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나를 싫어할까
왜 사람들은 나를 싫어할까
미 민주당 대선 선두주자 힐러리 최근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비호감도 50% 넘어서자 큰 고민 악감정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데이비드 보시는 공화당의 댄 버튼 하원의원이 이끄는 정부개혁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열심히 일했다. 버튼은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적대감을 갖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다. 클린턴의 아칸소 주지사 시절 발생한 부동산 금융 스캔들인 화이트워터 사건과 부정 선거자금 조달 사건도 폭넓게 조사했다. 그러나 그 모든 조사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클린턴 부부가 백악관을 떠난 지 6년 넘게 지난 지금 버튼은 공화당 안에서도 거의 잊힌 인물이 됐지만 2008년 대선에 뛰어든 힐러리는 민주당 주자 중 선두를 달린다. 그러나 보시의 ‘추적’은 계속된다. 최근 몇 달간 클린턴 부부를 다시 조사해 온 그는 이번엔 험한 내용의 다큐멘터리(올가을 개봉 예정)를 제작 중이다. 주요 목표 관객 중에는 클린턴 시대의 각종 추문을 기억하지 못하는 신세대 유권자도 포함된다. 현재 18세인 사람은 “트래블 게이트(백악관 여행국 직원 부당 해고 사건)가 터졌을 당시 겨우 네 살이었다”고 보시는 말했다. 이 젊은 유권자층이 힐러리의 추문(새로운 내용이든, 해묵은 내용이든)을 매우 궁금해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힐러리 클린턴에 관한 정보를 원하는 시장은 엄청나게 크다.” 힐러리의 전력을 상습적으로 파헤치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다. 자신의 표현처럼 클린턴 부부의 ‘죄악’에 관해 여러 권의 책을 쓴 저자이자 우파 잡지 아메리칸 스펙테이터의 편집인 R 에미트 타이렐 2세는 2선 상원의원인 힐러리의 뒤를 맹렬히 파헤치는 “조사팀이 여럿 있다”며 “그들은 현장에서 활동 중이며 내게 늘 전화가 걸려 온다”고 밝혔다. 힐러리는 자신의 추문을 새로 파헤치려는 시도를 우려할지 모르지만 내색하진 않는다. 큰 기대를 모은 힐러리 전기 두 권이 지난주 출판되자 그녀의 선거 진영은 “낡은 소식”이라거나 “재탕으로 돈이나 벌려는 수작”으로 일축했다. 사실 그 전기는 힐러리의 퍼스트 레이디 시절과 상원의원 경력을 때론 가혹하게 자세히 설명하지만 클린턴 부부와 그들의 결혼생활에 관해 딱히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은 없다. 클린턴 부부는 오랫동안 제기된 그 모든 혐의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 힐러리는 보기에 따라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뒷조사를 많이 받은 여성이다. 그러나 백악관 시절 타블로이드지의 단골 소잿거리를 뛰어넘어 미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뉴욕주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탄력성과 모든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고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힐러리의 능력 때문에 그녀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더욱 열 받는다. 그러나 구문(舊聞)조차 아직 파괴력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 힐러리의 약점을 캐는 사람들은 그녀가 비밀이 많고, 매사를 장악하려 들며, 과민증상이 있다고 여긴다. 이 같은 모습은 그녀가 90년대 숱한 공격을 받으면서 대응한 방식에서 나왔다. 지난주 갤럽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전 퍼스트 레이디에게 호감을 못 느낀다고 대답했다(호감을 느낀다는 대답은 46%). 이처럼 높은 비호감도는 현직 대통령이 아닌 상태에서 출마한 후보치곤 유례없을 정도로 높다. 존 케리나 앨 고어 역시 대선 출마 당시 어느 시점에서도 갤럽 조사에서 그 정도로 높은 비호감도를 보이진 않았다. 힐러리 진영은 최근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에선 비호감도가 갤럽 조사만큼 높지 않다고 항변했다. 동시에 선거운동을 계속할수록 지지도가 올라간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민주당 유권자들이 힐러리에게 느끼는 실제적 문제는 그토록 많은 유권자가 힐러리를 싫어하는 상황에선 절대 그녀가 일반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리란 불길한 예감이다. 힐러리의 운명은 한 가지 골치 아픈 문제에 그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바로 그토록 많은 사람이 그녀를 싫어하는 이유가 뭔가 하는 문제다. 힐러리와 남편 클린턴은 30년에 걸친 정치 인생에서 둘 다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일종의 ‘오판’ 속에 전국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쉽게 말해 미국이 새로운 부류의 강력하고 야망 있는 정치적 배우자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클린턴은 힐러리가 당선되면 “한 명의 대통령을 뽑고도 두 명을 얻는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힐러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그녀가 “쿠키를 굽고 차를 마시며 집에 머물러도 될 때” 정치 경력을 추구했다고 자랑한 후로는 특히 그랬다. 힐러리를 헐뜯는 사람들은 워싱턴에 뿌리를 내린 그녀를 만화에 나오는 악당으로 여겼다. 그들은 그녀가 남성을 파괴하는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남편에게 램프를 집어던지고, 전 퍼스트 레이디 엘리노어 루스벨트와 영적 교감을 나누며, 백악관 크리스마스 트리를 섹스 장난감으로 장식했다는 소문도 있다. 보수파가 지어낸 이런 타락상에 관한 이야기는 믿기 어렵다. 과연 중상자들의 상상처럼 그녀는 동성애가 판치는 백악관 문화를 비밀리에 조장한 레즈비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과 동업으로 법률회사를 운영하다 대통령 부보좌관으로 영입한 빈센트 포스터와 동침하고, 그를 죽이라고 명령하곤 자살처럼 보이도록 만든 기만적인 간부(姦婦)였을까?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힐러리에 관한 끔찍한 이야기는 라디오 토크쇼의 큰 화젯거리였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유명 라디오쇼 호스트인 돈 아이머스는 ‘퍼스트 레이디가 창녀인 이유(That’s Why the First Lady is a Tramp)’라는 패러디 곡을 소개해 크게 히트시켰다. 게다가 1996년 대선 당시 한 직접우편물 발송회사는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들에 3만 명의 이름이 적힌 ‘힐러리 혐오자 명단’을 판매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힐러리 반대층은 결코 그녀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그들이 공격할수록 힐러리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2000년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 당시 힐러리의 상대인 공화당의 릭 라지오 하원의원은 ‘저는 힐러리 클린턴에 맞서 출마합니다(I am running against Hillary Clinton)’라는 문구로만 된 선거자금 모금 편지를 발송했다. 힐러리에 대한 악감정을 적절히 활용한 그 방식은 현명한 전략인 듯했다. 힐러리의 정책적 입장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성향의 뉴욕 유권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초기 여론조사에서 그녀의 비호감도는 매우 높았다. 그러나 힐러리는 뉴욕주의 62개 카운티를 오랫동안 발로 뛰어다니며 수시로 “험담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 결과 뉴욕 사람들, 특히 특정 지지 정당이 없는 여성들이 기꺼이 관심을 딴 데로 돌렸다. 결국 힐러리는 55%의 득표율로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제 힐러리 진영은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 때 써먹은 전략이 전국적으로 통하도록 손질 중이다. 힐러리 진영의 전략가인 마크 펜은 유권자가 백악관 시절 굳어진 그녀의 이미지 외에 더 많은 모습을 알게 되면 부정적 시각도 자연히 줄어든다고 확신한다. 펜은 “사람들에게 늘 그녀의 출생지를 아느냐고 묻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힐러리 진영은 두 차례에 걸친 상원의원 선거전에서 주효한 전략을 활용해 예비선거가 일찍 치러지는 주요 주에서 여성팀을 조직했다. 그녀에게 호감을 갖지 않는 사람들에게 ‘맞춤형’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맨 먼저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첫날부터 최고 통수권자의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다음 상원에서 이뤄낸 업적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화제를 유권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돌린다. 예컨대 유권자가 자폐증 자녀를 뒀다면 이 문제와 관련해 힐러리가 상원에서 보여준 지도력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힐러리의 문제는 개인적 매력을 돋보이게 만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는 기성 후보를 불신하는 무당파 유권자층에서 크게 뒤졌다. 무당파 유권자층은 캘리포니아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처럼 예비선거가 일찍 실시되고 일반 유권자도 투표에 참여하는 주에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뉴햄프셔주에서도 힐러리는 고전이 예상된다. 지지 성향과 무관하게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가 참신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통에 선두주자가 자주 패한 곳이다. 그곳에선 힐러리의 경쟁 상대인 버락 오바마가 공화당의 존 매케인이나 루디 줄리아니만큼 인기를 얻을지 모른다. 힐러리의 강점을 의심하는 민주당의 한 고문은 익명을 요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을 확신시키려 애쓰지만 비호감도가 50%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을 설득하기란 어렵다.” 공화당 후보들이 공격의 초점을 다시 클린턴 부부의 과거사에 맞추는 상황에서 그런 설득은 더욱 힘들지 모른다. 최근 몇 주간 매케인과 줄리아니, 미트 롬니 등 공화당 후보들은 저마다 힐러리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그녀를 공격하는 일만큼 공화당 지지 기반을 흥분시키는 일도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남부 침례교 윤리 및 종교적 자유 협회’ 회장으로 공화당 진영에는 사회적으로 보수적 가치를 주장하는 후보가 없다고 비판한 리처드 랜드조차 이렇게 말했다.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오히려 사회적 보수파를 결집함으로써 설령 특정 후보가 자신들의 구미에 딱 들어맞지 않아도 그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 클린턴 2기부터 부시 행정부 전체까지 12년 동안 미국은 분열을 거듭해 왔지만 이제 힐러리가 마침내 ‘통합자’가 될지 모른다. 본인의 뜻과는 반대로 오히려 공화당의 결집을 이끌어내는 통합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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