.”

그는 1차로 전남 해남겙炸?출신 서울 거주자를 ‘고향 쌀 먹기’ 회원으로 확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①시 · 군 단위 쌀판매법인 설립 = 지자체 단위로 많게는 5?개인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합하고 지자체가 일정 지분을 투자해 시 · 군을 대표하는 법인을 만든다. 재배 농민의 출자도 받는다.

②전문 CEO 영입 = 기업 경영 및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CEO로 영입해 경영에 따른 일체의 책임과 권한을 준다.

③생산에 따른 판매계획 수립 = 출향자를 상대로 고향 쌀을 먹도록 마케팅 활동을 편다. 해남군의 경우 70년 이후 고향을 떠난 사람이 20만 명으로 현재 인구의 두 배다.

④고객 정보 시스템 구축 = 출향자의 거주지와 연락처 등 예비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 지자체가 나서 호적 및 행정 전산망을 활용하고, 향우회와 초 ·중 · 고교 동창회의 도움을 받는다.

⑤고객에게 제공할 가치의 정립 = 보름 주기로 방아를 찧어 신선한 쌀을 보내줌으로써 맛있는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RPC에서 도정해 택배로 보내면 도정 시기를 알기 힘든 시중 쌀이나 수입 쌀보다 경쟁력이 있다.

⑥마케팅 전개 = 단체장 명의 보증서를 지참한 지역별 담당자가 예비고객을 찾아가 계약을 맺는다. 할인점과 대형 마트 등 유통망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로 시중가격보다 5% 정도 싼 가격에 집까지 배달해 주는 장점을 활용한다.

⑦생산 계열화 = 연간 계약 내용에 맞춰 생산계획을 세운다. 특정 품종이나 유기농 재배 등 고객 요구와 구매량을 파악해 생산농가를 확보한다.

⑧새로운 가치의 제공 =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특산물을 쌀과 함께 조금씩 보낸다. 매화나 국화 꽃잎을 말려보내면 고객만족도는 더욱 커진다.

⑨관계 우선 거래 시스템 구축 = 지자체가 나서 고객 초청 고향잔치, 생산현장 투어 등을 마련해 쌀을 매개로 고향 정서를 주고받는 끈끈한 관계를 만든다.

⑩쌀 유통 고속도로의 효과 = 쌀로 시작해 모든 농산물을 취급하는 고향 농산물 유통 고속도로로 확대할 수 있다. 소득 재분배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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